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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지구촌 곳곳 사람 잡는 폭염, 골프장에서 생명 잃을 수도 있다

온난화·도시화로 인한 기상이변이 체감되는 해가 잦아진다. 지난 6월부터 시작된 열대야로 ‘더워서 못 살겠다’ 아우성이다. 올여름 폭염과 폭우 등 기상이변으로 지구촌 곳곳이 몸살을 앓고 있다. 이럴 땐 심산유곡에 있는 골프장이라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만반의 대비가 필요하다.

 

WRITER 이원태 

 

세계가 열대야로 아우성
지난 7월 일본에서는 매일 35℃를 넘어서는 불볕더위에 1주 만에 무려 14,353명이 열사병으로 병원으로 이송됐고, 42명이 사망했다. 이탈리아에서도 로마(39℃), 피렌체(41℃), 나폴리(37.5℃) 등 주요 도시들이 월간 최고 기온을 경신했고, 알프스의 최고봉인 이탈리아 마르몰라다 정상(해발 3,343m)에서는 빙하가 녹아 눈사태가 발생해 7명이 사망, 14명이 실종됐다. 이탈리아 전역에서 지속한 폭염의 결과였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그야말로 찜통이었다. 지난 7월 초의 기온은 역대 7월 평균 기온보다 4.5℃가량 높았다. 지난 100년간의 기후를 분석한 결과, 기온이 가장 높았던 해는 2018년으로 서울이 39.6℃, 홍천이 41℃까지 올라갔다. 올해는 그때보다는 높지 않지만, 국지적인 최고 기온은 더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올여름은 입김을 불어 넣듯 덥고 습한 열풍을 공급하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초여름부터 우리나라 북서쪽을 더 확장하면서 이른 열대야로 인해 역사상 가장 무더운 6월의 밤을 보냈다. 이러한 열섬(heat island)은 상대적으로 높은 습도를 동반해 올여름은 잠 못 이루는 밤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벌써 지난해 3.5배 발생한 온열 질환
체감기온이 33℃ 이상 지속할 때 폭염주의보, 35℃ 이상이 이틀 이상 지속할 때 폭염 경보가 발령되는데, 이 체감기온을 산정할 때 중요한 게 상대 습도다. 상대 습도 50%를 기준으로 습도가 10%p 높을 때마다 1℃씩 기온에 더해주기 때문에 기온이 33℃라도 상대 습도가 70%라면 체감기온은 37℃가 되어 폭염 경보에 해당한다.

 

실제로 사람이 느끼는 불쾌지수도 습도가 높을수록 더 높게 느끼면서 온열지수(온열 질환 가능성)도 높아진다. 습도가 높았던 올해 온열 질환자는 작년의 3.5배나 발생해 벌써 5명이 사망했다.

 

골프장도 마찬가지다
심산유곡에 있다고 해도 골프장도 안전지대는 아니다. 골프장에서도 온열 질환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열사병은 여름철 골프장의 페어웨이 잔디에서 올라오는 지열에 의한 습기와 뜨거운 태양에 골퍼의 신체가 오래 노출되면서 근육경련, 의식 저하 등 증상을 보이거나 심한 경우 사망에까지 이르게 하는 온열 질환이다.

 

골프장 업계에서도 올여름 날씨가 평년보다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올해는 최악의 폭염을 보였던 2018년(온열 질환자 4,526명)과 달리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되면서 더 많은 환자가 나올 수 있다는 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안전사고 예방에 더 적극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골프장 온열 질환 소식도 수두룩
골프장 잔디는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생육이 쇠퇴한다. 대기 온도 55℃ 이상이거나 지상부 온도 32℃ 이상, 토양 온도가 25℃ 이상이면 뿌리의 생장이 멈춘다. 이런 환경에서 라운드 중인 골퍼는 땅바닥에서 올라오는 습도를 더 많이 체감하게 되며, 더위에 더 취약해진다.

 

폭염주의보가 발령된 지난 7월, 부안의 모 골프장에서 단체팀으로 참가한 62세 박 모 씨가 일사병으로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다. 같은 날 오후 충주의 한 골프장에서 라운드 중이던 57세 박 모 씨도 땀을 많이 흘리면서 근육 마비 증상을 동반하는 열경련(heat cramp)으로 119 구급대의 신세를 졌다.

 

다음날 포천의 또 다른 골프장에서는 13시경 필자의 앞 팀에서 라운드하던 60대 골퍼가 열사병 증상인 창백한 얼굴을 보여 즉시 병원으로 이송되는 것을 눈으로 목격하기도 했다.

 

 

열경련, 전해질 불균형
장시간 페어웨이 잔디 위에서 오랜 시간 운동을 하게 되면 땀을 많이 흘리게 된다. 과다한 땀의 배출로 전해질이 고갈되면 몸의 전해질 균형이 깨어져 경련이 일어나게 되는데 이것을 열경련(heat cramp)이라고 한다.

 

마라톤 선수가 거의 종점까지 와서 갑자기 다리 통증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것처럼 운동 도중인 후반 라운드에서 발생하는 근육의 경련 및 통증이 여기에 속한다.

 

열경련은 비교적 심각한 온열 질환 증상은 아니기에 일단 골프를 중지하고 시원한 그늘집으로 이동해 골프복을 느슨하게 하고 발 쪽을 약간 높게(30㎝ 정도) 두며, 체온이 지나치게 떨어지지 않도록 하고 경련 중인 근육을 쉬게 하는 게 우선이다.

 

이때 생수를 마시는 것도 좋지만, 불균형해진 전해질 보충을 위해 식염(골프장에서 비치)을 물 한 컵에 타서 마시게 하거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이온 음료(스포츠음료)를 마시게 하면 더 좋다. 그래도 차도가 없다면 병원으로 이송해 주사(링거)로 전해질 용액을 공급해야 한다.

 


일사병, 처치 잘 하면 완주도 가능하다
일사병(heat stroke)은 땡볕 라운드를 즐기는 노년층에서 많이 발생한다. 강한 햇빛에 장시간 노출됨으로써 체액과 전해질이 땀으로 과다하게 분비돼 발생하는 온열 질환이다.

 

학창시절 운동장 조회 중에 갑자기 두통 및 어지럼증과 함께 눈앞이 캄캄해지면서 쓰러지는 경우는 일사병이다.

 

의학적으로는 ‘열 피로’에 해당한다. 몸이 골프장 잔디의 뜨거운 환경에 갑자기 노출되면 말초혈관이 확장되어 혈액을 채워야 할 공간이 늘어나게 되고, 상대적으로 순환할 혈액이 모자라 빈혈 상태가 되면서 뇌로 유입되어야 할 혈액이 부족해져 일시적으로 정신을 잃는 쇼크가 발생해 쓰러지는 현상이다. 흔히 ‘더위 먹었다’라고 표현을 하기도 한다.


라운드 도중 발생하면 더위를 식혀주는 게 첫 번째 조치다. 발견 즉시 시원한 그늘집으로 옮겨 다리를 높게 해 눕히고, 물수건이나 부채를 이용하여 신속히 온도를 낮추어 주면 쉽게 회복된다.

 

현장 처치만 잘하면 병원까지 이송할 필요가 없기에 쉬었다가 환자가 여유가 생기면 함께 라운드를 마칠 수도 있다.

 

이러한 일사병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 몸에서 가장 많은 열기가 빠져나가는 통로는 머리와 정수리 부분이다. 더운 여름에 통풍이 안 되는 모자를 쓰면 햇빛은 가려주지만, 체온을 낮추는 데는 불리하다. 따라서 통풍이 잘될 수 있는 모자를 선택해 햇빛도 가리고 체온 배출도 함께 신경 써야 한다. 모자뿐만 아니라 태양으로부터 몸을 가릴 수 있는 양산을 틈틈이 쓰는 것이 좋다.

 

 

죽음에 이르는 열사병
다행히 골프장에서의 열사병 발생빈도는 낮지만, 앞선 경우와 달리 현장 처치가 미흡하거나 아예 방치하는 경우 생명을 잃기도 하는 무서운 온열 질환이다. 신체가 조절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많은 열을 일시적으로 받으면 신체 조직이 파괴되고 체온조절 기능이 중단되어 문제가 발생한다.

 

인체는 체온 상승을 막으려는 방편으로 땀을 흘리게 되며, 이러한 발한 작용 때문에 체내의 열을 약 70~80% 정도 발산하게 된다. 그러나 습도가 높은 페어웨이 잔디와 뜨거운 태양에서 신체 활동이 노출되면 체내 열 생산이 과도하거나, 주변의 습도가 높아 발한 작용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체온이 40℃ 이상까지 상승하게 되고, 사지의 경련 및 발작과 같은 중추 신경 기능 장애를 동반하면서 의식 상실까지 이르게 된다.


열사병은 폭염이 예보된 한여름, 바람이 없는 고온 다습한 골프장을 오랫동안 걷는 경우 특히 시니어 골퍼나 노약한 여성 골퍼에게 자주 나타난다.


주의 깊게 볼 것은 피부가 뜨겁고, 건조하며 붉은색으로 변하면서 땀 분비가 거의 없는(일사병은 땀 분비가 많다) 상태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경우 열사병을 의심할 수 있다. 이를 흔한 일사병과 혼동하여 응급처치가 부실할 경우 치명적인 손상으로 이어진다.


쓰러진 동반자가 이러한 증상을 보인다면 우선 그늘집으로 이동시키고 안정을 취하게 한 후 의복을 제거하고 젖은 수건으로 동반자의 몸에 덮고 바람(부채, 선풍기)을 불어준다. 머리를 낮추고 발을 높인다. 이렇게 한 후 0.1%의 식염수를 15분 간격으로 투여하고 이른 시간에 병원으로 이송한다.


중증이면 의사의 처치가 필요하므로 병원 이송이 가장 우선이다. 열사병은 생명을 위협하는 응급상황으로서 신속히 치료하지 않으면 동반자가 사망할 수도 있다. 동반자의 회복은 응급처치의 신속도에 달려 있다.

 


폭염 라운드에는 수분 공급 최우선
폭염 시 라운드 중 가장 우선은 수분 공급이다. 더위를 먹었을 때 가장 크게 나타나는 증상이 바로 탈수 증상이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꾸준히 물을 마시며 체내 수분을 충분히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성인의 경우 하루에 호흡이나 땀, 대소변 등으로 배출되는 수분이 하루 1,500㏄ 정도 되기 때문에 하루 1,800㏄ 정도의 물을 마셔야 한다. 특히 여름철엔 다른 계절에 비해 땀을 많이 흘려 수분 배출량이 더 많으므로 500㏄ 정도 더 마셔야 한다. 여름철 수분섭취 적정량은 2,300~2,500cc 정도다.


물은 갈증 없어도 습관처럼 조금씩 자주 마시자
수분을 많이 공급해야 한다고 해서 한 번에 많이 마시면 몸속의 수분 균형이 깨지고 혈액 속 나트륨이 희석돼 몸의 전해질(염분) 농도가 갑자기 떨어져 각종 부작용으로 두통이 생기고 구토나 어지럼증, 의식 혼탁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심할 경우 뇌에 손상을 줄 수도 있다.


따라서 물은 갈증 여부와 상관없이 조금씩 마시는 게 좋다. 특히 운동하기 전엔 수분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운동하기 1시간 전에 300㏄(종이컵 2잔) 정도, 운동 중엔 20분마다 150~200㏄ 정도씩 물을 마셔줘야 한다.


체내 수분이 1~2%만 부족해도 급성 탈수 증상이 나타난다. 탈수 여부를 손쉽게 알 방법은 혀가 말라 있는지 확인한다. 혀는 항상 촉촉이 젖어 있어야 하는데 혀가 말라 있다면 탈수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것이기 때문에 곧바로 수분을 공급해 줘야 한다.


체내 수분이 2% 부족한 상태가 지속하면 콩팥 기능에 문제가 생기고, 만성 탈수로 진행되면 인체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이 과다 분비돼 피로, 노화, 각종 성인병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카페인이 들어간 음료는 피하는 게 좋다. 카페인을 섭취하게 되면 이뇨작용이 활발해져 몸에 있는 수분을 더 빠르게 배출하기 때문이다.

 

라운드 도중 온열 질환은 모두 예방 가능
최근 온열 질환 피해는 33%가 오후 3~6시의 시간대였지만, 오전 10시부터 정오에 16.5%, 오후 7~12시에도 8.4%의 온열 질환이 발생하는 등 최근에는 시간대를 가리지 않는 추세다. 그러나 분명한 건 폭염이라도 라운드 도중 발생하는 온열 질환 모두 예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라운드 도중 온열 질환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먼저 마스크를 벗어야 한다. 정오부터 오후 2시까지는 라운드를 피하고, 이른 아침이나 해가 지는 저녁을 이용한다.

 

음료수는 사이다, 콜라 같은 단맛은 피하고 운동하면서 30분 단위로 물로 목을 축이며 충분한 수분섭취를 한다. 옷은 가볍고 긴 소매 옷을 입어 직접 햇볕에 살이 닿지 않도록 하고 모자와 양산을 쓰는 것이 좋다. 피부 노화 방지를 위해 선크림은 낮은 강도의 제품을 자주 덧바르는 것이 좋다.

 

뜨거운 여름, 더 뜨거운 열정
섭씨 35℃에 습도 85%인 한낮 땡볕,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서도 골프장에서 온몸을 던지는 나라는 한국뿐이다. 한국 골프의 죽음을 불사하는 땡볕 근성은 어디에서 나올까. 특히 온 골프장을 뒤덮는 습도 높은 페어웨이 잔디 위에서 땡볕 라운드를 즐기는 유일한 나라다.


“이 세상에서 햇살이 강한 한낮에 바깥에 나가는 건 미친개와 영국인뿐이다.” 영국의 위대한 극작가 고(故) ‘노엘 카워드’ 경의 말이다. 영국인과 미친개들이 바깥을 걸어 다닐때, “삼복(三伏) 기간에는 입술에 묻은 밥알도 무겁다” 할 정도로 이겨 내기 힘겨운 폭염 속에서도 볼을 찾으러 필드를 종횡무진하는 한국의 골프 마니아들을 보고 전 세계의 골프인들이 놀라고 있다. 이 정도 폭염이면 스페인 사람들은 시에스타(낮잠)를 즐기고, 더운 아랍 국가에서도 오후면 어김없이 카이롤라(낮잠)를 잔다.

 


폭염에는 너그러운 마음으로 라운드를
‘대추가 저절로 붉어질 리 없다’라는 말이 있다. 대추가 붉어진 건 바로 뜨거운 여름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폭염, 열대야는 피할 수도, 막을 수도 없다. 그저 현명하게 감당해야 할 계절이다. “육칠월 더위에 암소 뿔이 빠진다”하고 “칠월 저녁 해에 황소 뿔이 녹는다”고도 한다. 무더위를 걱정하는 선조들의 지혜를 헤아리면서 땡볕 라운딩을 앞두고 있다면, 사전에 수분 보충에 노력하면서 운동 전에 미리 염분과 포도당이 든 음료를 충분히 섭취하자.

 

올여름폭염의 여름철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더위에 대한 저항력을 기르도록 평소 충분한 영양섭취와 운동을 하는 것이 최선의 길이다. 여름이라도 시작 전에 스트레칭을 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타수에 신경 쓰지 않고 라운드를 즐기자. 폭염 특설 룰로서로 무벌타도 너그럽게 주자. 이렇게 더운 날에 함께 라운드 나올 동반자라면 더 좋은 계절에도 함께해야 하지 않겠는가.

 

건강한 생활습관과 서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동반자의 얼굴에 가벼운 미소를 보내주고 티샷을 하도록 하자. 그리고는 혹시 하는 마음으로 장타까지도 기대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