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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타왕 킹라바? Team KL 김현구!” 부서져라 휘돌리는 드라이버 샷의 카타르시스

〈미친 사람에게 미치다〉

1991년 골프에 입문, 주니어 선수가 됐다. 당시 아버지의 꿈이었다.

아버지와 형제들은 골프용품을 만드는 공장을 운영하셨고, 도매도 하셨다. 사촌들과 연습장에서 연습하는 건 자연스러운 놀이였다. 프로 골퍼셨던 막내 작은아버지는 어린 김현구에게 골프를 가르쳤다. 작은 체구였던 그는 또래에 비해서도 비거리가 짧은 편이었다.

“어차피 너는 작으니까 무조건 세게 쳐!”
물론 그렇다고 늘 비거리였으면 아무도 고생 안 한다.


IMF로 그만뒀던 골프는 20년쯤 지나 다시 킹라바의 취미가 될 수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14개 클럽을 다 잘 다루는 건 어려울 것 같아 1개만 파기로 했다. 당시 그의 드라이브 비거리는 평균 240m, 잘 맞으면 260m였다. 온몸으로 드라이버를 휘둘러 댔다. 이어진 주변의 만류. “장타대회 나갈 것도 아닌데 뭘 그렇게 쳐?”, “골프는 그렇게 하는 게 아니야.” 그럴수록 장타에 더 매진했다.

매주 5~10m씩 비거리를 늘렸다. 290m를 넘기면서는 매주 1미터씩 거리가 늘었다. 300m를 돌파했을 때, 만류하고 반대하고, 핀잔주던 이들이 장타 비결을 물어오기 시작했다.


그는 여전히 작다. 그래서 여전히 무조건 세게 친다.

그때 그 작은 꼬마는 대한민국 장타의 아이콘이 됐다.

 

EDITOR 박준영 장소협찬 로드피트니스

 

 

2015년 캘러웨이 장타대회 소식을 듣게 된 김현구 프로는 반가운 마음에 대회에 출전한다. 결과는 꼴등. 좌절했다. 그러나 이날 이후 ‘취미’로서의 목표가 인생을 건 목표로 바뀌었다.


세계적인 장타 선수 제이미 새들로프스키(초청선수)를 만나면서다. 제이미는 세계무대 장타 선수 평균 신장인 약 2m에 한참 못 미치는 작은 체구로 세계챔피언을 그것도 2번이나 이룬 선수다. 본인만의 독창적인 스윙이 그걸 가능하게 했다.


2022년 현재, 그는 적어도 유튜브를 즐겨보는 사람이라면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대한민국 대표 장타 선수가 됐다. 그가 운동하는 도곡동 ‘로드피트니스’에서 그를 만났다.

 

장타 프로의 세계
현재 장타 종목 세계 랭킹 1위는 ‘천둥의 신 토르’로 유명한 긴 머리 그 녀석, 카일 버크셔다.
1974년도부터 시작된 PLDA(미국 프로 장타협회) 롱드라이브 챔피언십은 세계적인 장타 선수들이 모이는 자리. 우승상금은 5만 달러로 2021년 드라이슨 디섐보가 출전해 4강 문턱에서 좌절한 그 대회다. 2018년 GDR 한국골프장타대회 우승자인 홍현준이 같은 대회에서 디섐보와 함께 파이널 16에 진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대회의 역대 최장 기록은 2017년 라이언 스틴버그(미국)의 485야드이며, 월드 챔피언십 결승전 최고 기록은 2017년 저스틴 제임스(미국)의 435야드다.

 

Q 유튜브로 볼 때보다 덩치가 큰 편이 아니다. 이미지로는 풍채가 좋은 골퍼 이미지였는데.
사실 제 키가 168.6㎝인데 사람들이 크게 보니까 169㎝라고 얘기해요.

 

Q 그럼 혹시 팔이 길어서 아크가 큰 게 장타의 비결 아닐까?
평균보다는 조금 긴 것 같긴 한데 놀랄 정도 비율은 또 아니고요.

 

Q 아니, 그럼 혹시 손이 큰 편인지? 장갑은 몇 호를 쓰나?
22호는 좀 작고, 23호는 좀 커요(웃음). 크기를 떠나서 손등이 한번 부러진 적이 있어서 컨트롤이 잘 안 되고요(손가락을 오므려서 모을 때 새끼손가락이 엄지에 닿지 않았다). 그래서 남들이랑 그립이 조금 달라요.

 

Q 혹시 체중은 얼마나…목표 체중은?
조금 조절해서 지금은 80㎏인데, 목표 체중이 딱 얼마 이렇게는 하지 않아요. 예를 들어 시합이 잡히기 3개월 전까지는 슬림한 상태를 유지하고요. 시합 때는 86㎏ 정도까지 만들고요.

 

“롱 드라이브는 게임의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골프의 홈런더비’로서 엔터테인먼트 영역의 일부가 되어 마땅하다”
브라이슨 디섐보(현 PGA투어 장타 1위)

 

Q 아하! 역시 체중이 비거리를 만든 건가?
제가 예전에 체중이 63~64㎏일 때 300m를 쳤어요.
문제는 그 정도 체중일 때 300m를 치니까 몸이 너무 아픈 거예요. 자동차로 치면 프레임은 경차 내지는 준중형인데 엔진만 덤프트럭 수준으로 올린 거죠.
차가 잘 나가기는 하는데 자꾸 막 여기저기 나사가 빠지고, 고장이 나는 거죠(웃음). 그래서 뼈대를 튼튼하게 하는 게 먼저겠다 싶었고, 본격적으로 운동을 한 거고요. 증량을 확 시켰어요. 근데 그게 5년 걸렸어요.

 

Q 공식·비공식 기록이 궁금하다.
시뮬레이터로는 볼 스피드 98m/s가 최고 기록이에요(인증샷을 보여줬다). 그리고 공식 비거리가 비공식보다 더 멀어요. 공식 대회는 실외에서 하는 시합이니까 자연이 약간 도와줄 수가 있거든요. 약간의 뒷바람과 약간의 내리막이 있으니까요.


Q 스크린골프를 즐기는 골퍼들은 월초에 최대 비거리를 찍어놓기 위해서 내리막이 심한 코스를 일부러 가기도 한다. 비거리 기록용으로 추천할 만한 코스가 있다면?
골프존에서는 역시 ‘마스터스클럽 L PRO’ 8번 홀(웃음). 이런 데에서는 410m 정도는 나오죠. 볼 스피드 80m/s 정도만 때려놓으면. 또 하나는 ‘참교육의 참밸리’. 내리막이 큰 곳들이 2개 홀인가 있어요. 350m 정도 항상 찍을 수 있는 곳들. 대신 스코어로 참교육 당하는 건 각오해야죠.


Q 실제 라운드에서 짜릿했던 원 온의 기억 하나를 꼽는다면?
최근에 스카이72 파5 도그레그 홀(레이크코스 6번 홀, 2022년 4월 27일 06:14 tee off)에서 원 온 한 게 있어요. 물론 앞앞 팀은 홀 아웃을 했고, 앞 팀은 세컨 지점이었고요. 캐디님도 점프하시면서 즐거워하셨어요.
투 퍼트를 해서 이글을 잡았어요. 인증서도 받고요. 홀 자체는 500m인데 기역 자로 꺾인 홀을 질러가니까 330~340m밖에 안 되죠(밖에? 밖에라고?). 유튜브에 올렸는데 이틀 만에 조회 수가 7만이 되더라고요(5/10 기준 84,030회).

 


Q 필드 라운드는 자주 나가는지?
필드는 사실…전에는 자주 즐기기는 했죠. 그런데 작년이랑 올해 계획이 좀 달라졌어요. 작년에는 기회가 되는 만큼 자주 나가야지 했는데 이제는 비용을 너무 올리니까…못 가겠어요. 자주 나갈 때는 주 1회 정도 나가는데 올해는 5월인데도 총 3번 나갔어요. 코스 컨디션도 금액 대비 좀 아쉽더라고요. 그래서 올해는 안 가는 게 계획이에요. 국내 필드는.


Q 라운드 나갈 때 쓰는 클럽의 스펙은?
드라이버는 장타대회랑 같은 스펙인데 좀 짧게 커팅된 걸로 쓰고 있고요. 강도는 대략 3X에서 4X 사이 정도 되는 것 같아요. 아이언 샤프트는 그라파이트를 쓰고 있고요.
통상 다이나믹골드 X100이 가장 강한 스펙인데 ‘제이슨 데이’나 ‘존 델리’, 장타 선수에서 전향한 ‘제이미 새들로프스키’ 같은 장타자를 위해서 만든 X700 버전이 X7샤프트인데 써보니 약하더라고요. 마디가 있는 샤프트니까 한계가 있어요. 그래서 통 샤프트인 프로젝트 X에서 가장 센 걸 써봤는데 이건 또 강한 느낌이 확 드는 건 아닌데 너무 무겁더라고요. 그래서 찾은 게 그라파이트고요. 지금 쓰는 건 110g입니다.


Q 킹라바 샤프트라는 게 있었다.
델타 인더스트리라는 회사 제품인데 우리나라에 공장을 가지고 있는 몇 안 되는 회사예요. 가장 까다롭다는 일본 시장에서 20년이 넘도록 OEM 등으로 인정받은 브랜드죠. 저한테는 처음으로 샤프트를 지원해주셨던 회사고요.
‘탱크’ 샤프트 전작을 써봤는데, 좀 무거웠어요. 그래서 ‘나는 체구가 작으니 좀 더 가볍고, 더 강한 걸로 만들어달라’고 했는데 그걸 만들어 낸 거예요. 너무 마음에 들어서 킹라바 샤프트로 하자고 했죠(웃음).


Q 어떤 차이가 있나.
가장 큰 차이는 원단, 원사죠. 이걸 양쪽에서 잡아당기면 일반적으로는 40~60톤이면 끊어져요. 그런데 이 샤프트 원단은 90톤에서 끊어집니다. 또 보통 샤프트 원단은 1,000℃에서 가공하는데, 이건 3,000℃는 되어야 가공할 수 있어요. 그런데 불량률은 3배가 높아요.
원단은 비싸지, 불량률은 높지, 작업하기 어렵지. 그게 단점이죠. 대신 더 높은 강도를 훨씬 가볍게 만들 수 있죠. 킹라바 샤프트는 그렇게 나왔어요. 그래서 제 드라이버는 3~4X 강도에 58g이에요.

 

 

“일류, 프로의 세계에서는 3%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 30%의 노력이 필요하다”
(백종원)

 

Q 왜 비거리인가? 킹라바에게 비거리란 무엇인가?
모든 사람이 “너는 작아서 안 된다”고 했기 때문에 비거리를 선택했어요.
사실은 다들 ‘너 그렇게 하는 거 아니야’라고 할 때 그런 말들을 이겨내 보고 싶었어요. ‘너, 거리 좀 나가는데 장타대회 한 번 도전해봐’가 아니었거든요. ‘너 장타대회 나갈 것도 아닌데’라고 말할 때 “아니, 장타대회 나갈 건데?”라는 심정이랄까(웃음).


Q 장타 프로까지 돼버렸다.
비거리도 사실은 순수한 파워의 경기라 솔직히 하면 할수록 피지컬이 차지하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도 알게 됐지만…알겠는데 불가능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됐으니까 계속하게 돼요.

 

Q 장타를 위한 훈련량은 어느 정도인지?
처음에는 무분별하게 많이 쳤어요. 그러다가 ‘마틴 보그마이어’를 만나면서 좀 체계적으로 바뀌었어요. 제 스윙에 가장 영향을 많이 미친 사람이에요.

매일 공만 많이 쳤던 걸 일주일에 2~3번 정도로 줄이고, 근력 운동 위주로 하고 스피드 훈련은 주 1회만 해요. 근력 운동의 경우는 부상으로부터 조금 더 안전해지기 위해서 합니다. 근력 운동으로 비거리가 나는 건 아니니까요. 공은 매일 3시간씩 치는데 주제를 나눠서 자세, 스피드, 구질 훈련을 합니다.

 


Q 장타 선수로서 가장 이상적인 드라이버 샷을 꼽는다면?
2019년에 아시아 No.1 결정전 일본 LDAA 파이널에서 416야드로 우승했던 게 가장 이상적인 드라이버 샷이었어요. 치는 순간 이게 똑바로 멀리 갈 거라는 걸 느꼈어요.

심지어 결승에서 제일 중요한 시기에 나왔어요. 그런 샷이 연습 때는 여러 차례 나오지만, 결승전 가장 중요한 순간에 그런 샷이 나왔다? 기적이에요(웃음). 4년 만에 그런 샷을, 그렇게 중요할 때 쳐봤던 기억입니다.

 

Q 대회 중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일본에서 폭우가 온 날 벌어진 시합이 제일 기억에 남아요.
일단 쳐봤자 200m 날아가고요(웃음). 비가 얼마나 많이 왔냐면 백스윙하다 넘어지는 선수도 있었을 정도. 다운스윙하는데 그립이 미끄러우니까 50㎝짜리 뒤땅을 친다거나, 클럽이 손에서 빠져서 날아가 버리기도 했고요. 재미있었어요.


Q 현재 목표하는 대회가 있는지?
올해는 코로나19로 제한이 좀 풀리고 나서 일본 대회에 나가고, 아시아 대회를 나가는 걸 현실적인 목표로 두고 있고요.
이상적인 목표는 미국 대회를 나가는 건데, 이건 사실 비용 문제예요. 한번 대회 참가하려면 대략 3천만 원은 필요해요. 대회 나가는 것 자체보다는 체류비가 상당해요.

 

Q 국내 장타대회는 사실상 없는 건가.
2010년도 초반에 1년에 1~2회 하던 대회가 명맥이 끊어졌고, 2017~2018년도에 실내에서 시뮬레이터로 진행하는 대회가 2년 하다 없어졌어요. 해외 대회를 다니면서 ‘선수가 주축이 돼서 대회를 이끌어야 대회가 없어지지 않는다’는 걸 배웠어요. 그래서 그 작업을 지금까지 계속하고 있어요. 올해 9월 즈음에는 꾸준한 리그 형식의 대회를 만들려고 준비 중입니다.


Q 국내 장타대회는 인기가 높지 않은 것 같다. 이유가 있을까.
그동안은 실구매층인 50~60대가 참여하기 어려운 종목이니 상업적으로도 연결이 잘 안 됐죠. 또 일반인과의 차이가 너무 나는 소위 ‘넘사벽’의 영역으로 넘어 가버리면 그건 ‘그들만의 리그’가 돼버리니 관심이 떨어져요. 요즘은 골프 인구가 젊어져서 멀리 치는 것에 대한 관심 자체는 상당히 올라가고 있어요. 그러니까 저 같은 사람이 인지도를 얻게 된 거겠죠.


Q 국내 장타 프로는 얼마나 되나?

2017~2018년 사이에 열린 장타대회에 프로와 아마추어 합쳐서 100명이 출전했던 때가 가장 많았을 거예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또 1등 못 할 것 같으면 출전을 안 하거든요. 일본 대회나 아시아 대회에 나가서 느낀 게 본인이 실력 안 되는 걸 뻔히 알면서도 도전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거예요.


Q 국내 장타 업계(?)를 위해 필요한 게 있다면?
일단은 방송을 위한 이벤트성 대회가 아닌 ‘꾸준한 리그’가 열려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그러면 젊은 선수들이 더 많이 나올 수 있겠죠. 상금이 좀 적더라도 대회장에 와서 장타를 즐길 수 있고, 늘 목표가 되어주는 시합이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일본은 인기가 있든 없든 20년을 이어주더라고요. 그 덕에 우리보다는 20년은 앞서 있어요.

 

 

Q 킹라바의 라이벌은? ‘나 자신’ 이런 거 말고(두근두근).
저는 이제 40대고, 중간 나이대 선수는 별로 없지만, 젊은 친구들이 너무 잘 해요. 그런 선수들을 응원하는 마음이 더 큽니다. 피지컬 면에서도 젊은 선수들을 따라가기는어렵고요. 라이벌 의식보다는 워너비 플레이어들을 따라가고 싶은 마음입니다(실패다).


Q (유튜브에서 늘 보던 대로) 겸손한 것 같다.
저는 시기를 좀 잘 탄 편이죠. 유튜버로서도 그렇고요. 실력 대비 화려한 전적을 가지고 있기는 한데 젊은 선수들이 금방 다 깨줄 거에요. 지금은 저 자신보다 한국에 좀 더 많은 장타 선수가 나와서 국제전에서 우리나라 선수들이 순위에 더 많이 올라가기를 바랍니다.

 

Q 장타대회에 관심있는 일반인에게 ‘이 정도 되면 가능하다’는 가이드를 준다면?
굳이 말하면 볼 스피드 77m/s.

 

Q 볼 스피드 77m/s가 나온다면 장타대회에 도전해 볼 만하다?
네, 이런 분들은 볼 스피드 80m/s도 찍어본 경험이 있거든요.

물론 실제 시합 때는 그런 최대 수치가 나오기는 정말 어렵죠. 평균 77m/s고, 최대 80m/s까지 나오는 분이 시합에 나오면 74~75m/s가 나와요.

부담감 때문인데 그냥 경험의 문제예요. 경기를 치러보지 않으면 그런 부담감도 깨지지 않아요. 나와서 많이 경험해보는 게 자기 한계치를 깨뜨리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Q 장타 대회에서 볼은 일반 볼을 쓰는지?
볼은 압축 강도가 가장 높은 제품을 사용합니다. 시합에서는 장비는 몰라도 공은 모두 같은 걸 쓰고요.


Q 장비는 비거리용 고반발을 쓰나? 아니, 그러면 헤드가 너무 잘 터질 것 같기도 하다.
롱 드라이브 선수들이 고반발 헤드를 쓰면 오히려 손해예요. 페이스가 너무 부드러우니까 그만큼 반발력을 못 받습니다. 저희는 오히려 두꺼운 페이스를 써요. 270m 이하를 보낼 때 이런 클럽을 쓰면 선수가 쳐도 비거리에 손해를 보는데, 더 멀리 보낼 때는 도움이 돼요.

 

누구도 상처받지 않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요.
조금 덜 자극적이고, 그래서 조회 수가 덜 나온다고 해도.
- 유튜버 킹라바

 

Q 유튜브 콘텐츠 개발 방향은? 하고 싶은 콘텐츠가 있는지?
저는 그냥 1인 크리에이터에 불과하고, 장타라는 종목 자체가 주류가 아니라 매니아 층이 있는 거라 대단히 많은 구독자를 모으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비거리 향상이나 장타대회에 도전하고 싶은데 정보가 없어서 헤매는 분들이 있다면 약간의 길잡이가 되는 채널이면 좋겠다는 바람이고요. 특별히 해보고 싶은 콘텐츠가 있다기보다는 누구도 상처받지 않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요. 조금 덜 자극적이고, 그래서 조회 수가 덜 나온다고 해도.


Q 비거리를 늘리기 위해 많은 분이 킹라바를 찾아 온다고 들었다.
지방에 사는 프로 지망생, 일본에 사시는 분도 잠깐 한국에 들러서 레슨받으러 오시고, 은퇴 직전의 여자 선수도 계셨어요. 주니어부터 일류급 선수도 계셨고, 일흔이 넘으신 분도 기억나고요. 특별히 영역이 없어요. 저보다 스코어가 훨씬 좋은 분들도 많이 오시죠. 그래서 점점 콘텐츠를 조심스럽게 만들게 되기는 해요. 공부도 많이 하게 되고.


Q 아마추어 중에서 고질적인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일단은 워밍업을 충분히 하셨는지 생각해 보세요.

저희는 기본이 40분 스트레칭이고, 권장하는 최소가 20분입니다. 저도 컨디션이 정말 좋고, 스피드 훈련하는 날이라면 1시간은 스트레칭하고, 워밍업 합니다.


Q ‘아프니까 장타자다’는 말도 있(지는 않고 에디터가 지어냈다)는데 킹라바는 안 아파 보인다.
갈비뼈 부러져 봤고요. 팔이 어깨만큼 안 올라오는 정도까지 됐는데 시합에 나간 적도 있고요. 엘보도 왔었고, 손목이 나간 적도 많고(웃음). 의욕만 앞서면 갈비뼈가 다치고요. 저는 발목, 무릎, 허리, 발가락, 팔꿈치, 손목, 손가락, 어깨도 그렇고 너무 세게 휘두른 날은 목도 아파요.

지금은 경험이 많이 쌓였으니까. 전조 증상을 바로 알아요. 선수들끼리 서로 지켜보다가도 아니다 싶으면 ‘지금 너 너무 흥분했어. 안전장치가 다 풀렸어’ 하는 식으로 쿨 다운해주죠.


Q ‘안전장치’라는 걸 풀면 막 비거리가 나간다는 뜻?
‘그렇게 스윙하면 다쳐’라는 말을 하지만, 사실 그 정도의 스윙을 할 몸과 피지컬이 준비가 안 되면 그런 다치는 스윙은 못 해요. 사람의 뇌에도 안전장치가 있어서 함부로 그런 스윙이 나오지 않아요.

선수들은 훈련과 경험을 통해서 그 안전장치를 풀고 칠 수가 있어요. 정말로 안전장치를 다 풀고 스윙을 하니까 다치더라고요(웃음). 그래서 운동을 많이 해요.

 


Q 말이 나온 김에 킹라바의 웜업 루틴을 알려달라.
몸에 부담이 많이 가는 만큼 제일 신경쓰는 부분이 운동 전 루틴입니다. 스트레칭으로 시작해서, 가벼운 채로 몇 개 치기, 가벼운 연습 도구 몇 번 휘두르기, 반대쪽으로 몇 번, 다시 스트레칭, 땀이 나기 시작하면 스피드를 조금씩 올리고…이런 식으로 해줍니다.

 

Q 비거리 고민인 아마추어에게 조언을 부탁한다.
일단 200m는 중학교 2학년부터 칠 수 있어요. 남학생 기준. 정상적인 성인 남성일 때 비거리가 200m가 안 나오는 분을 교정하는 건 10분도 안 걸려요. 환갑 넘으신 제 장인어른도 볼 스피드 63~64m/s는 때리세요. 키도 저만큼 작으신데도.

이런 분들은 스윙 자체의 무언가에 사로잡혀 있는 경우가 많아요. 무슨 얘기냐면 스윙은 찰나의 순간에 일어나는데 이런 짧은 시간 안에 해결 안 될 만한 6~7가지 동작을 동시에 해결하려고 해요. 예를 들면, ‘비거리가 잘 나오면서 정타도 맞으면서 슬라이스는 안 나면서 폼이 좋아야 돼’라고 생각하세요. 이렇게 복합적으로 잘 하고 싶으면 아무것도 안 돼요.


Q 일단은 좀 내려놓고 연습하라는 얘긴 것 같다.
맞아요. 반대로 볼 스피드 70m/s 직전의 안 보이는 벽에 걸린 분도 고민하시죠. 70m/s 볼 스피드가 마의 영역이에요. 체격만 좋아도 안 되고, 기술만 좋아도 안 되고, 근력만 가지고도 안 돼요. 적어도 이 셋 중에 두 개 이상 좋아야 넘어가요.

 

Q 나도 그런 기로에 서있다. 70고지가 보이는데 방향성 때문에 68 정도가 좋은 것도 같고.
이런 게 있어요. 국내 코스 블루티 기준으로 70m/s 면 딱 벙커예요.

그래서 ‘볼 스피드 70m/s 넘는 프로는 입스가 온다’는 말도 있어요. 잘 친 건데 랜딩 지점이 변수가 많아서 실수같이 되니까. 스코어를 위해서는 68m/s 정도가 낫고, 아니면 75m/s는 쳐야 하죠.
결국, 볼 스피드 70m/s인 프로는 68인 프로보다 3배는 정확해야 스코어에 도움이 돼요. 그러느니 68치고 숏 게임 연습에 투자하는 게 성적이 훨씬 잘 나오죠.

 


Q 장타 팀, Team KL을 만들었다.
사실 장타라는 종목이 팀을 결성하기는 어렵기는 해요. 개인 경기니까요. 만약 제가 저 혼자 잘 되자고 마음먹었다면 팀을 안 만들었을 거예요. 저도 이제는 나이가 있고, 시간이 한정적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제가 시기를 잘 타서 조금 먼저 앞에서 좋은 시절을 누렸던 만큼 이 친구들의 미래를 위해서, 그리고 내가 못 이룬 것들을 이 친구들이 이뤘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팀을 만들었어요.


Q Team…King Larva?
아니요, 아니에요(웃음). 이게 자꾸 오해를 사요. 코리아 롱 드라이브거든요. 처음에 이걸 4명, 5명으로 시작했을 때, 해외에 나갔을 때만 이 명칭으로 활동하고, 국내에서 우리는 경쟁하는 사이라는 의미로 만들었습니다.
제가 책임질 수 있는 영역 안에서의 후진 양성을 위해서, 한국 장타 선수의 명맥이 끊기지 않았으면 해서. 정보 공유도 하고, 동기부여도 하면서 나름대로는 팀을 유지하고 이끌고 있어요.


Q 그래도 약간 중의적인 노림수(?)가 있었던 건 아닌가? 솔직히 귓속말로…
아뇨, 진짜 없었어요. 처음부터 코리아 롱 드라이브였어요(킹라바는 웃었지만 웃는 게 아닌 것도 같아서 얼른 넘어갔다).


Q 마지막 질문이 될 것 같다. 킹라바의 비거리는 재능인가, 노력인가.
저는 주니어 선수 출신이었고, 그래서 키가 작아도 230~240m를 겨우 때린 거였어요. 거기서부터 100m를 더 늘였어요.
제가 잘 얘기 안 하려고 하는 게 몇 가지 있어요. 먼저 나이가 생각보다 많아요(웃음). 키도 생각보다 작고요. 오른쪽 다리를 두 번 수술해서 장애인 복지카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기도 해요. 함부로 ‘그저 재능’이라고 생각하지 말아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공을 많이 쳤어요. 어디 한 군데 부러지기 직전까지. 손 어디가 찢어졌다는 건 다반사였죠. 그 정도를 해서 거리를 늘렸을 때 사람들이 비로소 봐주기 시작하고, ‘재능 아니냐’는 얘기도 들을 수 있게 됐죠.

 


Q 어디까지 늘리는 게 목표인지, 꿈이 있다면?
캐릭터 육성 게임을 보면 ‘만렙’이라는 개념이 없잖아요. 비거리가 그래요. 끝이 없어요. 처음으로 300m를 치면요, 301m가 보여요. 그게 되면 302m가 보이고. 끝이 안 나더라고요.
꿈이 있다면 제가 만 45세가 넘어서 시니어 리그에 나가서까지도 장타를 치는 게 꿈이에요. 제가 마흔이 되기 전에 누군가 저한테 그랬거든요. “너 그렇게 스윙해서는 마흔 살 전에 몸 다 망가질 거다”라고. 제가 이미 마흔셋인데(웃음). 50대가 되어서도 20대를 이기는 게 꿈이죠. 비거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