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6월 서울시 안에 2026년까지 파크골프장 77곳, 170홀을 조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서울시 구청장협의회에서는 파크골프장 확충을 위해 서울시 25개 자치구청장 공동으로 환경부를 방문해 하천점용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적극 건의하기로 뜻을 모았다. 7월 10일 진행된 ‘서울특별시구청장협의회 제191차 정기회의’에서 최호권 영등포구청장이 ‘파크골프장 확충을 위한 국가하천점용허가에 대해 서울시와 구청장협의회가 공동대응 해줄 것’을 안건으로 제출한 데 따른 후속 행보이다.
서울시 구청마다 파크골프장을 지어달라는 어르신들의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집과 가까운 곳에서 골프처럼 큰돈 들이지 않고 즐겁게 건강증진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운동으로 파크골프만 한 게 없기 때문이다. 2004년 서울 한강에 9홀짜리 파크골프장이 생긴 이후 전국 지자체마다 앞다퉈 조성에 나섰다. 특히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면서 파크골프 인기가 치솟아 전국적으로 신설 구장이 급증했다.
대한파크골프협회는 협회에 등록되지 않은 구장까지 합하면 7월 현재 400곳에 가까울 거로 보고 있다. 전국의 파크골프장 수에 비해 서울은 턱없이 부족하다. 인구 936만 명이 넘는 서울에 파크골프장은 달랑 11곳이다. 홀수로는 전국 약 8,000홀, 서울 150홀 정도이다. 전국 대비 구장 수로는 3%, 홀수로는 2% 남짓인 실정이다.
지난 6월 말 서울 강남 탄천파크골프장 27홀이 준공됐다. 동호인들에게 반가운 소식이지만, 수요를 감당하기엔 어림없다. 정장수 서울시파크골프협회 회장에 따르면 시의 파크골프 동호인 수는 2020년 2,961명에서 2024년 1만 1,500여 명으로 5배 이상 늘었다. 서울 구협회에서 잠정 집계한 가입을 희망하는 동호인도 4,000여 명이 넘는다. 동호인의 증가세는 앞으로도 가속화될 거로 전망한다.
서울 파크골프장 11곳으로 전국 대비 3% 미만
동호인 개장 오픈 런…관광버스로 원정 가기도
급증하는 동호인에 비해 구장 신설은 거북이걸음이니 구장마다 동이 트자마자 어르신들의 오픈 런 입장 경쟁이 반복되고 있다. 그나마 천변 부지가 있는 금천, 구로, 영등포, 마포, 양천 등 서남권에 밀집되어 관내에 구장이 없는 동호인들은 원정 라운드를 떠난다. 경기와 강원 지역의 파크골프장으로 가는 동호인들을 실은 관광버스가 매일 6~7대에 달한다.
구청마다 구장을 확충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지만 부지확보가 쉽지 않다. 9홀 규모 구장을 조성하려면 8,250㎡(2,495평) 정도의 면적이 필요하다. 서울에는 지방처럼 파크골프장을 조성할 유휴부지가 거의 없다. 도심에서 부지를 찾기 어려우니 하천으로 눈을 돌린다. 하지만 하천 부지는 환경부 소속 한강유역환경청의 하천점용허가를 받아야 한다.
영등포구는 2008년 8월부터 안양천 파크골프장을 18홀에서 36홀로 늘리는 사업을 추진했다. 올해 6월에는 체육시설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개정돼 파크골프장 설치의 법적 근거도 마련됐으나 2년째 제자리걸음이다. 한강유역환경청이 안양천에 파크골프장이 지나치게 많아 추가 설치하면 하천의 유지관리에 악영향을 미칠 게 우려된다는 이유로 하천점용허가를 불허하는 탓이다.
서울시의 파크골프장 조성부지 찾기는 여전히 마땅치 않다. 오세훈 시장이 확충 약속을 했지만, 부지는 현실적으로 한강 주변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오 시장의 약속에 대해 이미 환경단체와 일부 지역주민들이 반대하고 나섰다. 환경단체에서는 파크골프장 조성이 환경훼손과 생태계 파괴, 난개발을 부추길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강유역환경청, 환경 안전 홍수예방 고려해야
환경단체와 일부 지역주민 반대도 극복 과제
한강유역환경청은 일단 환경과 안전이 우선이란 입장이다. 하천은 장마철 불어나는 빗물을 받으며 홍수 피해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 파크골프장 시설물 때문에 면적이 좁아져 물의 흐름을 방해하고 하천이 범람할 위험이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한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하천은 모두가 누리는 자연환경이기에 공공성을 고려해서 점용허가 여부를 판단한다”라고 말했다.
지역주민들이 반대도 간단히 않다. 서대문구는 지난해 홍은동 백련근린공원 부지에 파크골프장 조성을 추진하다 철회했다. 주변 주민 2,000여 명이 ‘파크골프장 건설 반대 주민비상대책위’ 결성해 서명을 진행하는 등 반대가 극심했기 때문이다. 서대문구 관계자는 “평소 자주 이용하던 공원 생태계를 해친다는 주민들의 우려가 있었다”라며 “현재는 다른 부지를 물색하는 단계에 있다”라고 전했다.
동작구도 대방공원에 파크골프장을 조성하기 위해 6월 공청회를 열기로 했으나 주민 반대로 무산됐다. 대방공원 아래 6만t의 수돗물 저장소가 있어 수질 악화가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동작구는 농약이 아닌 예초를 통해 잔디를 관리하고, 흙을 쌓는 형식도 아니라 하부 저장소에 압력을 가하지 않아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며 반박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구 관계자는 “파크골프장 사업 설계안 설명 불가 등 일부 주민들의 일방적인 요구 등으로 공청회가 정상적으로 진행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 부득이 취소했다”라고 말했다.
파크골프장 조성을 둘러싼 갈등에 서울시가 나서 중재할 방법도 딱히 없다. 파크골프장 신설을 위한 장소, 조건 등 세부적인 규정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치구마다 개별적으로 평가를 거치고 있어, 시에서는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이 크게 없는 현실이다.
오세훈 시장, 77곳 조성 약속 이행에 부심
구청장협의회, 환경부에 하천점용허가 촉구
서울시 구청장들은 늘어나는 파크골프장 수요에 부응하려면 환경부의 국가하천점용허가 협조가 필수라고 강조한다. 이번에 구청장협의회의 공동의견을 환경부에 전달하기로 의견을 모은 이유다. 협의회가 8월 초 서울시 25개 자치구청장 공동으로 환경부 장관 면담을 추진해 결과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최호권 영등포구청장은 “이번 서울시 구청장협의회에서 본 안건을 가결하고, 공동대응에 대한 통일된 의견을 모아주셔서 고마운 마음”이라며 “앞으로도 구민들의 건강증진과 어르신의 활력있는 노후생활 보장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이필형 협의회장(동대문구청장)은 “안건을 제출하신 구청장님들의 의견에 충분히 공감하며 그동안의 관행을 벗어나 의결한 안건이 실질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오세훈 시장의 파크골프장 77곳 조성 약속 이행은 갈 길이 멀다. 넘어야 할 고개도 많고 건너야 할 강은 넓다. 파크골프에 푹 빠진 서울시 동호인들의 바람과 반대 단체, 시민들의 이해를 어떻게 풀어낼지가 관건이다. 오 시장과 25개 구청장, 그리고 환경부와 환경유역환경청 등 관계 기관이 솔로몬의 지혜를 모아야 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