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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프로를 만나다] “실패를 얻어야 성공도 얻죠, 그래서 도전해요” 도전의 맛, 고나혜 프로

지이코노미 박준영 기자 | 인터뷰에 앞서 한 행사장에서 고나혜 프로와 마주쳤다. 동종업계인 골프 프로만이 아니라 배우, 인플루언서, 크리에이터 등이 모인 소속사 내부 행사에서 그는 한마디로 ‘인싸’의 면모를 보였다.

 

출연작 〈뉴시스 미소골프TV〉 통해서는 다소 내성적인 타입이라 느꼈기에, 초면인 소속 아티스트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모습에 묘한 생경함마저 느꼈다. 아하! 혹시 ‘사회생활’을 열심히 했던 건 아니었을까.


“제 성격이에요(웃음). 사람을 만나서 어울리고 배우는 과정을 정말 잘 즐기는 스타일입니다. 많은 사람을 만날수록 더 다양한 경험이 생기는 것 같아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걸 좋아해요.”

 

딱 봐도 ‘엔프피’이기는 했지만, 의례적으로 MBTI를 물었다. “투어 시절에는 ENFJ였고, 지금은 ENFP로 바뀌었다. 아마도 더 여러 가지에 도전하고 시도하게 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는데 하긴 T인지 J인지가 뭐 중요한가. 어차피 ‘엔프피제’는 한통속 아니던가.

 

 

‘미디어프로’는 기존에 티칭프로.투어프로로만 나뉘던 골프 전문가 그룹에 새로 생긴 직업군이다. 미디어프로는 요컨대 골프를 전문적으로 익힌 엔터테이너들이다. 투어를 병행하기도 하지만, 오프라인 레슨부터 기업 행사나 방송 활동, 개인 소셜미디어 채널 운영, 광고 모델 등 다양한 활동을 한다. 미디어프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기업 수요와도 맞아떨어진다. 물론 미디어프로도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건 마찬가지다. 남들보다 조금 일찍 전향해 낯선 환경에서 고군분투하는 젊은 미디어프로들을 골프가이드가 만나본다.

 

“투어프로 땐 ENFJ였는데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다 보니 바뀐 것 같아요.
‘도전의 ENFP’로(웃음).”


‘24시간이 모자라’
고나혜 프로는 잠실·논현 지역에서 스튜디오 레슨을 하면서 모델과 크리에이터, 골프 매거진의 레슨 필진 등 다양한 분야로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더 많은 분야에서 활약하고 싶다. 그래도 여전히 본업은 레슨이다.

 

자신을 통해 골프에 재미를 느끼고, 골프를 더 잘 치는 이들이 많아지는 것이 그의 목표이자 꿈이다. 장난기 어린 눈매에 높은 텐션, 시종일관 웃는 얼굴을 하고 있지만, 레슨 얘기를 할 때는 사뭇 진지했다. 그가 생각하는 레슨의 화두는 ‘배움’에 관한 것이다.


“배움에는 끝이 없다는 말을 매일 실감해요. 레슨하면서도 깨닫고 배울 때가 많죠, 이미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부족한 것이 많은 저를 발견해요. 아마추어를 위한 레슨을 잘 하려면 제 레슨을 다양한 관점에서 객관적으로 볼 수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너무나 다양한 분들을 만나게 되니 한두 가지 이론만으로는 부족할 수밖에 없거든요.”


영상 콘텐츠를 통해 골프 레슨을 하면서 어려움을 느끼는 지점이기도 하다. 그가 바쁘더라도 ‘배움’을 놓지 않으려고 하는 이유다. 스스로 부족함을 느끼는 것만 한 동기부여도 없다.


“정말 다양한 골프 스윙이 있는데 일대일로 직접 소통하는 게 아니라 일방적으로 전달할 수밖에 없다는 게 아쉽죠. 받아들이는 분에 따라 혼동을 하거나 왜곡되지는 않을까 늘 고민해요. 그래서 정말 ‘기본기’ 위주로 레슨을 준비하는데, 아무래도 기본기는 중복되는 내용이 많아서 또 고민이 되죠.”

 


 

요즘 고민은 ‘시간’과 ‘건강’
내내 밝기만 한 고나혜 프로에게도 고민은 있었다. 혼자 사는 데다 스케줄이 줄줄이 이어지다 보니 건강관리에도 소홀해졌다. ‘이대로 괜찮을까’하는 걱정도 든다. 최근 엔데믹 국면에 들어서면서 골프 붐은 다소 식었다는 세간의 평이 있지만, 막상 고나혜 프로는 솔직히 잘 체감하지 못한다고 했다. 날씨가 따뜻해 지면서 레슨 수요는 오히려 늘었다고.

 

“부족한 시간, 건강관리가 고민거리예요(웃음). 주변을 잘 챙기질 못하고 있는 게 가장 마음에 걸려요. 가족이나 친구도 그렇고, 선생님들, 많은 도움 주시고 응원해주시는 팬분들요. 감사한 분들이 정말 많은 데 연락도 잘 못 드리고 있어요.

면역력이 떨어져서 감기에도 잘 걸리고 여러 가지 안 좋은 증상이 나타났어요. 점점 좋아지고는 있지만, 앞으로의 스케줄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죠. 일을 줄이고 싶진 않은데.”

 

 

“주변에 선한 영향력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냥 옆에만 있어도 기분 좋은 사람이면 얼마나 좋을까요.”

 

 

G투어 도전, 긴장감 있는 골프 되찾기
그런 고민과는 달리 그는 일을 줄이기는커녕 오히려 새로운 도전 거리를 하나 더 만들었다. G투어 프로다. ‘긴장감 있는 골프’를 되찾기 위해서다.

 

“지금까지의 제 선택에 후회 없이 만족해요. 투어가 다시 그리워진다면 복귀할 생각도 있지만, 지금은 그러고 싶지 않아요. 투어 생활을 그만두겠다는 결정을 내리기까지 정말 많이 고민했으니까요. 무엇보다 ‘하고 싶은 것’에 집중했던 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프로골퍼로서 ‘긴장감 있는 골프’에 목마를 때는 늘 있거든요. 투어는 시간을 많이 투자해야 하는 일이라 쉽지 않아서 요즘은 G투어 도전을 준비하고 있어요.”


마침 친언니인 고나성 프로가 이미 G투어에서 활동하고 있다. 무려 G투어 준우승 경력을 가진 언니다. 이보다 더 든든할 수 없다.
 

큰 언니 함께 했던 대회, 가장 기억에 남아
가족은 늘 고나혜 프로를 지탱해주는 기반이 돼줬다. ‘투어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도 6남매 중 첫째인 고나형 씨가 직접 백을 메고 캐디로 함께 나섰던 시기에 나갔던 대회를 골랐다.


“하이원CC에서 열린 대회였는데 마지막 날이라서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날씨도 안 좋았고요. 큰언니가 옆에서 저를 너무 잘 챙겨줬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언니도 정말 힘들었을 텐데…싶어서 뭉클할 때도 있어요.
성적이 좋았던 대회는 아니었어요. 그냥 무난한 성적으로 끝낸 대회였지만 언니 때문인지 그 대회가 가장 기억에 남으면서도 이상하게 아쉬움이 남은 대회예요.”


13살 소녀의 일생일대 고민
알려진 대로 사실 고나혜 프로는 초등학교 시절 배드민턴 선수였다. 어려서부터 운동을 좋아했고, 그의 장래 희망란에 ‘운동선수’는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적혔다.


취미로 시작한 배드민턴이었지만, 고나혜는 선수까지 가버렸다. 강원도 대표로 체전에 출전하기까지 했다. 중학교 진학을 앞두고 부모가 언니를 따라 골프로의 전향을 권했다. 열세 살의 어린 배드민턴 선수, 그것도 ‘도 대표’까지 오른, 고나혜에게는 일생일대의 ‘선택의 순간’이었다고.


“지금까지도 인생에서 제일 심각하게, 고민을 많이 했던 때였어요. 당시 열세 살인 제가 생각하기에는 이 결정 한번이 제 인생을 좌지우지할 것 같았거든요(웃음). 대신 골프를 선택하고 나서는 뒤도 안 돌아보고 정말 열심히 했어요. 어린 나이였지만 많은 것들에 의미를 두고 했던 것 같아요.”


여담이지만 배드민턴은 지금까지도 가끔씩 즐기는 취미로 남았다. 1년이면 두어 번 치는 수준인데도 여전히 ‘선수의 스텝’이 나올 때는 “역시 어릴 때 배워서 그런지 몸이 기억하고 있다” 싶어 뿌듯하다.

 

‘감사’와 ‘코리안 탱크’
아마추어도 골프를 하며 ‘통곡의 벽’을 수도 없이 만난다. 선수 생활을 하는 이들을 더 말할 것도 없다. 때로는 독기로 벽을 넘어야 할 때도, 악으로 벽을 뚫어야 할 때도 있다. 대신 걸린 것이 많은 만큼 때로는 좌절의 순간도 마주한다.


“좌절도 많이 했죠(웃음). 그럴 때 가장 먼저 했던 건 ‘감사하기’였어요. 매 순간 감사 할 것을 느끼면 모든 것이 긍정적으로 바뀌더라고요. 또 다른 건 최경주 프로님의 책 〈코리안 탱크〉예요. 이 책으로 정말 많은 용기를 얻었어요. 같은 꿈을 꾸고 있는 사람으로서 크게 공감대를 느꼈고, 응원이 됐죠.

저는 ‘마음먹는 대로 이루어진다’는 말을 믿어 의심치 않아요. 결국은 내 노력의 크기에 달렸을 뿐이죠. 시도로 실패를 얻고, 실패로 성공을 얻는다고 믿으면 계속 도전할 힘이 생기죠.”


‘실패를 얻어야 성공도 얻는다’는 게 고나혜의 동기부여이자 원동력이다. 그게 그를 계속해서 움직이는 힘이다. 그게 고나혜 프로가 최종적으로 원하는 ‘선한 영향력’이 아닐까. 그가 곧 더 많은 이들을 움직이게 할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QnA

Q 고나혜 프로의 강점과 약점을 하나씩 꼽자면?
강점은 오랜 투어 경험! 스스로 경험한 것들도 많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가 플레이하는 것을 가까이에서 자주 지켜봐 온 만큼 알려드릴 수 있는 게 정말 많아요.
개선할 점은 ‘딕션’(웃음). 비염이 있어서 조금 더 어렵기도 한데, 전달력을 키우려고 노력 중입니다.


Q 유튜브 출연, 어땠나?
너무 재미있었어요. 프로그램을 통해 다른 출연진과 인연이 되어 소통하면서 지내게 된 것도 너무 좋습니다. 시청자분들께서 많이 알아봐 주시고좋아해 주셔서 신기했고요. 다음을 기대하고 계시는 분들이 많이 계셔서 더 다양한 활동할 기회가 얼른 생기면 좋겠어요.

 

Q 유튜브로 꼭 해보고 싶은 콘텐츠?
필드 레슨도 좋고, 코스공략법을 알려주는 내용이라면 자신 있습니다. 선수 생활을 오래한 만큼 코스에서 보여드리고 싶은 것들이 정말 많죠. 다양한 숏 게임부터 상황별 클럽선택이나 매니지먼트 등 스코어에 직결되는 문제를 풀어드리고 싶어요.

 


Q 레스너로서 조언을 한다면?
사람마다 조언할 부분은 다르겠지만, 연습도 열심히 하시고, 열정도 좋은 데도 실력 향상이 더딘 분들은 아무래도 마음이 더 쓰입니다. 이유도 너무 다르겠지만, 딱 하나만 짚자면 ‘생각이 너무 많아서’ 그런 경우가 많아요. 골프라는 게 하다 보면 스윙에 앞서서 너무 많은 생각에 사로잡히게 되잖아요. 그건 프로도 마찬가지고요.
골프는 ‘단순하게 접근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물론 ‘이거 해라, 하지 마라’ 해놓고 ‘단순하게 하라’니 쉽진 않죠. 그래도 골프는 ‘많이 담을수록 지는 게임’이라는 점을 늘 기억하셨으면 좋겠어요.


Q 최근 입문자가 많아지며, 에티켓 논란도 종종 생긴다. 프로로서 입문자들에게 강조하고 싶은 골프 에티켓을 꼽자면?
알고도 안 지키는 분들은 안 계실 것 같아요. 레스너로서 여러 에티켓들을 알려드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실 골프에는 정말 많은 에티켓이 있지만 그중 제가 일을 하면서 느낀 건 라운드 중의 과도한 레슨을 꼽고 싶어요. 아무래도 입문자보다는 구력이 쌓이신 분들에게 해당하는 얘기겠지만요.

 

잘 치시는 분이 잘 못 치시는 분에게 레슨하는 건 사실 에티켓에서 벗어난 행동입니다. 라운드할 때는 실력을 떠나 동반자의 경기를 존중하는 것도 매너라고 생각해요. 그것 때문에 엄청 스트레스받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답니다. 물론 도와주려는 의도인 건 알지만, 오히려 온전히 필드 경험을쌓지 못하고 오시는 경우가 더 많아요. 정말 도와주고 싶으시다면 라운드가 끝난 후에 말씀 주시는 것도 방법입니다.


Q 골퍼로서 자신의 롤모델은?
로레나 오초아. 제가 골프를 시작했을 때 세계 여자 골프 랭킹 1위였거든요. 1위라는 자리에서 은퇴를 결정한 점도 너무 멋졌고요. 쉽게 내릴 수 있는 결정은 아니니까요.


Q 언젠가 내 자녀가 골프 선수가 되겠다고 한다면?
어떤 꿈이든 지지하고 응원하고 지원하는 엄마가 되고 싶어요. 인생이란 스스로 원하는 걸 이루어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원하는 걸 이루어 낼 수 있도록 도와줘야죠.


Q 골프와 관련해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대회 때 있었던 일인데 두 홀 정도 남은 상태에서 톱10 진입을 바라보는 상황이었어요. 파3 17번 홀에서 제일 먼저 티샷을 했는데 너무 잘 맞은 거예요. 말 그대로 ‘굿샷’이었어요. 방향도 거리도 모두 제가 원하는 느낌으로 맞아 날아가는데, 공이 스프링클러를 맞고 그린 뒤로 넘어가 버린 거예요(웃음).


너무 어이가 없었지만, 그때까지는 괜찮았어요. 아직 파를 만들어 내는 데 문제없을 거리라고 생각했고요. 다음 선수가 티샷을 쳤는데, 공은 코스를 벗어나 오비 말뚝을 향해 날아갔었어요. 그런데 정작 공은 가파른 경사를 맞고, 카트 길을 맞고, 그린으로 들어와 핀 옆에 딱 붙는 거예요.

 

Q 골프, 너어는 정말…
샷을 잘 친 저는 어려운 라이에 걸려 결국 보기를, ‘럭키 샷’이 터진 그 선수는 버디를 했어요. 그 선수는 톱10에 들어가면서 대회를 마무리했고 저는 들지 못했죠.
당시에는 너무 억울해했어요. 티샷은 분명 내가 더 잘 친 것 같은데 결과는 반대였다는 게 그때는 화도 정말 많이 났어요.


Q 골프를 치다 보면 사실 자주 있는 일이기도 한데, 때로는 멘탈이 많이 흔들리는 ‘사태’다.
그러니까요(웃음). 시간이 지나고 알게 됐죠. 골프는 원래 그런 운동이라는 걸. 골프가 정말로 인생과 똑같다고 깨닫게 된 사건이었어요. 받아들이고 다음을 준비하는 것에 에너지를 쏟는 것이 더 현명한 대처인 것을 느끼게 해 준 일이었어요.실제로 이 일을 겪고 나서는 내가 어찌할 수 없이 벌어진 일에 대해선 잘 화가 나지 않더라고요.


Q 4월 계획은?
8월 하계캠프와 해외 필드 레슨을 준비하려고 합니다. 겨울에 해외 필드 레슨을 다녀왔는데 너무 좋은 시간을 보내고 왔거든요. 그리고 프리다이빙을 꼭 배우고 싶어요. 4월에 등록하려고 했는데 이번엔 꼭!


Q 왜 프리다이빙인가?
개인적으로 물에서 하는 스포츠는 다 좋아하기도 하고요. 푸른 바다에서 물고기 거북이랑 자유롭게 수영하면 너무 좋지 않을까요?


Q 오호 물을 좋아하는 편이라고 하니, 그럼 워터해저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


Q 2023년 꼭 이루고 싶은 위시리스트가 있는지?
〈SBS 골프아카데미〉에서 레슨하기! 골프웨어 모델하기!


Q 그래, 뭐 거기까진가? 또 더 도전하는 거 있나? 더 말해봐라 어서(없겠지?).
천천히 준비 잘 해서 꼭 도전하고 싶은 분야가 또 있는데…아직은 비밀입니다(찡긋).
(아니, 프로양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