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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태 칼럼] 골프에서 동반자, 경쟁 대상이 아니라 보호 대상이다


 

 

우리는 분명 100세 시대로 가고 있다. 직업 종목의 스포츠나 개인 영역의 생활체육 모든 부분에서 '나이 허물기'가 가속화되고 있지만, 유독 골프라는 운동이 '나이 허물기'가 요원한 이유는 운동 규칙 특성상 반드시 동반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대부분의 시니어 골퍼들이 동반자를 구하기 어려워 골프를 손절하거나 은퇴 또는 파크골프로 갈아타기에 주위에 함께할 동반자가 없다는 것이다. 있다 한들 함께 하기에는 뭔가 부족한 부분(?)이 있기에 좋은 동반자로 남기도 힘들고 구하기도 힘든 것이다.

 

골프를 즐겁고 안전하게 즐기기 위해서 골프 에티켓(etiquette)은 꼭 지켜야 하는 의무 사항이다. 골프 규칙을 관장하는 영국왕립골프협회(The R&A)와 미국골프협회(USGA)가 공동으로 발간하는 골프 규칙집 (Rules of Golf) 제1장 ‘규칙1. 골프, 플레이어의 행동 그리고 규칙’으로 시작한다. 규칙집 첫 장에 명시되어 있듯이 에티켓은 골프 규칙의 일부이고, 따라서 ‘반드시 지켜야 하는 의무 사항’이다. 많은 스포츠 중 유독 골프에서만 에티켓 매너가 권장 사항이 아니고 의무인 이유는 골프는 규칙이 존재하면서 심판이 없는 경기이다. 또한 스스로 판단하면서 스코어를 만들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4명의 동반자와 함께 보내는 시간도 길지만 상황마다 올바른 선택을 위해 심판 대신 동반자와 상호 판단하고 호흡을 맞춰야 한다. 생각보다 안전사고도 많이 발생한다. 골프는 서로가 경쟁의 대상이 아니라 서로의 동반자를 안전하게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

 

골프에서 동반자란...

골프에서 함께 라운드하는 사람을 한 팀 또는 한 조라 부르지 않고 꼭 동반자(同伴者)라 칭한다. 동반자란 “어떤 행동을 할 때 짝이 되어 함께하는 사람”이란 뜻으로 5시간 이상을 함께 운동하는 골프의 특성상 함께 다방면으로 공감해야 할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스코틀랜드 속담에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아는 데에는 3시간의 라운드면 충분하다 했다. 골프에서 좋은 동반자와 함께 할 때, 훨씬 편하고 스코어도 잘 나온다. 심판이 없는 유일한 스포츠인 골프는 예절과 공정이 몸에 밴 동반자에게 느끼는 편안함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동반 스포츠에는 2가지 유형이 있는데 자신의 플레이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축구, 탁구 등과 같은 구기 운동이 있는가 하면, 사격 양궁 같은 상대의 플레이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 종목들이 있다. 하지만 골프는 동반자와 함께 라운드를 즐기지만, 각자의 볼을 가지고 자기 스타일의 플레이를 할 수 있다. 물리적인 영향은 받지 않으나, 동반자의 행태에 따라 운동 도중 평정심을 잃거나, 타인의 점수가 자신의 타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흔히들 맨탈게임이라 하면서 동반자의 중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골프는 인생의 축소판이자 장애물 경기이다. 따라서 장애물을 효과적으로 해결함에 따라 점수에 호불호의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가장 큰 영향은 동반자로 인해 발생한다. 흔히 동반자는 경쟁의 대상이라 생각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하면 골프는 동반자와 경쟁이 아니다. 프로골퍼 샘 스니드는 “골프는 동반자와 경쟁하는 것이 아닌 파(PAR)와 경쟁하는 것”이라 하였다. 골프는 함께하는 동반자와 경쟁이 아닌 지형과 난이도에 맞춰 자신만의 플레이로 문제를 해결하고 규정 타수인 파를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골프도 운동이자 스포츠이기에 함께 플레이하는 동반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평소에 평생 함께 골프하고자 약속하였지만, 동반자의 크고 작은 실수로 인해 함께 라운드를 즐기지 못하거나 영원히 골프를 떠날 수 있는 것도 동반자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4m 거리서 친 골프공에 동반자 사망…골퍼·캐디 검찰 송치

지난해 6월 27일 경기도 이천시의 00 골프장에서 B 씨(60대 여성 골퍼)가 골프공에 맞아 숨졌다. 이날 A 씨는 B 씨 등과 함께 골프를 즐기던 중 A 씨가 주의 의무를 소홀한 채 4m가량 뒤에서 친 세컨드 샷 공에 맞아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결국 숨졌다. 사인은 공이 머리를 직격하여 외상성 뇌출혈이 원인이었다. 일행 3명과 함께 골프하는 중 B씨가 먼저 공을 친 후 다시 연습 스윙을 하는 줄 알고 근처(옆쪽)에 있다가 다시 친 공에 맞은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캐디 C 씨는 사고 장소에서 떨어진 카트에서 골프채를 정리하고 있었다. 경찰은 골퍼 A 씨와 캐디 C 씨가 사고 예방을 위한 조처를 제대로 하지 않아 사고를 막지 못한 책임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당시 공을 친 골퍼와 캐디가 과실치사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이 사고로 인해 평생을 함께한 절친의 동반자가 사망하였다. 이는 골프장에서 안전 및 관리 부실도 문제가 되었지만 정작 스윙을 준비하는 골퍼의 안전불감증이 가장 큰 문제였다.

티샷 때 전방 일정 각을 무시하고 앞쪽으로 이동한 동반자가 있다면 주의를 환기 시켜야한다. 잠정구를 칠 경우 캐디와 동반자에게 확인 후 티샷을 하였다면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사고 골퍼는 다시 칠 세컨 샷에만 신경을 쓰고 앞쪽으로 나간 골퍼는 자신이 칠 공에만 관심을 가지다 뒤 쪽에서 친 공에 맞아서 발생한 사고였다. 항상 누구든지 공을 치다 보면 실수로 쌩크가 나서 각도 이탈로 동반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생각으로 라운드에 임하여야 한다. 동반자를 위해서는 반드시 지켜야 할 안전거리 확보, 주변상황을 인지하고 다시 잠정구를 칠 경우 캐디와 동반자에게 이해를 구한 다음 최소한의 안전 수칙을 확인한 후에 공을 치도록 한다.

 

골프장 안전사고 위험도 1위가 골프 공에 의한 타구사고이다. 골프공은 지름 4.3cm, 무게 45g에 불과한 작고 가벼워 전혀 위험하지 않은 물건이지만 스틸이나 단단한 재질인 티타늄으로 만든 드라이브 클럽에 맞는 순간 300m 날아가며, 순간 속도 290km/h, 초당 37번 회전하기에 타구사고는 발생만 하여도 무조건 ’부상‘, 심하면 ’사망‘에 이른다. 이러한 사고로 인한 안구손상 등은 사회 활동에 불가함을 물론 평생 장애로 살아 가야 한다. 여기에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면 운명이라 하기에는 너무 가혹한 운동을 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제주골프장 카트 연못 추락사고 운전 골퍼 결국 사망

지난해 5월 14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모 골프장에선 50대 A 씨가 몰던 카트가 경사로에서 후진하다 코스 안의 인공 연못에 빠지는 사고가 났다. 당시 사고를 목격한 주변 골퍼들이 튜브를 던져 A 씨와 동승자 B 씨(50대 여성)를 구조하였다. A 씨는 맥박과 호흡이 없는 심정지 상태에서 심폐소생술 등의 응급처치를 받으면서 출동한 닥터 헬기를 통해 병원으로 이송하였다. 병원에서는 자발 순환회복 및 체외막산소공급장치를 이용해 집중치료를 받았으나 다음날 끝내 숨졌다. 캐디를 동반하지 않은 A 씨는 운전 미숙으로 연못에 빠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심정지 상태로 구조된 A 씨는 이튿날 숨졌다.

 

쾌적한 레저 활동으로 인식된 골프가 최근 골프카트 사고로 인한 사망 사고가 증가하면서 그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골프카트 사고는 운전자의 부주의, 안전 수칙 미준수, 카트의 결함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동반자를 생각하지 않은 안전불감증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골프카트는 골프 활동을 즐겁게 만들어주는 편리한 이동 수단으로, 이제 골프장에 카트가 없다면 아무도 골프를 즐기지 않을 정도로 필요한 이동수단이다. 하지만 골프카트는 자동차와 달리 안전 장치가 미흡하고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사고 발생 시 심각한 부상이나 심하면 사망에도 이를 수 있는 것이다. 골프카트 사고의 가장 큰 원인은 동반자를 배려하지 않는 운전자의 부주의이다. 골프카트는 자동차보다 속도가 느려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실제 골프카트가 내리막에서 과속을 하면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여기에 주행 중 휴대폰 사용, 음주 운전, 무면허 운전일 경우 사고 위험은 더욱 높아진다. 특히 급커브나 급경사에서 위험도는 자동차보다 훨씬 높은 피해가 발생한다.

따라서 골프카트 운전 전 골프장에서 안전 교육을 이수하고 운전 면허증을 소지하도록 한다. 운전 시에는 주의를 집중하고 안전 속도를 준수한다. 특히 운전 중 휴대폰 사용, 음주 운전, 과속 운전은 절대 금지하도록 한다.

 

다시 라운드하고 싶은 동반자가 되기 위한 기본

골퍼라면 누구나 매너 있는 골퍼가 되길 원하며, 골프는 신사 스포츠답게 매너가 굉장히 중요시되는 스포츠이다.

 

가장 기본은 약속시간과 안전수칙을 잘 준수하는 골퍼

 

시간을 잘 지키는 골퍼, 골프는 약속의 연속이다. 골프장에 일찍 도착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최소한 40분 전에 도착하도록 한다. 체크인하고 환복을 한 다음 기본적인 스트레칭을 마치고 여유롭게 하루의 골프를 준비한다. 퍼팅장에서 연습까지 한다면 넉넉하게 1시간 전에 도착하도록 한다. 티 타임까지 마칠 정도의 시간 여유를 가지는 것이 1등 골퍼이다. 시간 엄수는 골프장 도착 뿐아니라 적어도 5분 전에 1번 홀 티잉 구역에 도착하여 티업시간도 넉넉하게 지키는 것도 의미한다.

 

골프장 안전수칙으로 앞 팀과의 간격을 반드시 배려(충분한 거리 유지)하고 캐디의 경고에도 무리하게 샷을 하지 않는다. 볼을 치는 순서는 반드시 홀에서 가장 멀리 있는 동반자부터 주위를 확인하고 샷을 한다. 그린에서도 똑같이 적용한다. 친 공이 누군가를 맞힐 위험이 있으면 "Fore"라고 큰소리로 외쳐 경고를 한다. 앞팀이 그린을 완전히 벗어나 다음 홀로 이동하기 전까지 어프로치 샷을 하지 않는다.

 

동반자의 플레이 방해하지 않기

골프 한 라운드 평균 소요시간은 약 4~5시간이다. 1홀당 평균 시간은 약 15분(4명 티업시)정도 일 때 4명이 15분을 나누어 사용하는 것이다. 이 귀중한 시간에 자신의 스윙에 몰두하여 예비 동작에 많은 시간을 소모하는 것, 빈 스윙으로 불필요하게 많는 시간을 낭비하는 것은 곧 다른 동반자들의 시간을 빼앗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앞 팀과 뒷 팀 간의 간격에 노심초사하는 캐디가 있다는 것도 생각하여야 한다.

 

동반자가 플레이할 때 움직이거나, 말하거나, 불필요한 잡음을 내지 않도록 한다. 특히 지나친 연습 스윙을 하거나 왜글도 하지 않도록 한다. 동반자 가까이나 바로 뒤에 서지 않도록 한다. 큰소리로 핸드폰 통화 등은 더더욱 조심하여야 한다.

동반자보다 약간 빠른 속도로 행동한다. 플레이 시간이 40초로 권장되었다고 자기만의 루틴(routine: 특정 작업 실행 위한 행동)을 끝까지 고집하지 않도록 한다. "이동은 가능한 빠르게, 스윙은 충분히 천천히“ 어떤 상황이든지 빠른 이동이 필수이다. 앞 팀과의 속도를 맞추어 나가도록 한다. 앞쪽 홀이 비어 있으면 반대로 후속팀이 빠르게 따라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린 위에서 동반자가 퍼트할 때 움직이지 않도록 하고 골퍼의 퍼트 선상에 서있지 않도록 한다. 볼 쪽 방향 뿐 아니라 그 반대 방향의 연장선도 포함된다. 퍼트 선상에 그림자가 지지 않도록 한다. 샷을 하고 만들어진 디보트(divot, 뗏장)는 제자리에 놓고 발로 밟아주고 퍼팅이 끝나면 지체없이 그린을 떠나야 한다.

 

자신에게 엄격하고 동반자에게 관대한 골퍼

좋은 샷이 나올 때, ’굿샷‘이라고 칭찬에 인색하지 않고 OB나 분실공이 발생하면 함께 찾아주는 동반자가 되도록 한다. 동반자의 필수조건은 공감(共感)이다. 골프에서 이런 공감이 있는 사람을 만나기 쉽지 않기 때문에 나 자신 스스로가 먼저 ‘좋은 동반자’가 되어 주는 것이다.

 

골퍼가 골프 매너를 잘 지키는 것은 자신을 존중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존중받을 방법이며, 더욱 즐겁고 의미 있는 골프 경험을 가능하게 한다.

 

반드시 지켜야 할 동반자에 대한 에티켓(Etiquette)

골프 경기는 정해진 규칙을 따르지만 골프장마다 정해진 로컬룰(Local Rule, 골프장 환경에 맞춘 특별한 규칙)에 따른 에티켓을 숙지하도록 한다. 함께 라운드 하는 동반자들도 선택의 자율성이 커지는 만큼, 공중도덕과 안전사고 예방에도 노력하여야 한다. 에티켓은 코스에 대한 보호, 예의와 선행권을 포함한다.

 

 

필자가 존경하는 선배의 동반자가 있다. 골프백에는 항상 여분의 골프공과 티와 마크 그리고 그린 보수기가 들어있다. 18홀 내내 재미있고 풍부한 골프 유머로 동반자와 캐디를 즐겁게 한다. 한때 클럽챔피언이었던 그는 여전히 싱글 핸디캡 골퍼 수준이지만 전반 홀에서는 절대로 골프에 대한 조언을 하지 않는다. 상대방의 단점보다 장점을 찾아서 칭찬한다. 그와 함께하면 언제나 멀리건(Mulligan)과 기브Concede, 컨시드) 남발하지 않아도 평소보다 5타 정도가 줄어든다. 그의 골프 수첩엔 6개월 후 주말 골프 약속이 잡혀 있을 정도로 인기있는 동반자이다. 그가 항상 강조하는 것은 ”노년에 골프를 즐기려면 자신에게 엄격하고 타인에게는 너그러운 골프 매너를 갖추는 것“이었다.

 

영어에서 '동반자'(companion)라는 뜻은 라틴어의 ‘함께’(cum)라는 말과 ‘빵’(panis)이라는 말에서 유래되었다. 이는 식탁 동료(messmate)를 일컫는 말로 서양에서는 친밀도가 있어야 식사에 초대하기 때문이다.

아랍어 '라피크(Rafik)'란 먼 길을 함께 가야 할 동반자라는 뜻의 아랍어 'RAFIK'이다. 좋은 동반자란 '상호 간에 공감이 가는 사람, 함께 느낄 수 있고, 함께 한 방향을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을 뜻한다.

골퍼가 골프 매너와 에티켓(etiquette)을 잘 지키는 것은 자신을 존중하고 동반자에게 존중받는 방법이다. 남은 삶이 더욱 즐겁고 의미 있는 골프 경험이 가능하다면 우리의 100세 시대의 '나이 허물기'가 불가능한 것은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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