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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다승자긴 한데…” ‘군림’했던 박민지의 낯선 기복

지이코노미 박준영 기자 / 사진 KLPGA 제공 | 지난 2년의 임팩트만큼은 아니지만, 올 시즌 박민지는 준수한 성과를 냈다. 그러나 “정상의 자리에 오르니 골프 외에도 신경 써야 할 게 많았다”는 그의 인터뷰가 많은 생각을 들게 한다.

 

 

박민지의 2023시즌 어땠나?
◆32개 대회 중 21회 참가

◆우승 2회, 3위 1회, TOP10 진입 9회, 상금 수령 17회

◆상금 랭킹 12위(651,145,668원)

◆드라이브 비거리 : 239.0455야드(54위)

◆그린 적중률 15위

◆평균 퍼트는 29위(30.2167)

◆페어웨이 안착률 19위

 

몬스터 시즌에는?
2021년 : 25개 대회 중 21회 컷 통과, TOP10 14회, 드라이브 비거리는 242야드로 23위, 페어웨이 안착률은 22위였다. 그린 적중률 3위에 평균 퍼트는 30.2933으로 24위에 랭크됐다.

2022년 : 22개 대회에 참가해 Top10 진입 12회, 드라이드 비거리는 239야드로 44위, 페어웨이 안착률은 15위였다. 그린 적중률 7위에 평균 퍼트는 30.1250으로 14위에 랭크됐다.

 

3주 쉰 박민지의 유종의 미
시즌 최종전 출전 명단에 반가운 이름이 올라왔다. 박민지(25)다. 시즌 막바지 무려 3주를 쉬고 참가한 그는 공동 50위(10오버파)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2016년에 KLPGA에 입회한 그는 2017년부터 2020년까지 매년 1승씩 올리다 2021년에 ‘포텐’이 터졌다.

 

2021년 ‘넥센 세인트나인 마스터즈’에서 우승을 하더니 시즌 상반기에만 6승을 차지했고, 한 해에 총 10승이라는 대기록을 쓰며 대상과 상금왕을 쓸어 담았고 ‘민지 천하’의 시작을 알렸다.

 

2022년에도 박민지는 8승을 달성해 건재함을 과시했다. 결국, 2021년과 2022년 2개 시즌에만 18승을 올렸고, 개인 통산 22승을 달성했다.

 

박민지의 낯선 기복 ‘무슨 일 있나?’
박민지는 지난 6월에만 2승을 쌓으면서 상반기 때 잠시 잊고 있던 ‘민지 천하’의 그림자가 다시 드리워지나 하는 기대감을 키웠다. 그러나 7월과 8월 2개 대회에서 연속으로 컷 탈락을 했고, 8~9월 3개 대회에서는 또 연속으로 Top10에 진입한다.

 

바로 이어진 9월 ‘KB금융 스타챔피언십’에서 공동 11위로 아쉽게 Top10을 놓쳤다 싶더니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9/21~)’에서 다시 컷 탈락한다. 그리고 또다시 3개 대회에서 공동 32위, 공동 18위, 공동 15위에 머물렀다.


10월 15일 종료된 ‘2023 동부건설·한국토지신탁 챔피언십’ 이후 3주간 박민지는 대회에 나서지 않았다.

 

박민지는 2021년과 2022년 연속 상금왕, 2년간 12승이라는 독보적인 기량을 선보인 대세 선수다. ‘민지 천하’라는 단어에 손색없는 기량으로 통산 18승에 상금만 57억 원을 쌓았다. 통산 상금 부문에서도 1위가 눈앞인 그다.

 

2023년 KLPGA투어 시즌 2승, 상금 랭킹 12위, 대상 포인트 8위, 평균 타수 9위. 올 시즌 박민지의 성적이다. 준수한 성과지만 그간의 활약을 떠올리면 박민지답지 않은 기복을 보인 올 시즌이었다. ‘요새 무슨 일이 있나’하는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내년엔 다시 루키로 돌아올 것”
정작 박민지는 올 시즌 자신에게 “100점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정신 승리인가?’ 싶을지 모르지만, 속내를 알고 나면 이해가 간다. 박민지는 2021년과 2022년 시즌에도 스스로 100점을 부여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그간 나한테 채찍질만 했다. 그래선지 몸도 아팠다”고 고백했다. 한편으로 “정상에 오르니 골프 외에도 신경 쓸 게 많았다”며 “골프에 온전히 집중하기 어려웠고, 스스로 나태해진 면도 있었다”고 반성하기도 했다.


물론 개인의 성적은 결국 선수 본인의 책임이다. 박민지도 “예전에는 연습장에 가장 오래 있던 나였는데, 지금은 가장 일찍 연습장을 떠나는 선수가 됐다”고 반성하며 “내년에는 루키의 자세로 돌아올 것”이라고 다짐했다. KLPGA투어 최다승(20승)에 2승이 모자란 박민지는 2024년 목표를 3승으로 잡았다.

 

또 미국 무대에서도 우승해보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다만 LPGA투어 진출에 대해서는 “확률이 낮은 데 베팅하지 않겠다”며 “(LPGA에)가서 그저 그런 선수가 되고 싶지는 않다. 거기서도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이 들 때 가겠다. 그러려면 먼저 비거리를 늘려야 한다”며 당면 과제를 밝히기도 했다.

 

 

스타로만 소비되는 여자 프로들
골프에서 기복은 드문 일이 아니고, 기복이 있더라도 시즌 2승을 올린 선수를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한편으론 이런 현상이 박민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 KLPGA투어의 상품성 제고 전략의 이면일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든다.

 

최근 양적 팽창에 성공한 KLPGA투어는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다양한 제언들로 앞으로는 질적 향상도 추구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다소 폐쇄적으로 변모하면서 협회 소속 선수들이 한창 기량을 갈고닦아야 할 때 ‘스타’의 모습으로만 소비되는 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선수가 본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건 선수 관계자와 협회의 몫도 있다. 특히 아시아 각국 여자골프의 발전으로 더 넓은 무대에서 더 뛰어난 기량을 선보이는 한국 여자 선수들이 점점 적어지고 있는 현실에서 박민지처럼 2시즌이나 투어를 평정했던 선수의 ‘기복’을 선수 개인의 것으로만 보는 게 맞는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물론 KLPGA는 ‘늘 선수를 최우선으로 모든 판단과 결정을 하고 있다’고 반복적으로 밝히고 있고, 그 점을 의심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남은 건 그런 판단과 결정이 옳았는지, 바뀌어야 하는지에 대한 냉철한 분석일 것 같다. 올 시즌에도 흥행에 성공한 KLPGA와 KLPGT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매년 더 성숙한 협회가 되기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