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철강 산업은 큰 도전에 직면해 있다. 철강 산업은 현재의 에너지 소모와 온실가스 배출량으로 인해 국가 탄소 예산을 초과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막대한 탄소 배출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으며, 이들의 생산 설비인 고로가 탄소중립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포스코는 현재 광양 제2고로를 개수하여 수명을 연장하고 2040년까지 운영할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기후솔루션'이라는 환경 단체의 분석에 따르면, 광양 제2고로의 수명 연장은 기후 위기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까지 포스코는 광양 제2고로를 폐쇄하고, 이후 현대제철의 당진 제1, 2호 고로와 포스코의 광양 제1고로도 폐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같은 제안은 국제적으로 설정된 기후 목표와 일치하는 탄소 예산의 개념에서 출발한다. IPCC가 제시한 탄소 예산에 따르면, 지구의 평균 온도 상승을 1.5도 이내로 제한하기 위해선 전 세계적으로 배출할 수 있는 탄소의 양이 정해져 있다. 한국의 경우 철강 산업에서 배출할 수 있는 탄소는 약 5억5000만 톤으로 계산되었고, 이는 고로와 같은 석탄 기반 설비를 운영할 경우 조기 초과될 가능성이 높다.
기후솔루션은 이러한 탄소 예산을 근거로 국내 철강 산업의 단계적 설비 폐쇄 시나리오를 도출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보유한 고로는 총 11기에 달하며, 이 중 가장 오래된 설비부터 2025년부터 폐쇄가 시작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포스코 광양 제2고로가 2025년까지 폐쇄되고, 이후 2030년까지 현대제철의 당진 제1, 2호 고로와 포스코 광양 제1고로도 폐쇄해야 한다. 2033년에는 현대제철 당진 제3고로와 포스코 포항 제2고로가 폐쇄 대상이며, 파이넥스 설비를 제외한 나머지 고로들은 2034년까지 모두 폐쇄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고로 폐쇄가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경영 방침과 충돌한다는 점이다. 포스코는 2023년 사업보고서에서 광양 제2고로의 개수를 통해 2040년까지 사용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하여 포스코는 총 2830억 원의 개수 비용을 책정하고, 이미 일부 예산을 사용해 초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철강 업계에서는 고로의 개수 작업이 일반적인 관행으로, 막대한 비용을 투입한 만큼 이후 15년 이상 설비를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기후솔루션은 이번 개수 작업이 진행되면 포스코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오히려 증가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고로를 개수하여 계속 운영할 경우, 이는 실질적으로 석탄 기반의 새로운 고로를 추가 설치하는 것과 비슷한 영향을 초래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광양 제2고로를 개수하지 않고 조기에 폐쇄한다면 한국 철강 산업의 탄소 배출량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으며, 나아가 1.5도 목표 달성에도 기여할 수 있다.
포스코는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10% 줄이고, 2040년까지 50%를 감축하여 2050년에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고로 개수 및 운영 방침이 이러한 목표와 부합하는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전문가들은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현재 고로 폐쇄 시나리오를 장기적인 탄소중립 로드맵에 반영하여, 구체적이고 단계적인 설비 폐쇄 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결국, 광양 제2고로를 포함한 국내 철강업계의 석탄 기반 고로 폐쇄 여부는 한국 철강 산업의 미래뿐 아니라 국가 전체의 탄소중립 목표 달성 가능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