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강매화 기자 | 연초부터 이란과 베네수엘라를 둘러싼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부각되면서 국제유가가 큰 폭의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중동 정세와 미국의 외교·군사적 대응을 둘러싼 관측이 엇갈리며 시장은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는 불안정한 흐름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15일 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최근 미국과 영국이 카타르 내 군사기지에서 병력을 철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미국의 대이란 군사 행동이 임박했다는 해석이 확산되며 국제유가는 상승 압력을 받았다. 그러나 이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직접적인 군사 개입 가능성을 유보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유가는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시장에서는 트럼프가 이란 내 반정부 시위와 관련해 강경 발언 수위를 낮춘 점에 주목하고 있다. 백악관이 사태 전개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즉각적인 군사 충돌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인식이 확산된 것이다.
런던 소재 ADM인베스터서비스의 마크 오스왈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원유시장이 상반된 힘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공급이 수요를 웃도는 구조 속에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가격을 지지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공매도 중심의 거래가 우세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특히 미국이 이란과 거래하는 국가들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경고가 시장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트레이더들이 가장 경계하는 변수는 여전히 미국의 추가 군사 개입 가능성이다. 만약 충돌이 현실화될 경우 호르무즈 해협이 타격을 입거나 이란이 인근 걸프 국가들에 보복에 나설 수 있어 원유 수급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위험 요인이 남아 있는 한 유가는 쉽게 안정을 찾기 어렵다는 평가다.
에미리트NBD의 에드 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현재까지 실질적인 공급 변화는 감지되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란 내 시위가 이어지고 있지만 원유 생산이나 수출에 차질이 발생한 징후는 없으며, 걸프 지역 주요 산유국들의 생산량도 큰 변화가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하루 약 300만 배럴을 생산하는 이란을 둘러싼 긴장이 한 단계 더 고조될 경우 시장 전망은 빠르게 바뀔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벨은 과거 지정학적 위기 때와 마찬가지로, 실제 공급 차질이 확인되지 않는 한 급등 이후 조정 국면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인베스코의 폴 잭슨 글로벌 시장 전략가는 세계 경제 회복이 유가를 일정 부분 지지할 것이라고 내다보면서도, 지정학적 사건은 예측이 어렵고 방향 전환이 빠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연말 브렌트유 가격을 배럴당 75달러 수준으로 전망했다.
석유중개업체 PVM의 타마스 바르가 애널리스트 역시 지정학적 갈등이 유가의 급락을 막는 역할은 하겠지만, 구조적인 공급 과잉 인식이 급등을 제한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군사 공격이 현실화되지 않고 이란의 생산과 수출이 유지된다면 최근 반등세가 지속되기 어렵다는 전망이다. 그는 브렌트유 가격의 하단을 배럴당 55달러 선으로 제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