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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해명이 필요해보이는 골프장경영협회, KGBA의 입장문

지이코노미 박준영 기자 | 억까라는 신조어가 있다. 대략 비난한다는 의미의 ‘깐다/까인다’가 ‘억지로’와 붙은 단어다. ‘억까 당했다’는 말은 곧 까일 일이 아닌데 억지로 깔 거리를 찾아서 까인 억울한 상황이라는 걸 표현하는 것이다.

 

억까 당해 억울한 204개 골프장

최근 골프산업에서 억까 당한 이들이 있으니 한국골프장경영협회(회장 박창열, 이하 KGBA)다. 현재 204개 회원사(2023년 8월 기준)가 이 협회에 소속되어있다. 전국 550여 개 중 약 40%가 이 협회 소속이다. 그런 KGBA가 최근 한 입장문을 냈다. 전국 골프장 중 약 40%의 입장문이다.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에 앞서 1759년 집필한 ‘도덕감정론’을 인용하며 ‘호소’한 입장문은 결국 ‘수요와 공급의 법칙’, ‘정부 개입 반대’를 말한다. KGBA는 ‘자유시장경제는 물 흘러가듯 자유롭게 그대로 두면 자연히 균형을 맞추게 된다’고 주장했다.

 

카트비와 캐디피가 부당하게 올랐다는 골퍼들의 원성은 합리적 비판이 아니라 편향된 잣대를 들이대는 마녀사냥이자, 억까라는 주장이었다.

 

조사에 따르면 국내 골프장의 카트비가 2010년 대비 24% 이상 올라 논란이지만, 2010년 대비 삼겹살은 65%, 설렁탕 55%, 짜장면 48%, 택시비는 100%가 인상됐는데, 왜 골프장 카트비와 캐디피 상승에는 ‘폭리’를 취하는 악덕 취급을 하느냐는 것이다.

 

이쯤 되니 애초에 이 입장문이 일반 소비자를 타깃으로 한 게 아니라, 정부 정책을 향한 일갈이었던 건 아닐까 싶었다. 그랬건 아니건 이 입장문을 정독했다는 골퍼들은 이미 폭발했다.

 

먼저 반응한 것은 당연했다. 골프장들이 화가 많이 난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고객을 다독이거나, 해명하거나, 설득하는 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 입장문에 대한 해석과 판단, 논평을 이 지면에서 하지는 않겠다. 다만 각종 커뮤니티와 기사 댓글을 통해 본 골퍼들의 반응은 캐디나 카트 이용이 강제나 다름없는 골프장이 더 많은 현실에서, KGBA의 입장문을 이해할 수도, 받아들일 수도 없다는 것이다.

 

KGBA의 노림수가 뭐였든 이 입장문을 읽은 골퍼들의 결론은 이랬다.

‘기회될 때마다 해외로 나가는 게 답이다.’

 

이번 입장문에 대한 후속 해명을 촉구하는 이유다. 이대로라면 소비자들은 골프장이 소비자를 호구로 보고 있다고 여길 테니까 말이다.

 

 

그랬었다

2022년 4월 24일. 에디터는 KGBA의 2022년 정기총회(총 136개사 참석)에 취재 목적으로 참석했었다. 당시 정기총회에서 KGBA는 18대 박창열 회장(고창CC)의 연임과 더불어 ‘골프장 업계의 자정 의지’를 대내외에 선포한다는 목적으로 ‘결의 퍼포먼스’를 진행했었다.

 

당시 KGBA는 ‘윤석열 정부 출범으로 새 정부, 새 정책을 바탕으로 한 제2의 골프 대중화’를 선언했었다.

 

회원사 골프장 대표자 결의를 통해 ‘국민과 함께’라는 슬로건을 내걸었고, 이용료 인하, 이용료 인상 자제, 사회공헌와 기여하는 골프장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담은 피켓을 만들어 들어 올리며 구호를 외치는 퍼포먼스를 했었다. 아무튼 그랬었다는 얘기다.

 

골프업계를 다루는 월간지와 인터넷뉴스 매체를 만들면서 종종 묘한 위화감을 느낀다. 한쪽에선 ‘골프의 대중화’를 외치는데, 누군가는 대중화를 굉장히 싫어하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을 때 그렇다. 이 기사를 쓰는 지금도 그렇다. ⓒ골프가이드 9월호

 

 

다음은 한국골프장경영협회 입장문 전문이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 입장문

골프장 카트비, 캐디피에 대한 편견에 답하다
 

한 사설 연구소가 자체조사하여 발표한 ‘국내 골프장의 팀당 카트 대여료 현황’에 따르면 국내 골프장 카트대여료(이하 카트피)가 2010년 대비 24% 이상 오른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되고 있다.

아울러 일반 카트보다 최대 4배 비싼 리무진 카트까지 등장하며 골프장 고비용 구조가 심화된다는 지적까지 겹친데다가 캐디피도 인상되어 골프장 업계는 난감한 상황이다.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대한민국 체제 하에서 정치, 경제, 사회 어떤 분야를 막론하고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질타를 받는 것은 당연하고 비판의 대상은 비판에 대한 개선책을 마련해 나아가야하는 것도 마땅하다.

하지만 합리적 비판이 아닌 특정 대상을 단순히 비판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도덕적, 윤리적 비난과 함께 편향된 잣대를 들이대며 사회적 제재를 받아 마땅한 대상으로 만드는 일은 절대 일어나서는 안된다. 하지만 2023년 대한민국에서는 흔해 빠진 일이 되어 버렸다.


작년 한국소비자원과 (사)한국물가정보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0년 대비 2022년 삼겹살 65%, 설렁탕 55% 짜장면 48%, 택시비 100%(2023년 2월 기준) 인상이 있었다.

언론과 대중들은 카트비와 비교했을 때 2배 이상 높게 폭등한 물가 품목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타 산업군과 같이 시장경제 원리에 따라 운영되고 있는 골프장에만 손가락질하는 이러한 현상이 과연 우리 사회를 건전하게 만드는 행위라고 생각하는지 되묻고 싶다.

사실 다른 분야의 물가 상승 지표만 봐도 카트비와 캐디피 인상에 대해 비난하는것은 특정 대상을 비판, 비난하는 이유가 말도 안 되게 억울하거나 억지스러울때 사용하는 신조어 소위 말해 ‘억까’이다.


캐디피의 경우를 보자. MZ세대 골퍼는 엄청나게 증가한 반면 서비스직은 기피하게 되면서 젊은 캐디 유입이 대폭 줄어들었다. 비단 캐디 뿐만 아니라 호텔업계도 마찬가지이다. 서울, 경기, 인천, 부산, 제주의 호텔종사자 수는 2021년 말에 2019년 말보다 24.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도권보다 비수도권에서 인력 유출이 심하다. 호텔이 구직자 사이에서 외면받는 데는 ‘대면 서비스’의 정점이란 평가를 받을 정도로 사람 접할 일이 많은 게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비대면 소통이 익숙한 젊은 세대가 근무 일정이 들쑥날쑥하고 각양각색인 숙박객의 요구를 해결해야 하는 호텔을 기피업종으로 찍었다는 얘기다. MZ세대가 캐디를 기피하는 이유와 일맥상통한다.


국내 550여개 골프장에 필요한 캐디 수는 약 5만명. 반면 실제 활동 중인 캐디 수는 3만6,000여명에 불과한 상황인데 결국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발생한 수요 공급의 불균형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중요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구매자들이 가능한 한 낮은 가격을 원한다고 해서 그들이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할 의사가 없다는 뜻은 아니라는 것이다.

 

골퍼들이 카트와 캐디 이용에 대해 부여하는 소비 가치보다 비용이 낮다면 소비자들은 비용을 지불함으로써 효용을 얻을 것이다. 골프장도 마찬가지다.

 

가능한 한 높은 가격을 받고 싶다고 해도 자신이 원하는 가격에 구매할 소비자가 없다면 카트와 캐디 운영을 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다.

결국 소비자가 부여하는 소비 가치와 판매자가 부여하는 판매 가치가 일치하지 않더라도 시장 내에서는 양쪽 경제 주체 간 상호작용을 통한 가격조정의 가능성이 있다.

 

만약 서로가 협상을 한다 하더라도 적정한 가격대가 나오지 않는다면 시장 내에서 카트와 캐디의 구매와 판매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구매자와 판매자 서로가 이익을 얻을 수 없는 시장이라면 그 시장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소비자들은 더 값싼 카트와 캐디를 찾고 골프장들은 더 비싸게 이용해 줄 소비자를 찾는다. 이러한 행위는 소비자와 판매자들이 그들 자신의 행복을 증진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즉, 시장의 참여자들은 자신의 효용을 증진하기 위해 의도치 않게 다른 사람들의 효용에도 기여하는 것이다.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을 집필하기 앞서 1759년 집필했던 <도덕감정론>에도 비슷한 내용이 나온다.

“그는 오로지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고 있으며, 다른 경우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의도와 무관하게 보이지 않는 손에 이끌려 특정한 목적을 달성한다. 그는 사회적 이익을 증진하기 위해 집중할 때보다 자신의 이익을 추구할 때 오히려 사회적 이익을 더 효율적으로 증진하고는 한다.”

이런 시장의 균형 상태에 정부가 개입하면 어떻게 될까?

정부가 진정으로 시장의 균형에 개입하기 위해서는 시장에 참여하는 모든 소비자들의 소비 가치를 파악하는 동시에 모든 판매자들의 최저 허용 가격을 알 수 있어야 한다. 정부가 시장 참여 주체들의 이러한 정보들을 모두 파악해낼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그 가능성은 0%에 가깝다.

시장이 오로지 정부에 의해서만 관리된다면 소비자들은 정부에게 자신의 소비 가치가 정부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낮다고 속일 것이다.

 

판매자들 또한 마찬가지로 자신의 최저 허용 가격이 정부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높다고 속일 것이다. 결국 정부는 잘못된 정보들을 기반으로 시장을 관리할 것이고 그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시장 내에서의 경쟁 행위가 일어나는 무대가 시장경제에서 정치경제로 옮겨가는 것이다. 진정으로 혼란을 발생시키는 것은 무엇인가? 소비자와 판매자가 주도하는 시장경제인가? 정부가 주도하는 정치경제인가?

물도 흘러가다 보면 바위에 부딪히고 절벽에서 뛰어내리고 오물로 더럽혀지기 마련이고 자유시장경제는 물 흘러가듯 자유롭게 그대로 두면 자연히 균형을 맞추게 된다.

역대 어느 정부보다도 자유 시장경제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현 정부의 철학이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가 아닌 어떤 유혹에도 흔들림 없는 바위처럼 굳세게 서 있어 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