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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옥 칼럼] 찬바람이 불면 생각나는 술의 흑역사

몇 해 전 길에서 술에 취해 몸을 못 가누고 쓰러져 있는 아가씨를 봤다. 안타까운 마음에 일으켜 세우려는데 “야! 넌 또 뭐야 놔!” 하면서 아가씨가 발로 차서 어이없게도 갈비뼈 세 대가 부러지는 일이 생겼다.

 

지방을 가야 하는데 도저히 일어날 수가 없는 몸을 간신히 일으켜 병원을 찾았더니 의사가 절대 안정을 강조하시며 뼈가 제대로 붙으려면 서너 달이 걸린다고 하신다.

 

“선생님! 빨리 붙게 해주세요. 제가 지방 가야 해서요”

 

의사 선생님께 떼를 써보지만 그러다 더 큰 일이 생긴다며 치료받으며 움직이지 말아야 한다고 하신다.

 

“그러게 그런 사람은 바로 경찰에 신고하면 경찰에서 알아서 하는데 뭐 하러 배려를 했어요? 더군다나 술을 가누지도 못하게 마신 여자를...”

 

뒤늦게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나? 내 오지랖 때문인 걸. 두 시간 내내 온갖 술주정을 받아주면서 가족에게 인수인계를 하기까지 다시는 술에 취한 여성을 도와주지 않겠다는 결심을 수없이 했다.

 

그 일 이후 뼈가 붙을 때까지 수개월간 등까지 아파 밤을 꼬박 새우기도 하고 찌는 듯한 찜통더위에 복대를 하고 벌침까지 맞아가며 안 해도 될 고생을 많이 했다.

 

술은 본인이 이겨낼 만큼 기분 좋게 마셔야 한다. 술로 인해 처신을 잘못해서 일어나는 사건 사고가 얼마나 많은가? 내 의도에 상관없이 상대방이 불쾌감을 느껴 신고하게 되면 졸지에 가해자가 된다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일을 도와준 것이 고마워 여직원에게 고맙다고 어깨에 손을 얹은 것이 불쾌하다고 신고할 수도 있다.

 

직장을 다닐 때 술을 못 마신다고 하는데도 억지로라도 술을 마시게 하는 부장님이 있었다.

 

“부장님! 제가 이 술을 마시면 몇 도인 줄이나 아세요?”

 

“몇 도인데?”

 

“졸도입니다. 졸도!”

 

이런 내게 술을 권하는 상사는 한 사람도 없었다. 술을 마시면 평소의 경계선을 무너뜨린다. 헤어진 남자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아침이면 후회하게 하고, 용기가 없을 때 약간의 배짱도 부리게 한다. 때때로 후회를 남기고 인생에 오점을 만들기도 하기에 좋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다.

 

강의 중에 내가 묻는다. 성공한 사람들이 좋아하는 술은? 처세술. 아이들이 좋아하는 술은? 요술, 마술. 엔지니어가 좋아하는 술은? 기술! 화가들이 좋아하는 술? 미술, 예술 그러면 여러분! 제가 좋아하는 술은 뭘까요? 하고 물으면 내가 원하는 대답은 화술, 화장술인데, 간혹 심술!, 낮술!, 말술! 이라고 답해 웃음을 주는 분들도 있다.

 

술만 마시면 온 집안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던 애 아빠! 그러다 결국에 병원 신세를 지게 하는 많은 일들을 겪게 했던 술! 이런 술 말고 이제부터는 가장 좋은 술! 처세술 또는 화술을 잘해 대인관계나 사회생활에 도움이 되시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박인옥

(사)한국교육협회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