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LPGA 방불케 했던 LET...‘승자는 결국 패티 타바타나킷’

지이코노미 박준영 기자 | 올해 LPGA에서의 '태국 낭자 돌풍'은 패티 타바타나킷이 이끌 것 같다. 패티 타바타나킷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 ‘아람코 레이디스 인터내셔널(총상금 500만 달러)’에서 대회 기간 내내 활약하더니 결국 정상에 섰다. 전년도 챔피언인 리디아 고는 빠졌지만, 세계적으로 유명하고 유망한 선수들이 대거 출전한 가운데 이룬, 개인 기록으로도 무려 34개월 만의 감격스러운 쾌거였다.

 

 

 

지난 18일(현지시각) 태국의 미래, 패티 타바타나킷이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골프클럽(파72·6,735야드)에서 개최된 LET 아람코레이디스 인터내셔널에서 최종 합계 18언더파 270타를 써내며 2위와 7타 차를 벌리며 LET 첫 우승을 거뒀다. 우승 상금은 75만 달러. 한화로 약 10억 원이다. 그가 2023시즌 LPGA투어에서 받은 총상금은 49만7,303달러(57위). 직전 연봉의 약 150%를 단일 대회만으로 벌어들인 것이다.


2년 10개월 만의 쾌거
지난 2021년 LPGA투어 신인왕이 된 이래 ‘여자 디섐보’, ‘포스트 주타누간’ 등으로 불릴 정도로 주목받던 타바타나킷이지만, 2021년 4월 ANA 인스퍼레이션 이후 2년 10개월간 우승과는 연이 닿지 않았다.

 

이번 대회는 PIF(사우디아라비아국부펀드)가 후원하는 만큼 대규모 상금으로 이목이 쏠렸고, 디펜딩챔피언인 리디아 고는 출전하지 않았지만, LPGA투어 선수들도 대거 출전한 대회였기에 의의도 컸다. 그래서였을까. 사실상 3년만에 세계의 강호들이 출전한 대회에서 정상에 오른 그는 마지막 날 18번 홀에서 챔피언 퍼트에 성공한 뒤 감격의 눈물을 쏟아내기도 했다.


성적 저조했지만 ‘달달’했던 한국 선수들
한편 이번 대회에는 10명의 한국 선수들도 참가했다. 양희영, 신지애를 비롯해 임진희, 성유진, 홍정민, 이소미, 황정미, 김민선7, 김재희, 김민별까지 세대도 다양했다.

 

올 시즌 LPGA투어에 데뷔한 루키 이소미가 한국 선수 중에서는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일본의 유카 사소 등과 함께 공동 7위(약 1억7천만 원)로 대회를 마쳤다. 3라운드까지 공동 5위(6언더파)에 올라있던 양희영은 최종 라운드에서 4타를 잃어 공동 18위(약 1억 원)로 대회를 마쳤다. 지난해 KLPGA투어 신인왕 김민별은 최종 합계 1언더파 287타로 공동 23위(약 8,300만 원)에 올랐다.

 

김재희는 공동 29위(약 6,200만 원), 성유진과 황정미가 공동 35위(약 4,800만 원), 신지애는 공동 60위(약 2천만 원), 김민선7과 홍정민은 공동 62위(약 1,800만 원)를 기록했다. 성적 면에서 당초 기대에는 다소 못 미친 게 사실이지만, 수입은 생각보다 짭짤했기에 조금은 위로가 되지 않았을지.


한국의 LPGA 연속 신인상 끊은 장본인
사실 챔피언으로서는 오랜만에 미디어를 탄 패티 타바타나킷은 국내 기업인 하나금융그룹의 후원을 받는 선수다. 박인비와 유소연, 김효주에 대해 “지금은 아주 친해졌지만, 과거에는 그(박인비)를 우러러볼 정도였다”는 그는 태국의 주타누간 자매와 아타야 티띠꾼, 자라비 분찬트 등과 함께 전 세계에 태국 골프의 저력을 선보이는 중이다. 지난 2021년 LPGA투어 신인왕 타이틀을 차지하며, 한국 선수의 6연속 신인상 수상을 가로막은 장본인이다.


1999년생인 그는 태국 국가대표 출신으로 아마추어 시절 국내 선수들과도 자주 경쟁하며 아시아는 물론 일찌감치 세계 무대에서 활약했다. 2016년 미국 주니어 순위를 평가하는 폴로 골프 랭킹, 골프 위크 걸스 주니어 랭킹, 주니어골프 스코어보드 랭킹에서 모두 1위에 오르며 미국주니어골프협회(AJGA) 최우수 선수가 됐는데, 미국 무대에서만 7승을 거뒀다.

 

이듬해인 2017년에는 LPGA투어 초청선수로서 ANA인스퍼레이션, US여자오픈, 에비앙챔피언십에 출전했고, 2018년에는 US여자오픈 공동 5위를 기록하며 주목받았다. 2019년 LPGA 2부 투어인 시메트라 투어에서 3승을 거두며 LPGA투어로 승격하게 됐고, 2020년에 정식으로 데뷔했다.


시즌 중단이 약이 됐나
사실 데뷔 시즌에는 이렇다 할 활약이 없었다. 마라톤 클래식 공동 9위가 최고 성적이었다. 그러나 2020년 데뷔했다는 그가 ‘2021년 LPGA투어 신인왕’ 출신이라는 걸 기억하는 골프 팬들이 있을 것 같다.

 

한국은 1998년 박세리 이후 LPGA투어에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 연속 LPGA투어 신인왕을 배출했었고, 2020년에는 코로나19로 수상자가 없었는데, 이후 2021년과 2022년 모두 태국 선수가 신인상을 가져갔기 때문이다.

 

2023년 유해란이 다시 신인왕을 가져왔던 일이 더 인상적이었던 이유다. 어쨌든 이런 이력 때문에 국내 LPGA 팬들은 코로나19 이후 재개된 2021시즌 신인상을 태국에 뺏긴 게 꽤 오래 기억에 남는 사건이다.

 

이유는 코로나19다. 2020시즌을 코로나19로 정상적으로 마무리하지 못한 덕분(?)에 햇수로는 2년 차가 된 2021년에도 신인 자격을 유지하게 된 타바타나킷의 잠재력이 2021년부터 폭발했고, 신인왕을 거머쥔 것이다. 루키 시즌을 다소 부진하게 끝마칠 수도 있었을 그에게는 코로나19가 오히려 약이 됐던 모양이다.


뜨거워질 LPGA투어
타바타나킷은 여자골프계 브라이슨 디섐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168㎝의 피지컬을 가졌고, 평균 280야드를 넘나드는 시원한 장타와 고탄도 아이언샷을 구사한다. 전 세계 랭킹 1위 아리아 주타누간(2017)의 계보를 이을 재목으로 평가받는 그가 메이저급 대회에서 무려 2년 10개월의 침묵을 깨고 우승했다는 건 폼이 올라왔다는 증거다. 한국 선수들도 대거 LPGA에 도전하는 올해, LPGA투어가 더욱 뜨거워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