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롯데’의 수장은 도쿄 요요기의 초호화 저택에서 또 다른 세상을 살고 있었다.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이 100억 엔(약 900억 원) 규모의 대저택을 일본 도쿄 중심부에 신축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비상경영’을 외치던 그룹 안팎이 술렁이고 있다. 계열사마다 적자에 허덕이고 주가는 반토막 났지만, 총수는 오히려 연봉을 늘리고 호화생활을 누리는 아이러니. 이번 사태는 단순한 ‘사적 소비’ 논란을 넘어, 총수 리스크가 다시금 폭발했다는 신호로 읽힌다. 일본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신 회장이 새로 지은 요요기 자택은 대지 약 450평, 연면적 700평 규모의 초대형 단독주택이다. 대사관급 보안시설과 고급 인테리어를 갖췄으며, 총비용은 100억 엔을 웃돈다는 평가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이 정도면 일본 상위 0.1%만 접근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기업 회장이 아니라 재벌가의 ‘왕궁’”이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국내 롯데의 현실은 정반대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8900억 원 영업손실을 냈고, 호텔롯데는 456억 원 적자, 롯데쇼핑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전 계열사가 ‘비상경영’을 외치고 있지만, 그 절박함은 직원들에게만 강요되는 분위기다. 신 회장은 지난해 상장사 5
일양약품(대표이사 정유석)이 10년에 걸쳐 장부를 조작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2014년부터 2023년까지 연결 재무제표를 허위로 작성하고, 존재하지 않는 이익을 만들어냈다. 마치 종속회사의 외형을 빌려와 당기순이익을 부풀리는 일종의 장부 놀음이 반복됐다. 그러면서도 ‘과거의 일부 착오’ 운운하며 국민과 시장을 기만하고 있다. 그러나 장부가 말해준다. 거짓이 얼마나 오래, 얼마나 치밀하게 이어졌는지를. 복잡한 회계처리의 영역이라고 둘러댔지만, 금융당국 조사는 더 냉정하다. 외부감사를 피하려고 서류를 위조해 제출했다. 회계법인을 속이기 위해 장부 자체를 재구성했다. 3,000억 원이 넘는 허위 이익이 장부에 올라갔다는 점은, 기업이 스스로 윤리의 경계선을 넘어섰다는 방증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일양약품은 "회계 기준 해석 차이"라는 말을 반복하며 책임을 회피했다. 이쯤 되면 시장의 상식과는 거리가 멀다. 설명의 부족이 아니라, 의지의 결여다. 금융위는 이번 사건을 단호하게 처리했다. 일양약품에 62억 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했고, 경영진 개개인에게도 수억 원대 벌금과 함께 해임 권고, 직무정지 처분을 내렸다. 대표이사를 포함한 일부 임원은 검찰에 통보돼 형사 조사
‘경영권 세습’이라는 총수 일가의 사익 아래 공정시장 원칙이 무너졌다. 삼표그룹 정도원 회장은 자신의 장남에게 경영권을 물려주기 위해 회사 자원을 불법적으로 이동시킨 혐의로 최근 검찰에 불구속 기소됐다. 내부 자원을 ‘사유화’하고 직원들의 반대를 묵살한 채 밀어붙인 일감 몰아주기 행위는, 대한민국 재벌 지배구조의 뿌리 깊은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지난 4일 정 회장을 공정거래법 위반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함께 기소된 홍성원 전 삼표산업 대표는 공정거래법 위반 외에 배임 혐의가 추가됐다. 정 회장은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약 4년에 걸쳐, 삼표산업이 원재료를 구매할 때 장남이 지배하는 계열사 ‘에스피네이처’에서만 거래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시장 평균가보다 4% 비싼 가격으로 납품을 강행, 삼표산업에 약 74억 원의 손실을 떠넘기고 에스피네이처에 동일 금액의 부당이익을 안겼다. 내부에서 “회사가 손해를 본다”는 항의가 이어졌지만, 정 회장은 묵살했다. 검찰은 이를 “장남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계획적 행위”로 규정했다. 해당 사건은 공정위가 지난해 8월 공정거래법 위
지이코노미 문채형 기자 | 서초구 반포1.2.4지구 재건축 현장에서 심각한 토양오염 사실이 확인됐음에도 서초구청이 아무런 행정 조치를 하지 않고 공사를 방치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환경단체는 "직무유기"를 주장하며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더 나아가 구청, 시공사, 조합 간 유착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환경실천연합회(회장 이경률)는 5일 감사원에 제출한 공익감사 청구서에서 “반포1.2.4지구 재건축 사업 현장의 토양오염 사실을 구청과 시공사, 조합이 알고도 조직적으로 은폐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는 명백한 토양환경보전법 위반이며 공익 침해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문제가 된 사업은 서초구 신반포로 32 일원에서 진행 중인 반포1.2.4지구 재건축 사업이다. 지하 5층~지상 35층, 5002세대 규모로, 2023년 철거를 완료하고 2024년 착공에 들어갔으며 2027년 입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환경실천연합회에 따르면 시공사는 2023년 9월 자체 조사에서 불소·비소·카드뮴 등 중금속이 기준치를 초과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를 서초구청에도 통보했지만, 구청은 정밀조사 명령 등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공사는 그대로 진행됐다. 이후 환경단체가 반출된
“성장의 과정에서도 규정과 원칙은 반드시 지켜주길 바란다.” 올해 1월 2일, 윤병운 NH투자증권 대표는 신년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규정과 원칙’을 강조하며 “일하는 조직 문화를 만들기 위해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불과 10개월 뒤, 그의 회사는 미공개정보 이용 혐의를 받은 임원을 직무에서 배제했다. 시장은 경악했고, 투자자들은 또다시 ‘농협금융의 윤리 리스크’를 떠올렸다. NH투자증권은 사건이 불거지자 즉시 ‘강도 높은 인사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윤병운 사장을 장(長)으로 하는 전담 TFT(태스크포스팀) 를 구성하고, 내부통제 강화와 임직원 계좌 전수조사, 외부 법무법인 자문 등을 내세웠다. 그러나 이런 대응은 새롭지 않다. 지난해에도, 그 전에도 NH투자증권은 문제 발생 때마다 비슷한 ‘대책’을 내놓았다. 그때마다 ‘투명성 강화’, ‘내부통제 고도화’라는 단어가 등장했지만, 결과적으로 조직 문화는 변하지 않았다. TFT의 구성 자체도 회의적이다. 준법감시, 감사, 리스크관리 등 내부 임원들이 중심인데, 정작 외부의 독립적 감시 기능은 부재하다. 결국 ‘자기 점검식 조사’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구조에서는 아무리
금융기관의 근간은 신뢰다. 공적 금융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수협중앙회라면 투명한 절차와 리스크 관리는 무엇보다 중요한 책무이다. 수협은 최근 일부 대출 사례에서 절차적 미비와 내부통제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수협의 리스크 관리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수협의 사랑제일교회 관련 65억 원 대출 과정에서 일부 문서 작성 시점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고 있다. 진해수협 등 단위조합 간 협조 과정에서 심사 절차가 일관되지 않았던 점이 확인됐다. 이는 금융권 전반의 리스크 평가 절차와 비교했을 때 보완이 필요한 부분으로 평가된다. 당시 심사의견서 작성과 승인 절차가 일부 혼재되면서 대출 승인 과정의 투명성 확보가 과제로 지적됐다. 도이치모터스 및 계열사 관련 대출의 경우, 최근 2년간 600억 원대 규모의 여신이 집행된 가운데 일부 무담보 신용대출 사례가 논란이 됐다. 금융기관에서는 대출 심사 시 기업의 재무건전성과 외부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당시 사법 리스크 평가가 충분했는지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수협 측은 “모든 대출은 당시의 내부 규정에 따라 진행됐다”고 설명하며, 향후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한
은행이 ‘이자 장사’를 넘어 대부업 자금 공급에까지 나서며 서민금융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특히 우리은행이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많은 자금을 대부업체에 빌려준 사실이 드러나면서 “은행이 서민을 돕기는커녕 고금리 대부업의 자금줄 역할을 했다”는 비난이 쏟아진다. 외형적으로는 금융 공공성을 강조하면서도 실제로는 서민을 대부업으로 내모는 구조적 모순이 확인됐다는 지적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2020∼2025년 8월 국내 금융권 대부업체 대출 현황’에 따르면, 1·2금융권이 지난 6년간 대부업체에 공급한 자금은 총 38조1998억 원에 이르렀다. 이 자금에서 금융권이 벌어들인 이자 수익만 2조5409억 원이다. 특히 은행의 대부업 대출은 지난해 2758억 원 규모였으나, 올해는 불과 8개월 만에 2370억 원을 기록하며 이미 전년도 수준에 육박했다. 이는 대부업에 대한 은행권 자금 공급이 일회성이 아니라 구조화된 금융 영업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가장 충격적인 대목은 우리은행의 행보다. 동일 자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2020년부터 올해 8월까지 총 3,947억 원을 대부업체에 대출해 시중은행 가운데 대출
패션기업 LF(구본걸 회장)의 사외이사 선임 관행이 또다시 전직 경제 관료 중심으로 이어지며 ‘전관예우’ 논란을 재점화했다. 기업 경영을 감시·견제해야 할 이사회가 사실상 총수 방패막이 역할에 머무르고 있다는 비판이 힘을 얻고 있다. LF는 패션 기업이다. 브랜드 경쟁력 강화, 소비 트렌드 분석, 글로벌 유통 대응이 전략의 핵심이다. 하지만 최근 LF 이사회 구성은 이러한 전략적 방향성과 괴리가 크다. 지난 20일 LF는 윤창호 한국공인회계사회 상근부회장을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윤 이사는 재무부·금융위원회 출신 경제 관료다. 기존 사외이사 중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출신 김재홍 이사를 포함하면, 사외이사 3명 중 2명이 관료 출신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 같은 관료 편중 인사는 우연이 아니다. 2015년 이후 LF가 선임한 사외이사 9명 중 6명이 관료 또는 법조계 출신이었다.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국무조정실장 등 공직 네트워크를 가진 인물이 이사회에 들어온 사례가 반복됐다. 이는 구본걸 회장 체제 아래 지속돼온 LF의 고유한 인사 패턴이다. LF 측은 “상법 시행령에 따라 감사위원 중 1명 이상은 회계 또는 재무 전문가여야 한다
국내 라면 업계가 재편되고 있다. 삼양식품과 농심은 글로벌 무대에서 K-푸드 열풍을 타고 빠르게 외형을 확대하고 있지만, 오뚜기는 6분기 연속 수익성 하락이라는 부진의 늪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때 ‘갓뚜기’라는 애칭을 얻으며 소비자 신뢰를 상징했던 기업이 왜 라면 빅3 중 유일한 부진 기업으로 전락했는가. 오뚜기의 하락 곡선은 단순한 경기 변동이나 원가 변수 때문이 아니다. 오뚜기는 성장 전략에서 근본적인 방향성을 상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사업 확장에서 뒤처졌고, 내수 중심에 안주한 채 혁신 상품을 내놓지 못했다. 매출은 유지되지만 영업이익이 감소하는 역성장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시장은 이미 오래전부터 신호를 보냈다. 그러나 오뚜기는 변화를 위한 결단을 주저했다. 무엇보다 소비자 신뢰 하락은 뼈아픈 지점이다. 오뚜기는 그동안 착한 기업 이미지와 가성비 브랜드라는 평판을 쌓아왔지만 최근 가격 정책은 이 이미지와 정면으로 충돌했다. 국제 곡물 가격이 하락세로 반전되는 흐름에서도 오뚜기는 지난 정치 공백기를 틈타 라면·식용유 등 주력 품목 가격을 연이어 올렸다. 시장에서는 “원재료 부담 해소가 가능한데도 가격을 올렸다”는 비판이 나왔다
“검사가 울었다.” 그것도 국회 국정감사장에서였다. 검찰 조직 내에서는 흔치 않은 일이다. 하지만 문지석 부천지청 부장검사는 떨리는 목소리와 함께 눈물을 흘렸다. 그 눈물은 개인적 감정이 아니라, 정의가 조직적 외압 앞에서 무력화되는 현실에 대한 고백이었다. 그는 쿠팡 CFS의 일용직 퇴직금 체불 사건을 무혐의로 종결하라는 지시를 공개하며, 자신을 포함한 검찰 공무원 모두가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법과 양심 사이에서 흔들리는 한 사람의 고통은 조직 전체의 문제를 보여준다. 검찰이 외압 앞에서 얼마나 취약한지, 수사보다 보고 체계가 우선되는 구조가 얼마나 공익을 위협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순간이었다. 사건은 단순한 노동권 침해가 아니라, 기업과 권력의 압력이 사법 정의를 좌우할 수 있는 구조적 문제를 드러냈다. 노동부 부천지청은 쿠팡 CFS의 일용직 퇴직금 체불 사건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대법원 판례상 일용직 노동자에게도 퇴직금 지급 의무가 명확함에도, 검찰은 4월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문 부장검사는 “엄희준 당시 지청장이 무혐의 결론을 지시하고, 핵심 압수수색 자료를 보고서에서 삭제하도록 했다”고 폭로했다. 자료에는 쿠팡이 “일용직 근로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