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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이나 Be Ambitious "그래, LPGA로 가자"

될 성 부른 떡잎인 걸 확인하다

 

올 시즌 루키 첫 우승이 나왔다. 윤이나다. 최근 루키들의 활약이 유난히 두드러지고 있다. 시즌 초 권서연이 그랬고, 이예원이 그렇다.

 

임팩트로 봤을 때 윤이나는 단연 압권이다. 장타가 아니라도 말이다. KLPGA 1위에 빛나는 장타력이 그의 다른 강점들을 가리고 있지만, 그는 세계로 나갈 저력을 가지고 있다.

 

그걸 증명한 게 바로 에버콜라겐 퀸즈크라운 2022 FR 18번 홀에서의 버디 퍼트에 성공하는 장면이었다.


EDITOR 박준영

PHOTO KLPGA 

 

 

 

솔직히 망설이던 윤이나의 스트로크를 떠올렸다

지난 7월 17일 에버콜라겐 퀸즈크라운 2022 마지막 라운드. 대회 내내 선두를 뺏기지 않고 4라운드 18번 홀까지 온 윤이나는 19언더파로 베테랑 박지영과 공동선두를 이루고 있었다. 5.8m의 버디 퍼트. 2022시즌 기준 성공 확률은 20%였다. 윤이나가 퍼트를 준비하는데 문득 전전 대회인 맥콜·모나파크 오픈 마지막 날의 마지막 퍼트가 떠올랐다.


맥콜·모나파크 오픈에서 윤이나는 마지막까지 임진희를 바싹 추격하며 최종합계 9언더파로 2위를 했다. 개인 최고 기록이었다. 신인다운 공격적인 플레이가 인상적이었다. 특히 마지막 날 481m 파5 18번 홀 두 번째 샷에서 3번 우드로 222m를 날려 홀컵 7m에 볼을 세워 투온에 성공한 장면은 압권이었다. 그런가 하면 이 대회 2라운드에서는 파4 13번 홀에서 289.3m의 티샷을 치기도 해 차세대 장타자로 이름을 새겼다.


중계석에서도 “여러 해 대회를 중계하고 있지만, 대회에서 이렇게 투온하는 선수는 처음”이라고 감탄했고, 현장의 갤러리도 마찬가지였다. 무더위 속에 관전하는 갤러리들은 “남자 대회에서 느낄 법한 호쾌함을 여자 대회에서도 직관하게 돼 새롭다”며 윤이나를 따랐다.


그러나 장타를 자랑하는 윤이나의 퍼트는 중요한 순간마다 자꾸만 짧았다. 스트로크가 제대로 되지 않았는데 거리를 덜 보고 쳤다기보다는 마지막 순간에 흔들리는 것 같았다. 장타를 치는 선수가 쇼트 게임에 약하다는 명제를 뒤집지 못한 결과이기도 했다.

 

그 많은 우여곡절, 벌써 극복해낼 줄 몰랐다

이번에는 달랐다. 5.8m의 퍼트를 그대로 성공시켰다. 이후 공동선두였던 박지영이 버디퍼트를 아쉽게 놓치면서 윤이나는 첫 승을 따냈다.


사실 박빙의 스코어가 말하듯 루키의 첫 승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KLPGA 수위급 장타력을 자랑하는 윤이나는 경기 초반 안정성마저 보여줬지만, 중반 이후부터 조금씩 하체 리드가 빨라지며 좌측 미스샷이 나오기 시작했다. 과거의 인터뷰를 보면 좌측 미스는 윤이나를 괴롭히던 숙제이기도 하다.

 

일부 갤러리의 ‘실수’도 첫 승을 향해 가는 신인의 발목을 잡았다. 심지어 티샷이 워터 해저드에 빠지기도 했다. 잘 치고 나가던 신인이 한두 번의 흔들림으로 결국 나락에 빠지는 걸 우리는 자주 본다. 설령 그렇다 해도 ‘신인이니까’, ‘다음에 잘 하면 돼’라고 격려하면서도 ‘그 장면에서 한 번만 위기를 극복했더라면’이라며 아쉬워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유가 뭐든 윤이나의 티샷이 워터 해저드에 빠졌을 때, 솔직히 ‘여기까지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는 여전히 턱을 약간 들고 눈을 살짝 내려다보는 묘한 포커페이스를 짓기도, 캐디와 활발히 소통하거나 미소를 짓기도, 박지영의 버디에 “나이스 버디”라고 말하기도 했지만, 이만하면 잘했다 싶었다.

 

만 19세의 루키가 그 우여곡절을 겪고도 18번 홀 5.8m 버디 퍼트를 성공시킬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그래, LPGA 명예의 전당까지 가자

실제로 전전 대회에서도 마지막 퍼트를 문대는(?) 바람에 아쉬움을 겪지 않았던가. 원래 장타자는 쇼트 게임에 약한 게 아니던가. 다음에 잘 하면 된다. 좀 더 다듬으면 된다. 그렇게 마음을 먹고 지켜봤지만, 한편으론 ‘세게 쳐! 그냥 본 대로 세게 쳐!’라며 손에 땀을 쥐고 있었다.


이번에는 제대로 스트로크를 했다. 그린을 구르던 볼이 느려지는가 싶다가 이내 홀컵에 빨려 들어갔다. ‘덩치 큰 어린 애’라는 이미지가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그는 극복해냈다.

 

아직 박지영의 퍼트가 남은 상황이었지만, 그건 아무래도 괜찮았다.

 

솔직히 둘 다 버디퍼트에 성공해 연장 접전을 벌인 끝에 윤이나가 다시 2위를 했다고 해도 나는 지금과 같은 내용의 커버스토리를 쓰고 있었을 것 같다. 윤이나의 우승 때문이 아니라 그 퍼트를 성공, 아니 극복했다는 데에서 윤이나의 떡잎이 될성부른 것임을 확인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