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ER 이원태 | 머리로는 알지만 정작 실제 삶에는 적용하지 못하는 격언이 바로 ‘도전에는 나이가 없다’는 말이다. 마음대로 따라주지 않는 몸 때문이기도 하지만 ‘마음이 청춘이지 못해서’가 더 큰 이유일 때가 많다.
20대 ‘공부’, 30대 ‘다이어트’, 40대 ‘저축’, 50대 ‘운동’ 60대 ‘체력관리’
-연령대별 신년 결심 1순위 키워드
2024년 갑진년(甲辰年) 청룡의 해. ‘용의 기운’만큼이나 힘차게 출발하면서 골퍼로서 꿈도 할 일도 많기에 골프에 대한 결심도 많았다. 하지만 시간에 바퀴를 달았는지 1월을 어떻게 보낼까 고민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월이다.
고대 로마에서는 매년 2월 15일이 되면 풍요의 신인 ‘루페르쿠스’를 숭배하면서 마음을 정결하게 했다. 이를 유래로 ‘정화’와 ‘깨끗함’이라는 의미의 라틴어 ‘februs’가 2월을 뜻하는 February의 어원이 됐다.
우리말에서는 2월을 ‘시샘달’이라 한다. 봄이 다가오며 잎샘추위와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겨울의 끝 달’이라는 의미를 지닌 2월은 골퍼들에게는 골프의 계절 춘삼월이 머지않았기에 철저한 준비를 하는 달이기도 하다.
이상과 현실의 차이 좁히는 건 ‘결심’
‘결심’이란 이상과 현실 사이의 갭을 메우려는 노력이다.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나잇대가 높을수록 새해 결심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심 내용으로 20대는 ‘공부’, 30대는 ‘다이어트’, 40대는 ‘저축’, 50대는 ‘운동’을 1순위 목표로 삼았다. 특히 나의 의지(52%), 내가 놓인 상황(21%), 인센티브나 페널티(14%), 관심·감사·격려(13%) 등이 실천에 필요한 요인이라고 답했다.
실력이 향상된 골퍼가 되기 위해 목표를 정했다면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자신의 골프를 만들 수 있다. 나 자신이 변화를 추구하면서 달라지지 않으면 세상도, 골프도 움직이지 않는다. 2024년은 스스로 주인의식을 가지고 ‘싱글 타수와 장타왕’의 모습을 위해, 연습을 통한 단단한 골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는 한 해를 만들어보자.
조상의 지혜가 담긴 음력 설이 진짜 새해의 첫날이라 생각하고 한 달 전의 결심을 다시 굳게 다짐하면서 이번에는 정말 작심삼일로 끝나지 않도록 골프 실력 향상에 정진하기를 약속해보자.
한국 골프 마니아층 대부분은 장년
2030 세대가 골프에 많이 유입됐다고 해도 여전히 우리나라 골퍼 대부분은 장년 및 시니어 그룹이다.
우리나라에서 연령대를 구분하는 기준은 39세까지 청년, 40세~49세 중년, 50세~64세까지는 장년이다. 그런데 ‘장년’이란 사전적 의미로는 ‘일생 중 한창 기운이 왕성하고 활발한 나이’를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많은 골퍼가 ‘장년의 기준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50~64세가 ‘가장 왕성한 나이’라면 차라리 중년을 40세에서 64세까지로 재설정하자는 것이다.
설사 정부가 바꿔주지 않으면 또 어떤가. 골퍼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면 되는 것이다.
“마음이 청춘이면 몸도 靑春이다. 골프 하기에 늦은 때는 없다”
UN 기준에 따르면 79세까지 중년
한편 유엔(UN)이 정립한 평생 연령 기준에 따르면 66세~79세는 중년이고, 18세에서 65세까지는 청년이다. 그럼 우리(나)는 여전히 청년이다. ‘더 오래 건강하게 일하고 골프를 즐기라’고 기준이 길어진 것 아닌가. 물론 누가 따로 이렇게 정해주지 않아도 우리는 여전히 젊게 살고 있다. 우리 부모 세대보다 확실히 더 오래 살지 않는가. 골프를 즐길 시간도 더 길다.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2.7년으로 전년보다 오히려 0.9년 감소(코로나 여파)했지만, 2022년 기준 40세 남자는 앞으로 40.9년을, 여자는 46.4년(2022년 생명표, 통계청)을 더 골프를 즐길 수 있다는 얘기도 된다. 60세라면 장차 22.8년, 여자는 27.4년 더 골프를 즐길 수 있다. 더욱이 암이 없다면 3.1년, 심장 질환이 없다면 1.1년, 폐렴이 없다면 0.8년 더 수명이 늘어나니 질병이 없는 한 골프를 즐길 시간과 기회는 더 늘어난다.
숫자보다 중요한 건 몸과 마음의 ‘기능’
다만 이렇게 시간이 기회를 줄 때 이를 꽉 붙잡으려면 더 많은 연습과 준비도 필요하다는 점은 꼭 기억하자. 몸 건강에 신경 쓰는 만큼 마음 건강에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는 점은 더 중요하다.
우리 사회는 저출산 문제와 함께 평균 수명과 중위 연령이 올라가면서 생물학적인 노년에 도달하는 시점도 점차 길어지고 있다. 한편 삶을 어떠한 자세로 바라보고 설계하는지에 따라 몸과 마음의 노화 궤적이 달라진다.
숫자상의 나이라는 생물학적 요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실제 ‘기능’이다. 요새는 꾸준한 자기 관리로 30대보다 신체 나이가 젊은 70대가 있는가 하면, 20대이면서도 신체 나이는 노년인 사례도 많아지고 있다. 신체, 인지, 정서, 사회적 기능을 말하며 이를 유지하고 증진하려는 마음가짐이 됐는지가 더 중요한 시대다.
그러니 40대엔 운동습관을 들이고, 50대에는 질병 예방에 힘쓰며, 60대에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70대에는 웨이트트레이닝으로 체력을 유지하자. 70대라도 웨이트트레이닝으로 꾸준히 근력 운동을 하면 80대가 돼도 36홀 라운드 정도는 거뜬하게 도는 멋진 골퍼가 될 수 있다.
‘최고령 스키어’ 이근호(98세) 할아버지의 질주 수도권의 군 골프장 경영자 출신의 한 예비역에 따르면 출입 고객 중 최고령자가 90대 예비역이라고 한다. 그분 앞에서 “나는 60대라서, 70대라서 안 된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지난달 조선일보에는 98세 최고령 스키어, 이근호 설해재단 이상의 이야기가 실리기도 했다. 1926년생인 이근호(98) 이사장은 98세의 고령에도 여전히 설원을 가르며 슬로프를 활강한다. “폐부 깊숙이 들어오는 찬 바람의 느낌은 최고”라며 “나이를 불문하고 스키를 권하고 싶다”고 했다. 지난 1월 7일 98세 생일을 맞은 그는 77세에 건강 문제로 폐 한쪽을 떼어냈고. 90세에는 갈비뼈가 부러지기도 했지만 포기한 적이 없다. 장수의 비결을 “스키를 타며 하체를 단련한 덕”이라는 그의 허벅지는 60대와 비교해도 손색없을 정도라고.
요즘도 스키를 5시간 전후로 타고, 비시즌에는 2시간 이상 사이클링 머신을 타면서 하체를 단련한다. 매년 2월 미국에서 90세 이상 실버 스키어들이 모이는 클럽 대회에서 우승한 뒤 최장수 스키어로 남고 싶다는 ‘목표’이자 ‘자신과의 약속’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 94세 스키어가 있지만 내 나이는 없다”는 이 이사장은 “지금 상태라면 (100세가 아니라) 5년 정도는 더 탈 것 같다”고 자신했다.
한편 용평 스키장에서는 이근호 이사장을 현역 최장수 스키어로 기네스북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고 전해졌다. |
‘나이는 숫자, 마음이 진짜’
골프란 ‘멀리 그러나 정확하게’ 보내는 게임이다. 그래서 골프의 가장 큰 특징은 장년이 젊은이를 이길 수 있는 스포츠라는 것이다. 물론 연습이 필요하다. 늦은 나이에 골프에 입문했든, 쌓인 구력보다 실력이 뒤떨어지든 겨울 시즌에 오직 연습에 집중한다면 자신만의 골프를 만들 수 있다.
왕이라 불린 아놀드 파머는 “집중이란 자신감(Pride)과 갈망(Hunger)에서 나온다”고 했다. 골프에서 집중력은 1순위 요소다. 갈망이 연습에 동기부여를 하고, 연습량이 자신감을 만든다. 그러니 결국 아놀드 파머의 이 말은 ‘연습하라’는 말과 같다. 골프 레전드 벤 호건은 “하루를 연습하지 않으면 나 스스로 안다. 이틀을 연습하지 않으면 갤러리가 안다. 사흘을 하지 않으면 온 세상이 안다”고 했다.
사람은 습관의 동물이다. 새로운 마음을 먹거나 나쁜 버릇을 끊는 데는 ‘명분’이 필요한 이유다. 그래서 새해는 습관을 들이기로 마음먹을 최적의 타이밍이다.
음력으론 2월이 새해니까
2월은 새봄 라운드를 위한 최종 연습 기간이다. 새해 초 약속한 결심들이 1월이 채 지나기 전에 작심삼일로 끝났는가? 급기야 ‘사흘에 한 번씩 결심하면 결국 이룬다’는 개념의 작심삼일이 됐다고 해도 아직 포기하지 말자. 양력 새해는 이미 지났지만, 음력으로는 또 한 번 새해를 맞는 시기가 2월 아닌가. 새해 초, 바쁜 일상으로 인해 흐지부지되는가 싶을 때 오는 게 2월이다. 다시 한번 새로운 결심의 때, 음력 새해가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또다시 ‘새로운 결심’을 할 계기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미국 해변도 이젠 노인이 지킨다 미국에서 바다의 인명구조대원은 젊음의 상징 같은 직종이었으나, 이젠 노년의 은퇴자들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
여름철 수영장이나 해변에서 감시탑 의자에 앉아 피서객들의 안전을 살피는 인명구조대원(lifeguard)은 미국 젊은이들의 대표적인 여름 아르바이트였다. 하지만 요즘 해변 감시탑 의자에 앉는 인명 구조원들은 60대 은퇴자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최저임금을 훨씬 웃도는 임금을 받아 수입이 짭짤하고 건강 관리도 하면서 피서지에서 젊은이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고 말한다. 비록 전성기 시절만큼의 멋진 몸매는 아니지만, 업무에 대한 헌신성과 책임감은 청년 이상이다. |
뇌 자극하기, 골프가 제격
선진국에서는 대체로 노인의 기준을 75세로 보고 있다. 65~75세까지를 ‘young old’ 또는 ‘active retirement(활동적 은퇴기)’라 부른다. 사회생활을 하기에 충분한 나잇대라는 것이다. 그러나 육체적 나이보다도 더 중요한 것이 정신적인 젊음이다.
골프라는 운동의 특징은 끊임없이 머리를 굴려야 한다는 점이다. 즉 뇌가 싱싱해져야 타수를 줄일 수 있고, 타수를 줄이는 만큼 뇌가 싱싱해진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동반자들과 함께하는 라운드는 눈·귀·코·입이 즐거워 뇌 활성도도 높아지고, 뇌 건강에도 좋다.
나이 들어 시력을 잃으면 사물을 잃고, 청력을 잃으면 사람을 잃는다. 뇌는 시력과 청력의 자극으로 움직인다. 따라서 청력이 떨어지면 보청기로 만회하고, 시야가 희멀건 해지면 백내장 수술 등으로 시력과 시야를 회복시키자. 이는 모두 뇌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가장 멋진 시니어 골퍼
뇌는 저수지와 같다. 평소에 저수지에 물이 충분히 차 있으면 가뭄이 와도 버틸 수 있듯, 겨울철이라 가만히 있지 말고 골프 연습과 더불어 머리를 끊임없이 굴리고 오감을 즐겁게 하자. 뇌라는 저수지에 물을 가득 채우는 격이다. 2월은 골프 연습에 많이 투자하자. 몸만 움직이지 말고, 집중하고 고민하자. 뇌를 싱싱하게 만들 수 있다. 올 한해가 더욱 즐거워질 것은 자명한 일이고.
입춘(올해는 2월 4일)으로 시작되는 2월이다. ‘입춘 추위는 꿔다 해도 한다’, ‘입춘 추위에 김칫독 얼어 터진다’는 속담처럼 따뜻한 봄이 온다는 입춘이 지나도 여전히 강추위는 기승일 터다. 날이 꽁꽁 얼어붙는대도 힘찬 기지개 한번 시원하게 켜고 연습장에서 강추위와 맞서보자. 그렇게 겨울을 보내는 당신이 가장 멋진 시니어 골퍼다.
이원태
•대원대학교 응급구조과 겸임교수
•대한인명구조협회장
•사회복지학 박사
•응급 구조사
•골프 안전지도사
•골프장(캐디) 안전 교육기관 운영
•교육단체: 대한인명구조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