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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골프장에서 캐디팁을 달러로 내면 벌어지는 일

캐디팁 문제로 캐디들의 농성이 벌어지다

지이코노미 박준영 기자 | 이번 베트남 골프대회에서 투안차우CC에 처음으로 간 날, 웃지 못할 사건(?)도 하나 있었다. 캐디팁 때문에 캐디들의 ‘농성’이 벌어진 것. 10여 명의 캐디가 자기 고객의 캐디백을 버스에 싣지 못하게 끌어안고 내주지 않았다. 단돈 5달러 때문에 벌어진 농성이었다. 저녁 식사를 하러 숙소로 돌아가야 할 70여 명의 발이 묶였다.


체크아웃이 완료돼야 캐디백을 돌려준다
이 사태를 이해하려면 국내와는 다른 체크아웃 시스템을 먼저 알 필요가 있다.


베트남 골프장에 도착하면 먼저 로커 키를 준다. 로커에 접촉하면 문이 열리는 RF 카드와 골퍼의 이름이 적힌 표 딱지(?)가 동봉돼있다. 이걸 받으면 고무줄 달린 같은 표 딱지 (내 이름이 적혀있음)를 골프백에 달아준다.


라운드가 끝나고 프론트에서 체크아웃을 하면 이 ‘표 딱지’에 ‘PAID’라는 도장을 찍어준다. 도장 찍힌 표 딱지를 들고 바깥으로 나가면 내 캐디(베트남은 1인 1캐디)가 가방을 보관하고 있다. 그 표 딱지를 골프백에 달린 표 딱지와 대조를 해보고 맞으면 백을 내어주는 식이다.


뭔가를 돌려주면 일단 갖고 있자
국내 개인 골프만 경험한 사람들은 이걸 왜 다시 주는지 선뜻 이해가 잘 안 된다. 그래서 버리는 사람도 있고, 영수증 정도로 생각하고 주머니나 가방에 그냥 손이 닿는 대로 구겨 넣고 클럽하우스에서 나온다.

 

물론 이 표가 없더라도 어떻게든 본인 확인할 수야 있겠지만, 괜히 말도 잘 안 통하는 타지에서 번거로워지거나 다음 일정이 지연될 수 있으니 꼭 받아두는 편이 좋다.


예를 들어 A 골프장에서만 연달아 라운드하는 일정이라면 로커 키는 일정 내내 자기가 보관하고, 매 라운드마다 이름표만 바꿔준다. 그러나 오전이든 오후든 중간에 B 골프장에 일회성 라운드를 간다면 로커 키도 반납해야 한다. 그러니까 오늘 오전 A 골프장, 오후 B 골프장, 내일 오전 A 골프장으로 예약이 돼 있다면 오늘 오전 라운드가 끝나고 로커 키도 반납해야 한다.


캐디팁, 달러로 내려면 더 내라?
앞서 언급했듯 이번 108홀 골프투어 및 대회 일정은 72홀을 ‘FLC 하롱베이CC’에서, 36홀을 ‘투안차우CC’에서 진행했다. 2·3일 차 오전에 FLC 하롱베이에서 라운드를 하고, 2대의 버스에 골프백을 옮겨 싣고 투안차우로 이동해 점심을 먹고 라운드를 하는 식이었다. 라운드가 끝나면 다시 골프백을 싣고 FLC 하롱베이로 돌아왔다.


베트남은 그린피에 캐디피가 포함되어 있는데, 대신 캐디팁이 있다. 사실상 이 캐디팁이 우리에게 익숙한 ‘캐디피’에 가깝다. 사전 안내받은 캐디 팁은 18홀 기준 15달러(혹은 35만 동). 캐디팁으로 사전에 안내받은 15달러를 건네면 “20달러를 달라”고 요구하는 캐디가 대다수였다.


미리 베트남 동화로 환전한 골퍼들은 40만 동을 캐디 팁으로 건넸고, 달러화에도 20달러짜리 지폐가 있기에 추가 팁을 더 준다 생각하고 20달러를 준 골퍼도 많았다. 반면 마땅한 서비스를 받지 못했거나, 실제로 캐디가 태업한 경우, 서비스에 딱히 불만은 없지만 그렇다고 추가 팁을 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이들도 물론 있었다. 이들은 사전 안내받은 대로 15달러를 냈는데, 이게 웃지 못할 ‘농성 사태’를 만든 것이다.


캐디들의 때아닌 농성
투안차우CC에서 일부 캐디가 자기가 담당한 골퍼의 골프백을 내주지 않았다. 당연히 실랑이가 벌어졌다. “마지노선인 15달러는 지켰다”는 골퍼들과 “달러로 주려면 20달러를 줘야 한다”는 캐디들의 실랑이였다.

 

꽤 많은 참가자는 20달러 또는 40만 동 이상의 캐디팁을 지불했지만, 약 10여 명의 참가자는 사전에 안내받은 만큼의 마지노선인 15달러만 건넸는데, 5달러를 더 내야 골프백을 돌려주겠다며 캐디들이 자기가 담당했던 골퍼의 백을 품에 끌어안고 늘어서 요지부동으로 농성했다. 그 앞에는 버스 2대가 시동을 건 채 대기하고 있었고.


후한 팁은 몰라도 헤픈 팁은 나쁘다
참가자들의 의견도 엇갈렸다. “얼른 더 줘버리고 출발하자”는 측과 “마지노선은 지켰으니 이런 식으로 강요해선 안 된다”는 측이다. 양측 다 일리는 있었다. 너무 헤픈 팁은 향후라도 이곳에 올 관광객에게 불리한 사례를 만든다는 얘기도 맞다.

 

골프 치러 베트남까지 온 이들이 단돈 5달러 더 주기 아까워서 버틸 사람은 거의 없다. 관광객의 팁이 너무 헤프면 팁의 마지노선은 슬금슬금 올라간다. 특히 동남아 등지에서 “한국인 관광객들이 팁 물가를 너무 올려놨다”는 얘기는 심심찮게 들을 수 있는 내용이다.


다시 말해 우리가 지금 저들의 농성에 못 이겨 5달러를 더 내주면 이후 이곳에 오는 한국인들에게도 그만큼을, 조금 더 지나면 그 이상을 요구하는 게 당연해질 거라는 얘기다. 더 문제인 건 그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또다시 저처럼 ‘농성’할 것이라는 거다.


협상의 여지는 보이지 않았다. 결국, 약 10여 개의 캐디백이 버스에 실리지 못한 채 캐디들의 품속을 벗어나지 못했고, 약 70여 명을 태운 버스 2대의 발이 묶였다. 결과적으로 각각 5달러씩을 더 주는 것으로 상황은 마무리됐다.


코로나19 이전 다낭에서 라운드 시 지급해야 할 캐디 팁의 하한은 10달러 정도였다. 물가 상승 등의 이슈로 15달러로 인상됐다는 거야 미리 안내받은 내용이니 논란의 여지가 없다. 다만 거기서 더 주고 말고는 온전히 골퍼 개인에 맡기는 게 맞다. 반면 우리가 경험한 현지 사정은 기본 캐디 팁이 15달러가 아닌 20달러인 것처럼 보였다.


이렇게 된 이유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이렇게 20달러를 주고 나면 내년에는 25달러, 내후년에는 30달러를 부르지 말란 법이 없다. 더욱이 국내 그린피 폭등으로 해외로 눈길을 돌리는 골퍼들은 이미 늘어나고 있다. 저렴한 물가와 좋은 환경에 감동한 한국 골퍼들이 팁을 ‘후하게’를 넘어 ‘헤프게’ 준다면, 언젠가는 해외 골프도 저렴하지 않거나 국내와 큰 차이가 없게 될 수 있다.

 

실제로 2018년 11월 7일 티스토리에 올라온 베트남 여행 관련 블로그 게시물에 따르면 “(골프장과 지역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18홀 기준 10달러(또는 20만 동), 36홀에 20달러(또는 40만 동)”라고 안내하고 있다.


이 글에 달린 댓글 중 2022년 10월 27일에 등록된 한 댓글은 “베트남은 팁 문화가 없다. 팁 문화권에서 온 여행객들이 휴양지에 와 팁을 줬기 때문에 외국인에게는 팁을 기대하게 된 것이다. 현지인들 사이에서는 팁 문화가 없다”고 말한다.

 

또 다른 댓글에서 2009년부터 베트남 출장으로 자주 오갔다고 밝힌 이용자도 “베트남에는 원래 팁 문화가 없었는데 가면 갈수록 팁을 요구받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밝혔다.

 

“달러 환전 수수료 부담 때문”이라지만
현지 속사정이 궁금했다. 현지 직원과 몇몇 캐디들의 증언을 종합해보면 달러화 환전 수수료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이는 국내 블로그 등에도 소개된 내용과도 맞아떨어지기는 한다. 베트남 여행 시 원화를 달러화, 가능하면 100달러 권으로 환전해간 뒤, 현지에서 다시 베트남 동화로 환전하는게 가장 좋다는 추천이 많다. 현지에서는 원화보다 달러화를 선호하기 때문인데, 다만 ‘권종에 따라서도 환전 수수료가 다르다’는 설명도 종종 보인다. 100달러 권은 상대적으로 수수료가 적지만, 1·5·10·20달러 등의 소액권을 환전할 때는 수수료가 커진다고 한다.


즉, 20달러는 받아야 캐디들에게 떨어지는 금액이 유의미하다는 것인데 정말 그런지 아닌지까지는 몰라도 현지 캐디 마스터도 같은 설명을 했다. 만약 동화로 캐디팁을 낸다면 35만 동(약 19,250원)을 내도 괜찮지만, 달러를 낸다면 15달러(약 19,807원)는 안 되고 20달러(약 26,410원)을 내야 하는데 이게 환전 수수료 때문이라는 것이다.

 

달러는 논란의 여지, 현지화폐 준비하는 게 낫다

여기까지 알고 나니 마음은 이해가 됐는데, 사전 안내받은 15달러라는 마지노선을 지켰음에도 70여 명의 발을 묶는 ‘농성’을 한다는 건 여전히 비상식적이다. 다음 일정이 있는 그룹 관광객의 약점을 쥐고 흔드는 일이라는 걸 부정할 수는 없다. 처음부터 캐디팁이 20달러(혹은 35만 동)라고 안내했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다.


이 농성 사태는 투안차우CC에 처음 간 2일 차에 벌어졌다. 즉, 이 난리를 겪고도 이튿날 오후에 이곳에 다시 와서, 그 캐디들과 다시 18홀을 쳐야 한다는 것이다. 돈 문제와 속사정들을 떠나 화기애애해야 할 라운드가 껄끄럽겠다는 우려는 당연했다.

 

실제로 이튿날 오후 투안차우CC에 다시 들어선 골퍼들과 캐디들의 조우는 첫날 분위기와 사뭇 달리 조금 어색했다. 그렇다고 인상을 쓰거나, 외면하는 반응까지는 물론 아니었지만, 첫날 단체팀의 버스가 들어서자 버스를 향해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던 이들은 온데간데없었다. 라운드는 또 즐겁게 마무리했지만, 사람 대 사람으로서 어색한 건 어쩔 수가 없었다.


해외 골프투어 재개, 서로 행복한 올겨울 되길
동남아 관광지의 주요 관광객은 과거 미국과 유럽인, 이후 일본인을 지나 한국인, 중국인을 거쳐 최근에는 중동 아랍인이 그 수요를 책임진다고 한다. 과거 이벤트성으로 1달러 전후의 소액으로 소위 ‘골든벨’을 울리던 게, 100달러 지폐를 뿌리는 경우도 많다 하니 헤픈 팁 때문에 해외 팁 물가가 올라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기우는 아니다. 가뜩이나 ‘보복 소비’를 벼르고 있는 국내 골퍼가 많다. 코로나19로 관광객의 발길이 끊긴 관광·휴양지도 돌아올 관광객에 대한 기대가 크다.


좋은 서비스와 적정한 대가 지불로 서로에게 득이 되는 올겨울이 되기를 바라본다. 베트남에서 골프를 친다면 캐디팁은 달러보다는 동화로 지불하는 게 낫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