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동두천 -5.2℃
  • 맑음강릉 0.0℃
  • 맑음서울 -3.8℃
  • 구름많음대전 -1.8℃
  • 구름조금대구 0.6℃
  • 구름조금울산 -0.1℃
  • 구름많음광주 1.4℃
  • 구름조금부산 1.0℃
  • 흐림고창 -0.7℃
  • 구름많음제주 5.4℃
  • 맑음강화 -5.8℃
  • 구름많음보은 -3.4℃
  • 맑음금산 -3.0℃
  • 구름많음강진군 -0.2℃
  • 맑음경주시 -0.4℃
  • 구름조금거제 3.3℃
기상청 제공

[안전 칼럼] 또 벌어진 골프장 익사 사고 ‘왜 탈출하지 못 할까

이원태 안전 칼럼

 

매년 벌어지는 골프장 익사 사고를 볼 때면, 골프장 안전 칼럼니스트라 자칭하는 필자로서는 심적으로 받는 부채감이 크다. 올해도 독자 여러분께 간곡하게 당부하고자 한다. 안전은 곧 생명이다.

 

WRITER 이원태

 

올여름은 기록적 폭염이 예상된다고 한다. 이미 에어컨이 품절되고, 빙과류가 호황이라는 얘기가 들린다. 일찍 찾아온 무더위의 영향으로 벌써부터 전국에서 익사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어린이날 가족과 함께 계곡을 찾은 A(45)씨가 계곡에 빠진 아들 B(11)군을 구하려다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수심 2~3m 물에 빠진 부자를 발견한 야영객들이 이들을 구조했지만, 119구조대가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A씨는 이미 심정지 상태였다고 한다.

 

지난 2020년 통계에 따르면 이러한 익사 사고로 520명이 사망(사고사 사망 순위 3위)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초등학교부터 생존 수영을 교육하는 추세다.

 

 

3m 수심 해저드 익사 사고
필자는 골프장에서의 익사 사고 만큼은 예방하고자 매년 그에 관한 안전 칼럼을 연재해왔다. 솔직히 ‘이제는 익사 사고가 일어나지 않겠지?’ 하는 마음이었다. 그러나 지난 4월 27일 전남 순천에서 50대 여성 B씨가 ‘연못에 빠져 숨지는 사고’가 또 발생했다.


함께 골프를 치던 동반자(3명)와 캐디가 뒤늦게 물에 빠진 B씨를 발견하고 신고했다. 해당 홀에서 B씨의 첫 번째 티샷이 오른쪽으로 날아가다 연못 근처에 떨어졌고, 다른 동반자들의 공은 그보다 30~40m 왼쪽으로 떨어졌다.


담당 캐디는 왼쪽에 볼이 모인 동반자 3명의 페어웨이 샷을 도와주고 난 뒤 B씨의 샷을 돕기 위해 그가 있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B씨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담당 캐디는 “연못 쪽으로 갔을 때, B씨가 이미 그곳에 빠진 채 허우적거리면서 코만 물 밖으로 나온 상태에서 발버둥 치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2m 직벽 둘러쳐진 해저드
B씨가 빠진 워터 해저드는 연못 가장자리가 2m가량의 높이인 직벽 형태로 만들어진 곳이었다. 30~40m 떨어진 곳에선 보이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캐디와 동반자는 B씨를 구조하기 위해 근처에 있던 구명환을 던졌지만, 구명환은 B씨 왼쪽 멀찍이 떨어졌다. 구명환을 끌어당긴 뒤 재차 던졌지만 B씨 손에는 구명환이 닿지 않았고, 천금 같은 골든타임이 지나고 말았다.


출동한 119 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하여 B씨를 구조했지만, B씨는 이미 심정지 상태였고, 급히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결국 사망 판정을 받았다.

 

낙뢰·감전(전기 울타리)·익사(해저드)는 골프장에서의 ‘불가사의한 3대 사망사고’라 한다. 그중 익사 사고는 가장 억울한 사망사고다


왜 빠져나오지 못했을까?
B씨가 연못을 자력으로 탈출하는 건 불가능했을까?


수상안전 전문가인 필자의 견해를 묻는다면 당연히 ‘절대 불가’라고 말하겠다. 일반적으로 익수자가 생존을 위해 가장 먼저 하는 행동은 구조 요청이 아니라 살기 위한 몸부림이다.


지난해 경기도 이천의 모 골프장에서도 물에 빠진 공을 찾으려다 실족하는 사고가 있었다. 다행히 물에 빠진 골퍼를 동반자들이 빠르게 알아챘고, 구명환을 던졌으며, ‘개헤엄’이라도 칠 줄 아는 사람이었기에 살았다. 즉 동반자의 빠른 행동(구명환)에 자신의 능력(개헤엄)이 있었기에 생존할 수 있었던 거다.

 


이번만큼은 후폭풍이 거세다
경찰은 이번 사고를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에 적용할지 검토 중이다.

 

지난 1월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노동자에게 발생한 중대산업재해 외에도 공중이용시설이나 교통수단에서 발생한 중대시민재해에 대해서도 사업주를 처벌할 수 있다.

 

그러나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이 법이 적용된 경우는 모두 ‘중대시민재해’가 아닌 ‘중대
산업재해’였다. 중대재해처벌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중대시민재해는 공중 이용시설이나 대중 교통수단에서 설치·관리상의 결함 등으로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한 경우 해당한다.


이번 사건에서 경찰은 골프장이 공중이용시설에 해당하는 데다 사망자가 나온 만큼, 이번 사건이 중대시민재해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혐의 적용을 검토 중이다.

 

사업장에서 노동자들에게 발생한 중대산업재해처벌법을 골프장을 비롯한 공중이용시설까지 확대할 경우, 중대한 책임을 져야 할 범위가 크게 넓어진다. 그래서 일부 골프장 업주들 사이에선 “골프장 물을 다 빼라는 말이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안전까지 보장하는 게 명문
라운드 중 해저드에 빠져 익사한 사건의 책임을 물어 골프장 관계자를 기소한 사례는 지금까지 단 한 건(법원 확인 결과)도 없었다. 이는 골퍼들 스스로 주의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시사하는 것이다.

 

골프장에서도 저류형 해저드 옆에는 항상 안전 표지판과 구명환(튜브)을 비치하고 있다. 그러나 만약 동반자들이 익수자를 발견하고도 노끈에 단단히 묶인 구명환을 풀지 못했다면 골프장 내 안전장치는 무용지물이다. 이런 일에 대비해 즉시 연락할 수 있는 비상 연락망을 설치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해저드에 안전 펜스 설치와 함께 안전장치도 필요하다.


추가로 안전요원 배치, 회원 대상의 안전교육, 경기진행요원 및 캐디에 대한 정기적인 안전교육을 통해 단순히 경기의 보조만이 아니라 골퍼들의 안전까지 책임지는 전문 보조인으로서 직무능력을 강화한다면 그 골프장이 바로 ‘명문’ 골프장이 될 것이다. 선진국일수록 안전에 큰 비용을 들일 줄 아는 법이다.

 

처벌한다면 수위는 얼마나 될까?
만약 해당 골프장 업주가 중대재해처벌법으로 기소되면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그동안 이와 유사한 사망사고가 발생했을 때 업주에게 적용됐던 ‘업무상과실치사죄(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보다 훨씬 무거운 처벌이다.


골프장에서 발생한 익사 사고에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하려면 ‘골프장을 공중이용시설로 볼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공중이용시설은 다수가 이용하면서 이용자의 건강 및 공중위생에 영향을 미치는 건축물·시설을 뜻한다.

 

골프장 인공 연못의 위험성
라운드 중 유난히 볼에 집착하는 골퍼들이 있다. 사실 안전을 경시한 채 해저드에서 무리하게 분실구를 찾는 행동은 종종 벌어진다. 즉 이미 예견된 안전사고라는 얘기다.

 

경관용 해저드는 1m 정도의 깊이로 익사 위험성은 거의 없다(대신 심정지의 위험성이 있어 주의가 필요한 건 마찬가지다).

 

주말 골퍼들이 특히 신경 써야 할 해저드는 골프장에 필요한 물을 가두어 두는 저류형이다. 최근 익사 사고가 발생한 충북, 이천, 청도, 인천과 이번 순천의 골프장까지, 모두 저류형 해저드에서 일어난 사고다.

 

비가올 때 한 번에 하류로 물이 쓸려 가는 것을 방지하거나, 물을 모았다가 잔디에 사용하는 기능성 해저드는 폭도 넓고 수심도 깊어 매우 위험하다.

 

대부분의 골프장에서는 저류형 해저드에 구명튜브를 설치해 놓지만, 던져줘야 할 동반자가 너무 멀리 있거나 미처 발견하지 못하면 생명을 잃는 사고는 한순간에 벌어진다.

 

 

해저드 주변, 지나치게 골프공에 집착하는 과욕은 금물


특히 턱이 경사진 경사형은 수면이 닿는 부분을 시멘트나 두꺼운 비닐을 덮어두기 때문에 미끄러워 올라가기 어렵다.

 

물이 땅으로 스미는 걸 막기 위해 비닐 소재를 바닥부터 지면의 경계까지 깔아놓기 때문에 빠져나오려 발버둥 칠수록 계속 미끄러져서 나오지 못하기(현무암 지형인 제주도는 해저드 바닥으로 물이 빠지지 않도록 비닐 재로 덮음) 때문에 수심이 아주 깊지 않더라도 생명을 잃을 수 있다.

 

 

동반자가 물에 빠진 것을 목격했다면?
수상 구조의 우선순위는 먼저 물 밖에서 동반자가 익수자를 직접 구조하는 방법이다. 물 밖 또는 물속(허리 정도 높이)까지 들어가 몸(인간사슬, 손, 다리)을 이용하여 바로 구조한다.


그다음 순위는 장비를 이용한 구조다. 해저드 주변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설치된 구명조끼, 구명환, 로프 등의 인명 구조장비를 이용하거나, 현장 주변의 장대 또는 골프채를 이용할 수 있다.


마지막 최후의 수단은 직접 물에 뛰어들어 구조하는 방법이다. 다만 수영이 능숙한 사람이라도 직접 구조하려는 것은 어디까지나 ‘최후의 수단’이다. 이때도 반드시 부력(구명 장구)을 이용해야 한다. 구조하도록 한다.


골든타임 4분, 즉시 CPR 해야
해저드에서 익수자를 구조했다면 즉시 심폐소생술을 시행한다. 구조 즉시 심폐소생술을 하면 생존율은 90%에 달한다. 그러나 4분이 지나면 생존율은 50% 이하로 급격하게 떨어진다. 이것을 ‘골든타임 4분’이라 부른다.


익수자 구조시간이 10분대가 넘어가면 거의 생존이 어렵다. 조기 발견, 조기 구조, 즉각적인 심페소생술이 최상의 생존율을 보장한다.


본인이 물에 빠졌다면?
그런 일이 절대 없기를 바라지만, 이 글을 읽는 독자 본인이 연못에 빠진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보다 평소 라운드 중 해저드 주변을 지날 때 구명 장구의 위치를 파악하는 습관을 갖도록 한다.


가장 이상적인 건 당황하지 않고, 개헤엄(수영)으로라도 탈출하거나 수면에 머무르며 도움을 청하는 것이다. 수영에 자신이 있다면 몸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수영에 가장 부담(오래 버티기)이 되는 골프화를 먼저 벗고 다음은 바지, 상의 순으로 벗는다.


이것이 어렵다면 고함을 질러 캐디와 동반자들에게 위험 사실을 알려야 한다. 무리하게 나오려고 한다면 더욱 위험에 처할 수 있다. 주변에 붙잡을 수 있는 버팀목(지지목)이 있는지 확인하고, 동반자가 뛰어와 구명환을 던져줄 때까지 누워뜨기(잎새 뜨기) 등으로 침착하게 기다리도록 한다.


불굴의 의지,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
한국의 골퍼들은 다른 나라보다 도전적이다. 폭우와 안개 등 악천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라운드를 강행하는 팀이 꽤 많다. 골프장도 웬만해서는 휴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설마’라는 안일한 생각에서 출발하는 ‘안전불감증’은 언젠가는 결국 큰 사고로 이어지는 결정적 요인이 되고 만다.


라운딩 도중 숲속이나 해저드로 날아간 골프공. 통닭 한 마리 값이라며 끝까지 찾고야 마는 불굴의 의지는 이번 기회에 과감히 갖다버리자. 각자가 스스로 주의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안전사고=사망사고’라는 등식을 머리와 가슴에 새기자. 골프공이 통닭이 아니라 양계장 값이더라도 자기 목숨보다 비싸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