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 시선] 천스닥이 오면

  • 등록 2026.01.24 10:3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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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는 넘을 수 있다, 신뢰는 증명해야
코스닥 1000, 기대의 끝에서 시험 시작
우량주는 남고, 부실주는 떠나야 한다
랠리 이후를 감당할 구조가 있는가

천스닥은 축하와 물음표가 동시에 작동하는 숫자다. 코스피 5000 시대가 열리며 한국 증시는 ‘될 수 있는 시장’임을 증명했다. 숫자의 돌파가 아니라 신뢰의 회복이었다. 이제 시선은 자연스럽게 코스닥으로 향한다. 코스닥 1000포인트, 이른바 ‘천스닥’은 지수 그 자체보다 그 이후를 어떻게 감당할 수 있느냐를 묻는 기준점이다. 오천피가 신뢰의 문을 열었다면, 천스닥은 그 문을 통과할 자격을 시험하는 단계다.

 

 

천스닥이 오면, 유동성의 성격이 달라졌다는 의미다. 코스닥은 오랫동안 개인 중심의 기대 시장이었다. 그러나 지수가 네 자릿수에 안착한다면 이는 단기 자금이 아닌 중·장기 자금이 흘러들기 시작했음을 뜻한다. ETF를 통한 적립식 투자, 연기금의 부분적 편입, 외국인 접근성 개선 없이는 천스닥은 유지될 수 없다. 천스닥은 유동성의 ‘양’이 아니라 ‘질’을 요구한다.

 

천스닥이 오면, 코스닥의 정체성은 더 이상 미뤄질 수 없다. 코스닥은 혁신 기업의 요람이었지만, 동시에 ‘졸업장이 없는 시장’이었다. 기업이 성장하면 코스피로 떠나는 구조가 반복되는 한, 코스닥은 영원히 예비 시장에 머물 수밖에 없다. 천스닥은 묻는다. 이 시장은 우량 기업이 남아 있을 이유를 제공하고 있는가.

 

천스닥이 오면, 정책의 관용은 끝나고 관리의 시간이 온다. 지수가 높아질수록 정책의 책임도 무거워진다. 상장 유지 요건, 부실기업 퇴출 속도, 공시 신뢰도는 더 이상 뒤로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된다. 천스닥은 ‘키워달라’는 요구가 아니라 ‘관리하라’는 주문이다. 시장을 키우는 것과 지키는 것은 전혀 다른 능력이다.

 

천스닥이 오면, 개인 투자자의 역할도 바뀐다. 이 구간에서는 테마와 소문보다 실적과 구조가 중요해진다. 단기 변동성에 기대는 투자는 가장 먼저 흔들리고, ETF와 실적 기반 성장주는 상대적으로 버틴다. 천스닥은 개인에게도 ‘참여자’에서 ‘주주’로의 전환을 요구한다.

 

천스닥이 오면, 증시는 실물 경제와 더 깊게 연결된다. 주가 상승은 소비 심리를 움직이고, 소비는 다시 기업 실적으로 돌아온다. 소비자심리지수가 장기 평균을 웃돌고, 투자 소득이 생활형편과 소비지출을 자극하는 흐름은 이미 확인됐다. 천스닥은 금융 이벤트가 아니라 경제 순환의 한 축이 된다.

 

그래서 천스닥은 목표이자 시험이다. 지수 1000은 단순한 축하의 숫자가 아니라, 시장이 한 단계 더 성장할 준비가 됐는지를 묻는 기준선이다. 천스닥이 온다면 코스닥은 더 이상 ‘가능성’만으로 평가받는 시장이 아니다. 우량 기업이 남고, 부실 기업이 자연스럽게 걸러지며, 자금이 변동성보다 구조를 바라볼 때 비로소 천스닥은 의미를 갖는다. 그렇지 않다면 이 숫자는 잠시 스쳐 가는 기록에 그칠 것이다.

 

코스피가 국가 신뢰의 바로미터라면, 코스닥은 혁신의 체력을 보여주는 무대다. 천스닥은 그 무대가 열렸음을 알리는 신호다. 오천피가 한국 증시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면, 천스닥은 그 가능성을 얼마나 오래 지켜낼 수 있는지를 묻는다. 시장은 박수와 함께 질문을 던진다. 이제 진짜 시장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겠느냐고.

 

지금 한국 증시는 상승의 끝이 아니라 성숙의 초입에 서 있다. ‘얼마나 오를 수 있느냐’는 질문은 어느 정도 답을 얻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어떻게 남을 것이냐’다. 숫자는 올릴 수 있지만, 시장은 함께 만들어야 한다. 천스닥은 랠리의 종착지가 아니라, 한국 자본시장이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한 문턱이다.

 

문채형 뉴스룸 국장 

문채형 기자 newsroom@g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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