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돈을 굴릴 자격이 있는가.” 금융소비자들의 이런 질문 앞에, 일부 대형 증권사는 대답을 못하고 있다. 전산 사고로 거래가 끊기고, 불완전 매매로 손실이 발생하며, 심지어 일부 임직원이 정보를 이용해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수사까지 받고 있다. 그 와중에 이들은 고객 자산보다 몇 배 더 큰 돈을 굴리는 ‘발행어음’ 사업을 허락해달라며 금융당국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5곳 중 4곳이 문턱에서 멈췄다. 지난 17일 금융감독원은 삼성증권, 신한투자증권, 메리츠증권, 하나증권 등 4개 증권사에 대해 ‘심사 중단’을 요청했고, 금융위원회는 이 요청을, 받아들일지 다음 회의(8월 28일)에서 판단하기로 했다. 이대로라면 당초 올해 안에 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를 확대해 기업금융을 키우려던 정책은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이 제동은, 정책이 아니라 결국 신뢰를 잃은 ‘증권사 자신들’이 만든 벽이다. 신한투자증권은 ETF 유동성공급자(LP) 운용 과정에서 임직원들이 장내 선물 거래를 벌여 손실을 본 뒤, 이를 숨기기 위해 허위 스왑 거래를 전산 시스템에 입력했다. 결과적으로 발생한 손실은 1300억 원에 달했고, 이 사건의 책임자는 최근 징역 3년형
신협(회장 김윤식)이 조용히 무너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마침내 칼을 뽑았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대전 신협중앙회를 상대로 고강도 현장검사를 벌였다. 단순한 정기검사로 보기 어렵다. 연체율 폭등, 부실채권 누적, 통제 실패, 그리고 반복되는 사고. 그동안 쉬쉬하며 쌓여온 내부의 고름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신호다. 신협은 더 이상 소규모 서민 금융기관이 아니다. 자산 153조원, 전국 865개 조합, 670만 조합원이 이용하는 거대한 상호금융 네트워크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 드러난 실적 악화와 사고 다발, 허술한 감독체계는 ‘금융사로서의 최소 기준’조차 지키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로 이어진다. 이제 당국은 묻는다. “왜 신협만 유독 달라지지 않는가.” 농협과 새마을금고는 뼈를 깎는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반면 신협은 무사안일 속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금융당국의 이번 검사는 경고이자, 최후통첩일 수 있다. 신협의 위기는 숫자부터 말해준다. 2023년 전국 신협의 순손실은 3419억원. 글로벌 금융위기로 전 세계 금융기관이 휘청였던 2008년에도 순이익을 기록했던 신협이, 작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냈다. 특히 지역조합 10곳 중 3곳은 적자를 기록했다. 문제는 단순
랜섬웨어 공격으로 전산 시스템이 마비됐던 SGI서울보증이 81시간 20분 만에 주요 전산망을 복구하고 보증서 발급 업무를 재개했다. 하지만 수일간 멈췄던 업무 여파는 국민 금융 생활 곳곳에 적잖은 불편을 초래했고, 무엇보다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이 완전히 배제되지 않으면서 불안감은 여전하다. 이번 사태는 금융 공공기관이 갖춰야 할 보안 관리 체계가 얼마나 허술한지, 그리고 위기 대응 능력은 또 얼마나 부실한지를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점에서 더 큰 문제다. SGI서울보증은 연간 300조 원 이상 규모의 보증을 취급하는 업계 1위 보증기관이다. 그러나 이런 ‘국가 금융 기반시설’에 준하는 기관이 기본적인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ISMS-P) 인증조차 취득하지 않은 상태였다는 점에서 충격은 더 크다. 민간 기업이라면 금융거래가 없더라도 의무적으로 받는 인증을, 수백조 원 규모 보증 업무를 담당하는 금융 공공기관이 받지 않았다는 사실은 단순한 행정적 미비가 아니라, 구조적 보안 방기라고 봐야 한다. 금융당국은 각 금융기관에 대해 “핵심 업무는 사고 발생 후 24시간 내 복구”를 원칙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해 대다수 금융기관은 ‘재해복구망(DR망)’을 별도로 구
지이코노미 문채형 기자 | 지종원 장위15구역 조합장의 행태가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개혁 기조를 정면으로 거스르고 있다. 공공성과 투명성을 핵심 가치로 내세운 현 정부는 지역주택조합 및 재개발 조합 비리 척결을 정책 기조로 내세웠지만, 서울 성북구 장위15구역 재개발조합에서는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조합 내 비위 의혹을 폭로한 조합원, 이를 조합 밴드에 공유한 밴드지기, 이를 보도한 언론사 기자까지 무더기로 고소한 지종원 조합장의 행태가 공익신고자 보호, 언론자유, 조합 개혁 등 현 정부가 천명한 3대 원칙에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재개발조합 조합장은 조합의 대표이자 사업 집행 책임자로서, 조합원과 위임에 기반한 수평적 관계를 형성하며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할 책무를 진다. 그러나 지 조합장은 이 같은 원칙을 무시하고, 자신의 의혹을 제기한 이들을 상대로 형사 고소, 언론중재위원회 제소, 피해보상금 청구 등 전방위적인 대응에 나서면서 오히려 비판 여론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지 조합장은 언론중재위원회 제소장을 통해 조합 밴드지기까지 실명으로 적시하고, 명예훼손을 주장하며 무려 5천만 원의 피해보상금을 언론사에 청구한 것으로 확
삼성물산이 서울 강남 주요 재건축 사업에서 책임준공 확약서 제출을 거부하며 조합과 시장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자금력과 브랜드에 기대 책임을 최소화하려는 이면에는 어떤 현실적 판단이 숨어 있을까. 책임준공확약서는 시공사가 준공을 반드시 책임지겠다는 약속이다. 공사비가 오르든, 자재가 부족하든, 시공사는 공사를 멈추지 않고 끝내겠다는 법적 확약이다. 조합과 조합원이 믿고 사업을 맡길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다. 그런데 삼성물산은 또다시 이 확약서를 내놓지 않았다. ‘삼성’이라는 이름이 모든 것을 대신할 수 있을까? 삼성물산은 최근 몇 년 동안 서울 핵심 재건축·재개발 시장에서 자신들이 “공사를 중단한 적 없는 유일한 건설사”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공사를 멈추지 않았다’기보다는 ‘공사를 멈추지 않아도 조합이 손들게 만든 구조’에 가깝다. 잠실 래미안 아이파크는 당초 공사비 7,458억 원에서 1조 3,817억 원으로 85%나 뛰었다. 공사기간도 13개월 늘었다. 반포 래미안 트리니원은 공사비가 50% 이상 증가했고, 신반포15차 역시 증액과 지연이 반복됐다. 이들 모두 책임준공확약서를 받지 못한 곳이다. 공사를 멈추지 않더라도, 조합은 끌
지역주택조합이란 이름 아래 흘러온 수많은 서민의 눈물이 마침내 대통령의 책상 위에 올랐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공개 석상에서 “전국 지역주택조합에 문제가 있다”며 실태조사를 전격 지시했다. 이후 국토교통부는 공정거래위원회·국민권익위원회 등과 함께 특별점검에 돌입했다. 부처 간 칸막이를 넘어선 이례적인 공조는, 그동안 이 제도가 얼마나 방치돼 왔는지를 반증한다. 대통령이 칼을 빼든 이유는 분명하다. 더는 외면할 수 없는 구조적 위기이기 때문이다. 지역주택조합 제도는 1980년, 무주택 서민의 내 집 마련을 돕기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그 취지는 왜곡됐고, 구조는 방치됐다. 조합원이 스스로 주택을 짓는다는 명분 아래, 실제로는 조합장·업무대행사·시공사 3자가 권한을 쥐고 좌지우지하는 비정상적 시스템이 고착화됐다. 수억 원의 선납금을 낸 조합원은 정작 중요한 정보에 접근하지 못했고, 의사결정에도 참여하지 못했으며, 탈퇴하면 환불조차 받지 못하는 구조적 ‘을’로 전락했다. 꿈에 그리던 내 집은 고사하고, 인생을 걸고 낸 돈을 날리는 참담한 현실이 반복되고 있다. 정부 조사에 따르면, 전국 618개 지역주택조합 가운데 무려 187곳에서 분쟁이 발생했다. 공사비 폭
지이코노미 문채형 기자 ㅣ서울 장위15구역 재개발 조합의 지종원 조합장이 도시정비법과 조합 정관을 무시한 채 자금집행, 계약체결, 정보공개를 반복적으로 위반하며 조합 운영을 사유화하고 있다는 내부고발이 제기됐다. 조합 비상대책위원회는 지 조합장이 △총회 미의결 상태에서의 예산 집행 및 계약 체결 △수억 원대 불법 자금차입 △회의록 조작 및 정보공개 거부 △허위 회의비 지급 등 무더기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폭로했다. 비대위가 서울시에 제출한 감사 청구 자료에 따르면, 지 조합장은 조합 창립 이후 3년 가까이 예산안조차 의결하지 않고 각종 사업을 밀어붙였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예산안 없이 운영비와 용역계약을 추진했고, 심지어 회계보고도 없이 차년도 예산을 의결하는 등 도시정비법 제45조와 제137조를 노골적으로 위반한 정황이 드러났다. 가장 충격적인 부분은 수억 원대 자금 차입과 회계절차 무시 행위다. 지 조합장은 설계업체 S이앤지로부터 3억 원을 차입하면서 조합 내부 회계 절차를 생략했고, 이 중 1억 원은 본인이 임의로 출금했다. 자금차입에 대한 총회 의결이나 30일 이내의 신고 의무도 무시됐다. 이는 도시정비법 제111조의 2와 형법상 업무상 배
'던전앤파이터’는 흥행했다. 하지만 그 성공의 이면에서 네오플 노사는 심각한 균열을 겪고 있다. 게임은 중국에서 흥했고, 매출은 1조 원을 넘겼다. 그러나 그 성과를 만든 개발자들은 정작 배제됐다고 느끼고 있다. 성과를 공유하되, 권한은 공유하지 않는 구조. 지금 네오플에서 벌어지는 갈등은 단순한 성과급 분쟁이 아니라, 한국 게임 산업의 노동 질서를 흔드는 심각한 조짐이다. 갈등은 지난 3일과 11일, 제주 네오플 본사와 넥슨 판교 본사 앞에서 열린 노조의 기자회견으로 표면화됐다.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넥슨지회 네오플분회는 △노동위원회 조정안 무시 △노조 전임자 임금 삭감 △파업 기간 중 연차 사용자에 대한 사생활 침해성 서류 요구 △쟁의 기간 중 업무 외주화 시도 등 네 가지 쟁점을 공개하며 회사에 책임 있는 대응을 촉구했다. 그러나 회사는 “교섭 창구는 열려 있다”, “절차상 정당했다”, “외주화는 사실무근”이라며 기존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표면적 쟁점은 다양하지만, 갈등의 본질은 결국 ‘성과의 해석권’을 둘러싼 힘겨루기다. 네오플 노조는 신작 ‘던파M’이 중국에서 낸 막대한 이익에 비해 성과급(GI)이 제대로 배분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지난해
지이코노미 문채형 기자 | 2023년, 갈현1구역 재개발조합장 유국형 씨는 시공사 롯데건설에 수의계약 특혜를 준 혐의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위반으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 90만 원을 선고받았다. 자격정지 기준인 100만 원 미만으로 조합장직은 유지됐다. 그러나 지난해 4월 25일, 항소심 선고를 불과 한 달 앞두고 유 씨는 조합장직을 돌연 사퇴한다. 그리고 한 달 보름 뒤인 6월 13일, 항소심에서 벌금이 150만 원으로 상향 선고돼 조합장 자격을 상실했고, 9월 13일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하며 형이 확정됐다.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조합 내부 정보와 법률 리스크를 사실상 장악하고 있던 차명심(조합장 직무대행자) 씨가 유 씨에게 “벌금이 100만 원을 넘으면 퇴직금도 몰수된다”며 사퇴를 권유했고, 유 씨는 이 조언에 따라 사퇴 후 5,000만 원의 퇴직금을 수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뒤 차 씨는 조합장 직무대행을 맡아 사실상 조합을 장악하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2020년 5월 시공사 선정 당시 롯데건설이 제시한 1,000억 원 무이자 입찰보증금이다. 롯데는 이 자금을 조합이 사업비로 전환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입주예정일 전날까지 상환하면
지이코노미 문채형 기자 | 불과 4년 전만 해도 1조원이 넘던 KDB생명의 자기자본이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지난해 1분기 말 기준 자본총계 –1,348억 원. 완전한 자본잠식이다. 그러나 진짜 무너진 것은 숫자가 아니라, 시장과 내부 이해관계자들의 ‘신뢰’일지 모른다. 명색이 국책은행 계열의 생명보험사다. 한때 매각 프리미엄을 논하던 회사가 이제는 생존을 논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회계기준 변화와 금리 하락 같은 외부 변수만으로 이 상황을 설명하긴 어렵다. 구조적 영업 기반 붕괴, 설계사 이탈, 책임경영의 부재 등 신뢰 시스템의 붕괴가 본질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KDB생명의 자본총계는 2020년 1조369억 원에서 지난해 1분기 613억 원으로, 4년 만에 1/17토막 났다. IFRS17 도입은 보험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게 만들었고, 금리 하락은 그 평가액을 더욱 키웠다. 동시에 자산의 공정가치는 하락했다. 그 결과, 부채가 자산을 초과하는 전형적인 자본잠식 상태가 나타났다. 지급여력비율(K-ICS)은 경과조치 기준으로는 164%지만, 이를 제외하면 40.6% 수준에 불과하다. 금융당국의 적기시정조치 기준(100%)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결국 지금의 수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