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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주원의 ESG 칼럼] 대한민국 부자들, 탄소중립 앞장서라

일본 후지산에 이상한 일이 벌어졌단다.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첫눈이 10월 하순에도 내리지 않았다. 1894년부터 관측을 시작했는데, 130년 관측 역사상 가장 늦어졌다고 한다. 후지산에 첫눈이 내리는 시기는 통상 매년 10월 2일쯤이다. 지난해엔 10월 5일 첫눈이 관측됐다.

 

일본 후지산 첫눈 늦어졌다는 외신이 우리나라에 알려지는 시점, ‘세계 1% 부자들이 온실가스를 억만장자답게 배출한다’라는 외신도 타전됐다.

 

11월 11일부터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리는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 이 총회를 앞두고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은 환경 분석 보고서를 10월 28일 발표했다. 보고서 제목은 ‘생명을 위협하는 탄소 불평등’.

 

세계 상위 1% 부유층의 탄소 배출을 처음 분석했다는 이 보고서에 따르면, 억만장자, 즉 ‘슈퍼 리치’ 50명은 1년 동안 평균 184회 비행기를 탔다. 425시간을 공중에서 보냈다는데, 이들은 일반인이 300년 동안 배출하는 탄소량을 만든다. 억만장자들은 전용 비행기도 보유하고, 규모가 큰 요트도 자주 이용한다. 이들이 많이 투자하는 사업은 석유, 광업, 해운, 시멘트 등이다. 이런 산업은 탄소를 배출하는 대표적인 산업으로 분류된다.

 

억만장자들은 전용 비행기를 이용하고, 호화 요트도 애용한다. 50명이 불과 몇 시간 동안 전용 비행기를 타고, 요트 위에서 선상 파티를 즐기면서 배출하는 탄소의 양은 보통 사람이 평생 발생시키는 탄소 배출량보다 많다.

 

하나뿐인 지구의 기후 위기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느껴야 할 사람들은 지구촌의 부자들이다. 세계 상위 1% 부유층에 포함되는 억만장자가 국내에 있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국내 상위 1% 부유층은 이날 입때까지 살아오면서 얼마나 많은 탄소를 배출했을까.

 

우리나라 재벌들에게 기후 위기의 책임을 묻게 되면 아마도 이렇게들 대답하지 않을까. ‘오불관언(吾不關焉)’이라고. 외국의 억만장자들처럼 본인은 전용 비행기도 없고, 사치성 요트를 탄 적도 없는데, 어찌 생사람을 잡으려 하냐고 역정을 낼 수도 있다.

 

과연 지구촌의 기후 위기를 불러온 기후 악당에 대한민국 재벌들은 포함되지 않을까. 모 그룹 반도체사업 부문의 지난해 전력 소비량은 엄청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RE100 목표 달성을 위한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은 태부족한 실정이다.

 

 

외국의 다국적 기업들 태반은 오래전에 RE100에 가입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 중에 RE100에 가입한 기업은 그리 많지 않다. 약 40개 기업에 불과하다. RE100 가입한 시기도 최근이다. 대부분이 2020년 이후다.

 

우리나라 에너지의 절반 이상은 산업 부문에서 사용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약 52%를 산업부문에서 소비했다. 교통 부문이 약 15%, 가정이 약 12%였다.

 

재생 가능 에너지가 약 8%에 불과한 대한민국. 그러면서도 정부와 기업은 RE100을 예찬한다. 정부도 그렇지만 부자, 즉 대한민국의 재벌들은 탄소중립에 앞장서야 한다. 이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서주원

G.ECONOMY ESG전문기자

전 KBS 방송작가

소설가

ESG생활연구소 상임고문

월간 ‘할랄코리아’ 발행인

독도문화연대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