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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인원의 기운] 건배사가 만들어준 생애 첫 홀인원

“모든 건 마음에서 오죠. 정말로요.”

 

예보나 씨와 만난 건 그녀가 생애 첫 홀인원을 기록한 바로 다음 날이었다. 개인 방역수칙이 몸에 밴 코로나19 3년 차지만 일단 악수를 청했다.

홀인원의 기운을 얼른 묻혀오려는 의도였다. 그녀는 기분 좋게 손을 맞잡아줬다. “그래요, 좋은 기운 가져가세요. 어제 이후 처음으로 만나는 분이니까 더 효과 있을 거예요.”

창간호를 맞아 홀인원의 기운이 아직 생생하게 남아있는 골퍼를 골프가이드가 만나봤다. 홀인원의 기운보다 더 맑고 밝았던 예보나의 기운이 독자에게도 전해지기를 바란다.


EDITOR 박준영

 

그녀는 구력은 오래됐지만, 중간중간 클럽을 놓았던 적도 잦았던, 흔한 보기플레이어다. 늘 신중하게 치자는 생각은 하지만 기본적으론 기분파다. 일행이 진지하면 그녀도 진지하다. 그럴 땐 8자도 그린다. 반대로 분위기가 ‘명랑골프’면 덩달아 90돌이, 백돌이도 된다.

 

누군가 홀인원을 했다고 하면 가장 궁금한 건 홀인원 보험 가입 여부다. 다행히 작년 5월에 홀인원 보험에 가입해뒀다. 보험료는 월 3만5천 원, 300만 원이 보장된다. 비콘힐스GC에서 홀인원 기념 라운드권도 받았다. 라운드권으로는 당일의 동반자들과 기념 라운드를 하려고 한다.


홀인원은 때론 ‘잘 친 미스샷(?)’
홀인원 한 당일은 아무래도 샷감이 날카로웠을까? “평소보다 플레이가 잘 안 됐어요. 특히 드라이버가 안 맞았죠.” 홀인원을 기록하고 나서는 기분이 붕 떠서 결국 그날 타수는 95타에 그쳤다.

 

대신 홀인원을 했던 그 샷 하나만은 정말 아주 만족스러운 스윙이었다. “공이 맞자마자 동반자들이 ‘굿샷!’하고 탄성을 냈을 정도였으니까요.”


현역 투어 선수들도 쳐놓고 고개를 갸웃했는데 홀인원이 되는 경우가 있다. 야디지 북을 분석해서 당일의 바람과 그린의 라이 등을 입체적으로 고려해 샷을 치지만, 때로 홀인원은 ‘잘 친 미스샷’이라는 걸 부정하지 못한다.

 


생애 첫 홀인원의 기록
그녀의 생애 첫 홀인원은 2022년 8월 24일, 비콘힐스GC(구 홍천CC) 누리 4번 홀(파3, 110m)에서 나왔다.

 

오후 12시 13분에 티오프 한 전반 9홀의 첫 번째 파3 홀이었다. 8번 아이언으로 친 볼은 유독 가볍게 맞아 나간 샷이었다. 방향이 좋아 다들 ‘붙었다’고 했다.

 

“볼은 이번에 새로 사 간 ‘더간다’라는 브랜드예요. 홀인원을 하고 나서 ‘더간다골프’에 연락드렸어요(웃음).”


110m를 미들-숏 아이언으로 공략한다는 건 아마추어 여성 골퍼로서는 비거리가 잘 나오는 편이다. 실제로 장타자에 속한다. 드라이버 샷은 180m를 보고 치는 데다 백에는 4번 아이언이 꽂혀 있다.

 

롱아이언은 아무래도 스윙 스피드가 받쳐줘야 제 거리를 내기에 여성들은 롱아이언 대신 유틸리티를 더 여러 개 쓴다. 최근 여성용 클럽 세트는 6번 아이언부터 구성하는 것과는 대비된다. 어떻든 평소부터 홀인원에는 욕심을 내는 편이었다.

 

 

Q 라운드 전날 좋은 꿈이라도 꿨는지.
그런 건 아니다. 라운드 전 식당에서 식사하면서 맥주 한 잔씩만 마시자는 분위기였다. 식사 끝날 때쯤 시원하게 건배하고 흥을 올려 라운드를 시작하기로 했다. 거창한 건배사랄 것도 없이 건배하려던 차에 내가 갑자기 “‘보나의 홀인원을 위하여’라고 건배합시다!”라고 제의했다.


Q 라운드 전에 늘 그러는 건 아닌가?
아니다. 평소에도 홀인원은 욕심이 났지만, 그날 처음 그랬다(웃음). 건배하려는데 오늘은 정말 홀인원을 할 것만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Q 의심하는 건 아니지만, 그 내용대로 쓰면 너무 작위적일 것 같다(웃음). 대체 어떤 느낌을 받은 걸까.
가끔 그럴 때가 있지 않나? ‘오늘 사고 하나 칠 거 같은데’ 이런 느낌. 촉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사실 아침에 골프장으로 출발할 때부터 ‘오늘 홀인원 하는 거 아냐?’, ‘그럼 어떻게 해야 하지?’, ‘누구한테 물어봐야 하지?’ 같은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운전하면서 괜히 혼자 상상을 하게 되는 거다. 그러다 건배사도 하게 된 거고.


Q 골퍼라면 늘 라운드를 나가면서 설렘과 기대를 안고 가기는 한다.
나 역시 그렇지만, 그날은 그게 더 강렬했다. 사실 내가 좀 ‘그런 게’ 있다.

 

동료직원들끼리 계 비슷한 걸 하는데 뽑기로 계 탈 사람을 정한다. 그때도 유독 ‘내가 뽑을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 때가 있다. 그럴 땐 나도 모르게 공표를 하게 된다. “오늘은 제가 한 번 당첨 뽑겠습니다!”라고. 그럴 땐 꼭 거짓말처럼 당첨을 뽑았다.


Q 잠깐만. 이 시점에서 명확하게 정리(?)를 좀 하자. 그저 기분 좀 내려고, 흥을 좀 올리려고 그런 말을 하는 게 아니라, ‘정말 할 것 같은 기분이라서 말을 뱉었고, 그게 이뤄졌다는 얘긴가?
맞다. 나도 모르게 그런 말이 나왔다.


Q 이 정도면 홀인원이 문제가 아니라 신기가 있는 것 아닌가?
내가 봐도 그렇다(웃음). 다만 나는 가톨릭 신자다. 사실 어릴 때부터 그런 사례가 왕왕 있었다.


Q 점점 다른 얘기가 돼가고 있는 것 같은데, 어쨌든 다른 사례도 궁금하다.
‘주부가요열창’이라는 TV프로그램이 있었다. 이상벽 씨가 진행하던. 그걸 즐겨 봤었는데 어느 날 TV를 보다가 나도 모르게 “오늘 장원이 두 명이네?”라고 말했다.


Q 설마.
경연이 다 끝나고 가수 축하무대가 끝나고 이상벽 씨가 나와서는 “아이고, 이거 이전에는 한 번도 없던 일이 오늘 일어났습니다. 오늘 장원이 두 분입니다.” 이러는 거다.


Q 홀인원 얘기보다 이게 더 재밌다. 혹시 무속인을 만나서 물어본 적은 없나.
사실 물어본 적 있다. 영혼이 굉장히 맑다고 하더라. 영혼이 맑은 사람들이 예감이나 육감이 좋다고 하지 않나. 나는 정말 그런 느낌을 자주 느낀다.

 

 

Q 돗자리를 깔아야 하는 건 아닌지.
다시 말하지만 나는 가톨릭 신자다(웃음).
다만 그런 걸 겪을 때마다 ‘상상이 현실이 된다’는 말, ‘내가 믿고 생각하는 대로 이뤄진다’는 말을 더 확신하는 쪽으로 해석한다. 홀인원을 한 어제, 그 확신을 가장 절실하게 느꼈다. 감이 좋아서든 어떻든, 기왕이면 좋은 생각을 더 자주 하려고 한다.


Q 현재 본업은 안과의 홍보이사다.
‘BGN 밝은눈안과’에서 일하고 있다. 고객관리와 상담 등이 주 업무다.

 

내 이름인 ‘보나’는 내 천주교 세례명이기도 한데, 고객들이 안과에서 일해서 지은 예명이냐고 묻는 경우가 있었다. 그러고 보니 연관이 된 것도 같아서 이 직업에 더 사명감을 느끼게 됐다.


생업이기는 해도 늘 돈은 두 번째로 제쳐둔다. 이 일이 더 많은 분에게 밝은 세상을 보여주는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Q 명함에 ‘해봉 예보나’라고 되어 있다. 호인가.
맞다. 사실 2020년도 ‘한강문학’에서 신인상을 받아 등단했는데 그때 성명학을 하시는 지인이 지어주신 호다. ‘바다 해’ 자와 ‘봉우리 봉’ 자다. 많은 무리 속에서 그 무리들이 나를 도와준다는 의미다.

 

Q 결혼하지 않았다. 다소 케케묵은 단어기는 한데 독신주의였는지.
독신주의는 아니었지만, 어떤 시기를 놓쳤다고 할까. 결혼은 멋모를 때 해야 할 수 있는 것 같다. 점점 현실적인 문제들을 보게 되면서 세상을 알아가니 결혼은 자꾸 멀어졌던 것 같다. 개성과 자아가 강한 편이기도 하다.

 

Q 그래도 외로울 때가 있다면?
대부분 그렇지 않다. 만족도랄까, 행복도는 100점 만점에 90점은 된다. 성향이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집에 들어가서 딱 혼자만 있으면 외롭다, 쓸쓸하다 보다는 자유롭다는 걸 더 느끼는 편이다. 오로지 나만을 위한 공간에 들어와 있다는 게 참 좋다. 대신에 키우는 화분이나 열대어와 대화를 하기도 한다. 이름도 지어주고(웃음).


Q 시인이기도 하다. 영감이 떠오를 때는 언제인가.
주로 걸을 때다. 늘 메모를 하는 편인데 메모를 보다 영감이 떠오르기도 한다. 특히 등산이나 트레킹을 좋아해 혼자 걸을 때가 가장 정서적으로 충만한 것 같다. 고민이 있을 때도 산책을 하는 편이다. 신인상을 받은 작품은 올해 94세인 어머니와 합가해 3년간 살면서 기도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담아 썼다.


Q 대화를 나눠보니 삶의 철학이 명확하다. 홀인원의 기운과 행복한 사람, 예보나의 기운을 담아 마무리해 달라.
모든 게 다 마음에서 온다는 말이 있다. 그 얘기가 정말 맞다. 모든 게 때가 있다는 말도 그렇다. 나도 상황이 나빴을 때가 자주 있었다. 경제적으로도 그렇고. 꿋꿋이 끌고 나가다 보니 결국 풀리더라.

 

주변에도 늘 그렇게 말한다. 때가 아니라서 그럴 뿐이라고. 네 마음만 부정적으로 먹지 않고, 긍정적으로 갖는다면 무조건 풀리는 때가 있다고. 그 마음이 물꼬가 트이듯 확 트일 때가 분명히 온다고. 그냥 위로가 아니라 정말 그렇다. 그렇게 살면 힘든 일이 있어도 나름대로 즐기게 된다. 그러면 된 거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