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열 회장은 기업인이다. 건설업 특히 항만, 공항, SOC, 발전소 투자 건설사업을 영위하는 ‘한림’을 이끌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동남아시아 모 국가에 LNG 가스 발전소를 짓기로 돼 있었다. 8년 반 동안 공들인 성과였다. 이를 시작으로 이 지역에 원전을 짓는 것까지를 계획하고 있었다. 그 거대한 계획의 첫 단추, 발전소 착공식을 약 3개월 앞두고 국내에 들어와 있던 이한열 회장은 고민에 휩싸였다.
국내 정치 상황이 외면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었다. 사업 일정을 미루더라도 구국운동에 전념해야 할 때라고 느꼈다. 그러던 어느 날 해당국 정부 측에서 걸려온 전화 한 통. 일상적인 업무 협의 연락에 이한열 회장은 미리 준비라도 한 듯 대차게 폭탄선언을 하고야 만다.
“나는 내 조국을 먼저 구해야겠으니 착공식은 2년 뒤로 미룹시다.”
EDITOR 박준영
이한열 회장과의 대담을 엮기 전 독자들에게 미리 양해를 구한다. 본지는 골프 전문지로서 정치 이슈를 다루는 매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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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나라가 뭣보다 먼저인 사람"
물심양면 노력이 결국 빛을 봤다. 정권교체를 달성했는데 구국본의 향후 계획은?
이번에 윤석열 후보가 당선은 됐지만, 인체에 비유하면 겨우 인공호흡기를 장착한 정도라고 생각해요. 아직 대한민국 각 분야를 좌파가 점령하고 있으니까.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는 장·차관 위주로 교체를 했었는데 좌파정권에서는 말단까지 전부 교체했어요. 이제 시작이죠. 먼저 지방선거까지 잘 치르고, 이후에는 이제 ‘북진통일’을 위한 국민운동을 할 차례입니다.
‘북진’통일이라는 표현이 좀 강하다. 솔직한 말로 좀 과격하다는 느낌인데.
이건 우리 구국통일운동본부(이하 구국본) 정관에도 써넣은 내용인데 백이면 백 ‘너무 강하다!’ 그래요(웃음). 남북통일로 바꾸든지, 평화 통일이나 복음 통일로 하자고.
‘북진통일’이라고 하니까 교수들이 ‘군대에 공격 명령해서 북한 점령하자는 얘깁니까? 이래 가지곤 안 됩니다!’라고 해요.
북한과 전쟁하자는 게 아니라는 얘긴가?
물론 북한의 국방력보다 몇 배 더 강한 안보력을 만들고, 한국의 경제력을 비롯한 총력을 다해서 북한 동포를 해방하는 것이 1단계인 건 맞아요.
그러나 분명히 말씀드리건대 구국본이 말하는 북진통일이라는 건 북한만 얘기하는 게 아니에요. 군대 보내서 압록강, 두만강을 점령하자는 얘기가 아닙니다.
우리 한민족은 역사적으로 대륙을 지배하던 민족이에요. 한민족이 대륙을 통치했다는 기
록이 각국의 역사에 다 있는데 한국 역사서에만 없어요. 누가 왜 뺐는지 모르겠어.
우리가 말하는 북진통일은 그런 우리 한민족의 영토를 탈환하겠다는 얘깁니다. 이건 우리
한민족이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한 기나긴 여정의 시작을 외치는 일입니다.
내 곁에 있는 사람조차도 ‘북한이랑 전쟁이라도 하자는 말이냐!’고 오해를 하는데 다른 이
들은 오죽하겠어요? 국민운동으로 이걸 납득시키고 해명해서 꼭 이뤄내야 할 사명 같은 겁
니다.
갑자기 이렇게 거국적인 얘기가 나올 줄은 솔직히 예상치 못했다. 정권교체 이상으로 공력이 들어갈 일인데, 2023년에는 기업인으로서도 바쁘다고 들었다.
구국본이라는 단체 이름 그대로입니다. 대한민국이라는 깃발 아래서 ‘대한민국 파괴 세력’으로부터 나라를 구하고, 북진통일을 달성하기 위한 국민운동을 벌이자는 게 ‘대한민국 구국통일국민운동본부’예요.
사업은 해당국과 약속을 했으니까 꼭 해야죠. ‘마침’이라고 표현하면 안 되겠지만, 많은 구국단체들의 재정도 고갈됐어요.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서라도 사업은 꼭 다시 진행할 겁니다. 규모의 경제로 합법적이고 합리적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
한민족의 영토를 되찾는 북진통일이 어디 자금 없이 되겠습니까?
그간의 활동에서 힘들거나 괴로웠던 순간이 있다면?
좌파와의 싸움보다 보수우파 안에서 일부 건강성이 결여된 단체들이 있지도 않은 일로 나를 음해하고, 폄하하며 헐뜯을 때가 힘들죠.
구국본 활동을 위해 대규모의 사업을 전격 연기하고 뛰어들었다던데.
동남아 모 국가 발전소 건설 부지 270만 평에 800만㎾(킬로와트)짜리 발전소를 6개 건설하는 사업(6 units × 800만㎾)입니다. 사업을 추진한 지 8년 반 만에 해당국 중앙정부로부터 사업승인을 받았고, 착공 예정일이 2021년 1월 5일로 잡혔었고요.
생각보다 더 어마어마한 사업이다. 성과가 그야말로 목전이었는데 어떻게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큰 사업이었죠. 나한테 중요한 사업이기도 했고. 그런데 남의 나라 발전소 건설보다 나한테 더 크고 중요한 가치가 나의 조국을 구하는 일이었어요.
착공식을 앞둔 2020년 11월에 국내에 잠시 들어왔었어요. 당시에 국내 (정치) 상황을 보니까 이거 안 되겠어. 부지불식간에 ‘이 착공식을 해, 말아?’ 하는 고민이 생겨버렸어요. 왜 망설였느냐. 4·7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를 앞둔상황이었는데 모두 승리하지 못하면 다음 대선(20대 대선)도 물 건너가게 생겼다 싶었거든요.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을 것 같은데 이 이야기를 듣고 바로 생각난 건 역시 돈 문제다.
그렇죠. 게다가 이 발전소 건설 자금 58억 달러는 내 돈이 아니에요. 뉴욕 금융그룹으로부터 차입한 거라고요. 남의 돈을 빌려오는 것은 내 목숨을 거는 것입니다.
심지어 이 중 20억 달러는 8년 반 전에 선 차입해서 싱가폴 모 은행에 예치해놨었어요. 8년 반 동안. 20억 달러면 2조 3천억 원이죠. 매년 이자가 얼마나 될지 한번 계산해보세요. 웬만한 빌딩 두어 채 살 수 있는 돈 아닙니까.
부인께는 어떻게 말씀드렸나. 이건 쫓겨나도 시원찮을 결정인 것 같은데.
대그룹이었으면 난 모가지 날아갔을 거야. 나한테 회장격이 우리 아내인데, 아내가 나보고 집 나가라는 말을 안 해준 건 정말 고맙죠. 그런 거 보면 내가 장가 잘 간 거야(웃음).
나였으면 그럴 수 있었을까 싶어요, 지금도. 그동안에 투입한 시간과 정력과 돈이 있는데…. 그런 사업을 2년 더 연기한 남편을 쫓아내지 않은 여성. 참 훌륭하지 않아요?
결과적으로는 사업 자체를 연기했다.
한참 망설이던 중에 해당국 정부에서 전화가 왔어요. 착공식 규모가 커졌대. 이유가 뭐냐니까 현직 대통령이 이 착공식에 참석하기로 했다는 거예요. 직전 대통령도 참석한다고 했대요.
사실 이 발전소 사업승인을 받는 과정을 통틀어보면 전체의 65%는 직전 대통령 정부가, 나머지 35%는 현대통령 정부가 함께한 거였거든요. 전·현직 대통령이 다 온다고 하니까 어떻게 되겠어요? 정치인들도 다 몰려올 거 아닙니까. 그래서 착공식 규모가 커져야 하니까 착공 30일 전에 착공식 협의를 하러 오라는 거예요. 그러니까 12월 5일 이전에 만나자는 거죠.
그때 제가 이렇게 얘기했어요.
“당신의 나라가 공산사회주의 세력에게 공권력을 전부 탈취당했다면 당신은 제3국으로 사업하겠다고 나가겠소, 안 나가겠소? ‘I am Korea.’ 내가 대한민국이오. 지금 내 조국인 대한민국을 뺏겼소. 먼저 내 나라부터 탈환해놓고, 그 다음에 착공식을 해야겠으니 2년만 미룹시다.”
미리 준비한 멘트는 아니었어요. 그 순간 내 느낌대로 한 얘기죠.
해당국 입장에서는 청천벽력 같은 말이었을 텐데.
사업적 득실을 떠나서 정말 미안한 일이죠. 그 나라는 정부 관보에까지 이미 다 발표했어요. TV 방송국도 물론이고. 전·현직 대통령이 다 참석을 한다고 하니까 얼마나 큰 행사예요.
거기다가 사실 그 나라 정부는 그해 11월이나 12월 초에 착공식을 하자고 했어요. 그래야 당해 연도 국가실적이 되니까. 그런데 막상 저는 대략 70%밖에 준비를 못 할 것 같은 거예요. 그래서 다음 해 1월 5일로 고집해서 정한 착공식 날이었어요. 그래놓고도 또 2년을 연기하자고 일방적으로 얘길 했으니 길게 얘기하면 내가 할 말이 없잖아요. 그래서 내 할 말만 하고 얼른 끊었죠.
해당국의 분노를 샀을 것 같다. 결과는 어떻게 됐는지.
그 뒤로 5일째 되던 날 그 나라 정부에서 전화가 왔어요. ‘체어맨 리’를 보면서 ‘코리아’라는 나라에 대해 생각해봤는데 ‘저런 기업인이 수천 명이 아니라 수만 명이 있는 나라가 코리아구나!’라고 느꼈다는 거예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대단하다고 느꼈다면서 “대신 2년 뒤에 꼭 하는 겁니다?”라길래 “무조건 합니다” 했죠.
드라마틱하게 마무리가 됐다. 다른 나라 기업인의 고집을 존중해준 그 나라도 대단하다.
대단하죠. 그런데 제 실수가 또 한 가지 있어요. (이런 결정을 하려면) 자금 빌려준 뉴욕 금융그룹에 사전에 의논해서 2년 연기를 하자고 했어야 됐잖아요. 그런데 이 결정은 순간 뱉어버린 말이었어요. 사전에 의논하고 밑 작업할 겨를도 없었던 거죠.
당연히 굉장한 유감을 표했습니다. 선 차입했던 20억 달러를 즉각 반입하라고 했지만, 두말할 나위가 없죠. 이건 정말 내 실수예요.
기업인에게 이만한 크기의 금융그룹은 ‘황제’와 같아요. 차입금을 반환하라고 할 때는 “예”하고 반입하는 겁니다. 이유를 달면 안 돼요. 실무자 두 사람이랑 신라호텔에서 만났어요. 영문 서류를 가지고 와서 여기 서명하라고 그래요.
내용 들여다보지도 않고 서명했습니다. 그다음 날 20억 달러가 반환됐습니다.
후회는 없는지.
저는 사실 기업도 중요하지만, 기업보다 더 나아가서 가정보다 교회보다 국가를 더 우선하도록 만들어진 사람입니다. 그렇게 만들어졌어요. 어떠한 사업보다도 국가가 최우선인 사람으로 만들어져서 그런 결정을 내린 거예요. 이걸 이해하는 사람이 극히 드물어요.
내가 이 지도(이 회장의 사무실 벽에 붙은 해당국 지역 지도 2장)를 이렇게 걸어놓는 건 매일 출근하면서 “이한열. 너 이 사업까지 연기하면서 그 운동하는 거 아니냐”라고 스스로를 다지기 위해서 놔둔 거예요.
명분도 섰으니 내년부터는 사업적으로도 굉장히 바쁠 것 같다.
(※특정 지명은 인터뷰이와의 협의 하에 임의 표기했습니다. 편집자 주)
그 나라와 합의를 본 게 있어요. A 지역에서 발전소 6기를 지을 건데 먼저 1, 2호 착공식하고 나서 공정이 순조롭게 되면 바로 3, 4호기 착공식을 하고, 그다음엔 B 지역으로 넘어가서 1, 2호기 착공을 해요. B 지역 공정을 좀 지켜보다가 다시 A 지역으로 넘어와서 5, 6호기 착공을 하고, 일주일 후에 B 지역 3, 4호기를 착공하게 됩니다.
다시 일주일 뒤에는 C 지역으로 가서 1, 2호 기 착공식을 또 하고요. 이곳에 3, 4호기 착공까지 하고 나면 또 일주일 뒤에 D 지역에서 1, 2호기를 착공한다는 내용입니다.
이렇게 총 28개의 LNG 발전소를 건설하게 됩니다. B 지역에 1, 2호기 착공에 들어간 직후에는 그 나라 정부와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위한 TFT를 꾸리기로 했습니다. 이쪽 정부들과 일을 시작할 때 처음부터 이렇게 얘기했어요.
“나는 LNG 가스 발전소 건설하러 온 사람이 아니다. 내가 이걸 먼저 하는 건 원전을 건설하는 교두보 확보 차원이다. 귀국이 산업 발전 단계별 전력 수요를 충족하려면 원전 외에는 대안이 없다.”
구국본 회장으로서 보수우파의 현황을 진단한다면?
국가의 정체성인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흔드는 세력이 있습니다. 즉, 대한민국은 현재 수호 세력과 파괴 세력이 벌이는 체제전쟁 중이라는 얘깁니다.
이건 우리나라 어른들이 잘못한 거예요. 어른들이 잘못해서 공권력이 공산사회주의 세력으로 넘어갔어요. 지난 40~50년간의 사상이념전쟁에서 좌파세력으로 인해 국민이 무너졌어요. 나라가 지금 위급한 상태입니다.
정권교체는 했습니다만 우파에는 지금 정치평론가들과 ‘나팔수’만 많아요. 입으로는 좌파척결, 애국 운동을 외치는데 머릿속에는 출세와 돈만 생각하는 자들도 있어요. 그런 단체들과 구국본은 추구하는 목적과 비전이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나팔수도 분명 필요하지만, 전쟁에는 전투부대가 필요해요. 태극기만 들고 떠들면 전쟁에서 이길 수 있겠습니까?
구국본이 집회보다는 교육훈련에 매진하는 이유입니다. 구국본에 찾아온 1,172개 단체 중에 교육훈련을 하고 있다는 단체는 한 군데도 없었어요. 구국본은 앞으로도 각 단체의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교육훈련을 통해 연합하여 구국운동을 할 겁니다.
대한민국은 내일을 향해서 발길을 내디뎌야 사는 나라예요. 흔들리거나 힘들어만 하고 앉아있으면 대한민국은 어쩌라고.
한 나라의 정치적 수준은 국민의 질에 비례하는 겁니다. 정신줄 꽉 쥐고 우리 후손들과 이 나라의 미래만을 바라보고, 진영논리나 기득권 같은 것들 내려놓고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마지막으로 구국본 회장으로서 한마디 한다면?
구국본의 목표는 국가관 확립과 한민족의 계몽이고, 영광을 되찾는 일입 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진보로 위장한 공산사회 주의 세력을 척결해야 합니다.
혹자는 구국운동 한다니까 ‘국민의힘’이나 윤 당선자한테 따로 대가나 보상을 받는 줄 알아요. 내가 하는 이 일이 ‘구국운동’이라면 가장 큰 보상은 나라를 되찾는 거 아닙니까? 그보다 큰 보상이 어디 있어요?
이런 소리 하면 나보고 ‘정무적 감각’이 떨어진다고들 그래요. “구국운동 백날 해봐야 당선되고 나면 거들떠보지도 않을 테니 미리 줄 서야 한다”고 그럽니다. 내가 그걸 모르겠습니까.
그래도 그런 얘기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렇게 말합니다.
“이런 시국에 나보고 줄 서라고요? 국민이 뽑아놓은 대통령, 국회의원 앞에 국민이 줄을 서니까 이 나라가 이 모양이 된 겁니다. 대통령이, 국회의원이 국민 앞에 줄을 서야 제대로 된 자유민주주의 국가 아닙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