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이대희 기자 | 지난 6월 19일에 양주시 ‘나사로 청소년의 집’을 찾아서 꽃봉오리 같은 아이들을 만나고 왔다. 천진난만한 아이들 모습에 조심스레 다가가 말 걸어보고 이야기도 나눠보고 싶었지만, 그곳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주방에서 닭갈비를 만들어 맛있는 점심 식사 준비를 하느라 여의치 못했다.
경기도 양주시 ‘나사로 청소년의 집’은 40여 명의 여성 청소년들이 머무는 보육원 같기도 하고 작은 기숙학교 같기도 한 곳이다. 즉, 법원에서 6호 처분을 받은 만 14세~19세 여자아이들이 이곳에서 6개월에서 최대 1년 동안 머문 후 가정이나 혹은 다른 시설, 아니면 사회에 나가서 자립해야 한다.
‘KBS사회봉사단’과 ‘강동융복합복지네트워크’와 ‘명견만리 서포터즈이룸’의 세 단체가 연합으로 나사로 청소년의 집을 찾아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쳤다.
KBS사회봉사단 이정호 단장과 필자는 대구에서 코로나가 처음 시작되어 전 국민이 마스크 대란으로 약국 앞에 줄을 서서 구매하던 지난 2020년도에 천 마스크를 제작하면서 인연을 맺게 되었다. 그로 인해 잠실 정신여고와 마포 일성여고에서도 천 마스크를 학생들과 함께 만들어서 어려운 시설에 전달하였다.
또한 대구에 있는 간호사회에도 일회용 마스크를 모아 전달했는데, 불과 2년 전 이야기가 마치 전설처럼 남아 있다. 명견만리 서포터즈이룸 대표인 최철 피디와는 나사로 청소년의 집에서 처음으로 새로운 인연을 맺었다. 이런 인연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 우리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위하여 맺어진 필연이라고 생각한다.
KBS사회봉사단 이정호 단장은 이날 아이들에게 많은 선물을 안겨 주었다. 위생용품과 아이들이 좋아하는 과자, 과일, 사랑의 쌀 등 청소년복지시설에 정성이 담긴 물품을 전달하였다.
이정호 단장은 전국으로 다니면서 다양한 봉사하는 분으로서 마스크 대란 시 서독에 파견되었던 간호사들과 일본 등 해외교포에게 많은 양의 마스크를 전달하였으며, 김장김치를 담가서 어려운 사람들에게 나눠 주며 손길이 필요한 곳을 찾아다니는 진정한 봉사인이다.
최철 서포터즈이룸 대표는 KBS 명견만리로도 유명한 외주 PD이다. 그의 나이 마흔두 살, 장가도 안 가고 봉사활동을 하면서 꿈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참 봉사인이다. 아이들 눈빛이 아른거려 8년째 나사로 청소년의 집을 찾아 매달 셋째 일요일마다 아이들이 먹고 싶어 하는 음식을 손수 만들어 주고, 아이들과 함께 피구도 하고, 생일 파티와 퇴소 축하 파티를 해주면서 아이들에게 희망을 심어주고 있다.
그의 꿈은 오로지 이런 아이들이 퇴소 후에 기술을 배우고 다시 일자리를 만들어 주기 위한 장소를 구하는 것이라 한다.
최철 피디가 우리에게 이름 지어준 ‘어벤저스’팀 4인방은 주방에 들어가 닭갈비 요리를 만들었다. 60인분 닭갈비 재료를 냄비에 담아 아이들이 직접 익혀 먹도록 떡, 채소, 당면, 치즈 등을 곁들었다. 맛있게 먹는 아이들 모습을 보면서 맛있게 먹으라고 말 건네 보니 여전히 사춘기 소녀들의 풋풋한 모습 그대로다.
“저 몇 살로 보여요?” 어떤 아이가 먼저 말을 걸어 주었다. “으음~ 열여섯?”하고 대답하게 된 것은 그곳 아이들이 14세에서 만 19세까지라서 대략 16세일 거라는 추측으로 대답한 것인데, 아이는 화색이 돌면서 자기 나이가 20세(만19세)라면서 좋아하였다. 아직 20세도 어린데 더 어리고 싶어 하는 아이의 심리상태가 궁금하였다. 그런데 옆 테이블로 옮기자 또 어떤 아이가 자기 나이를 물어보았다. “열네 살쯤 보이는 데 아냐?” 하고 물어보니, 역시 좋아서 펄쩍 뛰며 자기는 열다섯이란다. 이렇게 철없는 소녀들에게 우리는 비행 청소년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놓았다.
청소년들이 서포터즈 봉사단과 함께 피구를 하는 동안 어벤저스 팀은 농장에서 직접 따 온 오이를 200개를 썰어서 오이소박이를 담갔다. 커다란 통으로 4통이나 만들었지만, 그것은 겨우 4일 먹을 양이라니, 매끼 식사 준비를 하는 게 쉽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든다. 점심 식사도 못 하고 다시 ‘진이네 떡볶이’ 맛집 대표 김두진 회원의 솜씨로 간식을 준비하였다.
아이들이 운동을 마치고 들어오자마자 시작한 생일 파티와 퇴소 축하 파티를 열었다. 마침 2명이 생일이었고, 2명이 퇴소를 하는 날이라서 케이크를 놓고 축하 노래를 해주었다. 큰소리로 노래를 부르면서 즐거워하는 내내 내 앞자리에 앉은 체구가 조그맣고 눈동자가 새카맣고 예쁜 아이는 웃음을 잃고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 닭갈비를 먹을 때에도 시선이 자꾸만 그 아이한테 다가가고 싶을 만큼 아주 예쁜 아이인데, 어떤 사연이 있길래 저리도 웃음을 잃었는지 안쓰러웠다. 한참을 망설이다 아이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넌 눈이 정말로 예뻐, 어쩌면 그리 맑고 깨끗한 눈빛을 가졌니?”라고 말을 하자, “고맙습니다.”라고 모기만 한 소리로 답례를 하였다.
마침 옆자리에 앉은 아이는 이름을 물어보자 대답을 하면서 묻는 말에 대답도 잘하고 쾌활하였다. 몇 번째 생일이냐고 물어보니 16번째 생일이라면서 89일 남았단다. 퇴소 후 어디로 갈 거냐고 물어보니 집으로 돌아간다고 하였다. “착하고 예쁜 딸아, 희망을 잃지 말고 집에 가서도 열심히 살아야지. 선생님이 작가인데 원장님에게 책을 좀 전달해 놨으니 틈나는 대로 꼭 읽어봐”라고 말하니 그러겠다고 대답하였다. 그런데, 앞에 앉은 눈이 예쁜 그 아이의 어두운 표정이 내내 사라지지 않아 며칠 동안 가슴이 먹먹했다.
금번 KBS사회봉사단과 서포터즈이룸과 강동구융합복지네트워크의 연합봉사가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져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시작이 반이라는 옛말을 다시금 떠올려 본다. 아이들에게 따스한 엄마 손맛으로 식사 한 끼 챙겨주고, 마음을 다친 우리 아이들에게 잠시라도 모성애를 느낄 수 있는 진정한 엄마 역할을 해보고 싶다.
“청소년, 그대들은 정말 멋지다. 왜냐하면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을 하고도 차분히 이해시켜 주어서 본인이 인정만 하게 되면 금방 행동이 바뀌기 때문이야.”
‘나사로 청소년의 집’ 박 원장이 했던 말이다.
이 말 한마디에서 나는 희망의 꽃봉오리를 보았다. 그리고 곧 그들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한 송이 꽃으로 각자 피어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 아이들 웃음소리를 떠올리며 며칠 동안 가슴앓이를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