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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년생 티띠꾼의 압도적 ‘원맨쇼’..시몬느 아시아퍼시픽 컵

ⓒ골프가이드 2월호

 

지이코노미 박준영 기자 | 지난 12월, 크리스마스 시즌에 마련됐던 전 세계 유일의 골프 이벤트 ‘시몬느 아시아퍼시픽 컵’을 주목했던 건 세계 여자 골프를 점령 중인 아시아 선수들의 기량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다.

 

이미 세계 랭킹 9위로 LPGA투어의 여러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아타야 티띠꾼의 원맨쇼가 됐지만, 2024시즌 본격적으로 세계 여자 골프계를 주름잡을 아시아 선수들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지지 않았던 시간이었다.

 

 

사실 이번 ‘시몬느 아시아퍼시픽 컵’에 관심을 가진 건 크리스마스에 전 세계 유일하게 열린 골프 대회이기도 했지만, 어렵기로 정평이 난 자카르타 폰독인다 코스에서 열리는 이 대회에 KLPGA투어의 돌격대장 황유민이 생애 2번째 출전을 했기 때문이었다.


2022년 초대 대회에 출전하고 개인전 12위를 기록한 황유민은 이번 2회차 출전에 앞서 “작년에 처음으로 참가했을 때 코스가 굉장히 어렵다고 느껴 다시 한번 더 출전할 수 있다면 꼭 잘 치겠다는 마음이 컸다. 다시 기회를 잡게 돼 영광이다. 두 번째 도전인 만큼 좋은 성적을 만들어보겠다”고도 했다.

 

처음 참가 당시 “이 대회 이후 기량이 일취월장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1년이 지났다. 황유민은 훌륭히 한 시즌을 치렀고, 조금 더 단단해졌다. 그래서 2번째 도전한 이 대회에서 황유민이 무엇을 어떻게 느끼고 돌아올지가 궁금했다.


황유민은 2024시즌이 끝나면 ‘무조건’ LPGA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었다. 어쩌면 국내 무대에서 그를 보는 게 마지막 시즌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번 시몬느 아시아퍼시픽 컵 결과에 주목한 팬도 많았다. 내심 황유민이 이번 대회를 압도하고 돌아오진 않을지 기대한 게 사실이고.

 

 

 

2003년생 티띠꾼의 원맨쇼
결과는 예상을 벗어났다. 대회는 세계 랭킹 9위이자 태국의 떠오르는 신예 아타야 티띠꾼의 원맨쇼가 됐다. 티띠꾼은 최종 합계 14언더파 202타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2위 이다연과는 7타나 벌렸다. 티띠꾼이 첫날부터 4타를 줄이고, 둘째 날에는 7타를 줄이더니 마지막 날까지 3타를 줄이는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인 만큼 티띠꾼과 한 조를 이룬 자라비 분찬트가 1언더파 215타로 공동 13위에 그쳤음에도 결국 단체전 우승을 거머쥐었다.

 

 

함께 주목받은 자라비 분찬트
일정 내내 티띠꾼과 경기 안팎으로 ‘명랑 케미’를 선보이며 시선을 사로잡은 자라비 분찬트는 얼핏 티띠꾼보다 앳돼 보이지만, 1999년 5월 23일생으로 4살 많다.

 

아이언 샷이 주특기지만, 165㎝의 키에 260야드의 드라이브 비거리도 가진 분찬트는 2021년 LPGA에 입회해 2022년 2부 투어인 엡손 투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해 태국 여자골프의 계보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과의 인연도 있다. 분찬트는 하나금융그룹 골프단에 소속된 선수이며, 한국어로 자기소개를 할 정도로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다. 한 인터뷰에서 좋아하는 한국 음식을 물으니 “김치찌개, 된장찌개, 삼겹살, 한우 등심…”이라며 줄줄이 늘어놓고, 블랙핑크의 ‘찐 팬’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고.

 

 

‘아직도‘ 학생, 김민솔·이효송의 선전
3위 김민별은 5언더파 211타였고, 황유민은 3언더파 213타로 공동 7위를 기록했다. 임희정은 2언더파 214타로 공동 11위, 안신애가 2오버파 218타로 공동 21위, 이소영이 4오버파로 220타를 기록했다.

 

그 와중에 한국 여자 골프의 미래로 여겨지는 두 선수의 선전은 실로 인상적이었다. 아마추어 신분인 김민솔과 이효송이 나란히 4언더파 212타를 써내며 공동 4위에 오른 것.

 

김민솔은 ‘자이언트 베이비’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탄탄한 피지컬을 자랑하며 한국 여자 골프의 미래라는 평가를 받고 있고, 지난해 아직 중학생이던 이효송도 이미 관계자들의 주목을 받는 선수다.

 

 

아타야 티띠꾼 “베테랑 아니에요”
아타야 티띠꾼은 태국 여자 골프의 대형 신인이다. 어린 시절 아마추어 신분으로 LPGA투어 대회에 출전해 우승했고, LET와 LPGA투어 신인왕 출신이다. 현 세계 랭킹 9위인 티띠꾼은 명실상부 태국만이 아닌 전 세계가 주목하는 신예다. 하도 이름이 자주 노출되니 국내 골프 팬들에게는 20대 중반의 베테랑 선수 이미지로 각인된 경향도 있는데, 실제로 아타야 티띠꾼은 2003년 2월 20일생으로 2003년 4월 17일생인 황유민과 동갑내기인 신인이다.


최연소 기록 갈아치운 티띠꾼
티띠꾼은 2017년 유러피언투어 타일랜드 챔피언십에서 리디아 고의 프로 무대 최연소 우승 기록을 5개월이나 앞당긴 14세 4개월 만에 우승했고, 2021년에는 유러피언투어(LET)에서 2승을 거둬 올해의 선수상과 상금왕을 차지했다. 초청선수로 참가한 ‘혼다 LPGA 타일랜드 클래식’에서는 아리야 주타누간에 불과 1타차로 2위를 기록하며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어떤 상황이든 대담하고 여유로운 태도를 보이는 티띠꾼은 “이기든 지든 또 다른 배움의 기회로 생각”하는 타입이다. 여러 인터뷰 자료를 통해 본 그는 한마디로 그릇이 크다. 그러니 멘탈도 훌륭하다. 향후 세계 무대에서 경쟁할 한국 선수들이 ‘고생 좀 하겠다’ 싶은 이유다.

 

 

황유민 보다 왜소한 티띠꾼
평균 드라이브 비거리는 270.43야드로 해당 부문 16위를 차지하기도 한 티띠꾼을 잘 모르는 골프 팬들은 주타누간 자매의 이미지를 떠올리며 피지컬이 좋은 선수로 생각하기도 하지만, 실제로 162㎝인 티띠꾼은 163㎝인 황유민보다 더 왜소한 체구를 가졌다.

 

거기에 그린 적중률 73.82%(13위), 홀당 퍼트 수 1.76개(12위)를 기록할 정도로 아이언과 퍼트에도 발군이다. 버디 수는 350개로 2위에 랭크됐을 정도로 모든 지표가 상위권이다. 아전인수일지는 모르겠지만, 반대로 그런 티띠꾼을 보며 2024년 말 LPGA에 도전할 황유민을 떠올리게 된다.

 

 

우리도 미래 있다
태국 선수들의 선전을 위주로 언급하다 보니 우리 선수들이 대단히 죽 쓰고 돌아온 것처럼 됐지만, 사실 그렇지는 않다. 앞서 언급했듯 이다연이 개인전 2위를 했고, 김민별·황유민 조가 단체전 공동 2위를 차지했다. 아마추어 듀오 김민솔·이효송도 공동 2위다.


개인전 리더보드의 1~5위는 태국과 한국 골퍼만이 자리했다. 물론 1위라는 성과는 늘 벅찬 것이지만, 특히 골프에서 순위만큼이나 중요한 건 어떤 경쟁 구도를 벌이며 새로운 이야기를 써가고 있는지다. 그런 면에서 최근 세계 무대에서 다소 경쟁력이 떨어진 게 아니냐는 우려를 받는 한국 여자 골프의 힘과 과제를 동시에 확인한 기회가 됐다고 보는 게 좋겠다.

 


AGLF, 세계 여자 골프 선도한다
아시아 골프 리더스 포럼, 즉 AGLF(Asia Golf Leaders Forum·회장 김정태)의 출범 목적인 ‘아·태 지역 여자 골프 발전’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귀중한 이벤트였다.

 

LAT 시리즈 등의 외연 확장과 한국, 일본, 중국, 호주, 뉴질랜드 등 아·태 지역 15개국의 주요 골프 협회와 손잡고 이 지역 여자 골프 활성화를 위한 행보를 이어가는 AGLF, 골프 팬들이 관심 가져볼 만한 곳이 하나 더 생겼다.

 

사진협조 아시아골프리더스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