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트로피를 잡고 두 팔을 높이 치켜 든 채 환하게 웃고 있는 문도엽 이하 사진: GS칼텍스 매경오픈 대회 조직위원회 제공.
지이코노미 김대진 기자 | 문도엽이 4일 제44회 GS칼텍스 매경오픈 골프대회(총상금 13억 원)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8언더파로 대역전극을 펼치며 우승을 차지했다.
문도엽은 이날 경기도 성남시 남서울 컨트리클럽(파71·7,054야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8개를 몰아쳐 8언더파 63타를 쳤다.
최종 합계 10언더파 274타를 기록한 문도엽은 공동 2위인 김백준, 이정환, 재즈 쩬와타나논(태국)을 3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 상금 3억 원을 받았다.
아내와 함께 우승 트로피를 들고 웃고 있는 문도엽
지난해 12월 결혼한 문도엽은 2022년 9월 DGB금융그룹오픈 이후 2년 8개월 만에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4승을 달성했다.
대한골프협회와 아시안투어가 공동 주관하는 이 대회를 제패한 그는 KPGA 투어 5년, 아시안투어 2년 출전권도 받았다.
18번 홀 버디 성공 후 오른 주먹을 불끈 쥐며 환호하는 문도엽
문도엽은 전날 3라운드까지 2언더파로 선두에 6타 뒤진 공동 21위였다.
최종 라운드에서 문도엽의 우승을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후반 9개 홀에서 11∼14번 홀 4연속 버디 등 6타를 줄이며 기어이 리더보드 맨 윗자리까지 치고 올라왔다.
특히 '마의 홀'로 불리는 16번 홀(파4)에서 그린 밖 약 12m 거리에서 행운의 버디를 잡아냈다. 18번 홀(파4)에서는 두 번째 샷한 공을 핀 2m에 붙이면서 또 한 타를 줄여 1타 차 단독 선두로 먼저 경기를 마쳤다.
원래 파 5홀이지만 대회 기간에 파 4로 운영되는 16번 홀은 지난해 KPGA 투어에서 최고 난도 홀과 최소 버디 홀을 기록했고, 이번 대회 전체로도 가장 어려운 홀이었다.
18번 홀도 이날 평균 타수가 4.9타로 난도 1위에 오른 난코스였지만 문도엽은 이 2개 홀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역전 드라마를 썼다.
3라운드까지 공동 21위였던 문도엽은 챔피언조보다 8개 조나 앞에서 경기해 1시간 30분 이상 먼저 18홀을 마쳤다.
재즈 쩬와타나논의 4라운드 경기 모습.
문도엽이 경기를 마쳤을 때 1타 차 2위였던 쩬와타나논은 13번 홀(파4) 보기로 2타 차로 멀어졌다. 이후 교포 선수 신용구(캐나다)가 13, 14번 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으며 1타 차로 추격했으나 17번 홀(파3) 보기에 이어 마지막 홀에서만 6타를 더 잃고 10위권 밖으로 밀렸다.
이로써 이 대회는 2004년 마크 캘커베키아(미국) 이후 21년 연속 한국 선수가 우승 트로피를 가져갔다.
2022년 9월 DGB금융그룹오픈 이후 2년 8개월 만에 우승한 문도엽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꼭 우승하고 싶은 대회에서 1위를 차지해 더할 나위 없이 기분이 좋다"며 "마지막 18번 홀에서 버디를 하면 최소한 연장전은 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문도엽은 "사실 마지막 3개 홀이 어려운 골프장이라 '파, 파, 파만 하자'는 생각으로 했는데 16번 홀 칩인 등 좋은 결과가 이어졌다"며 "그동안 앞선 우승 때도 갤러리분들이 많이 오신 대회였는데, 오늘도 많은 분이 응원해주셔서 제게는 힘이 됐다"고 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지난해 12월 결혼한 문도엽은 아내에게도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그는 "저만큼 바쁜 사람인데도 항상 식사를 챙겨주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게 좋은 얘기도 많이 해준다"며 "그 덕분에 안 될 때는 덜 안되고, 잘될 때는 더 잘 된 것 같다"고 아내 내조를 자랑했다.
집이 남서울CC에서 차로 10분 거리일 만큼 가까운 문도엽은 "전에 우승할 때는 부모님이 안 오셨는데, 여기는 집 앞이라 처음 부모님 앞에서 우승하니 기분이 다르기는 하다"고 웃음을 지었다.
그는 시즌 목표를 묻는 말에 "우승했으니 대상을 노려야 될 것 같다"며 "대상을 타려면 3승은 해야 할 것 같은데 남은 대회도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답했다.
3라운드까지 김백준과 공동 선두였던 쩬와타나논이 이날 전반 한때 2타 차 단독 1위를 달리기도 했으나 문도엽의 맹렬한 추격세를 이겨내지 못했다.
올해 KPGA 투어 개막전 챔피언 김백준은 7언더파 277타를 치고 이정환, 쩬와타나논과 함께 공동 2위로 대회를 마쳤다.
김백준은 올해 KPGA 투어 3개 대회에서 우승, 공동 10위, 공동 2위 등으로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갔다.
김백준의 아이언 샷.
3라운드까지 공동 8위로 선전한 2009년생 아마추어 안성현(신성고)은 이날 13타를 잃고 최종 합계 9오버파 293타, 공동 66위로 내려갔다.
아마추어 선수 중에서는 이날 11타를 잃은 유민혁(서강고)이 8오버파 292타, 공동 61위로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