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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목 부상 딛고 디 오픈 준우승...'골프는 점수 까는 맛' 여실히 보여준 김주형

"2, 3일 차에 기권할 뻔" "좋은 성적 나오자 아드레날린이 나왔다"

지이코노미 박준영 기자 | 지난 마스터스 데뷔전에서 공동 16위를 기록하며 자책했던 김주형이 이번엔 디 오픈에 나서 발목 부상을 딛고 공동준우승을 차지했다. 우승자 브라이언 하먼과는 6타차로 존 람, 제이슨 데이, 세프 스트라카와 함께 공동 2위다. 상금은 1,084,625달러(13억9천만 원)다.

 

 

최종일 4라운드, 시작은 썩 좋지는 않았다. 1, 2번 홀(파4)에서 연속 보기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한 김주형은, 그러나 파4 4번 홀에서 버디를 하더니 전반 첫 번째 파5인 5번 홀에서 이글을 잡아냈다.

전반 9홀에서 보기 2개, 버디 2개, 이글 1개로 2타 줄이며 롤러코스터를 탔지만, 후반은 안정감을 찾았다. 11번 홀(파 4)과 15번 홀(파 5)에서 1타씩 줄여 합계 4언더로 최종라운드를 마무리했다.

 

3타를 잃은 1R

시간을 되돌려 사실 1라운드 분위기만 해도 그가 여기까지 올라올 거라고 생각하기는 어려웠다. 5개의 보기를 범했는데 이 중에서는 파 5홀에서의 보기도 하나 있었다. 결국 3오버파로 대회를 시작했다.

다음날부터 각고의 추격을 시작해야 했지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날 숙소에서 발목을 다쳐 절뚝거리며 경기에 나서게 됐다.

 

3타를 만회한 2R

그러나 김주형은 다음날 2라운드에서 이를 만회했다. 전반에만 4개의 버디를 잡아냈다. 후반에는 11번 홀에서 보기가 있었고, 이를 제외하면 전반 9번 홀부터 18번 홀까지 모두 파로 막았다. 좋은 성적이지만, 파 행진이 이어지면 그건 그거대로 선수에게 큰 압박이다. 욕심을 낼 수도 있고, 혹은 아쉬운 샷이나 퍼트가 기억에 남기에 이 평정을 유지하는 능력이 요구된다.

김주형이 2일차에 보기가 1개 섞인 파 행진을 9개 홀이나 이어가며 3오버파를 이븐파로 만들었다는 것이 돋보이는 이유다.

 

3타를 줄인 3R

3라운드에서는 전반 시작이 좋았다. 1~3번 홀까지 파를 했는데, 전날의 파 행진에 이어 슬슬 몸이 달아오를 만도 한데 묵묵히 플레이를 이어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결국 보상은 더욱 크게 다가왔다. 전날에 이은 파 행진에 흔들리지 않고 버텨낸 김주형은 4~6번 홀에서 3개의 연속 버디를 잡아냈다. 각각 파4, 파5, 파3였기에 의미가 더했다. 모든 샷 감각이 안정됐다는 뜻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후 후반 9홀에서는 다시 2개의 보기와 2개의 버디로 이날 3타를 줄였다.

 

나믿주형믿

그렇게 맞은 4R였다. 보기도 많았고, 지루한 파 행진도 버텨낸 김주형은 얼핏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잃은 점수를 ‘따박따박’ 깎아나가는 경기력을 보여준 것이다.

이런 지점이 약관의 골퍼, 김주형의 경기를 보는 맛이다. ‘믿음직하다’는 감상 말이다.

김주형은 “사실 2·3라운드에 (발목 통증으로) 기권할 수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그의 따박따박 깎여나가는 스코어가 그를 붙잡았던 모양이다.

“이런 큰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서 아드레날린이 나와 통증을 잊고 경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는 김주형은 스스로 “최선을 다했고, 만족스럽다”고 자평했다. 몇 달 전 마스터스 데뷔전 공동 16위를 기록하면서 ‘100점 만점에 10점도 못 된다’도 자책했던 것과는 반대다. 역시 이유는 이러한 ‘따박따박’의 경기 흐름 덕분일 것 같다.

 

 

쾌조의 우승, 왼손잡이 하먼

반면 브라이언 하먼은 첫날 4언더파로 기분 좋게 시작했다. 다음날 2라운드에서는 전반에만 4개의 버디, 후반에는 1개의 이글을 기록하며 잃은 타수 없이 6타를 더 줄이는 기염을 토했다. 3라운드에서는 2개의 보기도 범했지만, 4개의 버디로 만회 이상의 성과를 내 3일차 무려 12언더파를 기록 중이었다. 마지막 4라운드에서도 3개의 보기가 나왔지만, 4개의 버디로 1타를 줄여 최종합계 13언더파를 써내 우승을 차지했다.

 

동기부여가 된 영국 팬의 야유

하먼은 4R까지 플릿우드나 매킬로이를 응원하던 영국 팬들이 자신의 보기 2개를 들먹이며 “넌 안 돼”라고 야유를 했던 게 동기부여가 됐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한편 가을 대회와 큰 대회에 강점을 보이면서 9년만에 디 오픈의 패권에 도전한 매킬로이는 6언더파로 공동 6위에 자리했다.

하먼은 올해 36세로 투어 12년 차다. 170㎝ 단신으로 최근 트렌드인 장타보다는 정교함과 그린 주변 숏게임을 주무기로 하는 선수다.

“우승한 뒤 긴 시간이 지나버리면 ‘다시 우승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라며 그간의 심리적 압박감을 드러내면서도 “이번 우승은 정말 환산적인 결과”라고 기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