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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칼럼] 세계는 자원순환경제로 전환 중 ‘따를 것인가 이끌 것인가

 

인류사는 그동안 수많은 발명품과 함께 성장해왔다. 그중에서도 플라스틱은 철보다 가벼우면서도 견고하다는 점에서 인류 최고의 발명품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그리고 2023년 현재, 인류에게 혜택만을 줄 것 같던 플라스틱이 정작 인류의 요람인 지구에는 독이 되고 있다는 게 밝혀졌다.

 

WRITER 이승엽

 

플라스틱 재활용률, 고작 9%
수치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플라스틱 사용량이 크게 늘고 있다는 건 누구도 부인하지 못하지만, 코로나19로 주춤했던 플라스틱 사용 규제가 재개된 모습에서 일말의 희망을 보고 있다. 다만 재활용률에서는 갈 길이 멀다. 전 세계 플라스틱 폐기물의 재활용률은 9%에 불과하며, 재활용되지 않은 폐플라스틱은 매립(50%), 무단투기(22%), 소각(19%)의 방식으로 처리되고 있다.

 

화석연료를 이용한 플라스틱 생산과 환경적으로 건전하지 않은 폐기물 처리, 해양으로 유입된 폐플라스틱과 미세 플라스틱 등은 심각한 환경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

 

환경에만 문제가 아니다. 전 인류의 생존에는 물론이고, 경제적 문제와도 직결되는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플라스틱 유입으로 인한 환경오염은 생태계 및 인류의 건강을 위협할 뿐 아니라 폐기물 처리와 오염 복구를 위한 추가적인 비용을 유발하며, 수산업, 관광업 등 산업의 전반적인 분야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2019년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과 소비 과정 전반에서 약 18억 톤의 온실가스가 배출됐고, 이 중 무려 90%가 화석연료로부터의 생산 및 전환 과정에서 발생했다. 플라스틱은 해양폐기물의 80%를 차지하기도 한다. 2016년 연간 900만~1,400만 톤에서 2040년에는 연 2,300만~3,700만 톤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세계는 움직이고 있다
최근 개최된 제5차 ‘유엔 환경총회’는 2024년까지 플라스틱 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구속력 있는 최초의 국제협약 제정에 합의했고, 다자협의체 및 개별 국가 차원에서도 플라스틱의생산·유통·소비·재활용 및 폐기물 처리 등 전 수명주기에 걸쳐 순환성을 개선하는 조치를 마련하기로 했다.

 

최근 우리나라도 ‘생활폐기물 탈 플라스틱 대책’, ‘한국형(K)-순환경제 이행계획’ 등을 토대로 플라스틱 사용을 근본적으로 줄이고, 고품질 재활용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G7과 G20의 대응
G7은 2018년 ‘해양플라스틱헌장(Ocean Plastic Charter)’을 채택하고, 2021년에는 ‘2030 자연협정’을 통해 생물다양성 보호를 위한 핵심축의 하나로서 해양 플라스틱 문제를 다루었다.

 

‘해양플라스틱헌장’은 ①2030년까지 플라스틱 제품 내 재생원료 50% 이상 사용 ②2030년까지 플라스틱 포장재 재활용·재사용률 55% 이상 달성 ③기술혁신 지원 ④해양폐기물 저감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편, G20은 포괄적인 전 수명주기 접근법을 통해 2050년까지 해양 플라스틱 폐기물의 추가 발생을 실질적으로 금지하는 ‘오사카 블루오션 비전(2019)’을 채택하고, 이를 이행하기 위해 국가별 제도와 우수 사례를 공유하고 통합적인 데이터 수집 및 모니터링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주요국 대응 사례

EU
EU의 플라스틱 포장재 재활용률은 2012년 35%에서 2018년 41.8%로 꾸준히 개선되고 있으나 전체 포장재 재활용률(65.9%)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이에 생분해성 플라스틱 개발, 일회용품 제한, 미세 플라스틱 연구, 포장재 규제 등에 관한 세부 조치를 이행하고 있다.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지침(2019)’에 따라 2021년부터 EU 역내에서 면봉, 음식 용기, 음료 컵, 플라스틱, 비닐 등 10개 품목에 대한 판매가 금지되고, 생산자책임재활용(EPR) 제도 확대, 제품 처분과 재활용에 대한 정보 라벨링 등의 조치도 마련됐다. 또한, 2021년 1월부터 각 회원국에 재활용되지 않은 플라스틱 포장재 폐기물에 대한 플라스틱 세(0.8유로/kg)가 도입됐다.


미국
미국은 일본, 독일 등과 더불어 폐플라스틱 수출 상위국이며, 국내에서의 플라스틱 폐기물 처리는 재활용 보다 매립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실정이다. 2021년 11월 제정된 1조 2,000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 및 고용법’에는 폐기물 재활용과 관리 인프라 개선을 위한 3억 5,000만 달러의 예산이 포함됐고, 같은 시기 환경보호청(EPA)은 미국 최초의 ‘국가재활용전략’을 발표하여 2030년 재활용률 50%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 방안을 제시하기에 이르렀다. 아울러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금지 또는 제한하거나 생산자책임재활용 등의 조치를 도입하는 주 정부도 늘어나고 있다.


중국
중국은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의 약 30%를 차지하나, 중국 내 플라스틱 폐기물 재활용은 아직 미미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진다. 2019년 상하이를 시작으로 쓰레기 분리수거 제도를 도입했고, 2020년의 46개 시범 도시뿐 아니라, 2025년까지 지급(地级) 이상 도시에까지 분리수거 및 처리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그간 세계 최대 폐플라스틱 수입국이기도 했던 중국은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고 국내 재활용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2017년 말부터 폐플라스틱, 폐금속 등 24종의 폐기물 수입을 중단했고, ‘고체폐기물법’ 개정을 통해 2021년 1월부터 모든 고체폐기물 수입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아시아지역
중국의 폐기물 수입 금지조치 이후 플라스틱을 비롯한 폐기물 수입이 급격히 늘어난 아세안 지역은 특히 해양폐기물 문제 적극 대응에 나서며, 최근 일회용품 제한, 대체 소재 개발, 생산자책임재활용(EPR) 도입 등을 고려하고 있다. 2016년 기준 폐플라스틱 최대 수입국은 중국으로 전체 수입액의 56.2%를 차지하였고 아세안 10개국으로 유입되는 폐플라스틱은 전체의 2.6%에 불과했으나, 2018년과 2020년 아세안의 비중이 각각 16.0%와 18.5%로 크게 늘었다.

 

 

쌓이는 폐기물은 어디로 가나
전 세계가 대응에 나섰기에 플라스틱 문제 해결에 있어 무역정책의 중요성도 높아졌다. 실제로 09~19년 WTO에 보고된 플라스틱 오염 해결을 위한 130여 개의 무역 조치 가운데 2/3가 최근 4년 사이에 시행되고 있을 정도로 긴급하게 시행되고 있다.


플라스틱 폐기물 최대 수입국이었던 중국은 2017년 폐기물 수입 금지를 선언했다. 이에 규제 수준이 느슨한 다른 개도국으로 플라스틱 폐기물이 대거 유입됐다. 현재는 이들 역시 일시적 또는 영구적으로 폐기물 수입을 금지하고 나섰다. 이제 통제 대상인 폐기물은 수입국으로부터 사전 서면 동의를 받아야 국가 간 이동이 가능하게 됐을 정도다.


대한민국, 글로벌스탠다드에 참여해야
최근 우리나라는 순환경제로의 전환을 위해 다양한 탈 플라스틱 정책을 전개하고 있다.

 

2021년 12월 발표된 ‘한국형(K)-순환경제 이행계획’에는 ①석유계 혼합 바이오플라스틱과 순수바이오 플라스틱으로의 대체 추진 ②플라스틱 제조업체에 대한 재생원료 사용의무 부과 ③에코디자인 적용강화 ④친환경 소비 촉진 (화장품 리필 매장 활성화, 다회용기 사용 문화 조성) ⑤폐자원 회수·고품질 재활용 확대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앞서 2020년 12월 발표된 ‘생활폐기물 탈 플라스틱 대책’에는 2025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을 20% 줄이고, 분리 배출된 폐플라스틱 재활용률을 70%까지 높인다는 목표가 반영돼있다.

 

국제 협약이나 EU 등의 규정 강화 등을 볼 때 향후 제정될 플라스틱에 관한 최초의 구속력 있는 국제협약은 플라스틱 생산·소비·처분 방식의 ‘근본적인 전환’을 유도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며, 우리나라도 협약의 제정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예상된다.


또한, 국내외적으로 플라스틱 제품의 생산과 제조 과정에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고 폐기물 발생을 원천적으로 예방하는 방안, 즉 일회용품 규제, 대체 소재 개발,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제품설계 등의 노력이 더욱 강화될 것이다.

 

재활용에서 나아가 ‘분해’를 고민할 때
여기에서 중요한 시사점이 하나 더 있다. ‘자원순환’이라 함은 결국은 재활용의 단계가 가장 중요하다. 따라서 지금부터 사용되는 자원은 사용을 금지하거나 제한시킨다면 되겠지만 지금까지 우리의 자연과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는 플라스틱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때라는 점이다.


지금 전 세계는 플라스틱의 분해를 위한 메커니즘을 개발하기 위해 그야말로 사활을 걸고 있다. 인류의 기술이 단 하나의 목적을 위한 연구에 도전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라 믿고 싶다.

 

전 세계 산업을 주도하려면
즉 이 문제를 해결하는 국가가 전 세계의 산업 경제를 주도하게 될 것이라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이미 여러 나라의 수많은 업체가 관련 신기술을 소개한다는 많은 정보가 있었지만, 번번이 실패의 고배를 마시는 것도 익히 보아 알고 있다.

 

예를 들어 플라스틱을 대체한 종이 소재의 활용은 물론이고, 이미 바이오매스 기반인 생분해성 플라스틱 PLA, PHA, BIO PBS 등과 바이오매스 플라스틱 PP, PTT, BIO PE가 있고, 석유계 기반으로는 PBAT가 있다.

 

이 소재들이 상용화 내지는 시장에 활성화되지 못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것은 기존 플라스틱과의 비교에 있다. 작업성, 물성 거기에 월등한 가격 차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재활용성이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이러한 모든 부분에서 비교우위에 있고 재활용까지 가능한 소재가 발표된 바 있다. 필자도 소개한 바 있는 BADP가 바로 그것이다.


지난 호에서 언급했듯 기존 규정상의 한계로 획기적인 소재가 있음에도 쓰지 못하는 안타까운 현실을 직면하고 있다. 다만 환경부에서 2024년까지 여기에 필요한 규정을 정립하겠다고 발표해 기대가 크다.

 

플라스틱 분해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는 모든 나라를 넘어서는 제품이 우리의 손에 있다면, 밀어주자는 얘기다. 한 업체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 경제의 주도권을, 그리고 지구의 생태계를 우리가 살리는 계기와 기회를 우리 대한민국이 가져오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