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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GA, 정기총회에서 자아낸 '터닝 포인트'의 기운

김원섭 회장 ‘눈앞의 적자보다 장기 플랜에 집중한다’
'진짜 총회' 만든 젊은 대의원들의 날카로운 의견 개진 인상적

지이코노미 박준영 기자 | (사)한국프로골프협회(회장 김원섭, 이하 KPGA)가 28일(목) 오후 KPGA 빌딩 10층에서 대의원 137명(참석 13명, 위임 124명)이 참석한 가운데 ‘2024년 KPGA 정기총회’를 개최했다.

 

총회는 2023년도 하반기 감사보고와 KPGT 선수연금 컨설팅 결과 보고를 시작으로 ▲ 2020년 7차 이사회 4호 의안 전면 재검토 의결에 따른 세부사항 결정 ▲ KPGT 선수연금 도입 ▲ 2023년 결산 승인 ▲ 2024년 예산 승인 ▲ 감사 선출의 건까지 총 5개의 안건이 올라왔고, 모든 안건이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본격적인 연금 제도 도입, 국내 남자 종목 최초 사례

신임 김원섭 회장이 개최하는 첫 정기총회의 주된 이슈는 선수연금 관련 안건이었다. PGA 등 해외 사례를 고려해 대의원 자체 TFT와 법무법인 가온, 연금의 운용과 신탁을 맡을 하나은행이 논의해 국내 현실에 맞게 조정한 안이 가결됐다.

 

1938년 연금 제도가 생긴 PGA와 1940년대에서 1960년대에 다수 도입된 해외 사례보다는 늦어졌지만, 국내 남자 스포츠 종목에서 이같은 본격적인 연금 제도를 도입한 건 최초다. 법무법인 측으로서 이번 연금 제도를 설계한 강우준 변호사는 “KPGA가 선도적인 행보를 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자평했다.

 

KPGA의 선수연금은 2024년부터 시즌별 개인 성과에 따라 차등 적립되며 KPGT가 운용을 주관한다. 재원은 선수 상금에서 공제하는 6.7% 중 3%이며, 이중 3분의 2는 컷 통과 연금으로, 나머지 3분의 1은 포인트 연금으로 배분 적립된다.

 

'컷 통과 연금'은 PGA의 ‘컷 플랜’을 응용한 것으로 당해 시즌 3분의 1 이상 컷 통과를 한 선수가 대상이 된다. '포인트 연금' 역시 PGA의 ‘페덱스 플랜’을 국내 상황에 맞게 조율했다. 기존에 산정되고 있는 제네시스 포인트가 기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그간 투어에 기여한 베테랑급 선수들을 위해 커리어 통산 기록 바탕으로도 연금이 적립되도록 설계해 형평성과 예우를 갖춘다.

 

 

고무적이었던 젊은 대의원들의 적극적인 참여

이번 총회는 선수연금이 주요안건이었지만, 다른 총회 식순 중에도 대의원들의 참여도가 높았다. 특히 젊은 대의원들의 적극적인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지적은 날카로웠고, 다소 민감한 사안에 대한 의견 개진에도 거침이 없었다.

 

대의원 김진형 프로는 특히 감사의 관리 감독 권한을 확인하면서 더 책임감 있는 직무 수행을 요구했고, 송병주 프로 등 여러 대의원도 한목소리를 냈다.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데 여념이 없는 모습은 향후 KPGA의 성장을 가늠케 했다.

 

다소 소란스럽더라도 난상토론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조직이 살아있는 조직이다. 각자 권한을 위임받아 모인 대의원들이 회원의 권리를 대변함에 있어 책임감을 보였던 이번 KPGA 정기총회가 예사롭지 않게 느껴진 이유다.

 

이에 총회 말미 신임 업무 감사직에 선출된 KPGA 투어프로(정회원) 문충환(62) 대의원은 “맡은 역할에 대해서 끝까지 충실히 이행할 것을 약속한다”고 공언했고, 회계감사로 선출된 이경훈 이촌회계법인 전무이사는 “30년간 회계사로서 협회 관련 업무도 여럿 해왔다”며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마찬가지로 총회 내내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대의원 이근호 프로는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익산에서 올라왔다”며 “지방 회원들 사이에서도 ‘대의원으로서 목소리를 전해달라’는 요청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70여 명의 프로가 모인 지역 모임에 김원섭 회장을 초청하고 싶다고 했고, 김 회장은 흔쾌히 화답해 다소 예민해진 총회 분위기를 풀어내는 모습도 연출됐다.

 

“연초 여러 협회의 총회에 참석하고 있다”는 이근호 프로는 “이번 총회만큼 철저히 자료가 준비된 사례는 보기 드물다”면서 새로운 집행부에 대해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런가 하면 현재 2부 투어에서 활동하는 대의원 신재원 프로는 “올해 처음으로 총회에 참석했다”며 다소 긴장한 내색을 비치면서도 2부 투어 회원들을 위한 소통 창구의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눈앞의 적자보다 장기 플랜에 집중한다’

김원섭 회장은 “KPGA의 ‘자산’이 저평가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눈앞의 수익이 적어지더라도 우리라는 콘텐츠가 제대로 가치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지킬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내년도 총회에는 흑자 보고를 할 수 있도록 몸이 부서지라 노력하겠다”고 말해 대의원들의 박수를 받았다.

 

이번 ‘2024년 KPGA 정기총회’를 방청하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코멘트다. 1999년부터 2000년까지 문화일보 스포츠 기자로 활동했고, 스포츠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IMG코리아 이사를 거쳐 중앙미디어 그룹 J골프 본부장, Xports(현 CJ미디어) 본부장, KBL 총재 특보 등 김원섭 회장의 이력에서 이어지는 방향성인 만큼 현실감이 더해졌다.

 

실제로 해외 투어 및 단체와의 상호교류 확대를 통해 연간 30억 원 규모의 지원금도 확보했다.

 

김원섭 회장은 “지난해 11월 제19대 회장으로 당선된 이후 협회 안팎을 파악함은 물론 투어의 권익과 회원 위상을 강화하기 위해 불철주야 뛰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투어의 최저 상금 라인이 최소 상금 규모는 5억 원대에서 7억 원대로 상향됐고, 10억 원 규모의 대회도 3개가 신설됐으며, KPGA 선수권대회는 총상금 16억 원(전년도 15억 원)으로 확대되는 등 손에 잡히는 성과가 나온 덕분이다.

 

아직 총상금이 확정되지 않은 2개 대회까지 상금 규모가 발표되면 역대 최대 규모 기록을 다시 한번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간 KPGA의 최우선 과제던 대회 공백 문제도 점차 해소되는 모양새다. 올해는 4~9월까지 매월 2개 대회가 꾸준히 개최되고, 10월과 11월에도 추가로 대회를 개최해 모든 달에 대회가 진행될 수 있도록 했다.

 

한편 김 회장은 투어의 질적 향상 문제도 놓지 않고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분명히 했다. 해외 투어와의 공동 주관 대회가 열리는 주간에는 별도의 대회를 마련해 선수들의 대회 참가를 보장하는 새로운 토너먼트 제도도 계획 중이며, 대회장 내 선수와 가족 라운지 공간 확보, 식사와 연습 환경 등 선수들이 온전히 기량을 선보일 수 있도록 하는 요소들에도 각 대회 주최사와 활발히 협력 중이다.

 

한편 선수들이 대회 참가 신청 시 발생했던 고질적인 문제인 온라인 서버 오류 문제도 ▲동시접속자 솔루션 ▲간편 결제 시스템 ▲휴대폰 간편 인증 서비스를 도입해 현재까지 문제없이 운영되고 있다.

 

2부·시니어 투어 규모도 확대되는 2024시즌

2부 투어의 경우 지난 4년간 2부 투어의 타이틀스폰서를 맡은 던롭스포츠코리아가 계약 종료 후 아직까지 재계약이나 제2의 후원사 소식이 없어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는 현장 분위기는 여전하다.

 

한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던롭스포츠코리아는 타이틀 스폰서가 아니더라도 선수 지원을 지속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총회에서 해당 언급이 별도로 나오지는 않았다. 다만 2부 투어인 ‘챌린지 투어’의 경우 총상금 규모가 지난해 16.8억 원에서 올해 21.1억 원 규모로 확대됐다.

 

예선전 시스템도 개선한다. 기존 매회 치렀던 예선은 2개 대회당 1회 예선으로 변경하고, 참가비 역시 선수 경비 절감을 위해 축소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선수당 대회 참가비 1만8천 원 인하된다.

 

한편 시니어 투어는 최소 총상금 기존 1억 원에서 1.5억 원으로, 그랜드시니어 부문은 지난해 4천만 원에서 올해 5천만 원으로 증가했다. 시니어 선수권대회 상금도 2억 원에서 3억 원으로, 그랜드시니어 부문은 5천만 원에서 7천만 원으로 각각 증액됐다.

 

터닝 포인트?

KPGA투어는 올해 신임 회장을 맞아 지난 2월 투어 명칭을 ‘KPGA코리안투어’에서 KPGA투어로 단순화한 건 상징적으로 KPGA투어가 중대한 국면을 맞이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마침 세계 골프계의 판도도 급변하는 시기, 이러한 움직임이 ‘보여주기식’이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스포츠 콘텐츠 전문가로서의 ‘디테일’로 볼 수도 있다.

 

신임 회장 취임 이후 모든 게 낙관적이기만 한 건 아닐 터다. 실제로 톱 플레이어들의 해외 진출에 협회 안팎의 이슈까지 공존하는 KPGA투어의 2024년은 다사다난할 예정이다.

 

다만 크게 변화하려는 의도는 눈에 띈다. 특히 협회 정기총회라는, 어쩌면 딱딱하고 지루하기만 할 수도 있는 자리를 ‘진짜 총회’로 만든 대의원들의 모습에서 올해 KPGA투어가 전환의 계기를 만들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KPGA투어는 골프팬들이 주목하는 PGA, LPGA, LIV, KLPGA 중 가장 늦은, 오는 4월 11일 춘천 라비에벨에서 개막전을 앞두고 있다. 남은 건 골프 팬의 관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