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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골프 ‘꺾일 것인가, 깨치고 나아갈 것인가’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조금 일찍 만나보는 AG 프리뷰

 

지이코노미 박준영 기자 | 1년 미뤄졌던 19회 아시안게임이 9월 23일부터 10월 8일까지 중국 항저우에서 드디어 개최된다. 45개국이 40개 종목, 482개 경기를 통해 선의의, 그러나 뜨거운 경쟁을 펼칠 예정이다.


골프 종목은 9월 28일(목)부터 4일간 잭 니클라우스가 디자인한 웨스트레이크 인터내셔널GC에서 치러진다. 

 

대한민국 여자 대표팀은 2018년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노메달의 설욕을, 남자 대표팀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부터 2회 연속 금메달사냥 실패를 설욕하러 나선다. 규정 변경으로 전격 합류한 임성재와 김시우가 메달을 획득해 병역혜택까지 받을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무엇보다 한동안 LPGA를 주름잡다 최근 약세를 보이는 한국 여자 골프와, 반대로 PGA와 세계무대에서 점점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한국 남자 골프가 얼마나 선전하느냐로 향후 10년간 한국 골프의 위상을 점치게 되기에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더 흥미롭다.


  AG 남자 골프 국가대표팀  
 

최근 PGA에 진출한 한국 선수들의 활약에 존재감이 점점 커지는 가운데, 이번 아시안게임 남자 골프의 관전 포인트는 2가지다.


지난 8월 유럽에서 K골프의 매운맛을 보여준 조우영·장유빈이 얼마나 선전하는가. 다른 하나는 김시우와 임성재가 금메달을 획득해 병역 혜택까지 받을 수 있을지다. 어느 쪽이든 한국 남자 골프의 미래마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리보단 의미를 담아야 할 국제 대회지만, 대한민국 남자 스포츠계에서 메달 획득을 통한 병역 혜택 이슈는 솔직히 기대하지 않을 도리가 없는 ‘메리트’다. 해당 선수의 커리어에 큰 혜택이기도 하지만, 국가적으로도 가치가 있다.

 

‘이번에야말로 올림픽 설욕’ 김시우·임성재

‘요즘 폼 지리는’ 아마 돌풍 듀오, 조우영·장유빈

 


솔직히 득보다 실이 될까 우려는 있다
아마추어에게는 의미가 남다르지만 사실 한창 시즌을 치르는 프로선수에게 상금이 없는 아시안게임은 딱 잘라 ‘손해’다.

 

일반적인 대회에 참가하는 것만으로도 선수는 최소 1주일을 ‘일’한다. 대회는 3~4일이지만, 연습라운드와 프로암 등을 치르자면 시즌 중인 선수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건 1주일에 하루 정도다. 비용면으로도 1주일에 가까운 체류비와 참가비 등 만만찮다.


반면 국제 대회는 선수단 입장부터 시작해 현지 적응 훈련과 연습라운드 등 더 긴 기간을 대회 지역에 체류하게 된다.

 

국가대표로서 국제 대회를 치르는 것이니 기본적인 비용은 지원이 될 것이기에 차치하더라도 상당 기간 대회에 몰두해야 하기에 시즌 중의 대회가 현역 투어프로들에게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뿐인가. 특히 아시안게임은 프로선수에게 ‘잘해야 본전’인 셈이다. 아시아권에서 위상이 높은 대한민국이 메달권 진입에라도 실패하면, 일부겠지만, 팬들의 질타와 설왕설래로 본인의 멘탈 컨디션 조절에도 불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창 활약 중인 임성재와 김시우에게도 마찬가지다. 이미 플레이오프로 진입했다지만, 다음 시즌까지의 휴식기가 짧은 PGA 특성상 해야 할 일이 산더미일 것이니.

 

‘두 번째 기회’ 임성재·김시우
그러나 이번 아시안게임 남자 대표팀에는 특별한 참가 메리트가 하나 생겼다. 아시안올림픽평의회(OCA)가 이번 대회부터 프로선수의 참가를 허용했기 때문이다.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면 병역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러면 앞서 ‘실리’ 운운하며 아시안게임 참가를 ‘손해’로 표현한 게 무색해질 정도로 동기부여의 양과 질이 달라진다. 병역 혜택의 기회란 그만큼 크다.


KGA는 해당 규정 변경일인 지난 2022년 4월 26일 발표된 남자 골프 세계랭킹을 기준으로 19위 임성재와 51위 김시우를 국가대표로 확정했다. 이후 2020 도쿄 올림픽에도 나란히 출전했으나 메달 획득에는 실패한 임성재와 김시우에게 이번 아시안게임은 두 번째 기회가 됐다.


특히 PGA에서 활약상이 돋보이는 두 선수이기에 국내 팬은 물론 외신에서도 이들의 선전을 기대하며 지켜볼 예정이다. 어느 종목이든 병역 혜택은 남자 선수들에게 돈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이기에, 오히려 더 긴장할지도 모를 두 선수가 제 기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기를 바란다.

 

‘요즘 폼 지린다’ 조우영·장유빈
2023시즌 스릭슨 투어는 개막부터 파란이었다. 스릭슨 투어 사상 최초로 2개 대회 연속 아마추어 선수 우승이라는 진기록이 탄생했기 때문이다. 1회와 2회 대회를 조우영과 장유빈이 번갈아 우승해 써진 기록이다. 프로 잡는 아마, 아마 돌풍을 일으키는 이 듀오가 바로 이번 아시안게임에 아마추어 신분으로 출전하는 조우영(2001년생)과 장유빈(2002년생)이다.

 

더 반가운 건 두 선수 모두 대회가 가까워질수록 더욱 기량이 좋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조우영은 ‘2023 KPGA 골프존 오픈 in 제주’에서 아마추어 신분으로 우승을 차지하며 10년 만의 아마추어 우승 기록을 세운 주인공이다. 4년째 국가대표로 활동 중이며, 이번 아시안게임을 끝으로 프로로 전향할 것으로 보인다. 아마추어 신분의 마지막 커리어라는 점에서 본인에게도 의미있는 대회인 만큼 선전이 기대된다.


장유빈도 이번 시즌을 뜨겁게 보내고 있다. 2023 KPGA 스릭슨 투어에서 1회와 10회 대회 우승으로 시즌 2승 중이다. 시즌 2번째 다승자로 이름을 올린 데다 KPGA 코리안투어에서도 4개 대회에 출전해 TOP10 2회 포함, 모두 컷 통과에 성공했다.


유럽에서 매운맛 선보인 아마 듀오
특히 두 선수는 지난 8월, 아시아태평양과 유럽의 아마추어 골프 대항전인 ‘보널랙&패치 행킨스 트로피’에서 각각 3승 1무 1패를 기록하며 ‘팀 아시아태평양’의 승리를 견인했다.

 

이 대회는 아마추어 선수라면 누구나 출전을 목표로 하는 대회 중 하나다. 로리 매킬로이, 욘 람, 마쓰야마 히데키, 캐머런 스미스 등도 이 대회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렸었다.

 

1·2일째 열린 포섬과 포볼 경기에서 한 팀을 이뤄 2승 1무 1패로 승점 2.5점을 획득했고, 8월 6일(한국시간) 스페인 라망가GC에서 열린 대회 최종라운드 싱글매치플레이에서는 조우영은 니컬러 게르하르트젠을 5홀 차로, 장유빈은 토비아스 욘손을 2홀 차로 제압했다. 두 선수의 활약을 바탕으로 팀 아시아태평양은 팀 유럽에 17:15로 2점 앞서며 우승했다.


조우영은 인터뷰에서 “실력이 뛰어난 유럽 선수들을 상대하며 좋은 경험을 쌓았다. 팀 아시아태평양이 우승하는 데 조력할 수 있어 기쁘다”면서 “아시안게임에서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은 것이 가장 큰 수확”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시안게임에서도 K골프의 힘을 보여줄 수 있도록 남은 기간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밝혀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선배님, 저희가 마스터스 우승하겠습니다”
지난 7월 ‘아너스K·솔라고CC 한장상 인비테이셔널에 특수 목적 선수 자격(AG 경기력 향상 국가대표)으로 출전한 두 선수는 한국 프로 골프의 레전드인 한 고문의 소원으로 알려진 ’한국 선수의 마스터스 우승‘을 이뤄 ’한‘을 풀어드리겠다고 입을 모았다.

 

전 세계 모든 남자 골프선수의 꿈의 무대이기에 클리셰 같겠지만, 오히려 그런 프로선수를 지망하고 있는 이들이기에 쉽게 입에 올리기 어려운 포부이기도 하다. 그만한 패기를 보여왔고, 납득할 만한 활약을 보이는 두 선수이기에 임성재, 김시우 못지않게 조우영과 장유빈의 활약을 더 기다리게 된다.


  AG 여자 골프 국가대표팀  

 

박세리를 시작으로 우리나라 여자 골프의 슬로건은 ‘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리라’였다. 이번에야말로 2014년 이후 9년간의 AG 노메달의 고리를 끊을 때다. 그러나 프로선수 참가를 최초로 허용한 이번 대회에 개최국 중국은 LPGA 투어 선수를 참가시킬 것을 시사했고, 태국과 일본 등도 세계 최강의 칭호를 탈환하기 위해 벼르고 있는 터다.


한국여자골프, 황금기 이후의 정체기?

‘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리라’

 

 

세리키즈 이후로 세계적으로도 두터운 선수층을 보유한 대한민국으로서도 아시안게임 골프에서는 처음으로 프로선수의 참가를 허용한 이번 대회는 순탄하지만은 않을 예정이다.


2014년 이후의 아시안게임에서는 성적이 저조한 가운데, 개최국인 중국이 칼을 갈았다. LPGA에서 뛰는 선수를 출전시킨다는 소문도 들려온다. 그렇지 않아도 중국 여자골프는 성장세다. 세계랭킹 5위 인뤄닝, 13위 린 시위 등 정상급 기량을 갖췄고, 태국 골퍼의 약진은 본격화하고 있으며, 전통의 강호 일본도 우리와 대등하거나 이상의 실력을 갖춘 선수는 많다.

 


 

황금기 이후의 침체기
2006년 도하 AG부터 2010년 광저우 AG까지, 대한민국 여자 골프가 메달을 싹쓸이하며 아시안게임을 주름잡은 황금기였다. 아시안게임이 배출한 최고의 스타라면 박결을 꼽을 수 있다. 박결은 당시 개인전 금메달을 획득하고 KLPGA 정규투어 시드 순위권 1위로 2015년에 투어에 데뷔했다. 그러나 2014년 이후의 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을 따지 못하고 있다.


이번에야말로 이 긴 정체기를 끊을 때다. 방신실과 김민별, 황유민의 뒤를 이을 새로운 국가대표 3인방 김민솔, 임지유, 유현조에게 기대가 쏠리는 이유다.

 


“AG 메달리스트는 어릴 때부터의 목표”
부담보다 설렘, 김민솔

김민솔(17·수성방통고2)은 올해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선발전을 1위로 통과한 무서운 신예다. 특히 177㎝의 피지컬이 인상적인 2006년생 김민솔은 17세로 막내지만 이미 프로 무대에서도 실력을 검증받아 아마추어 신분임에도 두산건설의 러브콜을 받아 후원계약을 마쳤다.

 

여러 인터뷰에서 아시안게임에 대한 부담감보다는 설렘을 표해온 김민솔은 최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어릴 때부터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따는 것이 목표였다. 집중해서 하나하나 풀어나가면 충분히 금메달이 가능할 것”이라며, 이번 아시안게임을 정조준하고 있음을 나타냈다.

 

지난 6월 ‘제37회 한국여자오픈’에서는 공동 4위(아마추어 부문 우승)에 올랐고, 300야드를 넘나드는 장타를 바탕으로 아마추어 무대에서는 이미 여러 차례 트로피를 들어 올린 실력파다. 이 대회에서 김민솔은 평균 비거리 262야드, 최대 335야드를 기록했다. 현재 KLPGA투어 최고 장타자인 방신실과는 불과 3야드 차이다.


작년 ‘LPGA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는 대회 첫날 무려 8언더파를 몰아치고, 최종 공통 10위로 TOP10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의 경기를 끝낸 첫날, “긴장했지만, 첫 홀을 지나니 재미있었다”며 강한 멘탈과 대범함을 선보이기도 했다.

 

 

‘오거스타내셔널 공동 5위’
조용하게 강한 임지유

임지유(2005년생)는 지난 4월 여자 아마추어 세계랭킹 17위 자격으로 오거스타 내셔널에서 펼쳐진 ANWA(오거스타내셔널 위민스 아마추어)에서 한국 선수 최고 성적을 내며, 전 세계에 이름을 떨쳤다.

 

2019년에 창설된 대회이므로 역사가 오래되지 않았지만, 2022년 방신실이 같은 대회에서 공동 8위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인상적이다. 골프는 같은 대회라도 해마다 여러 환경이 바뀌지만, 어쨌든 객관적 지표로서 방신실보다 앞선 성적을 낸 경험이 있다는 점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의 활약을 기대하게 만든다.

 

심지어 한국시간 4월 2일, ANWA에서 활약하고 돌아오자마자 3일부터 7일까지 열린 ‘제1회 고창 고인돌배 아마추어 골프선수권대회’ 여자부 대회에 나선 임지유는 이 대회에서 우승까지 내달리며 초대 챔피언에 등극하는 저력을 선보였다.

 

“아마추어의 꿈 AG, 목표는 2관왕”
근거 있는 자신감, 유현조

방신실 못지않은 장타자, 유현조(2005년생)도 장타자의 이점을 살리기 위해 100m 이내 웨지 샷과 그린 주변 어프로치를 보완하며 막바지 담금질에 한창이다.

 

2019년 삼천리 주니어 선수로 발탁된 이후 현재까지 삼천리 골프단 소속으로 활약 중인 그는 작년 대보 하우스디 오픈 아마추어 부문 1위를 차지했고, 방신실에 버금가는 장타자로 이미 알만한 사람은 아는 선수다. 유현조의 드라이브 비거리는 캐리 기준 250야드, 총 거리 270야드다.

 

“드라이버 샷 하나는 어떤 선수와 비교해도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자신하는 유현조도 개인전과 단체전 모두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겠다는 포부다.


최종 명단이 발표되고 자신의 이름이 있다는 걸 확인한 뒤 행복해서 소리를 질렀다고 밝히기도 한 유현조는 “뛰어난 선수들이 많지만 경쟁에서 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했다.

 

그 역시 이번 아시안게임을 마지막으로 프로로 전향한다. 아마추어로서의 마지막 여정을 터닝포인트로 삼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what if…
대회를 앞두고 기량을 갈고 닦는 데 심혈을 기울일 선수들에게는 조금 미안해도 이번 시즌 루키 3인방의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다.

 

솔직히 이번 아시안게임을 기대하던 골프 팬으로선 방신실의 프로턴이 아쉬웠으리라. 대회가 1년 연기된 탓이다. 이미 3년을 국가대표로 뛰었고, 1부 투어에서도 맹활약 중인 그가 이 대회 참가만을 위해 현재의 호조를 놓칠 수는 없었다.

 

방신실은 AG 선발전 1위의 주인공이기도 하지만, 속 시원한 장타를 바탕으로 1부 투어에서 단숨에 첫 우승까지 최근 투어에서의 활약, 아니 기염을 보자면 아시안게임을 압도했을 것 같기 때문에 아쉬움은 더하다.

 

골프는 특히 미리 예측하기 어려운, 예측이 무의미한 종목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김민별과 황유민도 마찬가지다. 초등학교 6학년부터 주니어 국가대표 상비군이었던 김민별과 이미 박민지와 우승경쟁을 벌이고, 데뷔 시즌에 우승까지 달린 황유민까지, 국가대표 출신 3인방의 활약이 뜨거워질수록 마음 아쉬움이 남기는 한다.


꿩 부잣집이라 괜찮아
한편으론 ‘이번 아시안게임이 예정대로 작년에 치러졌더라면 이 선수들이 대회를 씹어먹었을 텐데’라는 아쉬움도 든다.

 

그러나 한국 여자 골프가 그간 쌓아온 저력은 또 다른 기대감을 낳는다. 우리는 박세리 보유국으로서 세계를 주름잡은 이력이 있는 대한민국 국민이다. 특히 한국 여자 골프의 세계적 위상이 요즘 다소 떨어졌다지만, 그렇대도 ‘꿩 대신 닭’이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한국 여자 골프는 꿩 부잣집이라서다.


아니, 이번 대회가 이미 검증된 걸출한 스타플레이어 3인방 이상의 인재를 더 부각시킬지도 모른다는 설렘이 ‘오히려 좋아!’를 외치게 만든다.


여자골프 춘추전국시대 서막 ‘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리라’
이번 대표선수들의 히스토리를 뜯어보면 각자 대단한 점 한두 가지 없는 선수가 없다. 물론 우리만 그런 건 아니다. 세계적으로 여자골프는 춘추전국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형국이다.

 

한동안 세계랭킹과 LPGA 대회의 리더보드를 점령했던 한국 여자 골퍼의 자리를 일본과 중국, 태국 등 새로운 아시아 파워가 대체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한국 여자 골퍼가 세계를 주름잡던 시기는 지났다. 다른 국가에서도 날고 기는 선수들은 즐비하다. 그게 현실이다.


다만 과거의 영화를 되새김질할 게 아니라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 본래 영원한 건 없다. 이번 아시안게임, 생각보다 쉽지 않겠지만, 괜찮다. 박세리 이후로 ‘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는 게 우리 선수들의 시그니처가 되지 않았던가.

 

우리 선수들도 그럴 마음과 각오가 충분해 보인다. 그러면 됐다. 그저 9월 말, 아시안게임을 향한 선수들을 순수한 마음으로 응원하고 지켜보자. 그들의 치열함과 노력을 알아주고 기억해주자. 이번 대회 성적보다 그런 마음과 응원이 결국 선수를 키우고, 투어를 키우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