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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구름 관중 아직 안 돌아온 갤러리 에티켓

코로나19 확산 이후 2년 만에 관중 입장이 재개됐다. 그 덕에 대회는 더욱 흥겹고, 선수들도 좋은 퍼포먼스를 보인다. 다만 아직 갤러리의 매너와 에티켓은 조금 덜 돌아온 것 같다.
물론 일부의 문제다. 다만 한 번 짚고 넘어갈 필요는 있다.

 

EDITOR 박준영

PHOTO 김영식

 

 

구름 관중이 돌아왔다
개막전 롯데 렌터카 여자오픈(4/7~10, 롯데스카이힐 제주, 총상금 7억 원, 우승 장수연 프로)에서도 관중 입장은 재개됐지만, 제주도에서 열린 데다 날씨가 추워진 탓에 많은 관중이 모이지는 못했다.


시즌 두 번째 대회인 메디힐·한국일보 챔피언십(4/14~17, 페럼, 총상금 10억 원, 우승 박지영 프로)에서는 나흘간 6천여 명이 골프장을 찾았다.


본격적으로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간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킬 구름 관중 사례가 시작된 건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즈 2022(4/21~24, 가야, 총상금 8억 원, 우승 유해란 프로)다.

 

경남은 전통적으로 갤러리의 호응이 남다르다. 특히 이 지역에서 열리는 유일한 대회인 만큼 경남 지역 골퍼들의 관심이 상당히 높다.


게다가 2021년부터 3라운드 54홀에서 4라운드 72홀로 대회 규모를 더 키웠고, 총상금도 2억 원을 늘려 8억 원 규모의 대회가 됐고, 세계 랭킹 1위인 고진영과 박성현 등 걸출한 우승자를 배출한 대회이며, 2013년부터 누구에게도 타이틀 방어를 허락하지 않은 대회라 톱 프로들이 시즌 초반 본격적으로 시동을 거는 대회이기도 하다.


주최 측에 따르면 4일간 2만 3천여 명의 갤러리가 입장했다. 대회 조직위에 따르면 1라운드 2,998명, 2라운드 4,310명, 3라운드 6,047명이 대회장을 찾았고, 최종일이 24일에는 오후 2시까지 10,023명의 갤러리가 입장했다.

 

최종 라운드 유해란, 권서연, 전효민의 챔피언 조에만 천여 명이 넘는 관중이 티박스부터 그린까지의 도로를 메워 코로나19 이전의 구름 관중 사례를 재연했다.


'잠깐만, 갤러리만 돌아오신…?'
지난 5월 1일에는 포천 일동레이크에서 열린 크리스 F&C KLPGA 챔피언십(4/28~5/1, 총상금 12억 원, 우승 김아림 프로) 4라운드에서 전예성이 어드레스를 마친 시점에 ‘삐-’하는 신호음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한두 명이 아니라 곳곳에서 터져 나온 알림음은 철원군청이 보낸 안전안내문자였다. 막을 수도 없는 소음이었던지라 갤러리도 선수들도 웃으며 넘긴 해프닝이 됐다. 그러나 이 정도는 ‘애교’에 가깝다.


최근 갑자기 풀린 입장 제한으로 수많은 갤러리가 대회장을 찾다 보니 ‘잠시 잊고 있는’ 에티켓 논란도 상당하다.


실제로 티샷할 때 동영상 촬영음, 연사 셔터 소리는 물론이고 선수가 어드레스에 들어갈 때까지 큰 소리로 대화를 나누거나 아무 말도 안 하고 그 자리에 서 있기는 하지만 계속해서 비닐봉지를 뒤적이는 소리까지… 채 돌아오지 못한 에티켓 때문에 경기가 지연되거나 방해를 겪고, 진행요원이나 선수 캐디뿐만 아니라 선수들이 직접 나서는 사례까지, 대회가 이어질수록 거의 모든 에티켓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때와 장소에 맞는 응원
그렇다고 코로나19 확산 시절의 무관중이 좋은가. 당연히 아니다. TPO에 맞는 환호와 재치 넘치고 센스있는 응원은 대회를 흥겹게 만들고, 선수들도 신이 난다. 오히려 더 집중할 수 있는 모멘텀이 되기도 한다.


교촌 허니 레이디스 오픈(5/6~8, 총상금 8억 원, 우승 조아연 프로)을 통해 2년 8개월여 만의 KLPGA투어 통산 3승을 거둔 조아연 프로는 “나는 갤러리가 필요한 선수”라며 “지난 2년간 갤러리의 빈 자리를 크게 느꼈다. 갤러리 호응에 따라 위로가 되기도 하고, 더 힘을 받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조아연은 2년간 온갖 루머가 퍼질 정도로 부진을 겪었다. 오명에 가까운 것도 있었다. 부진을 씻고 우승에 도달한 것을 단순히 갤러리 유무로만 해석할 수는 없다. 그러나 본인이 그렇게 말하고 있다. 갤러리가 있어서 우승할 수 있었다고.


코로나19 확산으로 갤러리 입장이 제한되자 적막한 분위기에 텐션을 잃고 집중하지 못하는 프로들도 우리는 숱하게 봤다. 매너 없는 일부 갤러리에 예민하게 반응하기로 유명한 몇몇 프로들조차도 “갤러리가 돌아오기를 늘 고대하고 있다”는 심경을 여러 차례 밝혔다.


프로정신? 양비론?
문제는 TPO인 거다.

 

혹자는 이런 문제에서 에티켓을 도외시하는 갤러리도 문제지만, 극복하지 못하는 프로들의 프로정신을 운운하기도 한다.

 

전성기 시절의 타이거 우즈가 샷감이 너무 좋은 라운드에서 앞서 언급한 에티켓에 대해 클레임하지 않았다거나, 그럼에도 좋은 샷을 날렸더라도 그러한 양비론은 골프에서 통용되지 않는다.


혹자는 또 축구, 농구 등과 비교를 하기도 한다. 글쎄, 골프를 해보지 않은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직접 해보면 골프는 축구나 농구가 아니라 사격이나 양궁에 가깝다는 걸 느꼈을 텐데 말이다.


뭐라고 비유를 해야 와닿을까.

 

몇천만 원 혹은 억대의 계약이 걸린 1㎜짜리 버튼을 마우스로 하루 70번씩, 4일간 클릭해야 하는데 누군가 어깨를 툭 치며 ‘뭐가 그리 심각해?’라고 웃으며 말을 걸어도 아무렇지 않은 강철같은 멘탈과 심장을 가진 사람이라면 뭐…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이건 너무 급발진인가).


샷을 할 때 이동금지, 소음 발생 금지는 엄연히 골프라는 종목의 ‘룰’이다. 우리가 이런 에티켓을 강조하는 이유는 선수들이 예민해서나 민감하니까, 혹은 골프라는 게 워낙 예민한 운동이니까 정도가 아니다.

 

선수들이 준비한 노력과 시간의 결과물을 가능한 한 고스란히 지켜보기 위해서. 그들이 가진 최상의 경기력을 손실 없이 보기 위해서. 그런 경기력으로 진검승부를 하는 것이 골프이기 때문이다.

 

무엇에 대한 칭찬인가?
골프는 관중을 ‘갤러리’라고 부른다. 골프에서 관중이 대회를 보는 건, 마치 미술관이나 극장에서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면에서 유래됐다. 그림을 감상하듯 조용히 관람하기로 약속된 스포츠기 때문이다.


우리는 대회에서 관람 매너 때문에 손해를 본 선수들이 해프닝으로 웃어넘기는 모습을 칭찬한다. 반대로 예민하게 반응하는 선수들에게는 고개를 갸웃하기도 하고. 물론 나도 그렇다. 이런 부분도 경기의 일부로 인정할 줄 아는 프로페셔널한 선수라고 고개를 끄덕이곤 한다. 그런 선수가 미스샷을 극적으로 극복하기를 더 응원하게 된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그 칭찬과 인정이 무엇에 대한 건가 싶다. 따지고 보면 ‘골프라는 예민한 종목을 업으로 삼는 프로골퍼 세계’에서 어떤 반응이 더 프로정신에 가깝냐고 한다면 오히려 후자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