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마포농수산물시장, 누가 멈춰 세웠나①] 월 7473만원이 왜 4억1956만원이 됐나…‘5.6배 입찰’ 전 수상한 1년
지이코노미 문채형 기자 | 상복을 입은 상인들이 관을 들고 거리로 나왔다. 한때 서울 서북권의 대표적인 농수산물시장으로 불리던 마포농수산물시장에서 벌어진 일이다. 핵심 집객시설인 마트가 장기간 정상화되지 못하면서 점포들은 손님을 잃었고, 상인들은 생존권을 호소하며 거리 시위에 나섰다. 지이코노미는 묻고자 한다. 마포농수산물시장은 왜 여기까지 오게 됐을까. 이번 연속기획 「마포농수산물시장, 누가 멈춰 세웠나」는 그 답을 찾기 위해 시간을 6년 전으로 되돌린다. 월 7473만원이던 사용료가 월 4억1956만7000원으로 치솟았던 2020년 공개입찰, 그리고 그 이전 1년 동안 공단과 기존 사업자, 새롭게 등장한 인물들 사이에서 벌어진 일들을 다시 추적했다. 월 7473만원이던 사용료가 월 4억1956만7000원으로 뛰었다. 약 5.6배다. 2020년 마포농수산물시장 핵심 마트 운영사업자를 새로 선정하는 공개경쟁입찰에서 나온 결과다.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낸 업체가 낙찰받았다는 점만 보면 경쟁입찰이 만들어낸 숫자처럼 보인다. 하지만 당시 마포구의회 회의록과 지이코노미의 기존 ‘다농마트 흑역사’ 취재자료, 관계자들을 상대로 진행했던 직접 취재 내용을 다시 시간순으로 맞춰보면 이 숫자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은 단순하지 않았다. 이춘기 당시 마포구시설관리공단 이사장이 취임한 뒤 기존 사업자인 다농마트와 공단의 관계가 급격히 냉각됐고 시장 운영관리규정이 바뀌었다. 이 이사장이 입주를 권유한 인물이 공단 건물에 들어온 뒤 그 주변에서는 훗날 마트 낙찰업체가 되는 경보유통 관계자들이 오갔다. 자본금 1000만원짜리 경보유통은 입찰을 불과 22일 앞두고 설립됐다. 같은 기간 공단은 다농마트와 거리를 두면서 외부기관에 다농마트의 내부 사정을 문의했고, 공단 주변에서는 이 이사장과 조모씨, 경보유통 관계자들의 관계를 둘러싼 증언과 논란이 이어졌다. 공단 관계자와 복수 상인들 사이에서는 경보유통의 명목상 대표와 실질적인 의사결정자가 다른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됐고, 일부는 이춘기 당시 이사장을 실질적인 주인으로 의심했다는 취지의 증언을 내놨다. 이춘기 주변 인물에게서 직접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다는 주장도 본지 취재 과정에서 나왔다. 물론 이 같은 증언만으로 이춘기가 경보유통의 실소유주였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당시 인적 관계와 공간적 동선, 경보유통의 설립 시점, 사업자 선정 전후의 움직임을 하나의 시간표 위에 놓으면 ‘누가 실제로 경보유통을 움직였는가’는 이번 사태를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확인해야 할 질문으로 남는다. 결국 당시 마포구의회 의장까지 나서 이춘기의 설명이 달라진 점을 공개적으로 지적하고 특별감사를 요구했다. 따라서 이번 보도의 질문은 단순히 ‘왜 사용료가 5.6배 올랐느냐’에 그치지 않는다. 기존 운영체제를 끝내고 최고가 공개경쟁입찰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졌고, 그 과정이 월 4억원이 넘는 낙찰가격과 어떻게 맞물렸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핵심이다. ◇2019년 9월 이춘기 취임…시장에 퍼진 ‘다농 퇴출설’ 출발점은 2019년 9월이다. 2021년 3월8일 열린 제247회 마포구의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이춘기는 자신이 2019년 9월 공단 이사장에 취임했다고 확인했다. 강명숙 당시 의원은 이날 이춘기 취임 이후 시장 운영관리규정이 변경되고 다농마트에 계약해지 통보가 이뤄졌으며, 이사장 측근으로 지목된 인물이 공단에 입주한 과정 등을 집중적으로 따져 물었다. 당시 시장에서는 이미 ‘다농마트를 내보내려 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 다농마트는 20년 가까이 마포농수산물시장의 핵심 집객시설 역할을 해온 사업자였다. 마트를 찾은 고객이 수산물과 과일·채소를 사고 식당을 이용하는 시장 구조를 감안하면 단순한 임차인 한 곳의 문제가 아니라 시장 전체의 고객 동선과 연결된 사안이었다. 하지만 이춘기 취임 이후 다농마트와 공단의 관계는 빠르게 냉각됐다는 게 당시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다농마트 관계자들은 이사장과의 면담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유동균 당시 마포구청장과의 면담도 제대로 성사되지 않았다고 본지에 증언했다. 이 무렵 다농마트가 수년간 이어오던 지역사회 기부 역시 수령이 거절되거나 이미 납부한 기부금이 반환된 사실을 본지는 당시 관련 기관과 관계자 취재를 통해 확인했다. 기부금 문제만 떼어놓으면 직무관련성을 고려한 행정 판단으로 볼 여지가 있지만, 기존 사업자와의 면담이 끊기고 계약관계를 좌우할 운영규정까지 변경되기 시작한 시기와 맞물린다는 점에서 이후 사업자 교체 과정과 함께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공단 2층에 들어온 클로버농축산…이춘기 “내가 권유” 기존 사업자와의 관계가 냉각되는 동안 공단 주변에는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했다. 대표적인 곳이 클로버농축산업이다. 2021년 3월 구의회 회의록을 보면 강명숙 의원은 공단 2층에 들어온 클로버농축산업과 관련 인물들의 관계를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이 과정에서 이춘기는 클로버 측 관계자들이 자신이 취임한 뒤 찾아와 사무실 문제를 호소했고, 이에 공단의 빈 공간을 소개해 입주를 권유했다는 취지로 답했다. 논란은 클로버 대표로 거론된 조씨와 이춘기의 관계로 번졌다. 당시 시장에서는 두 사람이 가까운 사이라는 이야기가 돌았지만 이춘기가 처음부터 이를 명확하게 인정했던 것은 아니었다. 이 문제가 본회의장에서 거듭 제기되자 결국 당시 조영덕 마포구의회 의장이 직접 나섰다. 조 의장은 자신이 의장실에서 이춘기에게 조씨와의 관계를 물었을 당시 “모르는 사람”이라는 취지의 답변을 들었지만 이후에는 아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며 답변이 달라진 점을 지적했다. 두 사람이 같은 광주 살레시오고등학교를 나왔다는 이야기도 거론하며 “처음부터 아셨으면 떳떳하게 알았다고 얘기를 해야지”라는 취지로 질타했다. 이날 조 의장은 단순히 두 사람의 친분만 문제 삼지 않았다. 훗날 마트 운영사업자로 선정된 자본금 1000만원 규모의 업체가 연간 수백억원대 매출이 필요한 대형 마트를 제대로 운영할 능력이 있는지까지 검증했어야 한다는 취지로 지적한 뒤 집행부에 특별감사를 요구했다. 공단 운영과 사업자 선정 과정에 위법·부당한 사항이 확인될 경우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라는 요구였다. ◇‘적폐조사위원회’는 없었다…클로버 주변에서 겹친 인맥 조씨를 둘러싼 논란에는 또 다른 대목이 있었다. 당시 조씨는 ‘고엽제전우회 적폐조사위원회’ 관계자로 알려졌고 실제 구의회 회의록에도 이 명칭이 등장한다. 강명숙 의원 역시 클로버농축산업과 고엽제전우회 적폐조사위원회, 경보유통의 관계를 함께 거론하며 실체를 따져 물었다. 본지가 이후 대한고엽제전우회 측에 직접 확인한 결과 해당 명칭의 ‘적폐조사위원회’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렇다면 조씨가 어떤 경위와 자격으로 해당 명칭을 사용했고, 이춘기는 그를 어떤 관계로 알고 공단 입주까지 권유했는지 의문이 남는다. 더 주목되는 것은 이 공간을 훗날 마트 운영사업자로 선정되는 경보유통 관계자가 드나들었다는 점이다. 강 의원이 경보유통 대표 장재익씨의 근무 장소를 묻자 이춘기는 공단 2층 클로버 사무실에 “자주 왔다 갔다 한다”고 답했다. 경보유통의 등기상 주소는 마포농수산물시장 1층으로 돼 있었지만 실제 그곳에 경보유통 사무실이 없다는 사실도 당시 본회의에서 확인됐다. 공단 건물에서 식당을 운영했던 업주의 증언도 이와 맞물린다. 당시 공단 2층에서 식당을 운영했던 업주는 본지 기자와의 직접 인터뷰에서 이춘기와 조씨, 장씨 등이 자주 함께 식사하고 다녔으며 마트를 자신들이 운영하게 될 것이라는 취지의 이야기를 하곤 했다고 증언했다. 이 증언만으로 입찰 과정의 위법성이나 사전 담합을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구의회 회의록에서 확인된 인물들의 동선과 관계, 이후 실제 사업자 선정 과정까지 겹쳐 놓으면 가볍게 넘기기 어려운 정황이 된다. ◇“경보유통 실제 주인은 따로?”…공단·상인들 사이 번진 의혹 이 무렵 공단 관계자들과 시장 상인들 사이에서는 한층 더 민감한 이야기도 돌았다. 경보유통의 명목상 대표와 실제로 회사를 움직이는 사람이 다른 것 아니냐는 의혹이었다. 본지 취재 과정에서 복수의 공단 관계자와 상인들은 당시 “경보유통의 실질적인 주인은 이춘기 이사장 아니냐”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돌았다고 증언했다. 일부 상인은 당시부터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으며, 이춘기 주변 인물로부터 직접 그와 같은 취지의 말을 전해 들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 같은 증언이 곧바로 실소유 관계를 입증하는 것은 아니다. 법인 등기와 지분관계, 설립자금, 실제 자금흐름과 의사결정 구조 등 객관적인 자료가 뒷받침돼야 실소유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러한 주장이 단순한 사후적 소문으로만 치부되기 어려운 것은 당시 확인된 여러 정황 때문이다. 이춘기가 입주를 권유한 조씨 측 사무실에 경보유통 관계자가 드나들었고, 공단 2층 식당 업주는 이들이 입찰 전부터 함께 어울리며 마트 운영 이야기를 했다고 본지에 증언했다. 조씨와 이춘기의 관계를 둘러싼 이춘기의 설명이 달라졌다는 지적은 구의회 의장에게서까지 나왔다. 여기에 이춘기가 유동균 당시 구청장에게 “친구에게 마트를 주겠다는데 뭐가 문제냐”는 취지로 말했다는 녹취 논란까지 겹친다. 따라서 경보유통의 실제 설립자금은 누가 마련했는지, 80억원이 넘는 보증금과 월 4억원대 사용료를 어떤 계획으로 조달하려 했는지, 법인 설립과 입찰 준비 과정에서 실제 의사결정을 한 사람이 누구였는지는 여전히 확인해야 할 핵심 사안이다. ◇설립 22일 만에 낙찰…자본금 1000만원 회사가 써낸 ‘월 4억1956만원’ 이런 의혹의 한가운데에 놓인 경보유통은 2020년 8월26일 설립됐다. 마트 운영사업자 낙찰일은 같은 해 9월17일이었다. 회사가 만들어진 지 불과 22일 만에 마포농수산물시장의 핵심 마트 운영권을 따낸 것이다. 자본금은 1000만원이었다. 이춘기 역시 구의회 답변에서 등기부상 자본금과 설립일을 확인했다. 그 회사가 공개경쟁입찰에서 써낸 월 사용료가 4억1956만7000원이었다. 기존 다농마트가 부담하던 월 7473만원 수준과 비교하면 약 5.6배에 달했고, 보증금 역시 월 사용료 20개월분에 해당하는 80억원을 훌쩍 넘는 규모였다. 구의회가 문제 삼은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단순히 최고가격을 써냈느냐가 아니라 자본금 1000만원의 신설 법인이 매월 4억원이 넘는 사용료와 80억원대 보증금을 부담하면서 대형 마트를 지속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지를 공단이 검증했느냐는 것이었다. 강명숙 의원이 경보유통의 자금계획서를 확인했느냐고 묻자 이춘기는 받아보지 않았다는 취지로 답했다. 대신 최고가 공개경쟁입찰에 대해서는 가장 투명하고 공정한 입찰 방식이라는 취지로 설명했고, 규정에 없는 사업자의 자금능력까지 공단이 판단하는 것은 월권이 될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공단과 구의회가 바라본 지점은 달랐다. 공단은 ‘누가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했는가’를 봤고, 구의회는 ‘그 가격을 실제로 감당하면서 시장을 운영할 수 있는가’를 물었다. 훗날 마포농수산물시장 논란을 관통하게 되는 두 가치의 충돌은 이미 이때 시작됐다. ◇다농과는 거리 두면서…외부기관에는 ‘내부사정’ 문의 기존 사업자인 다농마트에 대한 공단의 대응은 또 다른 논란을 낳았다. 본지는 앞선 ‘다농마트 흑역사’ 연속보도를 통해 공단이 다농마트와 관계를 정리해 가는 과정과 운영관리규정 변경, 공개경쟁입찰 전환 등을 추적한 바 있다. 특히 당시 공단 임대업무 책임자는 본지 기자와 직접 만난 자리에서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담당자에게 전화해 다농마트 관련 내부 사정을 문의한 사실을 인정했다. 본지 취재 결과 당시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담당자는 전화로 그런 내용을 묻지 말고 필요한 사항이 있다면 정식 공문으로 보내라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단이 자신의 임차인인 다농마트의 상황을 파악하는 것 자체를 문제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기존 사업자와 충분한 대화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다른 공공기관에 전화해 업체의 내부 사정을 알아보려 했다는 사실은 당시 공단이 이미 사업자 교체를 어느 정도 염두에 두고 움직인 것 아니냐는 의문을 낳는다. ◇“친구에게 마트 주겠다는데 뭐가 문제냐”…지역사회 흔든 녹취 여기에 당시 마포 지역사회를 크게 흔든 녹취 논란까지 겹쳤다. 이춘기 당시 이사장이 유동균 당시 구청장에게 마트 운영과 관련해 “친구에게 주겠다는데 뭐가 문제냐”는 취지로 말했다는 내용이었다. 이 녹취는 당시 지역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상당한 논란을 일으켰다. 본지 기자는 이후 유동균 당시 구청장을 직접 만나 해당 녹취에 대해 확인했다. 유 전 구청장은 녹취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지 않았으며 당시 지역사회에 이미 널리 알려진 내용이라는 취지로 답했다. 해당 발언 하나만으로 실제 입찰 결과가 사전에 정해져 있었다거나 특정 업체에 특혜가 제공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춘기와 조씨의 관계를 둘러싼 설명 변화, 이 이사장이 입주를 권유한 클로버농축산업, 그 사무실을 오간 경보유통 관계자, 입찰 22일 전 설립된 신생 법인의 낙찰, 그리고 공단 관계자와 상인들 사이에서 제기된 실소유주 의혹까지 하나의 시간표에 놓으면 녹취가 갖는 의미는 달라진다. 실제로 논란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2022년 일부 마포구의원들이 발의한 ‘마포구시설관리공단 이사장 해임 건의 동의안’에는 이사장 지인으로 지목된 인물의 공단 입주와 경보유통 낙찰 과정 등을 둘러싼 ‘사전 담합 의혹’까지 해임 건의 사유로 제시됐다. 다만 이는 당시 의원들이 공식 의안을 통해 제기한 의혹으로, 사법기관이 확정한 범죄사실과는 구분해야 한다. ◇규정도 바뀌었다…사업자 교체 전후 맞물린 ‘룰의 변화’ 이춘기 취임 이후 시장 운영관리규정이 변경된 과정 역시 이번 연속기획에서 규명해야 할 핵심 사안이다. 2022년 해임건의안에는 공단이 ‘마포농수산물시장 운영관리규정’을 개정하면서 계약 갱신을 거절할 수 있는 조건에 ‘10년을 초과하는 경우’라는 단서를 추가했다는 내용이 적시됐다. 당시 의원들은 이 규정이 장기 입점 사업자들의 퇴출 근거로 작용할 수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규정 변경 자체를 곧바로 불법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왜 그 시점에 규정을 바꿔야 했는지, 어떤 절차를 거쳤으며 그 변경이 다농마트와의 계약 종료에 실제로 어떤 영향을 미쳤느냐다. 이 때문에 규정 변경을 따로 떼어볼 것이 아니라 이춘기 취임 이후 기존 사업자와의 관계 악화, 새로운 인물들의 공단 입주, 신생업체 설립과 최고가 낙찰까지 하나의 시간표에 놓고 볼 필요가 있다. 그 과정이 적법했는지와 별개로 일련의 행정 결정이 결과적으로 어느 한 방향을 향하고 있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이번 취재의 핵심이다. ◇현행 이해충돌방지법 소급할 수 없어…당시 행동강령은 따져봐야 이 과정에서 공직자의 이해충돌 문제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다만 2020년 당시 행위에 현재의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해당 법은 이후 제정·시행됐기 때문에 과거 행위에 소급해 법 위반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그렇다고 당시 지방공기업 임직원에게 공정성 의무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당시에도 공직유관단체와 지방공기업 임직원에게는 행동강령과 내부 규정 등을 통해 특혜 배제, 이권 개입 금지, 직위의 사적 이용 금지, 공정한 계약 업무 수행 등의 원칙이 요구됐다. 따라서 이춘기와 조씨의 실제 관계가 어느 정도였는지, 이사장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공단 내 사무실 입주를 권유한 과정은 적정했는지, 그 주변 인물과 연결된 업체가 이후 마트 운영사업자 선정 과정에 등장했을 때 이해관계 회피나 별도의 검증이 필요하지 않았는지는 따져봐야 한다. 경보유통의 실질적인 의사결정 주체를 둘러싼 의혹까지 제기된 만큼 당시 공단 행동강령과 임대·계약 관련 규정, 이사장의 구체적인 직무 권한을 대조할 필요성은 더욱 커졌다. ◇‘5.6배’는 출발점이 아니라 일련의 과정이 만든 결과였다 결국 다시 숫자로 돌아온다. 월 7473만원과 월 4억1956만7000원 사이에는 공개경쟁입찰 한 번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이춘기 취임 이후 기존 사업자와 공단의 관계가 냉각됐고 운영관리규정이 변경됐다. 이 이사장이 입주를 권유한 인물이 공단에 들어왔고, 그 주변에서는 훗날 낙찰업체가 되는 경보유통 관계자가 오갔다. 경보유통은 입찰 22일 전에 자본금 1000만원으로 설립됐고, 공단은 이 업체가 월 4억원이 넘는 사용료와 80억원대 보증금을 감당할 수 있는 구체적인 자금계획을 확인하지 않은 채 최고가 공개경쟁입찰의 절차적 공정성을 강조했다. 기존 사업자의 내부 사정을 알아보기 위한 외부기관 문의, 공단 2층 식당 업주의 증언, 이춘기와 조씨의 관계를 둘러싼 설명 변화와 ‘친구에게 마트를 주겠다’는 취지의 녹취 논란도 같은 시기에 겹쳐 있다. 여기에 공단 관계자와 복수 상인들 사이에서는 경보유통의 명목상 대표와 실제 의사결정자가 다른 것 아니냐는 의혹, 나아가 이춘기가 사실상 경보유통의 실질적인 주인이라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이춘기 주변 인물에게서 직접 같은 취지의 말을 들었다는 증언도 본지 취재 과정에서 나왔다. 물론 이러한 증언만으로 이춘기가 경보유통의 실소유주였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 여부는 법인 설립자금과 자금흐름, 지분 및 의사결정 구조 등 객관적인 자료로 입증돼야 한다. 다만 당시 인적 관계와 동선, 법인 설립 시점, 입찰 전후의 행적, 구의회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된 의혹까지 같은 시간표에 놓으면 적어도 ‘누가 경보유통을 실질적으로 움직였는가’는 이번 사태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해 반드시 확인해야 할 질문으로 남는다. 이들 정황이 곧바로 특정인들의 사전 공모나 불법적인 사업자 선정이 있었다는 사실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서로 무관한 사건들이 우연히 겹쳤다고 보기에는 확인해야 할 대목이 적지 않다. 특히 당시 구의회가 이미 사업자의 운영능력과 인적 관계, 공단의 의사결정 과정을 반복적으로 문제 삼았다는 점에서 이후 벌어진 일을 단순한 ‘예상하지 못한 결과’로만 설명하기도 어렵다. 여기에 마포농수산물시장이 일반적인 임대상가와 다르다는 문제가 더해진다. 공공기관 입장에서 높은 임대수입은 재정적으로 매력적이고 공개경쟁입찰은 특정 사업자에 대한 특혜 시비를 줄이는 수단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핵심 마트가 100여개 점포의 고객 동선과 매출을 좌우하는 공공시장이라면 최고가격만큼이나 사업자의 운영능력과 재무건전성, 지속가능성을 함께 살펴야 한다. 공단은 ‘가장 높은 가격’을 공정성의 기준으로 봤다. 구의회는 ‘그 가격으로 시장을 계속 운영할 수 있는가’를 물었다. 그리고 5년여가 흐른 2026년, 그 오래된 질문은 다시 현실이 됐다. 핵심 마트 정상화가 지연되면서 상인들은 결국 상복을 입고 관을 들고 거리로 나왔다. 그래서 4억1956만7000원은 과거의 낙찰가격으로만 남지 않는다. 공공재산의 수익성을 앞세운 행정의 논리와 공공시장을 지속가능하게 운영해야 한다는 또 다른 공익이 어디에서 충돌하기 시작했는지를 보여주는 숫자다. 그리고 더 중요한 질문이 남는다. 당시 마포구와 공단은 이런 위험을 정말 예상하지 못했을까. 경보유통은 실제로 어떤 자금과 어떤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움직였으며, 5.6배에 달하는 가격을 제시한 사업자의 지속가능성을 왜 충분히 검증하지 않았을까. 그 답을 찾을 기록은 이미 5년 전 마포구의회에 남아 있다. 다음 편 [마포농수산물시장, 누가 멈춰 세웠나②]에서는 2020년부터 구의회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된 경고를 당시 회의록을 통해 복원한다. 자본금 1000만원짜리 신생업체의 운영능력과 80억원대 보증금, 실체가 불분명한 사무공간과 인적 관계, 입찰 전후 접촉 의혹까지 당시 의원들은 무엇을 물었고 이춘기 당시 이사장과 유동균 당시 구청장은 무엇이라고 답했는지 하나씩 확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