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정길종 기자 |서울 압구정 장천홀에서 성악가 석상근(테리톤, Matteo Suk)의 단독 콘서트가 오는 10월 10일(금) 오후 7시 17분 열린다.

단순한 음악회가 아닌, 삶의 고비마다 예술을 품은 한 인간의 진정성이 스며든 무대가 될 예정이다.
고등학교 졸업 후 뒤늦게 성악을 시작한 석상근은 남들보다 늦은 출발에도 불구하고 이탈리아 피에트로 마스카니 국립음악원을 수석 졸업, 세계적인 국제 콩쿠르에서 7차례 그랑프리 1위를 거머쥐며 유럽 오페라계의 주역으로 우뚝 섰다.
그는 독일 뮌스터 시립극장의 전속 솔리스트로 입단, 유럽 주요 오페라극장에서 토스카, 리골레토, 아이다, 나부코 등 수십 편의 오페라에서 주역을 맡았다.
그러나 그를 진정 ‘국민 성악가’로 만든 것은 화려한 이력만이 아니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모든 공연이 멈춘 시기, 그는 경기도 이천 물류센터에서 1톤 탑차 배송 설치 기사로 일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냉장고를 나르고, 안마의자를 옮기고, 타이음식점 점장과 제빵보조로 일하며 예술의 끈을 놓지 않았다.

“공연장이 사라진 대신, 삶이 무대가 되었습니다.” 그는 그 시간 동안 ‘진짜 삶의 무게’를 경험했고, 이제 그것을 노래로 다시 풀어낸다.
이번 공연은 그가 ‘테리톤(Territone)’이라는 수식어를 달게 된 계기를 증명할 무대이기도 하다. 테너와 바리톤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폭넓은 음역, 클래식 오페라에서 대중가요까지 넘나드는 진정성이 묻어나는 프로그램으로 꾸며진다.
푸치니의 ‘별은 빛나건만’, 레온카발로의 ‘의상을 입어라’ 등 오페라 대표 아리아 임재범의 ‘너를 위해’, ‘Fly me to the moon’ 등 크로스오버 무대 35인조 오케스트라, 국악, 재즈 콰르텟, 바리올리니스트 이서현 협연 그는 클래식과 대중 사이의 경계를 허물고, 음악의 본질인 ‘공감’을 전달할 예정이다.
석상근은 이번 공연을 통해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을 위한 희망 메시지를 전한다. “가장 어두운 터널을 지나며 누군가의 노래가 힘이 되었듯, 이제 내가 그런 목소리가 되고 싶었습니다.” 공연 수익 일부는 자립청년들을 위한 지원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석상근은 김호중의 독일 유학 시절 성악을 지도한 인연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또한 시각장애를 겪고 귀국한 제자 김봉중 바리톤을 돕고 있으며, 독거노인·장애인·복지관 등에서 지속적인 자선 공연과 봉사 활동도 이어오고 있다.
클래식 인문학 강연 ‘석상근과 함께 떠나는 클래식 오페라 상식’을 비롯해 동요 앨범 ‘Memory’, 독립운동가를 기리는 영상 콘서트 참여 등, 그는 단순한 예술인을 넘어 시대를 노래하는 문화인이다.
석상근은 말한다. “노래는 무대에서만 존재하는 게 아닙니다. 누군가의 마음을 울릴 때, 그게 진짜 음악입니다.” 그의 무대는 기술보다 감동이 먼저고, 화려함보다 진심이 앞선다.
석상근 테리톤과 가슴이 따뜻해지는 100분, 오는 10월, 그 감동을 함께 나누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