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문채형 기자 | 지이코노미는 앞선「해외건설 갑질 추적④ 현대건설 기존 설명과 배치되는 ‘미지급 잔액’ 공문 나왔다」에서, 현대건설이 2023년 5월 22일자 공문을 통해 하도급대금 ‘미지급 기성잔액’을 스스로 확인한 사실을 보도했다. 이 공문으로 지급 의무의 존재와 금액의 확정성이 드러나면서, 쟁점은 ‘지급 가능성’이 아니라 ‘왜 이행되지 않는가’로 이동했다.
이제 여기에 사법 절차에서의 객관적 자료가 더해졌다. 카타르 제1심 절차에서 법원이 전문가 보고서를 수령·인정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해당 보고서는 제4피고 현대엔지니어링앤건설 W.L.L(현대건설)이 제2원고 일양이엔씨카타르에 대해 미지급 잔액 미화 1,429,096.63달러를 보유하고 있음을 결론으로 명시한다.
■ 법원이 수령을 인정한 ‘전문가 보고서’의 핵심
카타르 1심 절차의 영문 판결 번역본에 따르면, 회부 이후 2022년 4월 14일 열린 심리에서 법원은 전문가 보고서의 수령을 인정했다. 보고서는 계약 관계를 전제로 다음과 같이 판단했다.
이들 계약에 따라 제4피고와 제5피고가 제2원고에게 여전히 지급해야 할 금액의 존재 여부, 그 금액, 그리고 미지급 사유를 판단한 결과, 제4피고에게 미지급 잔액 USD 1,429,096.63이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해당 금액은 세무 완납 증명서 제출과 당사자 간 분쟁 해결을 조건으로 지급되어야 한다.
문서상 제4피고는 ‘Hyundai Engineering & Construction Co., Ltd (W.L.L)’, 즉 현대건설이다. 주목할 점은 이 결론이 분쟁의 실체를 부정하거나 지급 채무의 부존재를 선언한 것이 아니라, 미지급 잔액의 존재와 금액을 특정했다는 사실이다.
■ ④탄의 공문, ⑤탄의 법원 자료…논리는 같은 결론을 가리킨다
④탄에서 확인된 현대건설의 공문과 이번에 확인된 전문가 보고서는 출처는 다르지만 같은 지점을 가리킨다. 공문은 회사 스스로 미지급 잔액과 내역을 확인했고, 전문가 보고서는 사법 절차에서 미지급 잔액의 존재와 금액을 특정했다.
서로 다른 경로의 문서가 동일한 금액(USD 1,429,096.63)을 가리키는 셈이다. 이로써 지급 의무의 존재를 둘러싼 논쟁은 한층 더 좁혀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 ‘분쟁 중’이라는 설명, 설득력은 더 낮아졌다
현대건설은 그간 스폰서 문제, 소송, 중재 절차 등을 이유로 지급이 곤란하다는 설명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현재까지 확인된 사실관계를 종합하면,
법원이 지급을 제한하거나 보류하라고 판단한 사실은 없고, 소송은 본안 판단 없이 각하됐으며, 회사는 공문으로 미지급 금액을 확인했고, 법원은 전문가 보고서의 수령을 인정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분쟁 중’이라는 설명은 지급 의무의 존재를 문서로 확인한 정황과 병존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쟁점은 더 이상 법률적 불확실성이 아니라, 확인된 채무가 왜 이행되지 않고 있는지에 대한 설명이다.
■ 조건부 문구의 해석과 남은 책임
전문가 보고서는 세무 완납 증명서 제출과 분쟁 해결을 조건으로 언급한다. 다만 이는 지급 금액의 부존재를 의미하는 표현이 아니며, 금액의 존재와 확정성을 전제로 한 이행 조건에 가깝다. 업계에서는 계약 당사자 간 지급 구조를 통해 이행을 정리할 수 있음에도, 제3자 요건을 앞세워 지급을 지연하는 방식은 사후적 조건 설정으로 비칠 수 있다고 본다.
■ 증거는 누적되는데, 책임의 설명은 공백
공문—전문가 보고서—법원의 수령 인정.
관련 증거는 단계적으로 축적됐다. 그럼에도 실제 지급은 이뤄지지 않았고, 이를 둘러싼 책임 있는 설명이나 결단의 주체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특히 글로벌 현장에서 자국 하청사에 대한 비용 미지급은 국내보다 훨씬 엄중하게 받아들여진다. 이는 기업의 신뢰와 국가 산업의 평판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증거가 누적되는 상황에서도 누구도 책임을 설명하지 않는 모습은, 현대건설을 넘어 현대차그룹 전체의 책임경영과 총수 리더십을 시험하는 국면으로 읽힌다는 평가가 나온다.
■ 총수 책임론 제기 이후에도 ‘대응 공백’
특히 지이코노미는 앞선 보도에서 현대차그룹의 최종 책임자인 정의선 회장의 책임경영 문제를 공개적으로 제기한 바 있으나, 현재까지 이에 대한 그룹 차원의 공식 입장이나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 움직임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업계에서는 총수 책임론이 제기된 이후에도 아무런 대응이 없다면, 이는 사안의 경중을 낮게 보고 있거나, 혹은 내부 의사결정이 여전히 정체돼 있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이코노미는 ④탄에서 제기한 문제의식이 이번 ⑤탄에서 법원 자료로 재확인된 의미, 그리고 이행이 지연되는 이유와 책임의 귀속을 계속해서 추적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