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문채형 기자 | 초여름 더위가 예년보다 일찍 시작되면서 에어컨 청소 시장도 본격적인 성수기에 접어들고 있다. 단순한 계절 서비스처럼 보이는 이 분야에서 최근 눈길을 끄는 이들이 있다. 30년 현장을 누빈 장인 서영호 씨(59)와 청년 창업가 최돈민 씨(32)다. 경기 고양시에 거주하는 서 씨와 인천 남동구에 사는 최 씨는 장인과 사위 사이다. 두 사람은 이제 에어컨 청소 현장에서 “환상의 복식조”로 통한다. 장인은 경험과 꼼꼼함을 맡고, 사위는 속도와 실행력을 책임진다. 27년 나이 차가 무색할 정도로 현장 호흡이 맞아떨어진다. 가족의 인연으로 시작된 관계는 이제 함께 땀 흘리는 사업 파트너로 이어졌다. 서영호 씨는 인테리어 업계에서 약 30년을 일해 온 베테랑이다. 수많은 현장을 누비며 몸으로 기술을 익혔고, 고객과 현장을 지켜왔다. 하지만 세월은 몸에 먼저 왔다. 인테리어 업종은 생각보다 체력 부담이 큰 직업이다. 무거운 자재를 나르고 먼지 많은 현장을 오가며 장시간 작업하는 일이 반복되다 보니 최근 들어 체력적 한계를 느끼기 시작했다. 서 씨는 “젊을 때는 버틸 수 있었지만 나이가 들수록 몸이 먼저 반응하더라”며 “노후에도 조금 쉬엄쉬엄하면서
어버이날을 지나 서울 종로의 한 극장이 존폐의 갈림길에 서 있다. 그러나 이번 논란은 오래된 극장 하나의 생존 문제에 머물지 않는다. 지난 17년 동안 어르신들의 외로움과 추억, 삶의 시간을 함께 견뎌온 문화공간이자, 초고령사회 대한민국이 어떤 방식의 노년 문화복지를 만들어가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공간의 이야기다. 실버영화관은 오랜 시간 노인 문화복지의 사각지대를 메워왔다. 큰 자막과 선명한 화면, 고령층 맞춤형 상영 환경, 그리고 2,000원의 부담 없는 관람료까지. 이곳은 영화를 보는 장소를 넘어 홀로 집에 머물던 어르신들이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며 하루를 보내는 생활형 문화공간 역할을 해왔다.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이 모델이 세금 지원에만 의존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민간이 직접 운영하면서도 공익성과 지속 가능성을 함께 고민해왔다. 무료가 아니라 ‘누구나 감당 가능한 가격’을 유지하며 스스로 생태계를 만들고 지켜온 것이다. 실버영화관은 과거의 향수에만 기대지도 않았다. 최근에는 AI 기술을 활용한 고전영화 더빙 사업까지 준비해왔다. 청력이 약한 고령층도 오래된 영화를 보다 편안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또 「모정의 세월」, 「
지이코노미 문채형 기자 | 강원도 평창의 조용한 골프연습장에서 한 소년은 매일같이 천 개의 공을 쳤다. 누군가는 반복이라 말하겠지만, 그 시간은 한 명의 선수를 만드는 과정이었다. 그리고 그 꾸준함은 결국 결과로 이어졌다. 올해 강원도 중등부 골프 도대표로 선발된 평창중학교 2학년 이대경 이야기다. 이대경의 골프 인생은 아주 자연스럽게 시작됐다. 초등학교 1학년 시절, 골프연습장에서 연습하던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나도 한번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이후 아버지를 따라 매일 연습장을 찾기 시작했고, 그곳에서 현재까지 스승으로 함께하고 있는 심영식 프로를 만나게 됐다. 평창 대화면에서 지역 특산물 가게를 운영하는 아버지는 생업으로 바쁜 와중에도 아들의 훈련과 생활을 세심하게 챙겼다. 어머니 역시 묵묵히 곁을 지켰고, 두 명의 고등학생 누나들도 든든한 응원군이 되어줬다. 이대경에게 골프는 개인 종목이지만, 그 뒤에는 늘 가족이 있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건 훈련량이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곧바로 연습장으로 향해 밤 10시까지 훈련을 이어간다. 스스로 정한 목표는 하루 1000개의 볼을 치는 것. 아직 중학교 1학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결코 쉽지 않은 루
지이코노미 문채형 기자 | 최근 골프 시장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과거에는 유명 브랜드의 최신 장비를 구매하는 것이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자신의 스윙 스타일과 감각, 취향과 개성을 반영한 ‘맞춤형 장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골프가 스포츠를 넘어 라이프스타일의 영역으로 확장되면서, 장비 역시 자신만의 감각을 표현하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골프 커스텀 시장에서는 장비의 성능뿐 아니라 감각과 개성까지 함께 살리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플렉스지(FLEX G)를 운영하는 전재성 대표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서 퍼터 커스텀 분야를 꾸준히 연구해온 인물이다. 그는 골프채를 손보는 수준을 넘어 골퍼의 스윙과 감각, 밸런스와 퍼포먼스를 분석해 장비의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전 대표의 이력은 골프 업계에서는 다소 이색적으로 평가된다. 1977년생인 그는 한양대학교 석사 출신으로, 삼성전자에서 19년간 개발자로 근무했다. 카메라 ISP(Image Signal Processor) 개발과 저전력 아키텍처 설계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오랜 경험을 쌓았으며, 인공지능(AI) 문자 인식 프로그램 개발에도 참여했다.
지이코노미 문채형 기자 |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가락몰 임대차계약을 공개입찰 방식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논쟁이 다시 ‘공정 경쟁이냐, 특혜 유지냐’의 구도로 흐르고 있다. 그러나 이 사안은 그렇게 단순하게 정리될 문제가 아니다. 1980년대 가락시장 형성 과정과 정부의 이전 정책, 당시 공문과 현재의 계약 구조를 함께 들여다보면 출발선 자체가 다르다. 이 시장은 자유경쟁의 산물이 아니라 정책으로 설계된 공간이다. 그렇다면 오늘의 계약 논리 역시 그 출발선 위에서 다시 해석돼야 한다. 가락몰 논쟁을 제대로 보려면 질문부터 바꿔야 한다. 지금 필요한 질문은 “왜 공개입찰을 하지 않느냐”가 아니라 “이 시장이 처음부터 공개경쟁으로 형성된 공간이었느냐”다. 공사 검토 자료에 따르면 가락시장은 1985년 개장 당시 도심 정비 정책에 따라 용산시장 등 기존 상권에서 이전한 상인들이 집단적으로 입주하면서 형성됐다. 이는 자연 발생적 경쟁 시장이 아니라 정책 이전을 통해 만들어진 구조였다. 이 과정에서 상인들은 단순한 입점자가 아니었다. 기존 상권을 떠나 정책에 협조했고, 시장의 조기 정착과 유통 기능 안정에 기여했다. 그 결과 형성된 것이 수의계약과 반복 갱신
한여름의 서울 지하철은 사람의 온도를 드러내는 공간이다. 숨이 막힐 듯한 열기와 하루를 다 써버린 얼굴들이 한 칸 안에 겹쳐지는 시간, 그곳에서는 각자의 삶의 무게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십여 년 전, 퇴근 시간 전철 안이었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하루를 버티고 있었다. 누군가는 고개를 떨군 채 졸고 있었고, 누군가는 막 보급되기 시작한 스마트폰 화면 속으로 시선을 묻고 있었다. 카카오톡이 퍼지기 시작하던 시기, 대화는 줄고 화면은 깊어졌다. 서로를 보지 않는 것이 자연스러워진 도시의 풍경이었다. 그 틈에서 작은 장면 하나가 시작됐다. 서른 즈음으로 보이는 한 젊은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맞은편에 서 있던 노인에게 자리를 권한 것이다. “어르신, 여기 앉으세요.” 그러나 노인은 손사래를 쳤다. “아따, 됐소. 나 멀쩡하요.” 짧고 단호한 말이었다. 젊은 남자는 머쓱한 표정으로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 장면은 그저 스쳐 지나갈 수도 있는, 익숙한 풍경처럼 보였다. 하지만 다음 역에서 또 다른 노인이 올라오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젊은 남자는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고, 이번에는 그 노인이 망설임 없이 자리에 앉았다. 그 순간, 공기가 바뀌었다. 처음 서 있
서울 강남 재건축 시장의 상징으로 꼽히는 압구정5구역에서 발생한 ‘촬영 논란’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보기 어려운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입찰 과정에서 제기된 무단 촬영 문제로 인해 시공사 선정 절차가 중단되면서, 사안의 파장이 실제 사업 진행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강남구청은 압구정5구역 재건축 조합에 유권해석 결과가 통보되기 전까지 시공사 선정과 관련한 절차를 중단할 것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약 1조5000억원 규모 사업의 시공사 선정 일정은 일시적으로 멈춘 상태다. 이번 조치는 단순 논란을 넘어 행정적 판단이 개입된 사안으로 확장됐음을 보여준다. 앞서 지난 10일 마감된 입찰에는 DL이앤씨와 현대건설이 참여하며 경쟁입찰이 성사됐다. 그러나 마감 직후 DL이앤씨 측 관계자가 펜카메라를 이용해 입찰 관련 서류를 촬영한 사실이 확인되며 논란이 불거졌다. DL이앤씨는 박상신 대표이사 명의의 사과문을 통해 “공정한 경쟁을 바라는 개인의 의욕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부당한 이득이나 공정성 훼손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또한 해당 직원을 즉시 업무에서 배제하고 인사위원회를 통한 징계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러한 조치는 사안에
지이코노미 문채형 기자 |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15일 오전 방송된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자신의 정치 입문 과정과 행정 중심 철학을 밝혔다. 이날 인터뷰는 학생운동에서 출발해 지방행정으로 이어진 이력, 그리고 ‘실행 중심 정치’로의 전환 과정을 비교적 솔직하게 드러낸 자리였다. ◇ “우연처럼 시작된 정치…행정에서 길을 찾았다” 정 후보의 정치 입문은 계획된 선택이라기보다 경험의 축적에 가까웠다. 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학생운동과 시민단체 활동을 이어오다 군 제대 무렵 지인의 권유로 지방선거 캠프에 참여했다. 제대 직후 진로를 고민하던 시점에서 ‘잠깐 도와달라’는 제안이 계기가 됐고, 그 경험이 자연스럽게 정치로 이어졌다. 양천구청장 당선과 함께 7급 비서관으로 시작한 그는 곧 비서실장으로 자리를 옮기며 행정의 실무를 가까이서 경험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그는 기존의 정치 인식과는 다른 결론에 도달했다. “학생운동이나 시민단체 활동은 구호와 주장 중심이었고, 그 과정에서 공허함을 느낄 때가 있었다. 반면 행정은 주민들에게 실제 도움이 되고, 그 만족이 바로 확인된다.” 이 경험은 정치의 본질에 대한 그의 관점을 바꿨다. 정치는 외치는 것이
피하려 했던 선택이 결국 나를 만들었다. 돌아보면 인생은 늘 그런 방식으로 흘러왔다. 벗어나기 위해 택한 길이 오히려 나를 가장 깊숙한 자리로 밀어 넣는다. 1987년, 대학 1학년 때 나는 해병대를 지원했다가 떨어졌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다시 지원했고 또 떨어졌다. 그렇게 두 해 동안 네 번을 연달아 탈락했다. 지금 와서 보면 이유는 분명하다. 고등학교 생활기록부였다. 그렇다고 머리가 나쁜 것도 아니었다. 다만 질풍노도의 한복판을 지나고 있었고, 그 흔적이 고스란히 기록으로 남아 있었을 뿐이다.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지나온 시간의 흔적이 선택을 가로막고 있었던 셈이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았던 이유는 단순했다. 방위를 가기 싫었기 때문이다. 당시 고흥은 취약지구였고, 지원하지 않으면 대부분 방위로 배치됐다. 문제는 방위라는 제도가 주는 현실적 무게보다, 그 위에 덧씌워진 시선이었다. 버스를 타면 군복을 입은 방위병들 사이에서 아무렇지 않게 흘러나오던 말이 있었다. “사람은 없고 방위들만 가득하네.” 그 한마디는 설명보다 강력했다. 그 시절 방위는 편함 대신 자존심을 내려놓아야 하는 자리였고, 나는 그 시선을 견딜 자신이 없었다. 아이러니하게도 훗날
요즘 나는 무슨 일이 생기면 먼저 “내 탓이다”라고 생각한다. 이 말은 체념도 아니고, 변명은 더더욱 아니다. 살면서 겨우 도달한, 꽤 비싼 결론이다. 젊을 때는 늘 이유가 밖에 있었다. 상황이 그랬고, 사람이 그랬고, 타이밍이 어긋났다고 믿었다. 억울함은 늘 충분했고, 나는 늘 나름의 논리를 갖고 있었다. 그 논리는 그럴듯했고, 그래서 더 오래 나를 속였다. 돌이켜보면 결혼생활 내내 몸은 하나였지만 마음은 여러 갈래로 흩어져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왜 그랬는지보다, 어떻게 그렇게까지 열심히 그랬는지가 더 의문이다. 쓸데없는 곳에 힘을 쏟고, 정작 지켜야 할 것은 자주 놓쳤다. 그 모든 과정에서 나는 꽤 성실했고, 그래서 더 어처구니가 없다. 아마 하늘도 한 번쯤은 고개를 저었을 것이다. “이건 좀 아닌데” 싶은 순간이 있었을 테고, 그 결과 나는 어느 날 기존 심장을 반납하고 기계심장으로 교체하는 삶을 살게 됐다. 요즘식으로 말하면 업그레이드겠지만, 그 비용은 인생 풀옵션에 가까웠다. 그 일을 겪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됐다. 사람은 한 번쯤은 자기 인생을 통째로 책임지는 순간을 맞이한다는 것을. 그 전까지는 늘 누군가를 끌어다 놓을 수 있었다. 상대방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