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의 키워드는 ‘중꺾마’였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뜻이다.
2023년을 관통한 키워드는 ‘중꺾그마’였다.
‘중요한 건 꺾여도 그냥 하는 마음’이다.
조금 진화했다. ‘꺾이지 말아라’에서 ‘꺾이는 자체는 그럴 수 있다, 대신 그냥 하라’는 걸로 말이다.
코로나19 이후 살림살이는 계속 나빠지기만 했는데, 실제로 요새는 ‘헬-’ 류의 밈은 또 잘 안 보인다. 내 알고리즘 문제일 수도 있지만, 동기부여 콘텐츠가 더 많이 쏟아지고 있는 건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닌 것 같다.
숏폼 판에도 ‘Keep going’ 류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으니까. 본인이 영상에 출연하지 않고도 조회수를 모을 수 있는 콘텐츠라 관련 크리에이터가 많아진 덕도 있겠다.
어쨌든 사회가 한창 좌절하고 포기하던 시절보다는 나은 것 같다. 헬○○이나 ○포자라는 단어가 유행하던 시절 말이다.
이렇게 사회 분위기가 ‘그냥 하고, 계속하는 것’의 가치를 다시금 찾기 시작한 건, 개인적으론, 2016 리우올림픽에서 펜싱선수 박상영의 되뇌임 ‘할 수 있다’ 부터였던 것 같다.
9대 13으로 뒤처져 역전이 어려운 상황, 2세트가 끝나고 한 관객이 “할 수 있다”라고 외쳤고, 박상영도 연방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 할 수 있다. 할 수 있어”라고 독백했다. 그리고 잠시 뒤 그야말로 기적 같은 역전승을 거두며 모두를 포효하게 했다.
박상영의 ‘할 수 있다’는 과거 IMF 당시 박세리의 맨발 투혼과 박찬호의 역투, 그리고 함께 흘러나오던 브금이 온 국민을 고양시켰던 것과 같은 바로 그 울림을 전해왔다. 과거 ‘박 남매’의 활약으로 지친 가슴에 용기를 얻었던 것처럼, 그 짧은 독백 한 마디가 ‘헬’을 찾고 ‘포기’를 찾던 우리 국민의 마음에 ‘중꺾마’의 씨앗을 심었던 건 아니었을까.
나이키의 ‘JUST DO IT’, 처칠의 ‘Keep Calm and Carry On.’
동기부여를 위한 최고의 슬로건 양대산맥으로 손꼽히는 문장들이다. Keep going 류 동기부여의 원조 격이자 끝판왕급인 이 문장들이 다시금 회자되는 건 반가운 일이다.
내가 아니더라도 누군가가 포기하고 안주하는 것을 보는 건 생각보다 고역이니까. 물론 그게 나 자신이면 괴로움은 말할 것도 없다.
어쨌든 이런 카피들을 곱씹다 보면 역시 꺾인 건 중요한 게 아니다. 넘어졌을 때 찧은 무릎을 살피면서 피가 나는지 아닌지 확인하는 것보다, 곧바로 일어설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한 것처럼.
그래서 꺾였는지 아닌지를 돌아보기보다 지속하고 있는지, 지속할 수 있을지를 의식하며 한 해를 시작해보려고 한다.
마음이 꺾여서 도무지 하기 싫더라도 해야 할 건 해내자는 ‘중꺾그마’의 해를 지나 맞이한 2024년. 올해는 또 어떤 키워드가 한 해를 관통할까. ‘중간에 꺾이더라도 그냥 하는 마음마저 꺾이더라도 계속하는 마음’ 정도가 될는지.
그렇게 생각하니 아뿔싸 초장부터 폭삭 지치기는 한다. 물론 당신이 꺾였는데도 그냥 하는 중이라면 누구보다 뜨겁게 응원을 보내겠다. 하고 싶은 말이 뭐냐면 그러니 내가, 우리가 그러고 있는 것처럼 보일 때도 응원을 부탁한다는 말이 하고 싶었다.
그렇게 올해도 Keep going 해보자!
편집장 박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