고려아연 美 제련소 투자, ‘3자 배정 유증’ 논쟁 확산… 트럼프식 국가자본 개입 모델 도마

  • 등록 2025.12.22 05:3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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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MBK, '비정상적 투자' 지속 지적
최윤범 회장 경영권 방어 의심 대목도
현대제철, 미국 공장 출자와 비교돼
트럼프 정부는 속속 3자 배정 유증 추진

지이코노미 강매화 기자 | 미국 정부와 공동으로 전략광물 제련소를 건설하겠다는 고려아연의 대규모 투자 계획을 둘러싸고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테네시주에 약 11조 원을 투입하는 이번 프로젝트에서 미국 정부가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고려아연 지분 약 10%를 확보하는 구조가 알려지면서, 투자 적절성과 경영권 영향 여부를 두고 시각차가 뚜렷하게 갈리고 있다.

 

 

쟁점의 핵심은 투자 방식이다. 고려아연은 미국 정부 및 현지 기업과 함께 합작법인(JV)을 설립한 뒤, 이 합작법인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해 자금을 조달하고, 이를 기반으로 현지 사업법인 지분 100%를 확보하는 구조를 택했다. 통상적인 해외 공장 투자와 달리, 모회사 지분까지 외부에 넘기는 방식이어서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고려아연 경영권을 두고 경쟁 구도에 있는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이러한 구조를 두고 “비정상적인 투자”라며 연일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들은 △합작법인에 대한 1억 달러 규모 인허가 수수료 지급 △사업법인 주식에 대한 1주당 1센트 인수권 부여 △고려아연 차입금에 대한 연대보증 등의 조건을 거론하며, 회사에 불리한 계약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결국 최윤범 회장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우호 지분 확보를 우선시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한다.

 

유상증자 시점을 연내로 설정한 점 역시 논란의 불씨다. 이 경우 약 442억 원의 추가 배당 부담이 발생하는데, 이는 현대제철이 미국 루이지애나 제철소 투자에서 자체 자금으로 순차 출자를 택한 것과 대비된다. 시장 일각에서는 연내 거래를 마쳐야 합작법인이 내년 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에서 10%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며, 시기적 의도를 의심하는 시각도 나온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은 강하게 반박하고 있다. 회사 측은 “미국 정부와의 전략적 협력을 통해 세계 최대 수요처인 미국 시장에서 장기 공급계약 체결 등 구조적 경쟁 우위를 확보했다”며 “사업 리스크는 최소화하고 수익성은 극대화할 수 있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을 트럼프 행정부의 산업·자원 정책 기조 속에서 해석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국 정부가 요구한 투자 조건 자체가 ‘국가 주주 모델’의 연장선에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전략광물 공급망을 국가 차원에서 관리하기 위해 모회사 지분을 직접 확보함으로써, 우선 구매권과 기술 통제, 경영 리스크 관리, 투자 수익 공유까지 동시에 노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용선 법무법인 율촌 수석전문위원은 “미국은 전략광물의 73%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중국 의존도가 특히 높다”며 “올해만 해도 MP머티리얼즈, 리튬아메리카스, 벌칸 엘리먼츠, 트릴로지 메탈스 등 다수 기업에 제3자 배정 유증 방식으로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고 설명했다. 고려아연 사례가 예외가 아니라는 의미다.

 

이재윤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과정에서도 미국 정부는 황금주 등 각종 안전장치를 요구했다”며 “고려아연 역시 이러한 조건을 수용하지 않았다면 미국 내 신규 사업 기회를 확보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안을 둘러싼 법적 판단도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영풍·MBK파트너스가 제기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19일 심문을 마쳤다. 유상증자 대금 납입기일이 이달 26일로 예정된 만큼, 법원의 결정이 투자 향방과 경영권 구도에 중대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강매화 기자 maehwa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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