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사업은 기본적으로 조합원에게 이익이 남는 구조다. 그러나 그 이익은 조합원 손에 닿기도 전에 새나간다. 시공사, 조합 집행부, 관할관청이 얽힌 ‘3각 카르텔’이 이를 빨아들이기 때문이다. 공사비는 ‘처음부터 정해진 것’이 아니다. 조합원은 시공사 선정 시 “공사비 얼마냐”를 첫 질문으로 던진다. 그러나 시공사가 제시하는 금액은 고정가가 아니다. 사업이 시작되면 물가 상승, 설계 변경, 부대공사 추가 등 온갖 이유로 수백억 원이 증액된다. 추가 비용은 전부 조합원 분담금으로 전가된다. 이미 계약서 속에 ‘총회 생략 가능’ ‘집행부 합의만으로 증액 가능’ 같은 독소조항이 심어져 있기 때문이다. ◇독소조항은 누가 만들고, 누가 묵인하나 이 구조는 ‘우연’이 아니다. 누군가 조항을 넣고, 누군가 도장을 찍으며, 누군가는 알고도 눈을 감는다. 조합장과 일부 임원은 시공사와 이면합의를 맺어 계약 구조를 왜곡시킨다. 관할관청은 “민간 계약”이라며 개입을 회피하거나, “수사 중”을 핑계로 방조한다. 총회에서 조합원에게 공개되는 자료는 대개 요약본이다. 증액 조항이나 면책 조항은 별도 부속합의서나 본 계약서 안에 숨어 있고, 이를 끝까지 읽은 조합원은 거의 없다. ◇
지이코노미 문채형 기자 | 은평구청이 갈현1구역 재개발 비리 의혹 보도에 대해 내놓은 해명자료는, 사실관계를 뒤틀고 주민의 상식과 법적 원칙마저 외면한, 무책임과 자기 합리화의 백서에 가깝다. 더 큰 문제는, 롯데건설이 조합원 앞에서 약속했던 ‘무이자 1000억 약정’을 깨고도, 도정법 위반만 피해가면 그만이라는 식의 법망 회피 전략을 실행한 정황이 명백히 드러났다는 점이다. 이 모든 과정에서 은평구청은 조합도, 조합원도 아닌 시공사의 입장에 유리한 방식으로 행정을 운용했고, 이제 와서 “문제 없다”는 왜곡된 해명으로 사안을 봉합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이대로 끝나지 않는다. 특검을 포함한 특단의 조사와 처벌이 뒤따를 가능성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총회도 없이 조용히 반환된 1,000억 원…‘도정법 위반’은 명백하다 은평구청은 “입찰보증금 1,000억 원 중 700억 원은 대의원회 결의로 반환했고, 300억 원은 ‘대환’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같은 해명은 ‘총회 의결 없는 반환’이라는 본질적 문제를 회피하기 위한 궤변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롯데건설은 대표이사 명의로 조합에 ‘1000억 원 무이자 약정서’를 제출했고, 이 문서는 갈현1구역 시공사
신뢰를 잃은 IPO, 시장은 외면한다. ‘상장’은 자본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일이다. 기업은 시장을 향해 재무 상태만이 아니라, 조직 문화와 경영의 철학까지 평가받는다. 그런데 IPO를 앞둔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2위 빗썸이 보여주는 모습은 정반대다. 역대 최대 실적을 올리고도 되돌아온 건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 사전 예고 없는 해고, 기준 없는 평가, 불투명한 소통 속에서 직원들은 “회사가 믿음을 져버렸다”고 말한다. 숫자는 올라갔지만, 내부 신뢰는 무너졌다. 기업공개는 커녕, 지금 빗썸이 보여주는 건 ‘불신의 구조조정’에 가깝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2위 빗썸이 IPO(기업공개)를 앞두고 전체 직원의 약 10%에 달하는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내부에서는 “실적이 나쁘지 않았는데도 저성과자 낙인을 찍고 내보냈다”는 성토가 쏟아진다. 특히 이재원 대표(10억 원), 이상준 사장(20억 원) 등 경영진이 고액의 성과급을 수령한 시점과 맞물려 “성과는 직원이 만들고 보상은 임원이 가져간다”는 냉소가 회사 안팎에 번지고 있다. 이번 구조조정이 실적 악화 때문이 아니라 상장을 위한 재무 구조 개선이라는 점에서 비판의 수위는 더욱 높다. 영업이익이 늘었는데
지이코노미 문채형 기자 | 입주를 불과 4개월 앞둔 인천 미추1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장 장종호)이 또다시 공사 중단 위기에 놓였다. 지난해 공사비 인상 갈등으로 한 차례 멈췄던 공사가, 이번에는 조합 내 갈등과 시공사의 노골적인 ‘겁박성 경고’로 다시 흔들리고 있다. 조합장 해임을 추진하는 총회를 앞두고 시공사 라인건설이 "공사 중단"을 공식화하면서 조합원 사이에서는 "입주를 앞두고 협박을 당하고 있다"는 분노가 터져 나오고 있다. ◇ 조합 해임안 총회에 라인건설 “공사 중단” 경고…조합원들 “이건 협박” 지난달 26일, 조합원 일부가 조합장 및 이사 전원 해임을 안건으로 한 임시총회를 발의했다. 총회는 이번달 10일 인천 영광교회에서 열린다. 발의자들은 “장 조합장이 조합원 동의 없이 공사비 인상에 합의했고, 사업을 독단적으로 운영하면서 조합에 막대한 손실을 끼쳤다”며 해임 사유를 밝혔다. 이에 대해 시공사 라인건설은 공문을 통해 “조합장 해임 시 의사결정 공백으로 인해 공사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고 주장하며 공사 중단 가능성을 명시적으로 경고했다. 이어 “조합이 대신 납부하던 이주비·중도금 이자도 조합원 개별 부담으로 전환될 수 있다”며, 사실상 ‘
상장사는 가문의 사유물이 아니다. 하지만 지금 한국콜마그룹에서 벌어지는 경영권 분쟁은 이 기본 원칙을 무너뜨리고 있다. 오너 일가의 감정과 계약이 이사회와 주총을 덮고, 지배구조는 가족 간 갈등의 인질이 됐다. 기업이 누구의 것이며 어떻게 운영되어야 하는가, 그 본질적 질문 앞에서 한국콜마는 침묵하고 있다. 2019년 윤동한 회장은 장남 윤상현 부회장에게 콜마홀딩스 지분을 부담부 증여 방식으로 넘겼다. 실질적인 경영 승계로 해석됐다. 하지만 5년 뒤, 윤 회장은 돌연 지분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이유는 ‘딸 윤여원 대표와의 공동 경영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 결국 이 분쟁의 본질은 가족 간 신뢰와 감정이라는 사적 기준에 기반하고 있다. 문제는 한국콜마가 더 이상 가족만의 기업이 아니라는 점이다. 콜마홀딩스를 중심으로 여러 계열사를 거느린 상장기업이며, 소액주주, 기관, 고객, 협력사 등 수많은 이해관계자가 얽혀 있다. 그럼에도 오너 일가는 경영권을 마치 가문의 유산처럼 다루고 있다. 기업의 정당성과 거버넌스는 철저히 배제된 채, 내부 권력 다툼만이 전면에 부상했다. 윤동한 회장은 한국콜마를 국내 화장품 ODM 산업의 선구자로 이끈 인물이다. 수십 년간
세제 개편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다. 급속한 고령화, 정체된 성장률, 불어나는 복지 수요 앞에서 재정은 이미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 지금의 조세 구조를 손보지 않는다면, 가까운 미래에 한국은 국가채무 급증과 세대 간 재정 전쟁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정부가 발표한 이번 세제 개편안은 시장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구조적 위기를 정면으로 마주한 첫 번째 시도다. 시장 충격은 있었다. 하지만 방향은 틀리지 않았다. 정부가 세제 개편안을 발표한 후 하루 만에 코스피는 3.1% 급락하며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도세가 쏟아졌다. 특히 법인세 인상과 금융소득 과세 강화, 고소득층 세제 혜택 축소가 민감하게 반응을 불러왔다. 그러나 이는 증세 자체보다도 ‘예고 없는 발표’에서 비롯된 신뢰 불안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정책은 시장 친화적일 필요는 없지만, 예측 가능성과 신뢰를 갖춰야 한다는 교훈은 분명히 남는다. 이번 개편은 ‘돈 없는 곳이 아니라, 돈 있는 곳’부터 세금을 걷겠다는 선언이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되돌리고, 과세표준 3,000억 원 초과 구간을 신설해 초대기업의 조세 부담을 현실화했다. 고소득자 중심의 세제 혜택은 줄이고, 대신
“사장이 감옥 가고, 회장이 이익 챙긴다.”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던진 이 말은 그저 분노 섞인 수사가 아니었다. 사람 한 명이 건설현장에서 죽어나가도 대표이사 한 명만 앞세워 법정에 세우고 나면 모든 일이 마무리되는 현실. 회장은 책임에서 비껴선 채 이익을 누리고, 기업은 다시 입찰에 나서고, 광고를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회복한다. 그것이 바로 한국에서 중대재해가 반복되는 구조이자, 우리 모두가 방조한 ‘시스템적 살인’의 풍경이었다. 정부가 결국 칼을 다시 들었다. 형사처벌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자각 끝에, 이제는 ‘돈’으로도 책임을 묻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30일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에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총리가 주재하는 회의에서 이같은 방안이 정식 보고된 것은 처음이다. 하루 전 대통령이 “사고가 나면 고액의 경제적 제재를 해야 한다”고 직접 언급한 직후 벌어진 일이다. 늦었지만 방향은 분명해졌다. 이제는 기업이 가장 민감해하는 지점, 바로 ‘이익’을 흔들겠다는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도 벌써 3년이다. 그러나 현장은 달라지지 않았다. ‘경영책임자’를 법으로 규정하고
롯데건설이 또다시 빠져나갔다. 부산 북항 재개발 D-3 블록 비리 사건에서 내부자 공모와 입찰 조작, 평가위원 매수 등 조직적 범죄가 드러났지만, 정작 가장 큰 수익을 거둔 기업은 책임의 그늘로 숨어 있다. 검찰은 15명을 재판에 넘겼고, 부산항만공사 간부도 기소됐다. 그런데 시공사인 롯데건설은 공사도 계속하고, 사과도 없다. 입찰 정보는 브로커를 통해 특정 컨소시엄에 유출됐고, 사업계획서는 허위로 작성됐다. 그 결과 롯데건설은 약 770억 원의 이익을 거뒀다. 공정성과 경쟁 원칙은 무너졌고, 공기업은 이를 방조했다. 그런데 롯데건설은 언제나처럼 ‘몰랐다’는 말로 빠져나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수의계약 중심의 수주 패턴이 단발적 사건이 아니라 반복되는 구조라는 점이다. 본지가 추적 중인 서울 은평구 갈현1구역 재개발, 송파구 가락1현대 재건축 등에서도 동일한 방식이 포착됐다. 조합과 공무원, 특정 시공사 사이의 이면 커넥션과 정보 유출 정황은 북항 사건과 닮았다. 이는 실무자의 일탈이 아니라 건설사 수주 전략 자체가 구조적 문제임을 보여준다. 이쯤 되면 묻지 않을 수 없다. 박현철 롯데건설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정말 몰랐는가. 8조 원
“조직 내 괴롭힘을 외면하더니, 이제는 기자에게까지 진실을 부정하려 한다. 이게 과연 상식적인 기업의 대응인가.”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의 이 절규는, 오늘의 동원산업이 처한 윤리적 위기를 함축하고 있다. 문제는 단순히 한 내부 직원의 고통으로 그치지 않는다. 기업의 도덕성과 사회적 책임 전반을 되묻는 사안으로 확산되고 있다. 최근 동원산업은, 해당 사건을 처음 보도한 기자에게 “녹취가 조작됐을 가능성도 있다”는 입장을 비공식적으로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침묵을 유도하려던 기존 전략에서 나아가, 이제는 언론 보도 자체의 신뢰성까지 흔들려는 시도다. 하지만 피해자가 제출한 자료는 1시간이 넘는 무편집 녹취를 포함해, 정신건강 진단서, 복직 거부 이메일, 병가 방해 내역 등 객관적이고 검증 가능한 증거들로 구성돼 있다. 법적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조작 가능성'을 거론한 것은, 단순한 해명이 아니라 명백한 언론 압박이자, 또 다른 형태의 2차 가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조직적 대응이 진실을 향한 성찰보다는 ‘이미지 관리’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건은 이미 글로벌 ESG 평가기관인 RepRisk에 등록되었고, ILO와
동원산업(대표이사 박상진)이 노동부의 직장 내 괴롭힘 최종 판단이 내려지기 전, 피해자 A씨에게 “괴롭힘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를 사전에 통보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는 피해자에 대한 사실상 ‘2차 가해’이자, 노동행정 절차의 본질을 무력화하는 위법 소지 행위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문제는 시점이다. 노동부는 현재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을 심사 중으로, 피해자 A씨 조차 결과에 대한 통지를 받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동원산업은 자체적으로 선발한 외부 노무법인의 보고서를 바탕으로, 피해자에게 ‘괴롭힘 불인정’ 결론을 먼저 통보했다. 피해자 A씨는 “노동부 담당자도 조사결과는 피해자에게 비공개라고 했는데, 회사는 ‘직장 내 괴롭힘 아님’이라는 결론을 미리 내려 통보했다”며 “이는 명백한 피해자 무력화 시도이자 2차 가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동원산업은 피해자 A씨가 제출한 △정신질환 진단서 △복수의 녹취록 △상급자의 방조성 발언 △퇴사 압박 정황 이메일 등을 전부 “고의성 없음”, “피드백 범위 내”라는 이유로 일축했다. 하지만, 해당 녹취에는 민은홍 전 대표(현 스타키스트 CEO)가 “우울증은 장 때문이다. 우울증 약은 설사약이다”고 발언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