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을 코앞에 뒀다가 재확산으로 허탈감이 들었지만, 그래도 하늘 길은 조금씩 열리고 있다. 엔데믹이 온다면 가장 하고 싶은 것, 설문 결과 1위는 ‘해외여행’이었다. 잠시 잊고 있었던 해외여행 상식, 이코노미 증후군을 다시 꺼낼 때가 온다.
WRITER 이원태
코로나19 3년 차, 해외여행 산업은 특히 극심한 보릿고개를 겪었다. 코로나19 전 해외 여행객 수는 무려 연간 3천만 명(28,714,247명, 2019년)에 달했다. 코로나19 이슈가 시작된 2020년은 4백만 명(4,276,006명)으로 무려 85.1% 감소했다.
최근 국제선 운항 정상화 계획을 비롯해 해외 입국자 격리 면제 등 정부 규제 완화 계획 발표에 움직이고 있다. 단체여행 예약도 서서히 증가하는 등 무너진 관광산업 회복에도 속도가 붙었다. 신속 유전자 증폭검사(PCR) 음성 증명서, 백신 접종 증명서만 있으면 무 격리 입국을 허용하는 국가가 많이 생기며 해외여행이 한결 쉬워졌다.
이러한 시점에서 국민이 가장 하고 싶은 것으로 해외여행을 손꼽았다. 특히 골퍼들은 올여름 지독한 폭염과 태풍을 보내고 보니 ‘벌써 가을’이 된 기분이다. 그동안 참아온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코로나19 직격탄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국내 골프장 예약이 어려워지면서 해외 골프 여행에 눈을 돌리는 골퍼와 ‘골린이’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간만의 성수기 체감 클 것
해외 골프 여행을 떠난 여행객은 무려 211만 명(2017년 통계)으로 2007년 56만 명보다 3.7배나 증가했었다. 추세로 볼 때 앞으로 골프여행객은 400만 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산한다.
한국인이 해외로 골프 여행을 떠나는 가장 큰 이유는 계절 때문이었다. 바로 겨울 골프 또는 전지훈련이다. 따라서 지금부터 내년 봄까지가 해외 골프 여행 업계에는 성수기다.
관광업계는 비싼 국내 골프장 이용료와 예약의 어려움 때문에라도, 최근 골프에 입문한 골린이의 생애 첫 특급 전지 훈련을 위해서라도 성수기가 더 크게 체감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장거리 비행에 우리가 챙길 것들
해외여행은 언제나 설레는 일이다. 하지만 장시간 항공기 기내에서 장거리 이동은 고역이다. 해외 골프 여행을 떠날 땐 건강하고 안전한 여행을 위해 출발 전에는 비상약을 챙기고 여행지의 유행 질병을 확인해 미리 예방접종을 받는 등 출발 전 필수 사항을 체크해야 한다.
특히 항공기 이동 중 가장 염려되는 것이 좁은 공간에 장시간 있다 보면 발생할 수 있는 ‘이코노미 클래스 증후군’에 대한 준비와 예방이다.
늘어나는 이코노미 증후군 사례
해외 골프여행객이라고 이런 위협이 피해가지는 않는다. 경각심을 가지고 반드시 사전에 인지하고 대비해야 한다. |
기내에서 쓰러진 30대 여성
최근 미국 뉴욕 JFK 공항을 출발해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30대 여성 승객이 기내에서 폐색전증으로 쓰러졌다. 공항 측은 적절한 응급처치 후 병원에 이송했지만, 승객은 끝내 사망했다. 충격적인 것은 이코노미클래스 증후군은 60세 이상의 고령자, 흡연자, 동맥경화나 비만, 고혈압이나 고지혈증이 있는 사람에게 더 위험한 것으로 인식해왔는데 사례 여성은 30대라는 것이다.
일본 하늘의 관문인 나리타 공항에서 일반석 증후군에 관한 조사 결과 12년간 사망자는 25명에 달했다. 따라서 항공기에 탑승할 때는 항상 이코노미석 증후군의 증상에 관해 충분히 인지하길 권고하고 있다.
이코노미 증후군, 혈전이 문제
이코노미 클래스 증후군(일반석 혹은 삼등석 증후군)의 의학적인 진단명은 주로 다리에 발생하는 ‘심부정맥 혈전증’이다. 좌석이 좁은 이코노미석에 장시간 있다가 다리가 붓고 아프며, 호흡곤란 같은 신체 증상이 발생할 수 있어 ‘이코노미 클래스 증후군’이라고 부르게 됐다.
좌석 공간이 넉넉한 일·이등석과 달리 상대적으로 비좁은 삼등석 승객에게 주로 나타나 삼등석 증후군으로 부르기도 한다.
방심하면 당한다
심부정맥 혈전증의 원인은 좁은 기내 좌석에서 장시간 움직임이 없이 다리를 펴지 못해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못하게 되면서 심장으로 가야 할 다리의 피가 정체되다 응고돼 생긴 ‘혈전(혈액 덩어리)’이다. 결국 혈전이 혈관을 막아 피가 흐르지 못해 발생하는 질환인 것이다.
혈전이 폐의 혈관을 막기라도 한다면 돌연사 위험이 커진다. 심한 경우 호흡 곤란과 가슴 통증을 느끼며 사망에 이른다.
또한, 기온이 낮을 때에는 다리의 혈액을 심장으로 보내는 힘이 약해져서 심부정맥 혈전증의 위험이 커지기도 한다.
낮은 기압, 부족한 산소
이코노미석의 좌석 간격은 81~86㎝, 좌우 폭은 45㎝다. 멀티플렉스 영화관의 좌석 간격이 약 1m인 것과 비교하면 항공기 좌석이 얼마나 좁은지 체감할 수 있다.
더욱이 항공기는 지상으로부터 6~11㎞ 정도 높은 상공에서 비행한다. 고도 10㎞의 기압은 0.25로 혈액을 운반하는 산소가 줄어들어 사람이 살 수 없는 환경이다. 이 때문에 항공기 내부는 기압을 조절하는 장치로 인해 사람이 큰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0.8기압 정도를 유지한다.
하지만 여전히 지상보다는 기압이 낮으므로 산소 농도는 지상의 80%에 불과하고 습도는 5~15%로 낮아 장시간 앉아 있으면 피의 흐름이 둔해지면서 비행기 객실 내에 압축된 공기가 혈액을 더욱 점액성을 띠게 해 혈액이 쉽게 뭉치며 순환을 방해한다.
항공기가 아니라도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심부정맥 혈전증은 기내에서만 발생하는 게 아니다. 좁은 좌석으로 인해 발생하는 이코노미석 증후군은 항공기는 물론 열차, 버스에 이어 승용차에서까지 발생하기도 한다.
비좁은 차 안에만 있거나 오랫동안 사무실에 앉아서 일하는 직장인, 오랫동안 침대에 누워있는 환자에게도 많이 발생한다. 실제로 일본 규슈 구마모토현 지진 당시, 자동차에서 피난 생활을 하던 50대 여성이 심부정맥 혈전증으로 사망한 사례가 있다.
장거리 이용객 40%가 겪는다
우리나라에서도 장거리 국제선 이용 경험이 있는 남녀를 조사한 결과, 40.3%인 532명이 다리가 붓거나 아프고 심하면 호흡곤란을 일으키는 ‘이코노미 클래스 증후군’을 겪은 적이 있었고, 40명(3%)은 착륙 후 병원을 찾은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최근 4년 동안 기내나 공항에서 증상이 발생해 병원으로 옮겨졌다가 사망한 승객 48명 가운데 무려 27명(56%)의 사인이 이코노미 클래스 증후군과 관련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폐경색이나 심근경색 등이었다.
일반적으로 심부정맥 혈전증은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복부비만, 대사증후군 등 만성질환자와 중년 이후 남성, 임산부에게서 발생률이 높았다. 특히 배가 나온 중년 남성과 임산부는 복부 쪽의 혈액 압력이 높아져 있어서 혈액이 다리에 정체돼 있을 가능성이 더 크다.
예방법은 자주 움직이기
이처럼 남의 일 같지 않은 이코노미 증후군을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쉬운 예방은 자주 움직이는 것이다.
특히 신경 쓰면 좋은 부위는 종아리 근육이다. 종아리에는 정맥판이 있어 반복적으로 수축·이완시켜주면 정맥 순환을 촉진해 혈액의 정체를 해소할 수 있다.
특히 5시간 이상 장시간 비행기에 탑승할 때는 복도 쪽 좌석에 앉아 1~2시간마다 일어나 걷거나 다리를 주물러주는 것이 좋다. 제자리에서 발뒤꿈치를 들었다 내리는 스트레칭이나 맨손 체조는 더 좋다. 발목과 종아리 근육을 자극해 혈액순환을 돕도록 한다.
수시로 비행기 복도를 걸으며 스트레칭을 하고, 편안하고 행복했던 순간이나 장소 등을 떠올리는 것도 도움이 된다.
건강을 지키는 항공기 이용 수칙
항공기 기내에서는 반지와 벨트 등은 빼도록 한다. 슬리퍼를 신고, 허리나 엉덩이에 꽉 끼는 옷이나 내의를 껴입는 건 피한다. 가능하면 품이 넉넉한 옷을 고르는 게 좋다.
기내에서는 물을 자주 마시도록 한다. 적절한 수분은 혈액을 묽게 해 혈전 발생의 위험을 줄여준다. 비행기 내부는 습도가 낮은 건조한 상태다. 기내 습도는 15~20% 정도(사람이 쾌적함을 느끼는 습도는 50~60%)로 건조한 환경이기에 더 그렇다.
커피나 술은 좋지 않다. 물은 혈액순환을 활발하게 하고 탈수로 혈전이 생기는 것을 막지만, 알코올과 카페인은 이뇨작용으로 수분을 잃게 만든다.
증상이 생겼을 때 대처는?
심부정맥 혈전증 증상이 가벼울 땐 혈전을 녹이는 항응고제를 휴대하였다가 사용하는 약물요법으로 치료한다. 증상이 심하면 즉시 승무원을 불러 응급처치를 받도록 한다.
기내에 보관된 가느다란 관(카테터)을 문제가 발생한 혈관에 삽입(승객 중 의료인을 찾도록 한다)해 혈관을 막고 있는 혈전을 녹이거나 제거하는 혈관 중재술을 받아야 한다. 이를 예방하려면 평소 혈액순환이 잘되도록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응급처치는 먼저 상태 확인부터
옆자리 동반자가 이코노미 클래스 증후군으로 쓰러지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즉시 응급처치를 해줄 수 있다면 더 좋다. 먼저 기내 승무원에게 알리고(주변에 의료진이 탑승하였는지 확인) 의식 여부를 확인한다.
의식이 없다면 바닥에 편안하게 수평으로 눕힌다. 이때 환자의 얼굴이 충혈되면 상체를 높여주고 얼굴이 창백하면 하체를 높여준다. 구토했다면 질식을 방지하기 위해 얼굴을 옆으로 돌려준다.
다음으로는 호흡과 맥박 확인이다. 호흡은 가슴에 귀를 대듯 얼굴을 가까이해 흉곽이 상하로 움직이는지를 확인하면 쉽다. 맥박은 목 옆의 경동맥에서 가장 잘 느낄 수 있다.
맥박이 아주 느리거나(성인 50회/분 이하) 너무 빠르면(성인 100회/분 이상) 위험한 상태이기 때문에 동공을 살펴본다. 의식이 없고 동공이 크게 확장되어 있으면 위험하다.
또한,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동공의 좌우 크기가 다르면 뇌에 손상이 있다고 봐야 한다.
의식이 없다면 즉시 심폐소생술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맥박이 없고 호흡이 불규칙적이라면, 즉시 심폐소생술(가슴 압박 시행) 실시하면서 자동심장충격기(AED)를 요청해야 한다. AED를 켜면 안내 음성 메시지가 나오니 잘 듣고 따라하면 된다.
의식이 있다면 먼저 얼굴색(피부색)과 체온을 살펴보고 적절한 조치를 취한다. 증상이 나아지면 환자의 마음을 가라앉히고, 안정을 시키도록 한다.
특히 입술과 손톱 색이 청홍색으로 변해 있으면 호흡을 할 수 없는 상태로 심장이 정지될 직전 위험한 상태다. 피부색이 창백하며 피부가 차갑고 건조하면 대출혈, 심장발작 등으로 혈압이 낮아지고 심장의 펌프작용이 떨어져 혈액순환이 악화된 증거다.
후회는 늘 안타깝다
자신의 건강과 안전은 자신이 스스로 지킬 수 있도록 준비하고 떠나자. 평소 안전사고에 대해 항상 의식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늘 안전한 운동과 여정을 다짐하면서, 집을 떠난 한 걸음 한걸음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라운드를 즐기도록 하자. 가벼운 마음으로 떠나는 해외 골프 여행, 안전 예방수칙을 숙지하면서 골프를 즐긴다면 가을의 즐거움을 최대한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일 년 중 가장 운동하기 좋은 가을철, 국내도 아닌 외국의 푸른 하늘 아래에서 진행되는 라운드는 상상만으로도 설렌다. 해본 사람이라면 그 기쁨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아름다운 추억이 된다는 걸 잘 안다. 다만 외국에서의 라운드는 즐거운 만큼 위험도 따른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