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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주원의 ESG 칼럼] 찢어진 하늘 누가 꿰맬 것인가?

“이런 비는 생전 처음”이라는 장탄식이 전국 각지에서 터져 나오는 2024년 갑진년 장마철이다. 언론은 ‘100년만의 폭우’ 또는 ‘200년 만의 폭우’라고 올해 유난히 맹렬한 장맛비의 기세를 평한다.

 

예전에 경험하지 못한 장맛비가 억수로 쏟아지자 여기저기서 전문가의 분석과 예측이 나온다. 기후학자들이 내놓은 분석과 예측은 대동소이하다.

 

“국내외 장마가 험상궂게 변한 배경엔 기후변화가 있다. 200년 만의 극한 폭우는 매년 올 수 있다. 동시다발적인 기후재난은 서막일 뿐이다.”

 

하늘이 양동이로 물을 퍼붓는 것 같은 폭우가 앞으로 더욱 빈번해질 것이라는 예측을 국내외 기후학자들이 내놓는 가운데 지구촌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외신 보도가 한 건 나왔다. 지구 온난화 탓에 24시간으로 정해져 있는 하루의 길이가 점점 더 빨리 늘어난다는 소식이다.

 

‘ms’는 ‘밀리초’라고 읽는다. ‘1000분의 1초’의 속도를 나타내는 단위다. 최근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이 스위스 취히리 연방공과대 연구진의 조사 결과를 전했다. 지난 20세기, 다시 말해서 1900년부터 2000년까지 100년 동안 하루의 길이는 0.3~1.0ms 늘었다고 한다. 그런데 21세기 100년 동안엔 1.3ms 정도로 더 늘 것이라는 예측이다.

 

21세기에 지구 자전의 속도를 늦추는 직접적인 원인은 녹아내리는 빙하의 물이란다. 근래 극지방의 빙하가 쉼 없이 녹고 있다. 그 물은 바다로 흘러드는데, 적도 부근의 해수를 늘린다. 이 때문에 지구 자전의 속도가 앞으로 더 늦어진다고 한다.

 

지구 자전 속도가 늦어져 하루의 길이가 100년 동안 ‘1000분의 1초’ 이상 더 늘어나는 것이 무슨 대수냐고 귀여겨듣지 않을 사람이 부지기수겠지만 예상되는 미래의 실상은 상상을 초월한다. 예를 들어 위성항법장치인 GPS가 정확한 시각에 작동되지 않으면 우리의 삶이 어떻게 될까. 하루의 길이가 ‘1000분의 1초’ 늘어나서 벌어질 수 있는 끔찍한 일들은 이 밖에도 수두룩하단다.

 

우스갯소리에 지나지 않겠지만 옛날 옛날 한 옛날에 어떤 기인은 장대비가 억수로 쏟아지는 장마의 원인을 하늘이 찢어진 탓이라 생각했다고 한다. 해서 찢어진 하늘을 꿰맨답시고 바늘과 실을 손에 들고 사다리를 타고 하늘로 올라갔다는데….

 

 

안타깝게도 한반도에 100년, 200년 만의 장맛비가 내리고, 극지방의 빙하가 녹아 내려 지구의 자전 속도가 늦어지고 있는 것은 하늘이 찢어졌거나 구멍이 났기 때문이다. 지구 온난화의 주범은 자연이 아니다. 바로 인간이다. 그 인간엔 나와 너, 그리고 우리가 포함돼 있다.

 

오늘 우리가 겪고 있는 기후재난은 서막일 뿐이다. 우리의 아들과 딸, 그리고 손자와 손녀를 포함한 우리 후손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길고 넓게 찢어지고, 훨씬 더 크게 구멍이 난 하늘을 원망하며 살게 될 것이다.

 

기후변화의 본막(本幕)이 열릴 가까운 미래의 암울함을 상상하기 싫다면 당장 나서서 찢어진 하늘을 꿰맬 사람은 나와 너, 그리고 우리가 아니고 그 누구랴.

 

 

서주원

 

G.ECONOMY ESG전문기자

前 KBS 방송작가

소설가

ESG생활연구소 상임고문

월간 ‘메타ESG저널’ 발행인

노무현리더십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