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박준영 기자 | 출발이 좋다. 생애 첫 우승을 2024시즌 KLPGA투어 개막전 ‘하나금융그룹 싱가포르 여자오픈’에서 만들어낸 김재희는 기분 좋게 시즌을 시작하고 있다.
그래서 ‘16대 KLPGA 홍보모델 화보 시리즈’의 첫 순서는 김재희다. 생애 첫 우승을 ‘피터팬즈’ 앞에서 하지 못해 아쉽다며 다음 우승은 꼭 국내 팬들 앞에서 하고 싶다는 ‘팅커벨’ 김재희가 그 약속을 지키는지 지켜볼 작정이다.
“첫 대회서 우승해 남은 시즌 마음이 정말 편안할 것 같다.”
2020년 김재희는 3개 대회에 참가해 488만 원을 상금으로 벌었다. 다음 해인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정규투어를 소화하는데 27개 대회에서 1억6,800여만 원을, 2022년에는 29개 대회서 1억9,900여만 원을 버는 데 그쳤다.
김재희가 제대로 존재감을 드러낸 건 2023년부터다. 32개 대회에 출전했고, 2차례의 준우승, 5차례의 Top10을 기록(대상 포인트 29위)했다. 상금도 4억 원대(23위)로 껑충 뛰었지만, 만족할 성적은 아니었다. 그렇게 지난 시즌까지 통산 약 8억 원의 상금을 벌던 그가 올해는 시작부터 192,378,780원을 벌어놓고 시즌에 돌입한다.
“확실히 챔피언 조나 우승 경쟁 경험이 있어야 긴장이 덜해지는 걸 느꼈다. 이번 우승 경쟁 때는 긴장이 덜 됐고, 우승이 가까워 보였다.”
시작이 좋은 올해, “승수를 차곡차곡 쌓아 상금왕과 대상을 노려보겠다”는 김재희는 2023시즌 두 차례의 준우승 경험이 이번 대회 때 긴장감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함께한 코치 홍석전 프로는 평소 스윙 궤도 교정에 집중했고, 그 덕에 김재희도 “샷에서는 문제가 없다고 스스로 생각했다”고 밝혔다.
퍼트와 숏 게임이 문제였는데 “전지훈련에서 종일 퍼트만 연습하기도 했다”는 김재희는 이번 대회에서 선보인 퍼트 감각에 대해 “연습량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작년 중순부터 손목 고정을 위해 역그립으로 바꾼 것도 한몫했다고.
“상금보다 꼭 우승하고 싶었고, 우승할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이 있었다.”
3라운드 종료 후 대회가 우천 취소될 수도 있었다. 당시 단독 1위가 아마추어 신분의 오수민이었기에 대회가 취소됐더라도 김재희는 큰 상금을 벌었을 터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금보다 우승이 더 고팠기에 꼭 최종라운드를 플레이하고 싶었다. 대회 전 “Top10 진입이 목표”라던 김재희는 최종라운드를 소화했고, 당당히 우승을 차지했다.
“주변에서 첫 우승은 얼떨결에 하는 거라고 하던데 나는 정말 치열하게 우승했다. 그러니 두번째 우승은 남들보다 좀 쉽게(?) 하지 않을까(웃음).”
이번 시즌 김재희의 목표는 ‘첫 우승’이었다.물론 이번 우승으로 상향 조정됐다. 대상과 상금왕이다. 시드를 3년 받아놓은 셈이기에 마음이 편안할 것 같다. ‘몇 승하면 올해 대상 타겠냐’는 질문에 “(대상 타려면)4승은 해야 안심하지 않을까요?”라며 밝고 당차게 답한다.
단아한 외모지만 Z세대의 당돌함이 김재희의 진짜 매력이다. 스스로 “관종기가 살짝 있다”고 말할 정도인데 SNS로 팬들과 소통도 제법 많이하는 편이다. 예쁜 척, 멋진 척 보다는 개그 욕심이 더 크다. 영상을 찍어 사람들을 웃기는 걸 즐긴다. 평소 카메라와 친해선지 대회 중에도 카메라가 있건 없건 크게 개의치 않는다.
투어 선수에게 우승 경험이 있고 없고는 엄청난 차이라고들 한다. 91번째 도전 만에 묵은 숙제 하나를 해결하고 조급함보다 여유와 인내를 가질 김재희가 올 시즌 얼마나 더 활약할까. 올해 말 대상 시상식에서 여신룩을 한 김재희를 다시 만날 생각에 기대감이 부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