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ER 이원태 | 지금의 시니어 골퍼들에게 100세 시대는 자신의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40~50대의 청장년은 기본이 100세 시대가 될 것이다. 누구나 건강 관리만 잘하면 100세까지 골프를 즐길 수 있다. 기량면에서도 늘 준비하고 연습하면 충분히 스코어를 유지할 수 있다.
100세에 99타를 쳐 ‘Age shooter’가 되는 상상을 해보자. 설레지 않는가.
밤과 낮의 길이가 같다는 춘분(春分) 전후 ‘2월(음) 바람에 김칫독 깨진다’는 속담처럼 풍신(風神)이 샘이 나 꽃을 피우지 못하게 해서 ‘설늙은이 얼어 죽는다’는 봄철 꽃샘추위까지 지내니 청명(淸明)이 눈앞이다.
본격적인 봄 날씨가 시작되는 4월이다.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는 ‘엘리엇의 황무지’라는 시에서는 4월을 가장 잔인한 달이라 했지만, 골퍼에게는 환희의 달이 아닐 수 없다.
온 산하를 제철 나물이 뒤덮는 듯 두릅, 달래, 취나물, 냉이가 입맛을 돋우는 이 시기, 골프장에서는 파릇파릇 잔디가 올라오기 시작한다. 신진대사가 절로 활발해지는 4월, 동반자와 함께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자고 마음먹는 때다.
골퍼에게 은퇴는 없다
평균수명 100세 시대라는 말이 이제 너무나 익숙하긴 해도 사실 생물학적 나이는 눈앞에 당도한 현실이긴 하다. 언제까지 건강을 유지할지 장담할 수 없다. 우리 앞에 놓인 삶은 그 누구도 미리 알 수 없다. 어느 날 갑자기 죽음을 맞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저출산 문제와 함께 평균수명과 중위연령(1998년 30.7세, 2023년 45.6세)이 증가하면서 생물학적인 노년에 도달하는 시점도 점차 미뤄지고 있다. 다시 말하면 우리가 삶을 어떠한 자세로 바라보고 설계하는지에 따라 몸과 마음의 노화 궤적이 달라진다는 얘기다.
요컨대 숫자상 나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기능성’이다. 신체.인지.정서.사회적 기능의 유지와 증진이 ‘몇 살인지’보다 훨씬 중요한 이유다. 70대라도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근력 운동을 꾸준히 하면 80대가 돼도 36홀 라운드도 거뜬한 골퍼가 될 수 있다.
따라서 ‘골프채를 놓는 순간이 언제쯤 일지’는 객관적으로 자신을 평가하면 간단하게 답이 나온다. 건강한 생활반경, 일에 대한 열정, 끊임없는 호기심, 배움에 대한 열망, 젊은 세대와의 공감대 형성을 위한 소통, 사회에 대한 통찰력을 줄 수 있는 분별력, 유머 감각을 유지한다면, 건강한 체력과 함께 금전적인 여유가 허락할 때까지 골프를 즐길 수 있다.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또한 운동의 기회까지도 연장되고 있다. 평균수명 100세 시대에 걸맞게 주위에서는 심심찮게 구순 노인들이 라운드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세계적인 명사나 유명인의 삶은 여전히 도전적이다
건강을 잃으면 골프에서도 은퇴할 때라고 여기지만, 병마를 이기고 다시 강인한 삶을 이어가는 사례는 우리 주위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다. 이 칼럼에서도 여러 사례를 소개한 바 있다.
평범한 우리 골퍼들이 설령 그들만큼 용맹정진할 자신은 없더라도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매사 최선을 다하며 살면 그것이 바로 청춘 아니겠나. 오늘도 골프를 생각하면서 연습에 매진한다면 은퇴 시기는 더 멀어질 것이다.
그런 점에서 다음의 사례들은 그야말로 나이를 잊은 채, 자신의 골프 인생을 연장한 골퍼라 말할 수 있다.
‘골프선수는 골프장에 살아야 한다’
“이 나이에 무슨 상위권 입상까지 욕심을 내겠어요. 그래도 젊은 선수들과 실력을 겨룰 수 있다는 것이 골프라는 스포츠의 장점이죠.”
60세에 KPGA투어 ‘GS칼텍스 매경오픈’에 출전한 최상호가 1라운드에서 이븐파 72타를 적어내며 역대 최고령 컷 통과 기록을 남겼다. 한편 챔피언스투어에 출전해 그랜드 시니어부에서 우승한 바도 있다.
그는 “매년 시니어투어 10개 대회 정도에 출전하기 때문에 평소 전지훈련도 나가고 체력관리를 한다”며 “젊을 때나 지금이나 몸 관리는 똑같이 한다”고 밝혀 화제가 됐다. 그는 아직도 평균 260야드의 드라이브 비거리를 자랑한다.
최상호는 PGA투어 마스터스 대회에서 벤 크렌쇼가 은퇴하는 모습을 보고 “나도 저렇게 은퇴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힘닿는 데까지 골프를 하다가 실력이 따라가지 못 한다고 생각되면 조용히 사라지겠다는 게 그의 목표다.
나이 잊은 랑거 “골프공은 내 나이를 모른다”
65세 10개월 시니어 US오픈 우승을 포함해 통산 46승으로 시니어 골프 무대의 최강자 베른하르트 랑거(독일)는 시니어 US오픈(총상금 400만 달러)에서 우승한 뒤 “골프공은 내가 몇 살인지 모른다”고 말했다.
만 50세 이상이 출전하는 PGA 챔피언스투어 메이저 타이틀이 걸린 이 대회 우승자의 평균 나이는 52세다. 65세 10개월 5일의 랑거는 챔피언스투어 최고령 우승 기록을 한 번 더 세웠고, 17년 묵은 시니어 US오픈 최고령 우승 기록(앨런 도일·57세 11개월)도 가볍게 깼다.
랑거는 챔피언스 통산 46번째 우승으로 헤일 어윈(45승)을 넘어 최다승 기록에도 이름을 올렸다. 랑거는 미국 위스콘신주 스티븐스 포인트의 센트리월드GC(파71)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에서 1언더파 70타를 쳐 최종합계 7언더파 277타로 정상에 올랐다.
처브 클래식 제패에 이어 시즌 2승째를 거둔 랑거는 챔피언스 메이저 최다승 기록도 12승으로 늘렸다. 그는 “이 투어에서 잭 니클라우스나 아널드 파머 등 누구보다 많은 메이저 승수를 쌓은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소감을 밝히면서 “몇 년 더 현역으로 뛰고 싶다”고 덧붙였다.
잘 쳐도 못 쳐도 건강엔 좋은 게 골프
한국의 남성들이 중년의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중도에 골프를 떠나는 건 나쁜 생활습관 때문이다. 건강한 삶을 영위하면서 여유롭게 골프를 즐기면서 여생을 보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하체를 단련할 수 있는 유산소운동 즉 골프를 즐기며 처음부터 무리한 걷기보다 서서히 단계를 증가시키는 걷기 골프를 권장한다.
이런 격언이 있다. ‘골프는 끝날 때까지 끝나는 것이 아니다. 배우는 게임이자, 마인드 스포츠다.’ 그렇다면 우리의 목표는 100세까지 골프를 배우고 익히는 것으로 하자. 누구도 골프의 ‘경지’에 이르는 사람은 없다. 오직 경지에 오르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무엇보다 골프에는 ‘스코어가 좋으면 정신 건강에 좋고, 스코어가 나쁘면 신체 건강에 좋다’는 격언이 있다. 어느 쪽으로든 건강에 좋은 골프를 그저 오롯이 즐기는 봄을 맞이하자.
이원태
•대원대학교 응급구조과 겸임교수
•대한인명구조협회장
•사회복지학 박사
•응급 구조사
•골프 안전지도사
•골프장(캐디) 안전 교육기관 운영
•교육단체: 대한인명구조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