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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크골프에 미쳐서 여기까지 왔다" (사)대한파크골프협회 이금용 회장

 

지이코노미 박준영 기자 | 파크골프가 대중에게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건 코로나19 시기지만, 실제로 국내에 도입된 건 20여 년 전이다. 이제는 대한체육회에 등록된 92개 종목 중 파크골프도 당당히 하나의 종목으로 자리하고 있다. 게다가 시니어들이 모인 자리에 가면 빠지지 않는 화두가 바로 파크골프일 정도로 최근 가장 뜨겁게 확대되는 생활 스포츠가 됐다.

 

지난 13일(수), 순천향대학교 인문과학관 1층(6125호)에서 열린 ‘2023 (사)대한파크골프협회 강사 자격검정 합격자 연수’가 열렸다. 현장에서 (사)대한파크골프협회 이금용 회장을 만났다.

 

 

(사)대한파크골프협회 이금용 회장은 오직 파크골프에 대한 열정 하나로 지금의 협회장직까지 왔다. 2008년에 설립된 대한파크골프협회는 지난 2020년 회원 수 5만 명 정도에서 3년만에 약 15만 명에 육박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이 회장은 “나는 목포 촌놈으로 감투 한 번 써본 적 없는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했다. 그가 협회장직까지 도전했던 건 파크골프에 대한 열정 때문이었다.

 

시니어들이 운동 삼아 하는 레크레이션으로서의 파크골프도 좋지만, 대한체육회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정식으로 지원하는 남녀노소를 위한 생활 스포츠로 발돋움시켜 일반 골프 못지않은 반향을 일으킬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기 위해 협회장에 도전하게 됐다.

 

“나는 그저 촌사람입니다. 시장도 해본 적 없고, 국회의원을 해본 적도 없어요. 오직 우리 회원들처럼 파크골프에 미쳐있던 사람이죠. 그러니까 우리 파크골프가 그저 몇몇이 모여서 즐기는 수준으로 끝나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아니, 그 이상으로 아주 큰 영향력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죠.”

 

‘협회가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문제의식을 느낀 건 이 회장이 전라남도 지역 회장을 하던 시절이었다.

 

“처음에는 주변에 유력한 선배들께 간곡히 부탁했어요. 우리 파크골프가 이대로는 안 되니 회장직을 맡아달라고. 몇 시간을 앉아 빌었는데 고사하시길래 ‘그럼 저라도 한번 나가 볼랍니다!’라고 했어요. 다들 말리더라고요. 미쳤냐고(웃음).”

 

주변에서는 당시 노동부 장관에 2선 국회의원 출신 협회장에게 ‘계란으로 바위 치는 격’이라며 만류했다. 그러나 그런 면에서 부족함이 있다는 건 이금용 회장 본인이 더 잘 알았다.그러나 그의 순수한 열정이 전해졌을까. 어려운 대진표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대한파크골프협회의 협회장이 됐다.

 

 

현재 (사)대한파크골프협회는 표준 교재를 바탕으로 지도자, 심판, 강사 등을 양성하고 있다. 파크골프를 제대로 된 생활스포츠로 만들기 위함이다. 이 회장의 모든 행보는 바로 그 지점을 향한다.

 

“파크골프에 대한 것이라면 그게 뭐든 내가 가장 잘 안다고 자부해야 한다는 생각에 열심히 공부했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2023 (사)대한파크골프협회 강사 자격검정 합격자 연수’ 현장에서도 이 회장은 이 점을 강조했다.

 

“오늘 오신 합격자들도 최초에는 파크골프에 대한 열정으로 이 자리까지 오지 않았겠습니까. 순수하게 취미로 즐기는 회원들도 그렇지만, 이렇게 자신의 비용과 시간을 써서 이 자리에 오신 분들을 보면 더 반갑죠. 나와 같은 마음을 가진 분들이라는 생각이 드니까요.”

 

 

현재까지 대한파크골프협회는 약 70여 개 제조사의 용품에 ‘인증’을 내줬다. 주로 국산 브랜드의 파크골프 클럽이다. 이금용 회장은 “2024년 1월 1일부터 우리 협회에 인증받지 않은 클럽을 가지고는 본 협회 대회에 출전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를 일본산 브랜드를 겨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크골프채 시장의 70%가 국산 제품입니다. 대부분이 인증을 받아갔고요. 이게 약 70여 개가 됩니다. 일본 브랜드에도 공문을 보냈었죠. 대한민국에서 파크골프채로 영업을 하겠다면 협회의 인증을 받으라고. 그랬더니 일본 협회에서 한국산 파크골프채로는 대회에 참가하지 못하게 했다는 거예요. 그래서 우리도 맞불을 놓기로 한 겁니다.”

 

이 회장은 “대한민국 파크골프 시장 덕분에 혼마가 부도를 면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일본 유수의 브랜드들이 생산량 대부분을 OEM으로 가져가는 시대에 국산 브랜드의 퀄리티도 뒤처지지 않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일본 브랜드 경우)게다가 클럽이 부러지거나 문제가 생겼을 때도 AS에 드는 비용과 소요시간이 크니 장기적으로도 국산 브랜드를 사용하는 게 국내 파크골퍼들에게도 좋다”고 설명했다.

 

국내에 파크골프를 도입한 것은 전영창 창스스포츠 대표로 알려져 있다. 1999년 후쿠오카시 공원 관리회사에서 연수를 받다 파크골프를 접한 그는 2년간 일본에서 파크골프 시설을 관리하며 국내 도입을 꿈꿨고, 부친인 고 전우석 회장과 이를 구현했다.

 

전영창 대표가 한 인터뷰를 통해 밝힌 진단에 따르면 파크골프의 발상지로 1990년대부터 파크골프를 즐긴 일본에서는 파크골프를 일본스포츠회에 정식 가입시키거나 하지 않고 40년간 운영한 결과 파크골프 인구가 새로 유입되지 않고 있다.

 

전 대표는 이어 한국도 도입 초기에는 시니어층을 위한 스포츠 정도로 인식됐지만 현재는 남녀노소 모두에게 주목받고 있는 새로운 생활스포츠 종목이 됐다고 설명했었다.

 

최근 달라진 파크골프 위상에 대해 묻자 이 회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 회장에 따르면 2~3년 전만 해도 문체부에 소통 한 번 하기가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최근에만 벌써 3차례나 관련 담당자가 다녀갔다고. 그럼에도 이 회장은 파크골프장이 얼마나 늘어나고, 인구가 얼마가 될 것이라는 전망보다는 포부와 목표를 밝히는 데 더 열성적이었다.

 

“1990년대부터 파크골프를 시작한 일본에서는, 최근 다소 성장세가 꺾였다곤 해도, 지자체에서 예산을 받는 구조가 아닙니다. 각종 제조사들이 출연해 예산을 만들죠. 우리도 그런 구조를 만들겠다는 계획이고요. 협회가 돈을 좇는 게 아니라, 좋은 문화와 명분을 가지고 착실하게 운영하면 발 벗고 나서는 기업과 여러 사람들이 더 많이 나올 거라고 생각해요.”

 

한국의 파크골프는 일본의 양상과는 다소 다르다. 파크골프를 시니어들의 전유물로 여긴 일본의 사례와는 달리 최근 우리나라의 파크골프 문화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국제부회장으로서 일본 파크골프계와 교류하고 있는 이 회장도 이를 피부로 느낀다.

 

“일본의 파크골프협회 회원은 150만 명에 달하지만, 우리나라보다 더 고령이다. 우리나라도 주 연령대가 시니어인 건 맞지만, 전체를 보면 청년은 물론, 유소년 심지어 유치원생도 파크골프를 즐기기 시작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일본 협회장이 한국 파크골프 문화가 부럽다고 해요. 젊은 회원이 많고 여성들의 활동도 활발해서 역동적이라면서 앞으로 한국 파크골프계의 전망이 밝다고 합니다.”

 

특히 생활스포츠 영역에서 회원들의 열정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인프라인데, 우리나라는 실제로 지자체에서 건설하던 파크골프장 사업에 민간이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모양새다. 일부 건설 중인 골프장들도 부지 내에 파크골프장을 병설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스크린 파크골프 산업도 벌써 예닐곱 개의 브랜드가 약진 중이다.

 

“강연에 1941년생 회원이 오셨는데 그 열의가 얼마나 대단한지 저도 혀를 내둘렀어요. 그러니 우리 협회만 해도 한 해에만 수십 개가 넘는 대회를 치르고 있는 거겠죠.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렇잖아요. 한번 꽂히면 세계 어느 나라보다 제대로 해버리니까(웃음).”

 

 

이금용 회장의 열정은 취재진에게 그대로 전해졌다. 진정한 ‘협회’로서의 역할을 하는 데 여념이 없는 그를 보며, 마치 영국 R&A의 시작이 이랬을까 하는 감상이 들었다면 과한 기대감일까.

 

“저는 사실 무식하고, 철학도 없고, 별 볼 일 없는 사람입니다. 파크골프에 미친 마음, 그 열정에서 시작된 ‘이대로는 안 된다’는 마음으로 이 자리까지 왔습니다. 이제 막 시장이 커지는 파크골프인 만큼 명확한 룰과 근거를 가지고 파크골프 문화를 발전시킬 겁니다. 오늘 이 자리에 오신 합격생 여러분들처럼 모든 회원들이 저와 같은 열정만 가져주신다면, 우리 파크골프의 미래는 밝죠.”

 

최근 파크골프에 대한 국내의 인기를 보며 파크골프의 종주국 지위를 갖자는 표어들이 곳곳에 보인다. 이 회장의 말처럼 대한민국은 한번 꽂히면 제대로 해버리는 나라 아닌가. 무리한 망상은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다.

 

(취재·사진 김윤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