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23일 대법원은 여성 부하의 손등을 엄지손가락으로 10초 정도 문지른 행위로 기소된 해군 소령 A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여 고등법원으로 환송하였다. 원심은 손등을 문지른 행위가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가 아니라고 보았지만, 대법원은 성적인 동기가 내포된 행동으로 추행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이처럼 자신의 감독을 받는 사람을 추행하는 경우 폭행이나 협박이 없더라도 처벌될 수 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 제10조(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에서는 업무, 고용이나 그 밖의 관계로 인하여 자기의 보호, 감독을 받는 사람에 대하여 위계 또는 위력으로 추행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형법상 강제추행죄의 법정형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 원의 벌금형인 것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낮은 법정형이다.
국내 최대 로펌 김앤장법률사무소에서 형사 전문 변호사로 10년 이상 활동한 김진욱 율명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법원은 보호·감독 관계는 상당히 넓게 인정한다. 응급실 당직 의사와 환자 사이, 편의점 점주와 아르바이트 면접자, 미장원 주인의 남편과 미장원 종업원 사이에도 보호·감독 관계가 존재한다고 본 사례가 있다. 법원은 직접적인 고용 관계가 없어도 ‘사실상 보호·감독하는 상황’에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기에 상당히 범위가 넓다”라고 설명했다.
경찰대 출신으로 경찰청 간부로서 수많은 강제추행사건을 다룬 경험이 있는 김진욱 율명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죄가 법정형이 강제추행보다 낮기에 안일하게 대처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강제추행은 소위 기습추행의 형태도 인정하기에 선고형은 행위 태양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그러나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의 경우 관리 감독 관계의 존재가 전제조건이기에 단순한 형태의 강제추행 사건보다 비난 가능성이 크다. 또한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의 소극적 저항을 이유로 연인 관계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은데 법관에게 부정적인 인상을 줘 양형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사건 초기부터 전문 변호사의 조언 아래에 명확한 입장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라며 초기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