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릉골 재개발의 본질은 단순하다. 조합원의 재산을 지키고,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몇 년간 정릉골 재개발은 이 원칙에서 점점 멀어져 왔다. 조합원 간 갈등이 잦아졌고, 불투명한 의사결정이 반복됐으며, 시공사와 특정 설계업체의 과도한 개입으로 조합원은 정보와 선택권을 충분히 행사하지 못했다. 그 사이 재개발의 주인인 조합원들의 재산은 불안정해졌고, 사업의 목적은 흐려졌다. 갈등의 시작은 2021년 12월 사업계획승인 이후였다. 2022년 5월 정비계획 변경 추진 과정에서 조합원 간 균열이 드러났고, 2024년 1월 관리처분인가 이후에도 중대 정비계획 변경 요구가 이어지면서 대립은 격화됐다. 관리처분안을 지지하는 조합원과 변경을 요구하는 세력 간의 갈등은 단순한 의견 차이를 넘어 조합 운영에 대한 신뢰 붕괴로 이어졌다. 시공사와의 계약 또한 조합원 부담을 키운 핵심 요인이었다. 포스코이앤씨와 2023년 4월 체결된 도급계약은 입찰 당시 제안서보다 불리한 조건을 담고 있었다. 계약이행금 700억 원 전액 반환, 사업경비대여금 금융이자 부담 등은 조합원들의 실질적 부담으로 직결됐다. 재개발의 목표가 조합원 재산 증대라면, 이러한 계약은 정면으로 배치되는
한국이 체코 원전 수주라는 대외적 성과를 거머쥐었지만, 그 이면에는 미국 웨스팅하우스와의 불공정 계약이라는 무거운 족쇄가 드리워져 있다. 윤석열 정부가 원전 수출을 국정 핵심 과제로 내세우며 성급하게 성과를 좇은 결과, 한국 원전 산업은 앞으로 수십 년간 ‘기술 종속’과 ‘이익 상납’ 구조에 묶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문제는 이 졸속 합의의 후폭풍을 이제 막 출범한 이재명 정부가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는 점이다. 지난 1월, 한수원과 한전은 웨스팅하우스와 지식재산권 분쟁을 종결하는 합의에 서명했다. 겉으로는 원전 수출 분쟁의 매듭이었지만, 내용은 충격적이다. 앞으로 한국이 원전을 수출할 때마다 원전 1기당 1조 원이 넘는 물품 및 용역 계약과 로열티를 50년간 웨스팅하우스에 제공해야 한다. 여기에 차세대 원전인 SMR 개발 시에도 웨스팅하우스의 ‘기술 자립 검증’을 거쳐야 한다는 조항까지 포함됐다. 사실상 미래 원전 시장의 주도권을 스스로 내어주는 셈이다. 게다가 웨스팅하우스와의 합의 과정에서 시장 배분도 이뤄졌다. 북미와 EU, 일본, 우크라이나 등 유망 시장은 웨스팅하우스 몫으로 넘어갔다. 한수원은 체코를 따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한국이 확보할
지이코노미 문채형 기자 | 정릉골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 새로운 전기를 맞이했다. 지난 8월 20일 법원이 조합장 해임 임시총회 효력정지 가처분을 인용함에 따라, 임동하 조합장이 조합장 직무에 공식 복귀했다. 임 조합장은 지난 1월 23일 보궐선거에서 조합원들의 선택을 받아 조합장으로 선출됐으나, 2월 7일 선거관리위원회의 당선무효 선언, 이어 4월 19일 해임 임시총회 가결 등 조합 내 기득권 세력의 반발에 직면하며 7개월간 직무 수행이 가로막혀 왔다. 하지만 법원은 4월 18일 당선무효 선언 집행정지, 그리고 이번 8월 20일 해임총회 효력정지라는 잇따른 인용 결정을 내리며 조합원들의 선택을 다시금 존중했다. 임동하 조합장은 “그동안 조합원들께서 주신 뜻을 펼치지 못한 채 바깥에서 준비만 해야 했던 시간이 길었다”며 “지지와 응원을 보내주신 조합원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이제 조합장으로서 본연의 역할을 다해 신뢰 회복과 사업 정상화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우선 조합원과의 소통 강화로 신뢰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는 입장이다. 이어 사업 지연으로 큰 어려움을 겪어온 조합원들을 위해 신속한 이주 및 철거작업 착수를 목표로 T/F를 구성하고,
지이코노미 문채형 기자 | 지이코노미는 지난 11일과 16일 보도에서 광신건설(회장 이경노)의 하도급 갑질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이후 본지 취재팀과 법조팀은 피해 하청업체와 함께 계약서를 비롯한 서류, 녹취록, 내용증명 등 주요 자료를 면밀히 검토하며 법적 쟁점과 리스크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단순한 분쟁을 넘어선 ‘계획된 갑질’의 흔적을 다수 확인했다. 이번 사안은 건설업계의 고질적 병폐를 넘어, '신박한 신상(新商) 모럴해저드'로 규정될 만한 수준이라는 게 취재진의 판단이다. ◇ 광주 본사 호출에서 시작된 ‘수순’ 계획된 갑질은 협력업체 선정 직후부터 시작됐다. 시흥 조남동 현장이 이미 개설되어 있었음에도, 광신건설은 하청업체 대표를 굳이 광주 본사로 불러 ‘면접’을 진행했다. 가까운 현장에서 확인해도 충분한 상황에서 본사 호출을 한 것은 ‘권력 과시’ 성격이 짙다는 게 피해자의 설명이다. 당시 광신건설 측은 “적자임에도 시흥 현장을 맡은 건 탑다운 공법을 배우고 신탁사 발주 일을 하기 위해서다. 호텔과 투자사 일감도 이어질 것”이라며 강행 배경을 밝혔다. 하청업체 대표는 “말보다 실천”이란 생각으로 직접 현장에 상주해 기준층 셋팅까지 책임졌지만, 이후
무신사가 본격적인 기업공개(IPO) 절차에 돌입했다. 복수의 증권사에 주관사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하며 2~3년 내 상장을 목표로 준비에 착수한 것이다. 그러나 시장의 눈길을 단번에 사로잡은 것은 절차가 아니라 ‘숫자’였다. 무신사가 목표로 내세운 기업가치 10조원. 불과 2년 전 3조5000억원 수준에서 세 배 가까이 급등한 밸류는 과연 현실성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먼저 현재 기업가치와의 괴리가 문제다. 무신사는 2023년 시리즈C 투자에서 3조5000억원의 몸값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최근 구주 매입을 검토 중인 글로벌 사모펀드 EQT파트너스조차 약 4조원 수준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평가치와 회사의 기대치 간 간극이 뚜렷하다. 기업가치 10조원을 현실화하기 위해선 수익성과 비교했을 때 지나치게 높은 밸류에이션이 적용돼야 한다. 지난해 무신사 당기순이익은 698억원. 이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PER(주가수익비율)은 143배에 달한다. 국내 주요 패션 기업 LF(6배), F&F(5.8배), 한섬(7.8배), 신세계인터내셔날(11배)에 비해 10배 이상 높은 수준이며, 쿠팡(41배)과 비교해도 3배가 넘는다. 업계에서 “
지이코노미 문채형 기자 | 시흥조남동 오피스텔 공사 현장. 하청업체 대영건업(대표 이대영)은 호남의 중견건설사 광신종합건설(회장 이경노, 이하 광신건설)이 자행한 외부쌍줄비계 재입찰 강요와 기성금 지급 회피로 인해 극심한 재정적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원청이 자본력을 앞세워 하청업체를 궁지로 몰아넣는 동안, 현장은 물론 하청기업 대표의 가정과 생계까지 풍지박산이 났다는 증언이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계약 논쟁이 아니라, 하도급 구조에서 원청이 하청의 생존을 압박하는 전형적 ‘갑질’ 행태를 보여주는 사례다. 대영건업 측은 광신건설이 시스템비계 설치가 필요한 외부쌍줄비계 항목을 재입찰하도록 강요했다고 주장한다. 최초 입찰에서 전체 금액은 이미 확정됐음에도, 해당 항목만 재입찰을 요구해 현장 운영에 심각한 차질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당시 대영건업은 철근·콘크리트 면허만 보유했으며, 비계 구조물 해체 면허 취득 후 변경계약으로 추가 공사를 수행했음에도, 원청의 재입찰 요구는 하청에 불필요한 부담을 떠넘기는 수단으로 작동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대영건업이 노무비라도 지급할 수 있도록 기성금을 풀어 달라고 요청하자, 광신건설 이경노 회장이 직접 “하자보증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알래스카 회담을 두고 “매우 생산적이었다”, “10점짜리 회담이었다”고 스스로 평가했다. 그러나 화려한 수사와 달리, 실질적 성과는 보이지 않았다. 알래스카에서의 만남은 휴전을 향한 이정표가 아니라, 트럼프가 치밀하게 설계한 정치적 무대에 가까웠다. 트럼프의 발언은 의도적으로 모호했다. “합의가 될 때까지는 합의가 아니다”라는 문장은, 곧 이번 회담에서 휴전 합의가 없었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푸틴이 언급한 ‘이해(understanding)’라는 표현 역시 구속력 없는 외교적 수사에 불과했다. 양측 모두 결과를 내놓지 못했음을 알고 있었지만, 트럼프는 “성공적”이라는 포장으로, 푸틴은 “대화의 지속”이라는 명분으로 각각 정치적 이득을 챙겼다. 트럼프가 이런 전략을 택한 이유는 분명하다. 그는 휴전 중재자의 무거운 짐을 떠안을 의지가 없었다. 전쟁 종식을 위한 합의는 본질적으로 복잡하다. 우크라이나, 나토, 유럽 각국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누구도 완전히 만족시킬 수 없고, 그 결과는 곧 트럼프 본인의 정치적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그래서 트럼프는 책임 있는 중재자가 아니라, 모호한 언어를 활용해
이재명 대통령이 산업재해와의 전면전을 선언했다. 그 전쟁의 첫 타깃은 다단계 하도급 구조와 그 속에 자리한 갑질이다.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에서 “비용을 줄이려다 안전조치를 하지 않아 목숨을 빼앗는 행위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규정했다. 발언 수위는 유례없이 단호했고, 이번엔 실제로 산업재해를 낳는 구조를 해체하겠다는 구상이 분명히 드러났다. 다단계 하도급 구조는 표면적으로는 ‘효율적 분업’처럼 포장된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위험과 책임을 끝없이 하청으로 떠넘기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발주처와 원청은 계약서 한 장으로 현장의 안전 책임을 하청업체에 전가하고, 1차 하청은 2차로, 2차는 3차로 계약을 재전가한다. 그 과정에서 공사비는 조각조각 잘려나가고, 안전에 쓸 수 있는 비용은 사라진다. 남는 것은 과도하게 압박된 공사 일정과 줄어든 예산뿐이다. 하도급 업체들은 원청의 ‘갑질’ 앞에서 매일 생존을 건 선택을 강요받는다. “기한을 맞추기 위해 안전 절차를 생략할 것인가, 아니면 약속을 지키지 못해 계약 해지와 블랙리스트 등 생존권 위협을 감수할 것인가.” 어느 쪽을 택하든 손해지만, 대다수는 어쩔 수 없이 안전을 희생한다. 원청은 공문과 서류로
지이코노미 문채형 기자 | 호남 지역 중견 건설사인 광신종합건설(회장 이경노)이 하도급사 대영건업(대표 이대영)에 지급해야 할 약 4억7,468만 원의 공사대금을 2년째 미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 인해 대영건업은 부가가치세 납부조차 어려워졌고, 일용직 노동자 임금 체불 위기까지 닥쳐 사실상 존폐의 위기에 놓여 있다. ◇ 승인 내역 사후 공제·재입찰 강요…명백한 법 위반 의혹 대영건업은 계약 당시 설계 승인을 받은 시스템동바리와 외부비계를 정상적으로 시공했다. 하지만 공사 완료 후 광신건설은 기존 외부 쌍줄비계를 시스템비계로 변경하라고 요구하며, 이미 확정된 대금에서 해당 내역을 일방적으로 공제했다. 더욱이 공사 방식을 변경한 뒤 재입찰을 강요해 원가 절감을 시도한 정황도 드러났다. 법조계는 이러한 행위가 하도급법 제4조(부당한 대금 결정 금지), 제11조(계약 후 변경 제한), 제13조(대금 지급 지연 금지) 위반 소지가 크다고 지적한다. 특히 승인된 공사 내역에 대한 사후 대금 삭감은 ‘부당한 대금 결정’에 해당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직권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 ◇ “여긴 내 개인회사, 광주의 업체 다 망해도 나는 산다” 이 문제의 발언은 지난
오늘, 인천 미추1구역 재개발 조합장 해임 총회가 열린다. 결과가 해임이든 유임이든 그 자체가 핵심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여기까지 사태를 끌고 온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그 책임자가 지금도 자리를 지키며 사태를 외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시공사 라인건설은 해임 총회를 앞두고 “조합장 해임 시 공사 중단”을 공식화했다. 이는 단순한 우려 표명이 아니다. 공문과 현수막으로 ‘조건부 공사 중단’을 조합원들에게 알렸고, 그 여파로 현장은 긴장감에 휩싸였다. 조합원들 입장에서는 4개월 뒤면 들어가야 할 집이 다시 공사 중단 위기에 놓이는 셈이다. 작년에도 라인건설은 공사비 인상을 관철하기 위해 사업을 멈췄다. 이번에는 정치적 사안에까지 개입해, 조합 운영의 한쪽 편을 노골적으로 들고 있다. 파트너로서의 책임감보다 압박자로서의 영향력을 선택한 것이다. 그러나 시공사만을 탓하고 끝낼 문제도 아니다. 이번 해임안 발의 배경에는 조합장의 독단적 운영과 신뢰 상실이 있다. 특히 공사비 증액은 조합이 조합원의 사전 승인 없이 시공사에 통보한 뒤, 이달 24일 임시총회에서 형식적으로 승인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절차 무시는 조합 민주주의의 기본을 무시한 처사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