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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단체, 한국도로공사·쌍용건설 ‘ESG워싱 논란’

- 고속 국도 제14호 함양~울산선(함양~합천) 제1공구
- 발주처 한국도로공사, 시공사 쌍용건설

지이코노미 서주원 기자 |  지난 2017년 착공돼 2026년 완공 예정인 ‘고속 국도 제14호 함양~울산선(함양~합천) 제1공구 건설공사’는 한국도로공사가 발주했고, 쌍용건설이 시공을 맡았다. 이 공사 현장에서 스크리닝스를 둘러싼 ESG워싱 논란이 불거졌다.

‘그린워싱(Green Washing)’은 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는데, 친환경적인 것처럼 홍보하거나 행동하는 것이다. 속칭 ‘가짜 환경주의’, ‘위장 환경주의’, 심지어 ‘친환경 사기’라고도 불린다. 유사한 개념으로 ‘ESG워싱’이 있다. 실제 ESG경영을 하지 않으면서 마치 ESG경영을 하는 것처럼 속이는 행위다. ‘스크리닝스(screenings)’는 포장용 또는 구조물용 골재를 생산할 때 부산물로 얻어지는 부순 잔골재다.

 

전북 익산시 소재 환경단체인 NGO환경치유생태복원본부(본부장 윤종길)는 지난해 9월 2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그린워싱탐사단’을, 이후 ‘ESG워싱탐사단’을 출범시켰다. NGO환경치유생태복원본부는 4월 초, 해당 공구 도로공사 현장에서 ESG워싱을 따져 보아야 할 문제가 발생했다는 제보를 받았다.

 

“해당 공구 터널에서 나온 원석은 레미콘 생산용 골재, 부순 모래, 포장 골재로 선별 파쇄해서 이 공구의 공사 현장에서 사용해야 된다. 해당 공구의 부순 모래 설계 수량은 약 4만㎥다. 스크리닝스로 약 3만㎥, 원석으로 약 1만㎥를 현장에서 생산해야 된다. 그런데 부순 모래 생산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공구 밖에서 부순 모래를 구입하는 걸로 설계가 변경됐다. 이로 인해 해당 공구엔 많은 양의 스크리닝스가 쌓이게 됐고, 급기야 쌍용건설이 온비드(공공 입찰사이트)에 매각 공고를 내 입찰이 이루어졌다. 설계변경이 ESG워싱 논란의 발단”이라는 제보였다.

 

쌍용건설은 3월 11일, 제1공구에서 나온 스크리닝스 22,639㎥ 매각 공고문을 냈다. 최저 입찰 금액은 ㎥당 1,560원(부가가치세 별도), 가적치장은 경남 함양군 수동면 내백리 545 일원. 낙찰을 받은 업체는 해당 공사 현장 인근의 동주아스콘이었다.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는 “1공구 현장에 샌드 플랜트를 설치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됐다. 공간이 협소하고, 폐기물 등 환경 문제가 있었다. 쌍용건설이 샌드 플랜트를 설치하지 않고 외부에서 부순 모래를 사다 쓴다고 해서 1공구의 공사비가 증액되는 건 아니다”고 밝혔다.

 

샌드 플랜트는 골재를 생산하는 파쇄라인에서 발생하는 석분을 사용해 건설용 모래를 생산하는 시스템이다. 해당 공구 공사 현장엔 샌드 플랜트가 설치돼 있지 않지만 크라샤 플랜트는 설치돼 있다. 크라샤 플랜트는 터널 등지의 공사 현장에서 채굴한 원석을 굵은 골재와 잔골재로 파쇄하는 시스템이다. 크라샤 플랜트에서 파쇄된 골재는 샌드 플랜트로 이송된 뒤, 세척 후 모래 입자 원형에 가깝게 가공된다.

 

시공사인 쌍용건설이 샌드 플랜트를 설치하지 않고 외부에서 부순 모래를 사오는 방식으로 설계를 변경하려면 발주처인 한국도로공사의 승인을 받아야 된다.

 

NGO환경치유생태복원본부 윤종길 본부장은 4월 24일, 쌍용건설 관계자의 안내를 받아 공사 현장을 탐사했다. 쌍용건설 관계자 역시, ‘공간 협소와 환경 문제’가 샌드 플랜트를 설치하지 않은 주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도보로 현장을 둘러본 윤 본부장은 “현장 주변 야산은 맹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쌍용건설이 임대료를 지불했다면 야산 주인이 임대를 해주었을지 모른다. 공사가 끝난 뒤 원상 복구도 가능한 일이라고 여겨졌다. 내가 보기엔 샌드 플랜트를 설치할 수 없을 정도로 현장의 공간이 협소한 건 아니었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샌드 플랜트를 설치할 수 없었던 또 다른 이유로 환경 문제를 꼽았는데, 환경 전문가의 환경영향평가를 받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윤 본부장은 또 “해당 공사 현장 밖에서는 스크리닝스 25.5톤을 17㎥로 적용하지만 쌍용건설은 16㎥를 적용해 국가 자산이라는 스크리닝스가 대당 1㎥씩 손실을 본다는 제보도 있었다”며 “인근 지역에서 거래되는 일반적인 스크리닝스 가격은 ㎥당 8천원~1만원 선이라고 한다. 쌍용건설은 매각 공고문에 최저 입찰가를 1,560원(부가세 별도)으로 제시했다. 만약 쌍용건설이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으로 스크리닝스를 매각한 것이라면 국가 자산 낭비 논란 여지도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했다.

 

이 점에 대해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는 “해당 공구의 스크리닝스 최저 입찰가를 정하는데 감정평가자 2명이 참여했다. 입찰가를 산정하는데 한국도로공사나 쌍용건설이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도로공사 현장에서 나온 스크리닝스는 국가 자산이다. 해당 공구에서 나온 스크리닝스는 부순 모래로 만들어서 쓰는 것이 원칙이지만 여건이 안 되면 설계변경이 가능하다. 지난 3월 쌍용건설이 매각한 스크리닝스 매각 수익은 한국도로공사가 환수한다.

 

해당 고속 국도 제14호 건설공사 현장엔 6개의 공구가 있다. 3공구와 4공구에 샌드 플랜트가 설치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