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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골프도, 인생도 이보미처럼

결국 인성, 결국 인간미

야구계에서 ‘인생은 이호준처럼’이라는 유행어가 있었다. 야구 인생 내내 경기력 기복이 심했음에도 FA 또는 트레이드 시점을 앞두고는 보란 듯 활약해 결국 ‘대박’ 계약을 터뜨리며 선수 생명을 끈질기게 이어온 이호준의 야구 인생을 빗댄 표현이었다.

 


지난 2월, 이보미가 올해를 끝으로 JPLGA 투어를 은퇴하겠다고 선언했다. 당시 10월 〈노부타그룹 마스터스GC레이디스〉에서 은퇴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언론은 일제히 이 소식을 보도했고, 일본 골프 팬들은“실력이 있으면서도 팬을 매우 소중히 하는 선수”, “일본 여자 골프가 황폐하던 시절 뛰어준 덕분에 현재 일본 골프가 강해졌다고 생각한다”, “인간적으로 훌륭했던 그녀는 한때 아이돌 같았는데 이제 일본에서 볼 수 없다니 아쉽다” 등 이보미를 떠나보낼 생각에 아쉬워했다.

 

바로 그 은퇴 대회가 지난 10월 열렸다. 은퇴 전 마지막 대회에서 2라운드를 마친 뒤 컷 탈락이 이보미의 마지막 공식 대회 기록이 됐다. 2011년 JLPGA 투어에 진출한 이래 2015년과 2016년은 2년 연속 상금왕에 올랐고, 통산 21승을 거뒀다.

 

 

동료 선수들은 그의 마지막 날을 축하하기 위해 이보미가 평소 좋아하던 분홍색으로 옷을 맞춰 입었고, 갤러리들은 눈물을 훔쳤다. 대회를 주최한 일본 노부타그룹은 대회 기간 클럽하우스 앞에 ‘이보미 특별관’을 설치해 그가 우승한 대회의 트로피와 사진 등을 전시하고 은퇴 기념 굿즈를 판매했다.


웃는 얼굴이 화제가 돼 ‘스마일 캔디’라는 애칭으로 인기몰이를 한 이보미는 2019년 배우 김태희의 동생 이완과 결혼해 화제가 됐지만, 늘 밝은 미소와 걸맞은 성과를 써낸 '골프 선수로서' 일본팬의 마음속에 각인됐다.


문득 지난해 여러 투어 프로와 미디어 프로를 인터뷰하던 시절이 떠올랐다. 당시 꽤 많은 여자 프로들이 롤모델로 ‘이보미’를 꼽았었다. 신기했다. 언젠가부터는 롤모델로 이보미를 꼽는 프로들에게 이유도 함께 물었다. 공통적으로 나오는 단어는 ‘인성’이었다.

 

“이보미 프로처럼 주변에 밝은 영향력을 주는 선수가 되고 싶다”며 마치 사전에 교육이라도 받은 것처럼 입을 모았었고, 다소 관심을 두지 않던 이보미 프로를 다시 보게 된 계기도 됐다.


프로골퍼로서 개인 커리어만이 아니라 현재 프로로 활동하는 선수들 또래에게 지대한 영향력을 미친 인물이라는 걸 알게 됐다. 그들이 유소년일 당시 이보미에게서 보고 듣고 배웠던 선수상을 지금 현재 선보이고 있다고 생각하자 소름이 올라왔다.


영향력이라는 건 이런 것이다. 박세리가 세계를 주름잡은 ‘세리키즈’를 배출했다면, 이보미는 현재 투어와 미디어에서 밝은 표정으로 미소짓는 프로들을 배출한 건 아닐까. 흔히 골프를 매너와 에티켓의 스포츠라고 한다. 매너와 에티켓은 결국 동반자를 배려하고 편안하게 하는 것임을 생각하면 이보미의 선수 생활은 골프 그 자체였던 게 아닌가.

 

이보미의 JLPGA 은퇴 장면을 보며 인간미보다 성적과 성과에 더 주목하는 세상인 것만 같아도, 결국 사람의 마음을 녹이고, 사람을 하나로 만드는 건 인간미라는 점을 새삼 느꼈고, 겨울의 문턱에서 조금 따뜻해졌다.

 

편집장 박준영 ⓒ골프가이드 1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