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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골프는 다시 귀족 스포츠가 되고 있다

대중화=수요 상승=가격 상승
"이대로면 그냥 귀족 스포츠로 남으라"는 골퍼들

연일 상승세던 중고 클럽 시장의 시세가 꺾였다. 팬데믹 중 '골프로 유입된 인구가 테니스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보도가 나올 때 이상으로 하락세가 크다.

 

주변에서 느껴지던 골프 열기가 식었다는 것도 체감된다. '나도 골린이 됐다'며 각종 정보를 묻는 연락도 뜸해졌다. '우드 하나 사면 안 되냐', '우드가 그렇게 어렵냐'던 똑딱이 연습생들이 '중고채도 중고나라에 파느냐'고 묻기 시작한다.

 

단골 스크린골프장의 한산함에서 더 크게 체감이 된다. 한두 세대 전의 비전플러스를 설치한 매장이다.

 

코로나19 초기, 아직 골프붐이 형성되기 전에는 예약이 쉬운 나머지 예약 없이 가더라도 언제든 칠 수 있었다. 추가 과금이 되지 않는 선에서라면 연습장 모드를 오래 사용하더라도 카운터의 터치가 없었다.

 

그 무렵 입문하는 지인들은 금요일이나 주말 저녁에 그 매장으로 초대하곤 했다. 거기서 3~4시간은 족히 연습을 가장한 레슨을 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골프붐이 시작되고, 평소 보지 못한 풍경이 펼쳐졌다. 동호회가 단체 예약을 끊어 예약전화를 해도 실패하는 날이 많아졌다. 친해졌던 사장님과는 오히려 소원해졌다. 거의 매일 내장하는 단골들이 늘었기 때문이었고, 낯선 파트타임 직원과 마주치는 일이 더 잦아졌기 때문이다.

 

밤 열두 시를 넘겨도 다음 타임을 예약한 팀이 있다는 안내를 받는 일이 많아졌다. 그래도 왠지 뿌듯했다. 골프 관련 일에 종사하는 한 사람으로서 자부심도 생겨났다. 그러다 엔데믹이 와버렸다.

 

예약은 한결 쉬워졌고, 매장을 방문하는 횟수가 줄었음에도 사장님과 더 자주 마주친다. 표정이 좋지가 않다. 그간의 골프붐이 '붐'이 아니라 '버블'이었던 걸까 고민하게 될 정도로 식었다. 

 

그래도 이제 막 시즌이 시작된 필드는 좀 낫다. 

 

코로나19 이전 그린피와 카트비를 포함해 3.9만 원(평일), 4.9만 원 정도에 이용할 수 있었던 모 9홀 퍼블릭 골프장은 현재도 코로나19 이전 대비 딱 2배를 그린피로 받고 있다. 다른 곳도 비슷하다.

 

붐이 좀 식었대도 아직은 부킹이 쉬워지거나 가격이 내려가지는 않았다. 오히려 최근 나온 관련 정책으로 그린피가 내려가긴 했는데, 시설 사용료가 붙었다거나 하는 경우가 많아 여전히 골퍼들은 분통을 터뜨린다.

 

버블이라고 표현했지만, 적어도 골프장 입장에서 그 정도는 아니라는 얘기다. 골프장 업계는 폭등한 그린피에 대해 그간 ‘공급과 수요의 법칙’을 내세웠고, 이건 절대 잘못된 건 아니다. 다만 그 '선'을 넘는, 폭리라고 느껴지는 정도였기에 나온 논란이다. 

 

그간의 붐이 설령 버블이었대도 코로나19 전보다 파이 자체가 커진 건 사실이다. 대신 앞으로 파이가 계속 커질 것인가에 대해서는 누구도 장담을 못 한다. 어떤 전문가를 만나 얘기를 들어봐도 그렇다. 


요컨대 이제 업계가 '노력'해야 할 때가 왔다.
 

지난 2년간 골프 붐이 온 건, 골프계 자체에 호재가 있었거나, 골프계가 어떤 ‘성과’를 냈기 때문이 아니다. 방역 조치로 막힌 여러 가지 취미 거리의 대체품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골프 붐을 통해 대중화를 외친 측과 수요·공급의 경제 논리를 외친 측이 있었다. 양측 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젓자’는 스탠스였지만, 방법은 달랐다. 뭐가 맞느냐는 논쟁을 벌일 필요는 없다. 미시와 거시의 차이니까. 

 

다만 ‘안 해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하는 사람은 없다’는 밈이 골프에도 적용되겠느냐는 질문에 시원하게 긍정하는 사람은 없다. 이 지점이 좀 무서운 게 뭐냐면 아예 골프라는 걸 해본 적 없는 이들이 많았을 때는 호기심 반, 군중심리 반으로 골퍼 수가 늘어났지만, 꽤 많은 인구가 골프를 ‘경험’하고 난 지금은 다르다는 것이다.


재차 언급하지만, 파이가 커진 건 확실한 사실이다. 다만 이 파이를 어떻게 붙잡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하고 있는가. 묻고 싶다. 그 고민이 없다면 아마 팬데믹 시절만큼의 호황은 기대하기 어려울 게 뻔하다.

 

실제로 “나도 골프 해보긴 했는데 말이야”로 시작하는 오해와 억측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 2~3년간의 골프붐으로 골프가 대중화됐나? 아니다. 골프는 오히려 좀 더 귀족 스포츠에 가까워지고 있다.

 

구력이 오래된 골퍼일수록 골프의 대중화를 바라지 않는 모양새다.

[대중화=수요 상승=가격 상승] 이라는 등식이 깨지지 않는 한 앞으로도 그럴 기세다.

 

편집장 박준영 

ⓒ골프가이드 6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