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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회 카이도배 아마추어 골프대회 아소스카이블루 리뷰

2단 그린, 뒷 핀의 역습

아소스카이블루 골프리조트는 일본 최초 국립공원인 ‘아소산 국립공원’ 해발 900m의 청정지역의 절경을 선사했다. 팬데믹으로 인한 검역 절차가 까다롭던 10월 말 일본에 입국하느라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던 참가자들은 이튿날 그림 같이 청명한 하늘과 병풍처럼 펼쳐진 삼나무 앞에서 탄성을 질렀다.

“환상적이다.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있겠나.” 한 참가자의 혼잣말이다. 이틀간의 연습라운드로 상급자들은 나름의 코스 공략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이게 웬일. 대회 당일 그린 위에는 사전 라운드에서는 아예 본 적도 없는 파란 깃발, 뒷 핀임을 알리는 깃발이 참가자들을 약 올리듯 살랑이고 있었다.

EDITOR 박준영 PHOTO 방제일, 아소스카이블루 제공

 

 

대회에 앞서 니어리스트 측정의 임무를 맡은 에디터는 참가자들보다 먼저 해당 홀에 도착했다. 티 박스에서 카트를 정차하고 거리측정기를 꺼내는데 일정 내내 처음 보는 파란 깃발(핀 위치가 뒤쪽임을 알리는)이 나부끼는 게 아닌가.


얼른 그린 쪽으로 내려가 보니 핀 앞 3~4m까지 가파른 오르막 라이가 마치 벽처럼 버티고 있었다. 물론 그 정도의 오르막은 아니었지만, 앞선 이틀간 경험하지 못한 상황이라 부담감이 들기 딱 좋아 보였다.


게다가 티 박스에서 그린까지 내리막이 상당한 홀이기 때문에 가뜩이나 볼이 수직에 가깝게 떨어지게 되는 홀이라 이 언덕을 넘겨야만 하는데, 핀 뒤 편 공간은 상대적으로 좁아 보여 클럽 선택에 어려움이 있어 보였다. 홀에 들어선 참가자들도 하나같이 난색을 표했다.


다른 홀도 마찬가지였다. 한 홀에서는 심한 오르막 경사의 중간쯤에 핀이 꽂혀 핀 앞에 정확히 떨어뜨리지 못하면 베테랑도 타수를 잃을 수밖에 없는 극악의 난이도로 세팅이 되기도 했다. 실제로 대회가 끝나고 빈 코스에 혼자 카트를 몰고 들어간 에디터가 여러 차례 어프로치를 시도해봤지만, 구력이 짧은 아마추어로서는 쓰리 퍼트에 감사해야 할 지경이었다.

 

대회가 끝나고 난 뒤 경기지원팀 김재현 부장에게 혹시나 대회 일정을 염두에 둔 코스 세팅을 한 건지 문의했지만 역시 아니란다.

 

 

“팬데믹 때는 상상도 못 하던 즐거움” 우승자 조성훈
우승은 69.8타를 기록한 조성훈 씨가 차지했다. 실제 타수는 77타를 써냈고, 신페리오 방식으로 환산한 당일 핸디인 7.2타를 뺀 결과다. 조성훈 씨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시국에는 상상도 못 하던 장소에서 이렇게 다시 경기할 수 있게 돼 기쁘고 즐겁다”며 우승 소감을 밝혔다. 


2위는 71.8(79타, 핸디 7.2)타를 기록한 박정철 씨에게 돌아갔다. 아내 유근혜 씨와 함께 이번 대회에 참가한 박 씨는 일정 첫날 연회에서 〈카스바의 여인〉에 맞춰 커플 블루스를 선보여 참가자들의 환호를 받기도 했다.

 

그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결과라 어안이 벙벙하다”면서“좋은 기회에 좋은 분들과 함께 하게 돼 즐거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3위는 여성 참가자 장경희 씨였다. 신페리오 환산 최종 스코어는 71.8타(85타, 핸디 13.2)로 2위인 박정철 씨와 동타였지만, ‘로우 스코어 우선 룰’에 의해 3위에 선정됐다. 

 

어깨 부상 극복
메달리스트 74타 김지덕
당일 최저타수 기록자에게 수여하는 메달리스트는 74타를 써낸 김지덕 씨가 차지했다. 신페리오 방식으로 환산한 당일 핸디 3.6타였던 김지덕 씨는 70.4타로 2위에도 랭크됐지만, 중복 수상을 피하고자 2위 대신 메달리스트로 시상했다.

이번 대회가 열린 아소스카이블루와 본지는 인연이 있다. 지난 2018년에도 같은 장소에서 대회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당시 참가자들이 그대로 이번 대회에도 참가한 경우가 꽤 많았다. 김지덕 씨도 마찬가지다.

 

그는 지난2018년 6월 같은 코스에서 개최했던 동 대회에서 280야드 티샷을 날려 남자부 롱기스트로 선정되기도 했다.

 

김 씨는 “최근 몇 년 사이 어깨 건강이 많이 안 좋아졌다. 타수를 잃지만 말자며 안전하게 경기했는데 운이 좋았다”고 겸양했지만, 경기 외 연습라운드에서 우연히 본 그의 샷은 수준급이었다. 메달리스트 김지덕 씨에게는 골프가이드 10월호 표지를 장식한 이븐롤 퍼터 1점이 부상으로 주어졌다.

 

 

불어오는 맞바람, 9번 홀

롱기스트 248y 이복선
롱기스트는 성별 구분 없이 1명을 선정했다. 여성 참가자들은 실제로는 레이디 티를 사용했지만, 자신의 비거리에 화이트티부터 레드티 사이의 거리(약 34야드)를 합산했다.

 

여성 참가자인 이복선 씨가 248야드로 롱기스트에 선정됐다. 남성 참가자 중에서는 244야드를 날린 송학식 씨가 가장 먼 비거리를 자랑했다. 

 

측정 홀은 파5, 핸디캡 13번인 아웃코스 9번 홀. OB 지역이 없어 티샷에는 부담이 없었다. 아소스카이블루 영업팀 최용묵 팀장은 이 홀에 대해 “짧은 파5홀이고, 전반 마지막 홀이라 ‘서비스 홀’ 정도로 생각하시는데 실제로 여기서 멘탈이 무너지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페어웨이 오른쪽과 그린 사이에 긴 해저드가 도사리고 있지만, 남은 거리가 많지 않아 투온 공략을 시도하는 참가자들이 자주 보였다. 에디터 역시 이 홀에서 두 번째 샷마다 우드를 잡았지만, 해저드를 의식했는지 매번 좌측으로 당겨 볼을 잃어버리는 참상을 겪었다.

 

 

핀 위치로 까다로워진 니어 홀
볼멘소리 속출 “일부러 이래놨죠?”

한편 니어리스트는 13번 홀(IN, 파3, 핸디캡 12)에서 측정했다. 화이트티에서 135야드, 레드티에서 108야드로 숏 아이언으로 공략 가능했다. 그린 주변을 벙커가 둘러싸고 있는 형국이지만, 그린 앞뒤 길이가 45m로 넉넉해 ‘온 그린’만 따지면 크게 부담스럽지 않은 홀이다. 문제는 핀 위치였다.

 

앞선 이틀간 참가자들은 이 홀을 3~4번 경험했지만, 핀은 앞 또는 가운데 핀이었다. 한 번도 뒷 핀을 경험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실제로 특히 남성 참가자들의 티샷 대부분은 중핀 위치의 오르막 라이에 꽂히고 근처에 멈춰서 버렸다. 참가자 대다수가 구력 20~30년의 베테랑이었음에도 “일부러 니어 홀 핀 위치를 세팅한 것 아니냐”는 농담 섞인 볼멘소리가 나왔다. 니어리스트를 측정하던 에디터는 어느새 측정보다 그린 보수에 매진하게 됐고.


니어리스트 3.40m 노춘하
해당 홀 유일, 버디 기록 김윤희

니어리스트 역시 성별 구분 없이 1명을 가렸는데 시상하는 종목을 통틀어 가장 치열한 현장이었다. 결과는 3.40m 기록을 쓴 노춘하 씨였다. 부상으로는 고급 퍼터가 증정됐다.


한편 3.65m를 붙여 2위였지만 대회 날 유일하게 버디를 기록한 김윤희 씨에게는 이후 시상식에서 사회자 재량으로 소정의 상품을 증정하기도 했다.


니어리스트 측정 요원이었던 본 에디터 기준 가장 아쉬웠던 샷은 신페리오 우승을 차지한 조성훈 씨의 티샷이었다. 타구의 낙하지점은 참가자 37명을 통틀어 가장 가까운 곳에 떨어졌다. 그린 옆 카트 안에서 지켜보다 정확한 거리감과 스핀 컨트롤에 놀랐을 정도였지만, 아쉽게도 옆 라이에 의해 볼이 흘러나가 3.60m를 기록했다.

 

 


깨백 염원 김기정, 전연정
‘백돌이라도 괜찮아’

최‘고’ 타수를 기록한 건 김기정 씨였다. 그는 골프에 입문한 지 이제 갓 3개월 된 초보자였다. 일정 첫날 27홀 연습라운드를 마친 뒤 마련된 연회 자리에서 그는 “오늘 생애 처음으로 파를 해봤습니다!”라고 외쳐 참가자들의 격려를 받았다.


이어 “대회 때는 100타를 깨는 걸 목표로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백 타, 백 타’를 연호하며 그를 응원했고. 신페리오 방식으로 환산해도 가장 낮은 순위였던 김기정 씨에게는 격려상이 주어졌다.


그는 “일정 동안 수십 년 구력의 동반자들께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들을 정말 많이 들을 수 있었다. 다음번에 다시 참가한다면 그때는 좀 더 성장한 모습으로 칭찬받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여성 참가자 중 최고 타수를 기록해 격려상의 또다른 주인공이 된 전연정 씨도 골프가이드 주관 대회 단골 참가자다.


“대회마다 항상 즐거운 추억을 많이 만들었다”며 애정을 드러내기도 한 그는 격려상을 받고 고개를 푹 숙인 채 도망치듯 자리로 돌아가는 모습을 연출해 참가자들의 폭소를 자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