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주안 기자 | 국제통상의제가 최근 녹색경제, 디지털무역 이슈 뿐만 아니라 성평등 이슈가 주요 통상의제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동주 의원(더불어민주당,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제출받은 ‘OECD 무역위원회 및 작업반에서의 통상관련 논의 동향 파악 및 시사점 분석’보고서(이하 ‘보고서’)에 따른 것이다.
올해 상반기 OECD 무역위원회에서는 여성 및 성평등과 국제무역 등 최근 부상하고 있는 가치에 기반한 통상관련 주제들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OECD 무역위원회는 정부 당국자들이 주요 통상이슈를 논의하기 위한 회의체이며 작업반은 무역위원회 회의를 준비하기 위한 실무자 기구이다.
OECD 무역위원회에서 이루어진 논의들은 한국이 올 상반기부터 참여를 결정한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등에서도 제기될 것으로 보고서는 분석하고 있다. 산업부는 OECD 무역위원회엑서 다룬 논의주제에 대하여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어서 해당 연구를 진행했다.
무역위원회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신통상 의제들은 다른 국제 기구 및 국가간 협상에 있어서도 큰 영향을 미치므로 무역위원회의 논의 주제에 대한 우리나라의 입장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작업반 회의에서 OECD 사무국은 뉴질랜드와 공동으로 진행한 무역에서의 성별 격차 해소 정책 관련 연구내용을 발표했다. 사무국은 연구결과에 기초하여 여성 기업들의 무역 참여에 대한 보조금 지급 등의 정책을 제안했다.
또한 사무국은 OECD ‘성평등 추구’(In Pursuit of Gender Equality) 보고서의 업데이트 작업을 하면서 비즈니스에서 여성 리더십, 아버지의 육아휴직, 기업의 급여에 대한 투명성 등의 정책변화가 각 국가에서 증가하고 있는 반면 코로나19의 유행으로 성별 격차는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OECD 사무국은 국제무역 참여에서 여성과 남성 기업체간의 격차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여성사업체의 경우 수출에 참여할 확률이 12%로 남성사업체의 절반(27%)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사무국은 그 이유로 여성들이 주도하는 산업이 상대적으로 제조업보다 서비스업 등의 비중이 높고 이러한 산업들은 국제무역에 참여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여성 사업체들의 규모가 남성 사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다.
국제무역의 참여는 고정비용을 수반하는데 규모가 작은 기업들의 경우 이러한 고정비용을 지불하기가 더 어렵다.
OECD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여성기업인의 경우 남성기업인에 비해 수출을 위한 금융조달이 어렵다고 다수가 응답한 것이 주목할 점이라고 사무국은 설명했다.
사무국은 성별 격차 해소를 위해 △무역협정에서 성평등에 대한 조항 삽입, △여성의 비중이 높은 사업체 및 산업들에 대한 시장 접근 보장, △여성 기업인에게 무역 촉진 서비스들의 제공, △전문적인 비즈니스 네트워크에 대한 접근성 보장 등이 제시됐다. 구체적인 예시로 아일랜드의와 칠레의 무역과 기업에서의 여성정책을 소개했다.(아일랜드의 ‘Action plan for Women in Business’와 칠레의 ‘Going Global: Empowering Women through Trade’)
특히 작업반회의에서 한국은 수출에 대한 성별 격차가 크게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발표됐다. 이에 대해 한국은 OECD 사무국을 상대로 설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작업반 회의에 참석한 일본은 자국을 성평등과 여성의 권한 강화 관련 정책을 우선순위로 추진하고 있는 선도국가로 자임하면서 OECD의 성평등 추구 작업에 기여할 수 있길 희망한다는 의사를 표시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최근 2021년 영국과 일본이 체결한 자유무역협정에서는 무역에서의 성별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조항이 포함되었으며 해당 조항의 이행을 위해 양국에 작업반을 구성했다. 영국과 뉴질랜드 간에 체결된 최근의 무역협정에도 성평등과 관련된 조항들이 포함됐다.
보고서는 한국도 향후 무역협정 체결 및 기존 협정의 개정, 그리고 IPEF 등의 새로운 통상체제에 있어 성평등과 관련된 논의들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음을 설명했다.
이동주의원은 "정부가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거나 여가부 폐지를 앞세워 성평등 정책이 뒷걸음질 치고 있다"라며 "국제 무역에서 기업의 성평등 이슈까지 비중 있게 다뤄지는 상황에서 이제라도 퇴행적 성평등 정책을 없애고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뉴질랜드, 캐나다, 아일랜드 사례를 참고하여 무역시장과 산업전반에 여성기업인의 참여를 촉진하고 기업 내 성평등이 확립할 수 있는 정책을 적극 도입하여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정부는 재생에너지에 이어 성평등 정책조차 글로벌 추세와 역행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지적했다.