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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화차로 글로벌 브랜드를 꿈꾼다

- 더쌍화 창업자 김득수

뇌삼 한 뿌리를 꼭꼭 씹고, 안경에 잔뜩 김이 서린 채 찻잔에 코를 박고 쌍화탕을 마시며, 검은 환약 몇 알을 입에 툭툭 털어 넣는다.

 

각자 자기 앞에 쟁반을 놓고 있는데 아기자기한 종지에 담긴 다과들이 아름답다. 종로 강남한의원의 ‘더쌍화’ 매장 앞 풍경이었다.

 

글 박준영 기자
사진 더쌍화

 

전통 쌍화차 세트, 남자를 위한 황제환과 여자를 위한 황후환이 포함된 2세트의 모습이다.

▲ 전통 쌍화차 세트, 남자를 위한 황제환과 여자를 위한 황후환이 포함된 2세트의 모습이다.

 

이 모든 구성이 단돈 5,000원, 전통 쌍화차 세트
‘더쌍화’는 1967년 개원 이래 58년간 전통한방의 맥을 잇는 종로 강남한의원의 식품사업부다. 8종의 한방차를 특허출원했고, 미 FDA에 등록했으며, 16종의 상표와 8종의 디자인을 등록한 우리 고유의 전통차 카페다.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는 역시 쌍화차. 김득수 대표와 인사를 나누자마자 ‘전통 쌍화차 세트’가 들어온다.


녹용·홍삼 영양죽, 쌍화 피자 순으로 먹고 ‘남자를 위한’ 황제환을 먹은 뒤 장뇌삼을 꼭꼭 씹어 삼키고 쌍화탕을 마신 다음 용안육과 벌집 가득한 꿀, 후식 순으로 먹으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서비스’로 받은 남자를 위한 ‘황제환’을 제외하더라도 요즘 물가에 이런 구성이라면 적게 봐도 10,000원, 물가가 비싼 지역에서는 20,000원을 호가할 것 같다. 숟가락질이 사뭇 조심스러워졌다. 특히 진득한 쌍화차가 일품이다.


“저희 쌍화차는 설탕을 전혀 쓰지 않는 것은 기본이고, 원재료를 최대한 살려 만듭니다. 물도 많이 쓰지 않은 원액 그 자체라고 자부합니다. 전 국민이 가장 싸게 먹을 수 있고, 다시 찾기 부담 없는 쌍화차를 만들었고, 곧 전 세계에 알리겠다는 게 제 꿈이자 사업적 목표입니다.”


김 대표의 말에 두리번거리며 메뉴판을 찾았다. 이 전통 쌍화차 세트의 가격은 5,000원이었다. 사무실 근처였다면 수년간 매일 아침 점심으로 마셔온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끊더라도 매일 들렀을 것 같았다.

 

신제품 녹용동충하초, 출처 더쌍화

▲ 신제품 녹용동충하초, 출처 더쌍화


“절대로 소비자를 속여서는 안 돼요”
김득수 대표는 더쌍화를 설명하기도 전에 대표 메뉴 한 판을 내민 셈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랄까. 그의 전략은 적어도 내게는 성공적이다. 이 브랜드에 대해 더 궁금해졌다.


“1998년도 봄으로 기억합니다. 한의원을 갔는데 기다리는 동안 마시라고 박카스를 따주는 거예요. 문득 ‘한의원이니 쌍화차를 주지 웬 박카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게 시작이었습니다.”


한의원으로 출발한 만큼 연구개발에 매진할 전문 연구진은 이미 충분했다. 더쌍화는 최초로 전통 쌍화차로 특허를 받았다. 다른 한방차도 마찬가지다. 미국 FDA에 등록된 제품들이다. 이번에 새로 개발한 ‘녹용 동충하초’는 그간의 특허를 집대성한 제품이다.


“녹용 동충하초는 ‘불로차’ 제품입니다. 현대에 와서는 불로장생을 꿈꾼 진시황이 찾던 불로초가 녹용, 동충하초, 영지버섯, 산삼 등이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인삼처럼 체질을 타지 않고 남녀노소 모두에게 들어맞는 제품입니다.”

 

더쌍화 김득수 창업자

▲ 더쌍화 김득수 창업자


노른자 동동 띄운 쌍화차의 배신
쌍화차 하면 떠오르는 것이 있다. 빼곡한 잣과 대추, 그리고 ‘동동 띄운 계란 노른자’다. 반면 더쌍화의 쌍화차에는 장뇌삼이 얌전히 들어가 있었다. 분명 몸에는 더 좋겠지만 한편으로 조금 서운하기도 하다.


“(웃음)우리는 쌍화탕을 시그니처로 내세운 만큼 다른 쌍화탕과는 달라야겠죠. 재료가 다른 이유는 달걀이나 잣, 대추는 쌍화차와 궁합이 맞지 않아 약효를 떨어뜨리기 때문입니다.”


충격이었다.

 

김 대표의 설명은 이렇다. 과거 가난했던 시절에는 쌍화차가 상당히 비싼 음료였다. 양계장이 적었던 당시 달걀도 귀한 식재료였다. 요컨대 달걀 노른자위를 띄운 쌍화차는 실제 건강에 좋다기보다 요즘 말로 ‘플렉스’ 같은 의미였다는 얘기다.


‘부의 상징’ 같았던 쌍화차에 귀한 달걀까지 들어가지만, 한방에서 보는 음식 궁합으로 따지면 조합이 좋지 않다. 한방에서 대추는 오염 물질과 중금속을 빨아들이는 효능이 있는데 이 때문에 쌍화차의 약효를 지운다.

 

잣은 기름기가 많아 설사를 유발하니 약효 흡수를 방해한다. 설사를 유발한다는 자체가 찬 성질의 음식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니 몸을 데우는 쌍화차의 효능과는 반대다. 한약을 먹을 때는 닭고기를 주의하라고 하는데 궁합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한의학적으로 그렇다는 얘기고 ‘기분학’적으로는 노른자를 띄운 쌍화차도 좋지요(웃음). 우리 쌍화차에는 달걀이나 잣, 대추 대신 작은 장뇌삼 한 뿌리를 넣어 드립니다. 따뜻한 성분인 삼이 몸을 덥히는 쌍화차와 상승작용을 해 효과가 배가 됩니다.”

 

종로 강남한의원 내부 전경

▲ 종로 강남한의원 내부 전경


“충분히 경험해보시고 창업하세요”
더쌍화는 젊은 세대에게 어필하기 위해 쌍화차를 활용한 다양한 메뉴도 선보이고 있다. 아이스 쌍화차, 쌍화 라떼, 쌍화 프라푸치노, 쌍화 눈꽃 빙수 등 카페 메뉴 제조 기법을 적용한다.


더쌍화를 창업하려면 70시간의 교육 이수가 필수다. 그러나 실제로는 150시간가량의 교육이 이루어진다. 공장에서 찍어내는 듯 가맹점을 찍어내는 건 김 대표가 원하는 바가 아니다. 준비가 안 됐다면 점주가 조급해하더라도 좀 더 교육받아 보라고 달랜다.


제품 철학과 운영방식을 전수하는 데 단순한 지식 주입이 아니라 감화를 목적으로 한다는 증거다.


“예비 점주 교육에서 가장 먼저 하는 말이 ‘나를 믿지 마시라’예요. 어차피 저는 좋다는 얘기만 할 테니까요. 직접 공부해보시고 직영점에서 실제로 일도 해보시면서 매출이 얼마나 될지 손님들 반응은 어떤지 직접 경험하시라고 합니다.”


더쌍화의 가맹비는 없다. 보증금 3백만 원과 8종의 특허에 대한 로열티 25만 원이 본사가 요구하는 전부다. 카페 전면 외에는 인테리어를 강요하거나 판매 수수료를 떼지 않는다. 해약에 따른 위약금마저도 없다. 심지어 본사에서 제공하는 물건의 대체품을 더 싸게 구할 수 있다면 오히려 권할 정도다. 그럼 본사는 어떻게 돈을 벌까.


“그래서 아직은 크게 버는 돈이 없어요(웃음). 현재 점포 수가 46개인데 최소 50개 이상이 되어야 수익이 나온대요. 그래도 저는 가맹점을 급하게 늘릴 생각이 없습니다.”

 

 


자기 욕심의 반대로 가야 성공한다
더쌍화의 제품 조제는 예나 지금이나 모두 김 대표의 손을 거친다. 아들에게도 직원에게도 맡기지 않는다. 까다로운 품질 관리만이 브랜드의 힘이라고 확신한다. 고집스런 제품 철학 덕분에 한 달에 가맹점 2개 이상은 늘리기 어렵다. 그가 절대 허용하지 않는 건 원가 절감을 목적으로 고유의 레시피를 변형하는 것 하나다. 김 대표는 예비 점주들에게 성공하고 싶으면 자기 욕심의 반대로 하라고 말한다.

 

“첫 달부터 월 천만 원을 벌겠다는 욕심을 내는 점주들을 종종 만납니다. 누구나 돈을 벌기 위해 창업을 합니다. 나쁘다는 건 아니에요. 다만 이 욕심이 눈을 가리는 건 나쁩니다. 본질인 품질에 손을 대게 하거든요. 그게 제품 원가든 인건비든 자기 자신의 서비스마인드든 뭔가를 타협하죠. 그러면 소비자들은 바로 알아챕니다. 막상 자기는 처음에 생각한 ‘성공’에서 점점 멀어지는데 이유가 뭔지를 몰라요. 사업이 어떤 제품을 만드는 일이라면 소비자가 즐거워야 성공하는 거 아니겠어요? 그럼 내가 집중해야 할 부분은 ‘어떻게 하면 소비자가 즐거워할까’여야죠. 그 외의 다른 건 내 욕심입니다.”


“꿈은 정말 이뤄지거든요”
김득수 대표의 하루는 새벽 4시 반에 시작된다. 1시간가량 청소를 하고 나면 어제 못다 한 연구를 시작한다. 아직 아무도 출근하지 않은 2~3시간 동안 연구에 집중하는 건 하루 중 김 대표가 가장 사랑하는 시간이다.

 

그는 타고난 연구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세계 시장에 더쌍화를 선보이는 게 꿈이자 목표인 사업가다.

 

“더쌍화가 세계 시장에 나가기를 원하는 건 돈 보다는 명예욕에 가깝습니다. 이건 정말 사실이에요. 이 좋은 제품을 전 세계인이 부담 없이 즐겨 마시면서 건강해졌으면 좋겠어요. 그러려면 사업이 커져야 하죠. 결국 사업으로 돈을 벌어서 재투자해야 합니다. 가끔 조급해질 때도 있어요. 큰 자본금을 가지고 하는 사업이 아니니 아쉬울 때가 많죠. 그래도 이걸 하나하나 이뤄나가고 있는 지금이 너무 행복합니다. 회사가 갑자기 성장해서 커지면 이런 과정의 행복은 모르고 지나갔겠죠.”


김 대표는 꿈이 많다. 꿈을 이루는 데 이미 20년이 걸렸고, 꿈을 향한 행보는 아직 진행형이다. 그 과정은 그에게 늘 희망적이다. 그러니 즐겁다. 즐거우니 긍정적이다.

 

더쌍화의 제품이 그의 말대로 조만간 아마존에서 인기 상품이 될지, 더쌍화가 스타벅스 같은 글로벌 브랜드가 될지, 김득수 대표의 이 인터뷰가 전설의 시작이 될지, 아직은 아무도 모른다.


“그런데요, 꿈은 정말 이뤄지거든요”라는 그의 말을 속으로 응원했다. 그가 꾸는 꿈은 자기가 아니라 남, 그것도 전 국민, 아니 전 세계인을 향하고 위한다는 걸 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