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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태 칼럼] 골프장에서 돌연사. 1번 홀 드라이브 티샷, 1.5m 내외 퍼팅 주의

 

[이원태 칼럼] 골프장에서 돌연사. 1번 홀 드라이브 티샷, 1.5m 내외 퍼팅 주의

 

골프장에서 가장 억울한 사고(사망)는 낙뢰(번개)로 인한 사고에 이어 익사 사고이다. 물이 아닌 잔디로 이루어진 들판이나 산중에서 이루어지는 운동 시설에서 이런 형태의 죽음을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골프장에서 발생하는 사망 원인 으뜸은 ‘돌연사(급성 심장정지=심근경색) 즉, 심장마비 사망’이다. 일본에서는 연간 200명 이상이 라운드 도중 사망하며, 우리나라도 연간 50여 명 이상이 라운드 도중 또는 직후에 사망한다.

 

       

 

돌연사(심근경색)는 스포츠 경기 중 골프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다. 골프는 심장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일종의 멘탈 게임으로 한 타 한 타에 신경을 과도하게 집중하는 긴장이 연속되는 경기이다. 긴장으로 혈액은 혈소판에 맞붙어 혈전이 생겨 혈액의 점성이 높아져 혈관이 막히거나 동맥경화증의 플라크 파편 등이 심장으로 유입되어 극심한 통증을 느낀다. 심할 경우 뇌경색이나 돌연사(심근경색)로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지난 7월 이천의 OO 골프장에서 서울에 거주하는 박모(56) 씨는 지인들과 함께 라운드 도중 후반 마지막 홀 페어웨이를 걸어가다 쓰러졌다. 그는 동반자에게 라운드 중반 정도에 가슴이 뻐근하고 조금 숨이 찼지만 참을 수 있다고 하면서 걸어가다 결국 쓰러졌다. 동반자와 캐디가 현장에서 심폐소생술을 하고 병원으로 이송하였지만, 초기 응급처치의 지연으로 뇌사상태로 아직도 사경을 헤매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보은의 OO 골프장에서 KPGA 시니어 마스터스 경기에 출전한 박OO(59) 선수가 9번 홀에서 경기 도중 쓰러졌다. 샷건 방식으로 진행된 이날 박 프로는 어프로치 샷 이후 쓰러졌다. 동반자들과 협회 직원 등이 응급조치를 한 뒤 8분 만에 도착한 구급차로 인근 병원으로 옮겼으나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 박 프로는 2014년 KPGA 챔피언스투어에 입문하여 2015년 한국 시니어 오픈 선수권대회에서 공동 9위에 오른 경력이 있다. 골프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한 스포츠 활동이 새삼 중요하다는 것을 우리에게 알려 주고 있다.

얼마 전 제약회사 C 회장이 골프장에서 심장마비로 숨진 사건으로 우리 사회에 관심을 끈 적이 있다. 우리나라 골프의 전설 구옥희 프로도 일본 시즈오카현 골프장에서 라운드 중 돌연사로 사망했다.

 

지난 7월 춘천 라데나 골프장에서는 36도의 폭염 속에서 라운드하던 A 씨가 그린에서 퍼팅 중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동반자의 심폐소생술(CPR)에 이어 캐디 최OO(24) 씨의 2분 동안 CPR 끝에 정상적인 호흡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지난 6월 울산 보라CC에서 18번 홀 그린 앞 벙커 부근에서 부부동반 라운드 중이던 남성 회원 B 씨가 심정지로 쓰러지자 캐디는 즉각 경기과에 무전을 보냈다. 시설 점검을 마치고 복귀 중인 직원이 무전을 듣자마자 119신고 후 사고 현장에 도착하여 119 상황 요원의 지시에 따라 호흡 여부를 확인 후 가슴 압박을 하면서 출발 홀 입구에 비치된 자동심장충격기(AED)를 사용하여 B 씨의 생명을 구하였다. 심정지 환자를 살릴 수 있는 5분 남짓한 골든타임에 골프장 직원들의 신속한 대처로 회원은 소중한 생명을 이어갈 수 있었다.

 

의학적으로 돌연사에 대한 정의가 없지만 통상 '급성 심장정지로 인한 사망'을 돌연사 개념으로 본다. 급성 심장정지에 의한 사망이 전 세계 인구 사망률 1위다. 연간 1700만 명이 사망한다. 2030년 예상치는 2300만 명 정도로 북한 인구 정도가 사망할 것이라 한다.

우리나라는 사망률 2위로 지난해(통계청. 2020, 09, 21)에 31,030명이 사망하였다. 지금까지 코로나19 누적 사망자 2,138명(2021, 8, 11)이며, 교통사고 사망자 3,081명(2020년 경찰청 통계)보다 10배나 많은 숫자의 인원이 돌연사로 사망한 것이다. 돌연사에 의한 급성 심근경색은 40대 이상에서 주로 발생하며, 특히 70세 이후부터 급증하고 있다.

중년이 되면 고혈압, 고혈당, 나쁜 콜레스테롤(LDL), 비만이나 흡연 등으로 인해 생활 습관병 환자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혈전이 발생할 가능성이 많은 생활습관병 환자들이 돌연사를 초래할 위험이 대단히 크다. 골프라는 운동은 생활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연령대가 대부분 중년 세대 이상이기 때문에 그만큼 상대적으로 돌연사 경우가 늘어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모든 골퍼는 심폐소생술의 가슴 압박법과 자동제세동기(automated external defibrillator : AED)를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심폐소생술을 4분의 기적이라 한다. 라운드 중 심정지가 발생하면 그 시간부터 분당 생존율이 10%씩 줄어들게 되는데 4분이라는 적기​ 이내에 실시하지 않으면 뇌 손상 가능성이 커져 사망에 이어질 수 있으며, 생존하여도 뇌사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반면 4분 이내에 심폐소생술을 실시한다면  생존율을 90%까지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심폐소생술(CPR)은 심장마비가 발생했을 때 인공적으로 혈액을 순환시키고 호흡을 돕는 응급치료법으로 인공호흡과 심장 압박(심장 마사지)을 동시에 하는 응급처치법이다. 심폐소생술은 단순하게 가슴압박과 인공호흡만이라도 빠르게 시행 호흡을 유지하고 혈액을 순환시키게 하여 조직으로 산소를 공급해 준다면 주요 장기의 비가역적 손상을 막아주어 궁극적으로는 환자의 심장박동을 회복시켜서 심정지 환자를 소생시킬 수 있는 치료기술이다.

 

특히 자동제세동기(자동 심장 충격기)를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20년 7월 1일부터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이 개정·시행되면서 전국의 모든 골프장은 자동제세동기를 의무 비치하였다. 골프장 안전문화 정착을 위해 법률까지 개정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의 안전사고가 발생하는 곳이 다름 아닌 골프장이기 때문이다. 심장마비를 목격한 사람이 즉시 심폐소생술을 시행하게 되면 심폐소생술을 시행하지 않은 것에 비해 심장마비 환자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확률이 3배 이상 높아진다. 따라서 캐디뿐만 아니라 모든 골퍼는 응급환자와 부상자에게 심폐소생술 및 간단한 응급처치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자동심장충격기 정도는 현장에서 간단하게 사용할 정도의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골프장 라운드 중 가장 돌연사 위험이 큰 경우로는 ‘1번홀 드라이버 티샷과 1.5m 내외 퍼팅’(세계적으로 유명한 일본의 심장혈관외과 의사 아마노 아츠, 준 텐도 대학교수)이라 한다. 돌연사의 75%가 퍼팅을 하는 그린에서 발생하고, 약 15% 정도는 드라이브 티샷에서 일어난다. 드라이브 첫 티샷은 주로 이른 아침 대부분 수면 부족 상태에서 준비운동도 없이 갑자기 풀스윙하면 심박수가 급격히 상승하고 심장 혈관을 수축시켜 발작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퍼터는 선수들도 ‘1.5m 내외 퍼팅’이 가장 부담스럽다고 한다. 반드시 넣어야 한다는 긴장감과 심리적 압박감으로 인해 평소와는 다른 호흡으로 혈압도 갑자기 상승하기 때문이다. 또한, 퍼팅할 때 취하는 자세(앞으로 구부림의 자세)도 심장에 부담을 주는 자세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환경에 내기 골프나 음주 골프가 추가된다면 돌연사의 확률은 3배 이상 높아진다.

 

 

돌연사 예방을 위해 기온이 아주 높은 여름철이나 추운 겨울 날씨에는 신체가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 호흡곤란이나 저혈압, 저체온증 등을 유발하기 때문에 라운드 중 몸에 이상이 생기면 주저하지 말고 플레이를 중단하고 휴식을 취하거나 병원을 방문해 심장 관련 정밀 진단을 받도록 한다. 골퍼들은 응급상황을 고려하여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골프장 내에 있는 응급 시스템(응급 장비 및 자동심장충격기의 보관 위치) 등을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골프장에서 심폐소생술이 이루어지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잘하지 못하기에 하기가 두렵기 때문이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은 응급환자에게 선의(善意)의 의료행위를 한 사람은 민사와 형사상 책임을 면제 또는 감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법적으로도 피해 보장을 받을 수 있도록 하였다. 캐디와 골퍼들도 3시간 정도면 다 배울 수(교육단체 대한인명구조협회 02-975-1339) 있다.

심폐소생술은 내 가족과 이웃 및 타인의 생명을 구하는 술기로 누구나 심폐소생술을 할 수 있다면 내가 돌연사 상태에 빠졌을 때 다른 누군가가 나를 구해 줄 것이다. 골프장 안전사고는 사고 후 조치보다 사고 예방이 우선이다. 심폐소생술 교육은 골프장 안전요원이나 캐디에게만 필요한 교육이 아니라 모든 골퍼에게도 꼭 필요한 생명을살리는 안전교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