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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태 칼럼] 골프의 봄 춘삼월! "뭣이 중헌디, 목숨까지 걸 텐가"

조선시대 관료의 '4불 3거'

올봄은 코로나19 관련 통제와 제한이 풀린 만큼 오랜만에 연두색 그대로 봄을 느껴볼 수 있게 됐다. 안 그래도 골퍼들에게 봄은 설렘의 계절이니 가만히 앉아 있기가 힘들 정도다. 좋다. 다만 봄철 안전사고에는 유의해야 한다.


WRITER 이원태

 

골퍼에게 춘삼월은 드디어 다시 푸른 잔디를 밟는 라운드를 꿈꾸는 설렘의 계절이다. 올봄은 특히 더 의미가 깊다.

 

지난 3년은 COVID-19로 인한 야외활동의 통제와 여러 모임의 제한으로 갑갑하고 무료하게, 봄 색인 연두색과는 어울리지 않게 지낸 기간이었다. 올봄은 봄의 물 푸른 연두색이 가뿐한 생동감과 활기 넘치는 생명력으로 두 팔 기지개를 활짝 펼치고 새 시작의 희망찬 첫발을 내디딜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러나 봄에는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이 크다. 긴 겨울잠에서 깨어 근육이 경직된 상태로 오랜만에 나선 라운드에서 발생하는 스윙의 문제가 아닌, 생각의 착오로 인한 템포와 밸런스의 불균형 때문이다.

 

겨우내 스크린골프와 유튜브에서 익힌 상당한 잡식 골프나 나름의 골프 과학은 실제 골프장 현장에서 느끼는 잔디의 이질감과 동반자의 일희일비 분위기로 희열과 흥분이 교차하는 과도한 열정의 늪에 빠져 안전사고에 노출되는 계절이기도 하다.

 

지난 3년간 산, 강, 바다 등 야외에서 발생한 안전사고로 119구급대가 출동한 건수는 봄철(3월~5월)이 겨울철(12월~2월)보다 72.5%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소방청 통계). 봄철 따뜻해진 날씨로 야외활동 인구가 크게 늘면서 안전사고 사례도 늘어난 것이다.

봄철 심정지, 낙상, 추락으로 인한 병원 이송환자는 봄철 안전사고로 이송된 환자 18,480명 중 12,770명(전체 사망자의 69.1% / 3월 66.9%, 4월 70.7%, 5월에 69.3%)으로 봄철 야외활동의 일환인 골프에서도 안전의식에 대한 인식의 재점검이 요구된다.

 

‘뭣이 중헌디?’
골프장에 들어서면 정말 중요한 것은 놓치고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에 목숨을 거는 골퍼들이 있다. “뭣이 중헌디?” 영화 〈곡성〉의 대사다. 큰 반향을 일으킨 유행어이기도 하다.

 

핵심을 놓치고 변죽에만 몰두하는 것을 타박하는 말이다. 즐기기 위해 배운 운동이 목숨까지 건 골프로 본질이 전도되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다.

 

골프장에서 사용하는 골프공이 아무리 비싸도 목숨이나 병원 신세를 질 만큼 비싸지는 않다. OB나 해저드에 빠진 공을 찾기 위해 목숨까지 헌납하는 골퍼나, 평생의 친구로 죽을 때까지 함께 즐기자던 동반자를 몇만 원 내기 골프로 잃고, 골프장이 아니라 법정에 동반하게 될 일을 자꾸 만드는 골퍼들에게 하고픈 말이 바로 “뭣이 중헌디?”다.

 

 

오랜만의 필드 나들이가 사고를 부른다
한국 골퍼들에게 봄이 오기 전 겨울은 연습의 계절이다. 영하의 기온에 그린은 얼고, 아이언은 페어웨이에서 튕겨 나온다. 눈밭으로 변한 골프장에서 공을 찾기가 쉽지 않아 겨울엔 골프장을 찾는 대신 봄 시즌을 위해 클럽을 바꾸고, 샷을 연습하는 데 집중한다.


하지만 연습 후 봄에 만나는 ‘필드’에서는 욕심이 생긴다. 겨우내 연습과 스크린에서 다진 실력을 뽐내고 싶은 마음에서 주위를 돌아보는 여유 없는 행동이 결국 사고로 이어지는 것이다.


지난주 경기도 이천의 한 골프장에서 경직된 몸 상태에서 내기 골프에 열중한 김 모(58세) 씨는 자신이 티샷한 공(파5홀의 2번 홀에서)이 계곡 방향의 슬라이스로 OB를 직감했다.

다급한 마음에 아직 동반자의 티샷도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페어웨이 바깥쪽 OB 말뚝을 따라 공을 찾으러 페어웨이 전방으로 뛰어갔다.

 

하필이면 동반자의 마지막 티샷이 똑같이 슬라이스가 나며 페어웨이를 벗어나 뛰어가는 김 씨의 목 뒤를 강타하고 말았다.


골프의 계절 봄, 라운드 전 준비는 어떻게?
주말 골퍼들이 쾌청한 날씨, 따스한 햇볕, 상큼한 바람을 몸과 마음으로 껴안아 보리라는 기대로 필드로 향하지만, 꽃샘추위나 환절기에는 주변 환경의 변화와 큰 일교차에 몸이 즉시 적응하지는 못한다. 이러한 마음과 몸의 간극으로 다양한 형태의 안전사고가 발생하기 때문에 봄 라운드에서는 절대주의가 요구된다.


봄맞이 라운드,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겨우내 뭉쳐있던 몸의 근육을 풀어주는 준비운동으로 정신적인 준비를 하고, 연습으로 좋은 신체 리듬을 유지하여 멋진 봄철 라운드를 준비해야겠다.

 

 

❶ 스트레칭은 필수
티 오프 전 30분 정도는 스트레칭 등의 워밍업을 충분히 해주자. 근육의 긴장을 완화해주고 혈액순환을 도와 몸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다. 특히 이른 새벽 라운드에서는 몸의 근육이나 관절이 밤새 이완된 상태이기에 충분한 스트레칭은 더없이 중요하다.

 

스트레칭은 부상을 방지하는 것만큼이나 좋은 스윙을 만드는 데도 도움이 되니 일석이조다.

 

골프는 회전운동으로 골프공을 멀리 정확하게 보내기 위해 무리한 스윙을 한다. 골프공을 최후의 일격으로 타격하는 임팩트 순간을 ‘결정적 순간(the moment of truth)’이라 한다. 이 표현은 원래 투우사가 최후의 일격을 가하는 극적인 상황을 비유한 것이다.


골프클럽은 백스윙에서 피니쉬까지 걸리는 시간이 2초 정도로 매우 짧은 시간이다. 하지만 이 순간 허리에 가해지는 압력은 체중에 무려 8배에 이른다. 허리 주변의 근육과 관절이 한쪽으로 치우치기 때문에 허리 부상이 생기는 것이다.

 

골린이(골프+어린이 줄임말) 경우 부족한 허리 회전력을 어깨로 보완하면서 자신의 어깨관절 가동성을 넘는 움직임을 계속 취하기 때문에 근육까지 손상을 입는다. 봄철에는 바닥이 아직 얼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뒤땅을 치는 경우 그 충격이 클럽을 통해 손목과 팔꿈치로 전달되어 부상을 당하는 일도 잦다.


❷ 몸통 돌리기 스트레칭
골프장에 최소 한 시간 전에는 도착해 전신 스트레칭을 통해 관절 손상을 예방할 수 있도록 한다. 스트레칭은 관절과 근육을 이완시켜 각종 부상을 예방하고 부드러운 스윙을 도와준다.

 

등과 허리 이완에는 ‘몸통 돌리기 스트레칭’이 가장 좋다. 편안히 앉은 자세에서 깍지를 껴 팔을 앞으로 쭉 뻗고, 등을 쭉 늘린다는 느낌으로 상체를 좌우로 10회 회전시켜주면 등과 허리가 쭉 늘어나는 느낌이 나면 몸이 이완되면서 어깨와 팔 근육을 풀어주는 데 도움이 된다.


각각의 근육에 맞는 피트니스 운동의 좋은 예로 ‘시니어 골프 황제’, ‘시니어 투어의 지배자’로 불리는 독일의 베른하르트 랑거가 있다.

 

그는 50여 년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는 피트니스 운동으로 군복무 중 당한 척추 골절과 디스크를 극복했다. 그는 보통 사람에게는 금세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는 코어 운동의 기본인 플랭크(plank) 자세도 몇 분이고 여유롭게 해낼 수 있는 근육질의 균형 잡힌 몸으로 67세인지금도 ‘독일 청년’이라고 불리고 있다.


❸ 가능하면 연습 스윙도 충분히
스트레칭 후(여건이 허락한다면) 연습장에서 20분 정도 연습 볼로 스윙연습을 한다.

 

웨지로 시작하여 칩샷 그리고 아이언샷, 우드샷에 이어 마지막으로 드라이버로 가볍게 마무리 스윙을 한다. 이때도 80% 정도의 힘만으로 천천히 부드럽게 단순하게 점검 차원에서 마무리한다.

 

티샷 장소로 이동 전 10분 정도는 반드시 퍼팅 그린에서 퍼트 연습으로 그립감을 익히도록 한다. 그래야 실제 그린의 홀컵 주변 숏 퍼팅 미스를 대비할 수 있다. 봄 라운드에서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숏 퍼팅이라는 사실을 아는 골퍼가 대다수지만 정작 퍼트 연습을 하지는 않는다.

 

조선시대 관료의 불문율인 ‘4불3거(四不三拒)’가 있다.

절대 하지 말아야 할 네 가지(四不)와 꼭 버려야 할 세 가지(三拒)를 말한다. 골프에서도 4불 3거(四不三拒)`라는 신조어가 있다. 올봄부터는 안전한 골프 라운드를 위해 반드시 지켜야겠다.
 

4불은 ①슬로우 플레이(분실구 찾기) 금지 ②워터 해저드(벙커)에서 위험한 행동 금지 ③카트 승·하차 시 불필요한 행동 금지 ④무리한 내기 골프 금지다.


3거는 ①골프가 안 되는 모든 원인을 동반자, 캐디 탓이라는 생각을 버리는 것 ②골프는 카트가 아니라 걸어서 이동하는 운동이라는 생각을 가지는 것 ③캐디는 몸종이 아니라 경기 진행요원이라는 생각을 가지는 것이다.
 

이중 특히 캐디는 전문 직업인으로 골퍼의 동반자이자 충고자이다. 골퍼의 능력과 상황에 따른 클럽 선택, 퍼트 라인 등 경험에서 나오는 노하우를 전달한다.
 

캐디가 아무리 좋은 정보와 충고를 주어도 마지막 결정은 골퍼 자신이 해야 한다. 그 책임 또한 골퍼가 져야 한다. 골퍼는 캐디를 존중하고 인격적으로 친절하게 대우하는 기사도 정신을 발휘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4불 3거’를 지키는 자세로 따뜻한 봄날, 가볍게 몸을 풀고 골프를 시작하도록 하자.


골프장도 준비해야 안전사고 예방한다
우리나라는 국민소득이 35,000달러로 선진국 반열에 들었으나, 골프장 안전 규정은 선진국에 한참 못 미친다.

 

얼마 전에 순천 A 골프장에서 발생한 워터 해저드 익사 사고를 조사한 경찰은 이 익사 사고에 대해 ‘중대시민재해(중대재해처벌법 중)’로 적용할지를 분석·검토했지만, 골프장 안전관리책임자 B 씨와 캐디 C 씨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만 적용했다.

 

이렇게 골프장 안전사고에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골프장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에 대한 골프장의 안전관리 소홀은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골프장 사고에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어야 하는 이유는 ‘골프장의 안전관리에 문제가 많다’는 여론을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잊을만하면 발생하는 워터 해저드 사고를 포함한 수많은 골프장 안전사고로 인한 골퍼의 피해와 분쟁은 결코 가벼이 넘겨서는 안 될 것이다. 골프장 운영자는 골프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형태의 사고와 안전 논란이 하루빨리 종식되도록 골프장 안전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봄철부터는 더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