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박준영 기자 | 씨케이에코(주) 최송휴 대표는 CJ대한통운 수질 환경 부문에 30년간 근속하며, 이사로서 석탑 산업훈장을 받은 오·폐수처리 시설 전문가다.
기존 공법 대비 절반의 ‘비용’만으로 오·폐수를 100% 재활용할 수 있는 최 대표의 분리막 공법이 골프장을 비롯한 리조트, 호텔, 별장 단지 등의 신사업을 고려하는 기업 사이에서 화제다. 최송휴 대표를 만나봤다.
반값 오·폐수 처리
최송휴 대표가 말하는 ‘절반의 비용’이란 단순히 돈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씨케이에코의 MBR(막분리공법)을 채택하면 기존의 오·폐수 처리시설보다 적은 예산으로 훨씬 더 적은 부지에 시공하면서 자동화 운전으로 인건비와 관리 비용까지 최소화한다.
“특히 골프장이라면 잔디 곳곳에 깔린 스프링클러와 연못 보충수 등에 1급수로 처리한 오폐수를 100% 재활용할 수 있는 만큼 기존 시설 대비 상하수도 비용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슬러지(찌꺼기) 발생량도 10% 수준으로 매우 적은 편이라 6개월~1년에 1회 정도 처리해도 문제없죠. 일반 시설이라면 1~2달에 한 번은 이를 처리해야 하니 이런 관리 비용도 무시 못 합니다.
지하수를 사용하더라도 전기세, 시설 비용과 상·하수도 비용을 고려하면 훨씬 경제적이고요.”
미생물이 분해하고, 물 빨아들이면 1급수
최 대표의 기술은 오·폐수 처리에 화학약품을 전혀 쓰지 않는다. 오로지 미생물의 산화분해와 필터만 있으면 1급수를 얻어낼 수 있다.
미생물이 서식하는 수조에 오·폐수를 모아두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물은 산화분해된다. 그러면 미생물 크기보다 미세한 막을 가진 분리막 필터로 물을 뽑아내면 끝이다.
“쉽게 말하면 오물통에 정수기를 넣어서 바로 뽑아낸다고 보시면 됩니다.
통상 유량조정조, 분리막조, 침전조, 필터조, 소독조 등을 거쳐야 물을 배출할 수 있게 되는데 침전, 필터, 소독 시설 없이 오물통에 정수기를 넣고 물을 뽑아내면 개념이에요. 한 번의 처리만으로도 마셔도 탈이 없는 1급수를 뽑아냅니다.
그러자면 잘 키운 미생물을 채취해 그 오물통에 ‘시딩’하는데 이들이 자연 발생적으로 살아갈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기술입니다. 이 미생물들이 오·폐수를 산화분해하고 나면 분리막 필터로 뽑아내고, 곧바로 1급수가 나옵니다.”
유지관리에도 유리, 인건비 절감
화학약품이나 장비로 처리하지 않는다니 대신 시간이 오래 걸리겠구나 싶었지만, 아니었다.
“일반 처리시설에서는 며칠 걸릴 수 있는 양이 분리막 공법을 쓰면 최소 8시간에서 하루면 모든 처리가 됩니다. 설비가 간단한 만큼 잔고장 우려가 적고 수명도 길죠. 일반 공법을 적용했을 때 수명이 3~4년이라면 이 공법은 10년을 넘게 씁니다.”
자동 역세로 세척 관리도 편리
무엇보다 미생물 관리가 관건인 것 같았다. 따지고 보면 미생물들이 오·폐수를 먹이 삼으니 말이다.
“맞습니다. 이 미생물이 그런 정화 역할을 한다는 건 알려진 사실이고, 미생물을 잘 성장시키고, 너무 맑은 물만 들어가서 미생물이 굶는다거나 반대로 너무 오염된 물이 왕창 들어가서 영양 상태가 과해지는 걸 막고 잘 관리해주는 게 노하우고, 기술입니다.”
요컨대 오염수가 모이는 수조에 미생물을 키우고, 미생물이 물을 정화하고 나면 미생물은 통과하지 못 하는 미세한 필터로 물을 흡인하면 처리가 끝난다는 얘기다. 필터 관리는 어떻게 될까.
“이 필터의 미세한 틈 사이에 찌꺼기가 끼면 역세(Backwashing) 기능이 작동합니다. 주 1회 정도 동작하는데요. 처리수가 분리막 바깥에서 안으로 유입되는 것과 반대로 분리막 안에서 바깥으로 깨끗한 물을 압력으로 밀어내 분리막 구멍에 쌓인 찌꺼기를 제거할 수 있습니다. 오염 정도가 심한 곳이라면 역세 효율을 높이기 위해 치아염소산나트륨 등을 역세수로 사용하기도 하고요.”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무인 자동화 시스템으로 구축된다. 전 과정에 센서 등의 설비가 되어 있는 만큼 사무실에서 모니터링이 되므로 효과적으로 오·폐수를 처리하면서도 인건비는 오히려 절감된다.
대표적인 시공사례, 양양 설해원
2016년 씨케이에코를 창업한 최 대표의 가장 대표적인 시공사례는 강원도 양양의 설해원 리조트(㈜새서울 레저)다.
설해원은 총 54홀(18홀 2개, 9홀 2개)의 골프 코스와 온천 시설(사우나, 스파 수영장 등), 골프텔과 리조트 등을 갖춘 대규모 리조트다.
설해원CC는 2021년 대한민국 10대 골프장에 8회 연속 선정(2007~2021, 2년마다 1회 선정, 서울경제신문사)된 유일한 곳이기도 하다.
“하천이나 호수를 관리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가 질소와 인입니다. 연못 물을 쓰거나 처리가 안 된 물을 사용하면 페어웨이나 그린에 이끼가 끼고, 잔디가 군데군데 죽어 있는 데가 많이 있죠. 설해원 같은 경우는 워낙 깨끗하니까 그런 곳이 한 군데도 없고, 사람이 그 물을 마셔도 된다고 믿을 정도예요. 물론 그럴 일이야 없겠지만(웃음).”
골프장의 잔디를 키우기 위해 비료와 농약을 뿌리게 되는데 여기에 질소나 인산, 칼슘이 다 들어가 있다. 물론 땅 자체에도 질소나 인이 있다.
이 성분들이 흘러서 연못으로 들어가게 되면 녹조가 생긴다.
“특히 ‘인’과 햇볕은 완전히 ‘갑돌이와 갑순이’에요. 물속에 인 성분이 있으면 녹조가 생기게 돼요. 그게 오래되면 냄새도 나고요. 연못에 깨끗한 물을 꾸준히 보충해주면 이끼가 덜 생기는데 이 녹조가 오래돼서 썩고, 물에 뜨게 됩니다.
비가 많이 오면 하천으로 떠내려가는데 인근 주민들이 보면 ‘골프장에서 똥 덩어리가 떠내려온다’고 민원을 넣게 되는 거죠.
저희 공법을 사용하면 이럴 일도 아무래도 적고, 혹시나 오·폐수 관련 민원이 생기더라도 주민께 시설을 공개하고 처리한 물의 깨끗한 상태를 보여드리면 납득하고 가십니다. 트러블이 심화될 가능성도 적어진다는 거죠.”
최 대표에 따르면 그가 시공한 설해원 리조트의 경우는 환경 담당 공무원들이 와서 보고도 흠 잡을 곳 없이 깨끗하게 처리된다고 찬사를 보낼 정도다. 최 대표는 현재 설해원의 기술고문으로도 위촉되어 있다.
“설해원은 모든 시설에 이 공법이 들어갔는데 앞으로 골프장, 호텔, 콘도, 별장 단지 등을 추가로 증설할 계획입니다.”
현재 설해원 리조트에는 도합 2,250톤 규모의 설비가 들어가 있고, 추가로 2,600톤 규모가 증설될 계획이다. 물론 최 대표가 추가 시설 대해 설계와 시공부터 유지관리까지 도맡게 된다.
“현재 설해원은 전국 최고 수준의 규모를 자랑하는데도 깨끗하게 관리가 잘 되고 수질도 완벽하게 유지됩니다. 회장님들이 오시면 이 처리수에 손 씻고, 냄새도 맡아보고 하세요.”
“기존 공법은 통상 3, 4년이면 개보수가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이 분리막 공법은 적어도 10년간은 믿고 쓸 수 있으니 감가상각 면에서도 유리하죠.”
1990년대부터 대한통운 환경 경영의 선봉장
이 기술은 최 대표가 대한통운 환경사업지점장으로 재직(1985~2015년) 당시 개발한 신기술이다. 이 기술로 그는 훈장까지 받았고, 퇴직 후 최송휴 대표의 씨케이에코는 대한통운으로부터 기술에 대한 기술사용인증을 받아 사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당초 대한통운은 물류 기업 특성상 많은 차량을 운용하기 때문에 대한통운에서 폐수처리는 중요한 과제였다.
“대한통운은 전국 수백여 개의 사업장과 1만여 대의 화물 차량 (렌터카 포함)을 운용하는 기업으로서 ‘환경 경영’을 제1의 경영방침으로 정하고 각종 환경 오염 문제를 체계적으로 관리했습니다. 1991년부터 환경팀을 구성해 전국 162개소의 환경시설을 표준화하고, 직접 설계·시공·유지 관리에 필요한 교육을 정착시켰죠.”
ESG의 기치를 너나없이 올리는 지금에야 당연하게 보이지만, 고성장 시대의 끝물인 1990년대부터 환경 경영의 가치를 경영방침의 최우선으로 잡는 건 흔한 일이 아니다.
최 대표에 따르면 실제로 대한통운이 1995년부터 분리막을 이용한 오·폐수 및 하수처리공법을 개발한 건 당시 환경산업 성장의 기폭제가 됐다. 곧 분리막 공법 시장은 수천억 원대 규모로 급성장했다.
“분리막 공법은 엄격한 국내 수질 기준을 충족하면서도 침전조, 소독 시설 등이 필요 없어 일반 공법보다 절반 수준의 부지에도 시공할 수 있습니다.
시설 자체가 절반으로 적으니 공사비도 적게 들고, 유지관리의 자동화도 가능하니 유지비와 관리비, 인건비마저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처리수를 중수로 재활용해 화장실, 조경, 청소 등에 쓰니까 얼마나 이익입니까.
하·폐수처리장에 대한 민원을 받는 일도 적어지고요. 기업은 물론 인근 주민에게도 좋은 일이죠. 특히 물 부족 시대를 앞둔 시기에 최고의 환경 기술이라고 자부합니다.”
“현재 글로벌 환경이슈는 인류의 삶은 물론 산업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겁니다.
환경 문제는 한 사람의 힘이 아닌 모두가 지혜롭게 풀어나가야 할 문제입니다.”
훈장까지 받게 해준 신기술
전국적으로 환경 오염 관리를 잘 한다는 점과 4대강 개발 당시 하천 유입 오·폐수를 효과적으로 처리하는 데 기여했다는 점을 인정받아 최송휴 대표는 국가환경경영대상에서 2005년에는 산업자원부 장관상을, 2006년에는 국무총리상을, 2008년에는 석탑산업훈장을 받았다. 기업의 대표이사나 부사장급이 아닌 이사가 훈장을 수훈하는 건 드문 일이다.
“대한통운이 차량이 많으니까 폐수처리가 관건이었고, 신기술 개발로 환경 오염 관리를 전국적으로 잘 했다는 게 첫 번째 이유고요. 대외적으로는 특히 4대강 개발사업에서 하천에서 유입되는 오폐수를 어떻게 예방할 방안에 대한 해결책이 됐죠.
각 마을 단위를 대상으로 국가사업에 참여했어요. 거기에 이 신기술을 적용하면서 아주 간단하면서도 비용도 적게 들고, 부지도 적게 필요하고, 모든 시설이나 설비 부분이 반으로 절감되면서 국가적으로도 이익이 된 공로를 인정받은 결과입니다.”
ESG 하기 딱 좋은 시기 아닌가
당신이 만약 골프장 신축을 고려 중인 오너라면, 골프장 오·폐수를 기존 공법 대비 절반의 비용으로 100% 재활용할 수 있는 처리기법이 있다면, 얼마나 관심을 기울일까?
“실제 오너분들은 오·폐수 처리에까지 관심을 기울이지 못 하는 경우가 더 많아요. 시공사에 일임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환경 분야를 잘 모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최송휴 대표의 설명이다.
환경 문제는 이제 전 세계적인 관심사다. 기업들이 ESG를 부르짖는 이유고, ‘친환경’이 ‘E’, ‘S’, ‘G’ 중 가장 앞서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영국의 친환경 인증기관인 GEO에서 친환경 골프장으로 인증받으려면 매우 까다로운 환경 검사를 거쳐야만 한다. 평가 기준은 다양하지만, 녹지용지 비율, 기존 자연환경 훼손 정도 그리고 오·폐수를 어떻게 정화해 재활용하는지가 관건이다.
이런 시대에 국내 골프장 건설로 인한 환경 파괴 문제가 최근 폭발적으로 증가한 골프 수요와 맞물려 상승효과를 낼 것은 자명한 일이다.
골프장의 역대급 흑자전환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의한 이용료 상승은 인정하지만, 그 천문학적 비용들이 불과 몇 사람의 사업적 소득에 그치지는 않기를 바란다.
‘많이 벌었으니 많이 풀라’는 요구가 아니다. 글로벌 환경 위기 속에서 골프장도 ‘지속 가능한’ 친환경 정책을 주요 방침으로 잡아야 할 때라는 말을 전하고 싶은 것이다.
영원한 흑자는 없다.
그래도 기왕 챙기겠다면 지금이 친환경 정책을 펼치기 딱 좋은 타이밍이 아닌가.
(아래는 씨케이에코의 시공 사례)
▲ 양양 골든비치리조트 하수처리시설 입간판
▲ 분리막
▲ 막분리조A
▲ 막분리조B
▲ 방류펌프
▲ 호이스트
▲ 브로와실
▲ 슬러지 이송 펌프
▲ 드럼스크린
▲ 공조설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